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
3화.
‘여긴 어디지? 이건 뭐야?’
시야가 다시 트였을 때, 찬성의 눈에 보인 것은 어느 한 운동장 같은 곳이었다.
동시에 그의 감각에 흙먼지와 땀 냄새 섞인 바람이 느껴졌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거센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악! 이, 이게 다 뭐야?”
“이봐! 신참! 정신 차려!”
“하핫! 시골뜨기가 많이 긴장했군. 그래서야 어디 모험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주저앉은 찬성의 주변에서 험상궂게 생긴 남성들이 놀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진짜 같은 현실감.
‘이, 이게 게임이라고?’
주변에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
거기다 지금 자신은 어느샌가 역사 자료로 쓸 법한 셔츠와 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심지어 신발은 쇠로 덧댄 가죽 신발이었다.
[시스템-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 튜토리얼 퀘스트가 진행되니 당황하지 마시고 차분히 세계를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시스템-튜토리얼 퀘스트:당신은 현재 모험가 길드에 등록을 위해서 대기 중인 신참입니다. 튜토리얼 과정을 밟으시면서 모험을 할 자신을 만들어 보세요.]“아… 그렇구나. 게임이구나. 이게… 게임… 와…….”
상태 메시지를 봤음에도, 이 가상현실 게임 순수 뉴비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러자 그의 앞쪽에 탁자를 두고 앉아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던 병사 NPC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거기 신참! 뭐 하는 거야? 모험가 등록 안 할 건가?”
“예? 아… 아, 예! 지금 갑니다!”
“참 내, 이래 가지고 무슨 모험을 하겠다고. 아주 제대로 빠져 가지고!”
“죄송합니다.”
아직 게임이라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찬성은 넙죽 인사를 했다.
‘진짜 사람 같아…….’
병사 NPC가 서류와 펜을 내밀었다.
“자, 먼저 여기에 이름부터 쓰게.”
“이름이요? 이름? 그러니까… 아.”
[시스템-게임에서 사용할 닉네임을 입력하십시오. 실제 성명이 아닙니다.]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본명을 적으려던 순간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고 찬성은 깜짝 놀랐다.
“아… 실제 이름을 적으면 안 되는구나.”
[시스템-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게임에서 사용할 닉네임을 입력하십시오. 주민등록등본 및 현실에서 사용하시는 성명이 아님을 다시금 말씀드립니다.]“의외로 실수하는 사람이 많나 보네. 아… 그러니까… 닉네임이라는 거지.”
그 어떤 온라인 게임 유저도 피할 수 없는 단계, 바로 닉네임 정하기.
수많은 게임을 해서 단련된 고인물 올드 유저도 마치 재판장의 변호사처럼 심사숙고하게 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물론 모든 유저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충 ‘IIIIIIIIIIIIIIIIIIIIII’ 같은 문자로 도배를 해 버린다거나 ‘고등어구이’, ‘오늘날씨는맑음’ 같은 의미 없는 닉네임을 쓰는 이도 있다.
‘뭐로 해야 하지?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하나 가상현실 게임은 고사하고 게임 생초보, 늘 검술만 수련하던 찬성으로서는 무언가 연관성이 있거나 하고 싶은 닉네임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허황되거나 허세 가득한 느낌의 닉네임을 하자니, 영 느낌도 나지 않았다. 결국 창의력이 부족한 그는 자신의 본명 윤찬성에서 이름만 떼어 내 찬성이라고 적었다.
‘나중에 바꿀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러면 그때 바꾸지, 뭐…….’
찬성이 확정을 누르자, NPC가 그에 따라 찬성의 이름을 서류에 적는 모션을 취했다.
“자, 이다음에는… 자네 인적 사항이겠군. 계속 말해 주게.”
[시스템-스테이터스를 설정해 주십시오. 총 포인트는 30이며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습니다.] [힘:5민첩성:5
지력:5
건강:5
마력 적응:5
행운:5]
찬성은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 영양 관리와 운동을 열심히 했었다. 그런 그는 수치만 올리면 그대로 능력치가 적용이 되는 시스템을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건 삼촌에게 들었어. 그…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로 바꿀 수 있다고 했던가? 와, 이거 굉장하네.’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한 손을 슬쩍 흔들어 봤다.
‘오… 이거 신기하네? 내 몸으로 움직이는데,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무게가 없는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인데?’
단련한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몸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
게임 내에서는 자신의 몸보다 약한 상태가 되어 있었지만, 도리어 신기하단 느낌이 들어 스테이터스 창과 자신의 몸 상태를 번갈아 바라봤다.
“뭐 하는 건가? 빨리 안 적을 건가? 이봐, 신입! 지금 자네만 있는 게 아닐세.”
“아, 예! 잠시만요. 그러면…….”
그저 NPC와의 상호 작용일 뿐이지만 초보 유저인 찬성은 마치 진짜로 자신이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당황해하며 급하게 스탯 포인트를 배분하기 시작했다.
