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우선은… 검성 전직부터 볼까?’
‘Lv.10에 히든 클래스? 얻는다고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을 눌러 본 그녀. 찬성의 인터뷰와 함께 클래스 인증이 있는 영상 중 빠르게 댓글 부분으로 넘어가서 확인했다.
‘맞아. 이게 정상이지.’
그리 좋지 않은 3차 클래스 전직권도 100만 원가량이나 하는데, 검성이라면 클래스 성능의 문제는 그렇다 쳐도 족히 천만 원은 넘어갈 것이다.
…….
…….
…….
‘예상대로네. 제대로 불 지펴졌어.’
댓글 반응은 예상한 대로 영상의 진위 여부를 가지고 다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검사의 로망은… 역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지.’
사실 ‘소드맨’은 지금이야 하이브리드이자 성능상 문제가 있는 게 알려져서 사람들의 기피 클래스가 된 거지, 예전엔 그 이름 하나만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직을 원했던 클래스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RPG 하면 검사(劍士)라는 클래스의 로망은 변하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후후훗, 직접 해 본다니 뭐니 하면서 난리 나겠네. 아무튼 진위 여부는 있으니 문제없을 거고, 활활 타는 게 기분 좋네. 그럼 다음은 이제 고블린 탑인가?”
다른 하나는 찬성의 고블린 탑 공략 영상. 혼자서 도는 게 아닌 2인 플레이였고, 워낙 어두운 곳에서 싸우느라 영상 핀트를 잡기가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찬성의 무용을 최대한 살려 편집한 것이었다.
‘보자. 이것도 잘 불타오르네.’
‘됐다! 됐어! 이거야!’
댓글의 반응은 예상대로 열광 그 자체였다. 아무리 저레벨에 도는 고블린의 탑이라 할지라도 그곳은 혐오 던전으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한데 그런 곳을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화려하고 멋지게 검을 휘두르며 돌파해 나가는 찬성의 모습은 제대로 된 볼거리였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니까!’
“…대체 뭘 하기에 트라이한다는 말소리도 안 듣고 인터넷 UI만 보고 있습니까? 미니멈미니미니 니임?”
“히익?”
한참 감탄의 댓글들이 주르르륵 달리고, 조회 수도 잘 오를 거 같아서 기분 좋아하는 그녀였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얼굴을 찡그린 채 다가와 말을 걸자 당혹스러워했다.
“왜 그리 놀랍니까? 빨리 공략 준비나 하시죠.”
“포트리스 님이셨구나. 하아~ 놀라라~”
그의 아이디는 ‘포트리스’. 클래스는 전사 계열 3차인 ‘크루세이더’로 신성한 힘과 오라를 사용하는 탱커 클래스였다. 새하얀 갑옷에 장검과 보석이 박힌 화려한 방패를 든 그는 지금 이 공대를 이끄는 공대장이면서 화신 길드의 길드장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트라이 힘든데… 오더 좀 잘 들어 주십시오.”
새하얀 성기사의 플레이트 메일이 잘 어울리는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인상을 가진 미남이었지만, 공대장 일로 피로가 쌓여서인지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끼어 있었고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대형 길드를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그럴 만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아!”
빠르게 올라가는 조회 수와 수없이 달리는 댓글에 정신 팔린 탓에 공대장의 말도 못 들었던 그녀는 잽싸게 UI를 끄고 일어섰다.
***
던전-베른카 제국 습격 요새.
게임 초기의 지하 수로도 그렇고, D.E사의 개발진들 중에 하수도 성애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요새 바깥의 동굴에서 들어간 던전 입구는 또 하수구였다.
영웅은 고난 속에서 탄생한다고 믿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유저들에게 밑바닥의 맛을 가르치려는 건가? 대체 어떻게 하면 오폐수의 냄새를 이렇게 잘 구현해 내는 건지 코가 시큰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세 사람은 던전에 입장했다.
[시스템-‘던전:베른카 제국 습격 요새’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인스턴스 던전은 앞으로 3시간 동안 귀속됩니다.]“…드디어 왔네요. 와, 근데 진짜 냄새. 아, 맞다. 영상… 버튼.”
찬성은 들어오자마자 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두 사람에게는 너튜브를 하는 누님에 대해서 미리 말해 놓는 건 물론 신원 보호까지 보장한다고 했기에 둘은 흔쾌히 승낙했다.
