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아니, 이, 이런 딱지치기가 어디 있어요?”
“딱지에 대해 특정 사이즈로 쓰지 말라는 룰은 없었습니다. 허허허~ 자, 어서 치시지요.”
“아니…….”
딱지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Lv.60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보스 몬스터)’의 농간에 당황해하는 찬성의 모습은 자못 신선한 것이었다.
무적에 가깝게 승승장구하는 것도 재미의 요소였지만, 이런 데서 의표를 찔려서 당황하는 모습도 인간미 넘치고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자, 어서 하게나. 여기 딱지 치는 사람 어디 갔나? 후흐흐흐…….”
게다가 찬성이 가만히 있자 비웃는 하인케스. 찬성은 손에 든 손바닥만 한 딱지와 바닥에 놓인 큼직한 하인케스의 딱지를 바라보고는 무언가 떠오른 건지 그에게 물었다.
“아무튼… 딱지치기이니 딱지로 뒤집으면 된다는 거죠?”
“물론일세.”
“으으음…….”
찬성은 바닥에 놓인 딱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사람 얼굴보다 더 넓은 딱지. 손바닥만 한 딱지로 이걸 뒤집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스으으읍…….”
호흡을 마시고, 자세를 잡고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발로 대지의 감각을 느끼면서 모든 신경을 바닥에 놓인 딱지에 집중했다.
본래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말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쓸모없는 도전을 한다는 뜻으로 전해지지만, 인간은 언제나 불가능에 도전하는 존재이고 어떠한 인간들은 결국 계란으로 바위를 부수는 법을 단련과 지혜로 얻어 내기도 한다.
찬성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고, 그 재능으로 검으로써 인간을 초월하는 벽을 두드리던 자. 그는 자신의 눈앞에 세워진 이 커다란 딱지를 어떻게 뒤집어야 할지 생각을 하더니 깨달았다.
“…흡!”
검을 휘두르면서 단련한 호흡과 자세의 조정. 그것으로 바닥을 향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묵직한 소리가 울리면서 그 파장과 기세로 찬성과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의 주변에 있던 오색의 연기가 일순간 밀려났고, 그 타이밍에 딱지는 바닥에서 잠시 떠올랐다.
‘지금!’
그리고 그 순간 전광석화처럼 찬성의 딱지가 한 줄기의 섬광이 되어 하인케스의 딱지의 모서리 부분에 직격해서 묵직한 소리를 울렸다.
빠악!
허공에 뜬 상태로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받은 하인케스의 딱지는 그대로 벌러덩 뒤집히고 말았다.
“…후우~ 뒤집었네요. 이제 이건 제 거죠? 딱지로 딱지를 맞혀서 뒤집었으니까요.”
“이럴 수가…….”
하인케스를 향해 화사하게 미소 짓는 찬성. 하인케스는 선글라스로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좋다. 딱지를 내려라. 이번엔 내가 한다.”
“여기요.”
그리고 찬성은 아까 전 자신을 당혹케 한 하인케스의 얼굴 넓이만 한 딱지를 땅에 내려놓았다.
하인케스는 다시 품에서 딱지를 꺼내는데, 이번에 꺼낸 것은 딱지 표면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설마 마법?”
“딱지에 마법을 쓰지 말라는 룰은 없었으니까 말이죠. 그럼.”
‘정말 가지가지 하네.’
찬성은 속으로 이 레이드 보스가 상당히 추잡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냥 정석적으로 게임하면 보스를 상대한다는 느낌이 없기에 이런 거겠지만, 과연 그가 성공할지 지켜보는 찬성이었다.
“허이엇쨔!”
빠아악!
상당히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찬성의 딱지가 들어 올려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넘어갈 듯하다가 딱지는 바닥에 다시 그대로 내려앉아서 결국 뒤집혀지지 않았다.
‘아, 실패도 하는구나… 확률 같은 건가?’
“이, 이럴 수가!”
“그러면 이제 제 차례죠? 아, 그러고 보니 맞는 딱지랑 공격하는 딱지를 같은 걸로 써야 한다는 말은 없었으니 치는 건 이걸로 하겠습니다.”
“어, 어떻게 그것을!”
‘무게 증가인가?’
이번엔 아까처럼 진각으로 쉽게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상황으로, 찬성은 인챈트된 딱지를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저것을 뒤집을 방안을 궁리했다.
‘이러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눈을 번뜩이며 자세를 낮추고는 딱지를 칠 준비를 하는데, 기이하게도 딱지를 손바닥 안에 겹쳐서 잡는 게 아니라 마치 닌자가 표창을 잡듯이 끝부분을 잡고 던지려는 자세였다.
“후우~ 하압!”
그리고 마치 발도술을 시전하듯 몸의 모든 힘을 모아 단번에 터뜨리면서 스냅을 줘 딱지를 표창처럼 바닥으로 날렸다.
지면을 수평 비행하며 날아간 찬성의 딱지는 그대로 하인케스의 딱지와 지면 사이를 파고들어 가면서 땅에 꽂혔고, 그 충격의 여파로 하인케스의 딱지는 들어 올려지더니 다시 배면을 보이게 된다.
“좋아! 으쌰!”
“…마, 말도 안 돼.”
“…믿기지 않는군. 설마 두 번째까지… 좋아, 마지막 게임이군. 어서 딱지를 내려놓게.”
하인케스는 진심으로 당황한 건지, 흘러내리려는 선글라스를 다잡고 다시 찬성을 바라보면서 딱지를 내려놓길 기다렸다.