[힘:15민첩성:15
지력:5
건강:15
마력 적응:5
행운:5] [시스템-해당 스테이터스 배분을 확정하시겠습니까?]
“이거면 되겠지.”
깔끔하게 힘 10, 민첩 10, 건강 10을 준 구성. 초보이자 게임과 인연이 없는 유저의 정석이었다.
“흠… 그럭저럭 건장한 놈이군. 뭐, 모험가는 몸이 재산이니 잘 관리해야 할 거야. 그리고 다음엔… 지망에 대해서 적어라.”
[시스템-초기 클래스를 선택하십시오.] [전사, 마법사, 신관, 레인저, 드루이드, 무투가, 도적]‘이건… 무조건 전사겠지? 검을 써야 하니 말이지.’
클래스 선택은 별도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지체 없이 전사를 고르는 찬성이었다.
[시스템-클래스:전사를 선택하셨습니다. 스테이터스 성장률이 Lv.당 힘:2, 민첩:1, 지력:0, 건강:2, 마력 적응:0, 행운:1로 변경됩니다.] [*도움말:스테이터스 성장률은 해당 클래스가 가지는 스테이터스의 성장치를 표시한 것입니다. 만약 전사에서 타 클래스로 전직할 시엔 레벨 1부터 상승한 것으로 다시 계산되어 반영됩니다.]클래스 성장률에 대해서 오해가 있을까 봐 추가적인 설명이 붙어 있었다.
[패시브 스킬-방패 숙련(1성), 중갑 착용(1성), 갑옷 숙련(1성), 무기 숙련(1성)을 획득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질주(1성), 더블 슬래시(1성)를 획득하셨습니다.]그 외에 전사의 기초 스킬들이 찬성에게 부여되었고, NPC는 즉시 반응했다.
“하긴 그 몸을 보니… 당연히 전사 아니면 무투가겠다 싶었어. 좋아, 서류 작성은 이제 끝. 다음은 기초 테스트다! 저 옆의 연병장으로 가서 카알 부대장이라는 놈에게 이 서류를 전달해라. 그럼 테스트를 하게 될 거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튜토리얼:카알 부대장에게 기초 테스트를 받으시오.]“아, 예! 어구구구! 으앗!”
서류를 내미는 손에 손을 대고서 받으려고 하는데, 순간 서류가 허공으로 사라지며 자동으로 인벤토리 창이 열렸다.
[인벤토리-모험가 길드 서류가 입수되었습니다.]“아, 결국 게임은… 게임이구나. 으으음…….”
‘예전엔 극강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쪽으로 가서 진짜로 서류를 받아서 가방에 넣기까지 한 게임도 나왔었지만, 게임은 결국 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다시 일부 편의적인 기능은 복구하는 추세로 넘어왔지. 다들 즐거워지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거니 말이야.’
“흐으음…….”
삼촌의 조언을 되새기면서 찬성은 그대로 연병장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사슬 갑옷과 투구로 잘 무장한 남성이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깐깐해 보이는 50대 정도의 노령인 그 NPC는 찬성을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흠…….”
찬성은 인벤토리에서 서류를 꺼내 그의 손에 올렸다.
“흠, 전사인가? 흥, 그래 봐야 애송이지. 테스트는 간단하다. 나와 싸워서 버티면 된다. 오래 버틸수록 좋은 보상이 주어진다. 자, 저기서 목검을 들고 저 대련장에 서라. 한 수 가르쳐 주지.”
‘대련……!’
두근! 두근!
대련이라는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찬성이었다.
검. 병원에 누워 있을 때만 해도 다시 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그는 곧바로 목검을 쥐고서 대련장 가운데로 가 섰다.
가상현실 게임이지만 검을 쥐고 자신의 두 다리로 서 있다는 이 체감은 진짜에 버금갔고, 그것이 찬성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있었다.
‘과연 왜 삼촌이 내게 이걸 시킨 건지… 알 것 같아.’
“그럼 테스트를 시작하지. 우선 나에게 전력으로 검을 휘둘러 봐라.”
‘이건 가짜지만… 한없이 진짜에 가까운 것. 게다가 분명 현실이 아니기에…….’
검사란 검을 휘둘러야 하는 존재, 그리고 검(劍)이란 결국 살인을 위해 인간에 의해서 제작된 무기다.
현대에 와선 정신과 육체의 수양을 위한 무도(武道)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 본질이 아예 사라지진 않는다.
‘이 안에서라면 사람의 목숨을 걱정하지 않고, 아무런 힘 조절이나 제약 없이 전력으로 휘두를 수 있겠구나.’
거기까지 이해하자 찬성의 눈빛엔 이때까지와 다른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사실 수련으로만 검을 휘두르고 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그렇지, 그에게도 ‘검’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검사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한 번도 풀리지 않았던 그것이 눈을 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