“뭐, 우리야 재미 삼아 하는 거니까요. 아무튼 이 망할 던전… 저희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너무 심하네요. 진짜! 하수구 처리장 냄새를 어떻게 가져온 거야?”
“쿠룩, 내 말이…….”
던전 입구가 하수구, 그리고 들어오니 여전히 하수도로 이어지자 셋은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으면서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다.
찬성은 가면서 통로 이곳저곳을 감상했다. 적국의 내부에 만들어진 요새치고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걷는 이 하수구 돌바닥이나 벽면도 잘 깎은 석재였고, 하수구엔 금속제 관과 쥐들이 오가지 못하도록 철망까지 씌워진 것도 보였다.
“저기, 그런데 말이죠.”
“예, 찬성 님.”
“우리가 소속된 곳이… 그러니까 그란 왕국이잖아요. 적국은 베른카 제국이고… 그런데 이 요새 하수구가 상당히 잘 지어진 것 같은데…….”
“쿠룩! 좋은 지적입니다. 아무리 게임상의 배경이라고 해도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죠. 쿠룩쿠룩. 본래 이 요새는 쿠룩, 그란 왕국 내에서 활동하던 산적들의 산채로 쓰이고 있고, 그 이전엔 고대 유적이라는 설정입니다.”
“고대 유적? 아하~”
“그 흔히 판타지 배경에 좀 오버테크놀로지스러운 거라든가 SF틱한 요소를 끌어오고 싶을 때 나오는 정석 패턴인 고대 문명입니다. 뭐, 그런 설정이 있는 겁니다. 저희도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진 않았지만요.”
“아하……!”
뚜벅뚜벅.
근손실보험의 설명을 듣던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어디선가 자신들 외의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을 죽이고 검을 뽑은 다음 벽에 기댄 그는 접근하는 발걸음이 누구인지 확인하며 둘에게 말했다.
“누가 오는 것 같아요.”
“…네? 아… 발소리가 들리긴 하네요.”
“쿠, 쿠룩… 이게 들립니까? 세상에…….”
찬성의 초감각스러운 감지 능력에 감탄한 둘은 그와 마찬가지로 벽에 기대어 적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인영. 흔히 쥐색이라 부르는 어두운 회색빛 군복에 갑옷을 입은 제국군 병사 2명이 횃불과 창을 든 채로 순찰을 돌러 온 것이었다.
[Lv.12 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이름이 왜 저래요? 인간형 적이라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이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지.”
“게임 몬스터라는 걸 한 번 더 인식시켜 주는 거죠. 인간형 적에 일일이 이름이 붙어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호러고…….”
“쿠룩… 아무리 리얼한 가상현실 게임이라지만… 쿠룩… PTSD까지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죠. 쿠룩쿠룩. 아무튼 오면 저랑 건강이가 한 놈을 맡을 테니, 쿠룩… 찬성 님은 다른 한 놈을 부탁합니다. 쿠룩. 버프는 시끄러우니까 나중에 걸겠습니다.”
끄덕.
작전까지 구상한 셋은 제국군 병사가 오길 기다렸고, 사정권에 들자 일제히 덮쳤다.
창을 양손으로 잡고 옆구리를 찌르는 전국건강협회. 그리고 찬성은 자신의 검이 된 ‘(영웅)꺼져 가는 별의 검’을 들어서 그대로 물 흐르듯 제국군 병사의 목과 팔목, 복부를 깔끔하게 베며 지나갔다.
“크억! 저, 적습……!”
“그르르륵!”
‘묘하게 소리가 리얼하네.’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가 89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방어력 무시+소속 보너스)를 입었습니다.] [시스템-‘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가 죽었습니다.]‘어라? 한 방? 게다가 뭐야? 이 데미지는?’
털썩!
검성(劍星) 클래스가 되고 첫 싸움. 공격 데미지의 단위 수가 갑자기 확 달라진 것도 모자라서 단번에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으로 갈라져 누워 버리는 제국군 병사의 모습에 찬성은 깜짝 놀랐다.
“…난 목을 공격했는데? 왜 몸통이 반 토막이 나는 거지?”
“그, 그거! 오버 데미지 이펙트라서! 빨리 딜해!”
“쿠룩! 하고 있어! 쿠룩! 우오오오오! 고블린의 탑에서 보셨잖습니까!”
“제국을 위해……! 으으윽!”
의아해하는 찬성이었지만 이내 옆에서 2 대 1로 제국군 병사와 치열하게 싸우는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를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섬광과 함께 찬성의 검이 제국군 병사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고, 아까처럼 이번에도 몸뚱이가 반 토막이 난 채로 땅에 쓰러졌다.