“그럼 이걸로… 인챈트 걸린 건 불안하니까요.”
“크윽…….”
“허이쨔아아아아!”
퍽!
그 말대로 마지막에 꺼낸 것은 또 다른 인챈트된 딱지. 하나 그 딱지의 정체는 ‘디스펠 주문’이 있는 것으로, 자신의 마법 딱지를 빼앗기거나 상대가 이상한 수단을 똑같이 쓸 경우를 대비해서 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정상적인 딱지네요. 으랏챠!”
“으아아아악!”
손쉽게 마지막 딱지를 뒤집고 승리를 확정하는 찬성. 하나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가 혹시나 딴소리를 하고 뭔가 할까 봐 그는 허리에 채워진 검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하인케스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역시 검성인가? 이번엔 내가 패배했네! 좋아. 하나 게임은 이게 끝이 아니라네!”
[시스템-게임에서의 승리로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에게 1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Lv.60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보스 몬스터)]생명력:4
보유 스킬:환영의 게임, 환영의 육체
‘어라? 왜 생명력이 4지? 나는 1을 깎았는데… 아하, 맞다. 내가 딱지 치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었지?’
다 같이 그 연기에 휩싸인 만큼 다른 사람들도 종목은 다르지만 저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와 게임을 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이 클리어한 것처럼 저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와 게임을 해서 승리를 했고, 생명력이 내려가 있던 것이었다.
‘어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볼까?’
시스템창 인터페이스를 만지면서 상태를 살펴보던 찬성은 같이 공략 중인 공격대원들의 상태를 보는데…….
[시스템-‘전국건강협회’ 님이 게임에 패배하여 쓰러졌습니다.] [시스템-‘근손실보험’ 님이 게임에 패배하여 쓰러졌습니다.] [시스템-‘붉은수염이반’ 님이 게임에 패배하여 쓰러졌습니다.] [시스템-‘악귀’ 님이 게임에 패배하여 쓰러졌습니다.]“헉? 4명이나 쓰러졌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연이어 올라오는 아군 사망 메시지. 수작을 부리며 게임하는 콘셉트인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인 만큼 게임에서 수작을 당하니 자연스럽게 패배한 것이리라.
[공격대][전국건강협회:아니, 카드가 갑자기 에이스로 바뀌었다니까! 더러운 밑장 빼기를 한다니까!] [공격대][근손실보험:손모가지 날렸어야지. 나는 체스라서 그냥 실력에 발렸어.] [공격대][붉은수염이반:저는 구슬치기였는데… 그냥 망했습니다. 근데 악귀 님은 뭐 하셨기에 지신 겁니까?]‘나도 설마 악귀 님이 당할 거라곤 생각도 안 했는데…….’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와의 게임에서 패배해서 사망 판정이 된 자들은 각자 공격대 채팅창으로 자신들의 패배를 열심히 변호했는데, 정말 의외로 그 안에는 분명 레이드급 아이템 졸업자인 악귀도 끼어 있었다.
레이드급 아이템 졸업자라면 아무리 못해도 한 달 이상은 이 레이드 던전을 돌았을 건데, 가차 없이 죽은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공격대][악귀:인물 퀴즈였다. 대체 게임 속 인물의 이름이랑 얼굴을 누가 외우고 다니나?] [공격대][미니멈실버:아무리 그래도 레이드 아이템 졸업자신데… 적어도 족보라도 외우셨어야죠.] [공격대][자유기사:이제 좀 초행 같은 모습을 하고 있군요. 하하하!] [공격대][용철:ㄹㅇ, 이래야 초행 파티지. 껄껄, 근데 졸업자가 죽은 게 에러지만 말이야.] [공격대][살덩이는나약하다:그래도 6명 살아 있고, 이번에 네 번만 이기면 되니까… 무난하게 깰 것 같아요.] [공격대][미니멈실버:방심하면 안 돼요. 저 네임드, 게임 배리에이션이 100개가 넘어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저, 저놈이 하는 게임이 100개가 넘는다고? 헤에…….’
심지어 그 게임들 모두 공정한 룰이 아니라,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가 수작을 부려서 하는 게임인 만큼 절대 방심해선 안 될 일이었다.
“자, 그럼 다음 게임을 해 보죠. 이번엔 제가 꼭 이길 겁니다.”
‘다음 게임은 뭘까? 하지만 이제 이 보스의 방식을 알았으니 또 무슨 수작을 부려도…….’
“자, 이번에 할 게임은 바로 무엇이냐면… 이냐면… 이냐면…….”
무슨 수작을 부려도 대응할 거라고 생각한 찬성이었는데, 갑자기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는 말을 버벅거리더니 그의 몸이 주변의 오색 연기와 같은 색으로 변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아하!’
[Lv.60 환영 마법사 하인케스(보스 몬스터)]생명력:0
보유 스킬:환영의 게임, 환영의 육체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그의 생명력은 어느새 0이 되어 있었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는 타이밍. 이미 누군가가 게임을 두 번 이상을 진행해서 순식간에 게임을 클리어한 것이었다.
[시스템-‘업적:그는 사실 유☆희☆왕?(조건:가르간트 요새 보스-환영 마법사 하인케스 처치)’을 달성하셨습니다.]업적 달성 메시지를 확인하고,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오색 연기가 사라지자 찬성은 살아남은 공격대원과 쓰러진 파티원들이 나타난 것을 보게 되었다.
“휴우우…….”
또 어떤 이상한 게임을 하게 될지 몰라 내심 긴장했던 찬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는 내심 그냥 전투로 풀어 나가는 보스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