“…키야, 역시 히든 클래스. 너보다 더 센 것 같은데?”
“쿠룩. 뭐, 3차+인 클래스니까… 쿠룩.”
“아…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아무튼… 어라? 아이템이 나왔네요. 보자.”
[시스템-‘(노멀)아바타:베른카 제국군 군복(병사용)’을 입수하였습니다.]“아바타? 그거… 캐시 아이템 아닌가요?”
[(노멀)아바타:베른카 제국군 군복(병사용)]옵션:입으면 당신의 정체를 감추어 ‘베른카 제국군’ 세력의 병사들과 중립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부사관 및 장교급 이상에겐 정체를 숨길 수 없습니다.
“이제 귀하는 자랑스러운 베른카 제국군의 일원이다! 그 의무를 다하라!”
옵션은 심플하게 단 하나뿐인 옷. 추가 능력치나 보너스는 전혀 없고, 그저 다른 베른카 제국군 병사들에게 비전투 상태가 걸리는 것뿐이었다.
어두운 회색의 멋들어진 군복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찬성에게 전국건강협회가 설명해 준다.
“뭐, 의상 같은 걸로 구현된 인게임 아바타라는 게 있지요. 왜냐면 장비란으로 가면 이게… 외양을 꾸밀 수 없다 보니 사람들이 난리라서 말입니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게 결국 각각의 유저들이 가진 로망과 꿈을 구현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하아~ 으으음… 그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위의 요새로 올라갈 때, 이거 입고 침투하라는 거 아닌가요?”
“쿠룩쿠룩! 정답! 딱 봐도 침투할 때 입으라는 뉘앙스이지요. 쿠룩.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아바타로서도 인기가 있는 게, 나름 제복 간지가 나는 군복이라서 일반 유저들이 저레벨에 꽤 입곤 합니다. 쿠룩. 아무튼 쿠룩… 지금은 입어 두는 게 좋겠지요.”
끄덕.
고개를 끄덕인 찬성은 곧바로 자신이 획득한 베른카 제국 군복을 입었다.
후줄근한 천 옷 위에 가죽 갑옷과 고블린 챔피언의 벨트를 걸치고 있던 형상은 한순간에 어두운 회색 군복의 깔끔한 차림으로 바뀌었고, 그 위에 본래 입었던 가죽 갑옷이 덧씌워지는 형태로 변한다.
“음, 착용감이 나쁘진 않은데… 옷 위에 또 가죽 갑옷이 있으니 어색한데요?”
“그거 끄는 옵션도 있으니 조정하시면 돼요.”
“아, 있을 거 다 있으니 좋네요. 아, 됐다. 이제야 몸이 가볍네.”
UI 설정은 이전에 한 번 싹 봐 놨기에 몇 번 뒤져 보니 금방 외양 옵션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찬성이었다.
그로 인해서 가죽 갑옷과 벨트 같은 기본적으로 끼고 있던 장비들은 모두 사라지고, 베른카 제국군 군복에 허리에 검을 찬 깔끔한 형상이 되었다.
“그래서 다들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찬양하죠. 다른 게임들은 대충 형태만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하나둘 업데이트하는데… 여긴 ‘일단 너희가 필요한 것들은 다 만들고 출시했어!’라는 느낌이라서 말이죠.”
“아무튼 셋이 다 입으려면 이제 한 벌 더 구하면 될 것 같은데… 둘 중 한 분이 먼저 입으세요.”
제국군 병사는 둘이었기에 찬성이 입고 난 후에도 한 벌이 남은 상황. 둘 중 한 명에게 먼저 입으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손을 저으면서 동시에 찬성에게 말했다.
“비싼 돈 주고 산 아바타를 헛되이 할 수 없죠.”
“쿠룩. 암암… 저희는 이대로 갈 겁니다. 쿠룩.”
“…저기, 그러면 침투는?”
“쿠룩. 어차피 레벨 업을 위해서는 경험치를 얻어야 하고, 쿠룩! 사냥을 해야 하는 법.”
“목격자를 모두 죽이면 그게 암살이고 침투입니다, 찬성 님.”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어차피 싸워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목격자를 다 죽이면 왜 암살이지?’
게이머들의 사고방식과 논리에 대해서 여전히 이해 못하는 게 많은 찬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이내 다른 발소리를 듣고는 또다시 다가오는 제국군 병사를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