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찬성 님, 한번 타 보십시오.”
“쿠룩, 뭐… 분배금이 많을 테니 좋긴 하네.”
“끄으응… 아깝긴 하지만, 솔직히 무리해서 사려고 했었으니…….”
“아, 왠지 죄송하네요.”
결국 찬성은 그동안 자신의 다리가 되어 주었던 최애의 탈것 흑우왕을 버리고 ‘(전설)중장갑 비룡 경천’을 손에 넣어 타 보게 된다.
크오오오오오오!
베른카 제국산답게 검은 중갑으로 전체 곳곳이 둘러진 거대한 암적색 비룡, ‘중장갑 비룡 경천’은 나오자마자 크게 포효를 했다.
“우와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찬성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아까까지 생각해 주던 충신이자, 그동안 등심으로 찬성을 받치며 세상을 달려온 ‘흑우왕’의 존재를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 저,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이걸 이렇게… 받아도 될지.”
“정말 감사합니다!”
큰 선물을 받은 것에 찬성은 깍듯이 90도로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얻을 뻔했던 붉은수염이반에게도 사과를 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흔들면서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괜찮습니다요. 요호호! 어차피 엄청 무리해서 사려고 했던 거라. 안 사면 뭐… 안 사는 대로 제 주머니와 지갑이 안정이 되는 거니. 하하하하!”
“맞아. 게다가 분배금도 늘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이 공격대에서 찬성의 존재감은 리더 그 이상. 게다가 분배금도 명당 500금화나 배분받을 수 있으니 나쁜 일은 아니어서 다들 행복한 눈치였다.
“자, 그러면 이제 마지막 네임드를 공략해 보러 갈까요?”
“쿠룩, 드디어 막넴이군요.”
“자자… 기합 빡 넣고 갑시다. 보자, 저기 있네요. 마지막 보스. 위치는 NPC가 말했듯이… 무너진 광장의 지하에 있다고 하네요.”
경매도 일단락이 났고, 그동안 꽤 휴식을 취했으니 이제 마지막 보스를 향해서 가야 할 때였다.
“크오오오오오오오! 모조리 죽여 주마아아! 크오오오!”
지하로 가는 동안 괴물의 포효 소리가 들려오고 싸우는 소리가 계속해서 위로 올라왔다.
마지막 보스의 정체는 이미 알다시피 대장군 가르간트가 인체 실험을 하는 제국 측 과학자의 주사를 맞고 변이된 형태.
“다… 다 죽여 버려어어어어!”
[Lv.63 변이된 가르간트]머리 생명력:100퍼센트
양팔 생명력:100퍼센트
몸통 생명력:100퍼센트
양다리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광폭화, 강건(EX), 용의 재생력, 폭주 난동, 끝없는 전진, 파괴밖에 모르는 생명체
완벽하게 변이된 가르간트는 인간 형태의 가르간트보다 몇 배나 거대해졌으며 여기저기 촉수, 털, 비늘 같은 기관이 달리고 양손엔 긴 발톱이, 양다리는 역관절로 굽어서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근데 생명력 파트가 왜 여러 개죠? 저거 설마?”
“삐잇, 응, 그래. 모든 생명력을 조절해서 10초 이내에 동시에 잡아야 하는 타입. 저기 ‘용의 재생력’ 보이니?”
“그냥도 어려울 건데… 심지어 모든 부위의 생명력을 맞춰야 하다니, 참…….”
“막넴이 그럼 쉬울 거라고 생각했나?”
“심지어 이거 가상현실 게임이라 더더욱 타깃팅이 힘든데 말이죠.”
설명한 대로 ‘변이된 가르간트’는 머리, 양팔, 몸통, 양다리를 동시에 처치하는 타입의 보스.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 부위의 생명력을 조율해서 모든 공대원들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네임드는 공략이 매우 까다로웠고, 공대원 간의 소통도 매우 중요했다.
“껄껄껄, V-07-TR-ON을 생각하면 되네, 화면을 보고 있는 친구들!”
“누구에게 말하시는 겁니까?”
“쿠룩, 시청자?”
“삐이잇! 아니, 언제 적 온라인 게임 네타를! 아무튼 이번엔 쉽지 않을 테니 다들 긴장하시죠. 주요 공략은…….”
공략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는 미니멈실버. 드디어 마지막 네임드라는 생각에 일행은 바짝 긴장하면서 공략 브리핑을 들었다.
***
같은 시각, D.E사 사장실.
“…이건 진짜 아닙니다, 사장님.”
“이제는 정말로 검성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사장님.”
“이건 너무 심합니다, 사장님.”
찬성이 5네임드를 클리어하고 경매와 함께 파티원들과 시청자들의 찬양을 받고 있을 무렵, D.E사 사장실엔 오늘도 ‘찬성’을 관리하던 직원들이 모여서 사장에게 성토를 하고 있었다.
“나도 솔직히 조금 그렇게 생각했다네. 하하하.”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아니아니, 하지만 그래도 명성이 퍼지면서 홍보 효과도 있지 않은가?”
“검성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지금 전사 계열 모든 클래스 유저들이 난리인 건 안 보이시고요?”
직원들은 각자 모아 온 자료들을 사장에게 내밀었고, 사장은 그것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다들 엄청 화났구먼.’
지금까진 그래도 히든 클래스 ‘검성’의 특수한 시스템인 ‘검성의 경지’를 검성만의 독특한 메커니즘이라 해석하고, 기존 지표가 하위권이라는 이유로 특수한 유저인 찬성의 케이스만을 두고 너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사장이지만…….
‘확실히 여론이 좀 빡세군.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투기장 건 때문인가?’
그래도 근 한두 달간은 조용했는데…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역시 찬성이 다른 유저들에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투기장’ 사건부터였으리라.
거기다가 지금 방송으로 레이드를 돌고 있는데, ‘초행길’이면서 트라이라곤 하나도 없이 1~5네임드까지 싹 쓸어버리는 기염을 토하는 역량.
그래, 그것도 개인의 역량이고, 좋은 아이템의 힘으로 캐리했다고 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직원들로 하여금 여기에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바로 5네임드. 대장군 가르간트의 패턴 중에서 떨어지면 즉사하라고 만들어 놓은 바닥의 창날을 이용해서 죽을 상황에서도 생존한 사건 때문이었다.
“이제 ‘검성의 경지’의 물리 면역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 ‘찬성’이라는 유저는 아이템까지 빵빵해서 마법 방어력, 상태 이상의 저항, 무장 해제까지 다 갖추고 있어서 거의 준무적 상태입니다.”
“기존에 말씀하셨던 지표가 낮다는 말! 유저에 따라 퍼포먼스가 너무 크게 갈리는 만큼! 아예 이번에 ‘검성’ 리메이크를 제안합니다.”
‘으으음… 지당한 말이긴 하군. 역시 내가 뽑은 직원들이야. 후후.’
이상한 자화자찬을 하면서 사장은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사장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의미로는 사장의 위엄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조직의 미래와 게임의 발전을 위해 역으로 회사를 이런 분위기로 만든 것이다.
‘거수기 노릇 하는 직원보다야 만 배 낫지. 게다가 나한테 도전하려는 놈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크흠! 아무튼 이번 의견은 합리적이니 뭐라 부정할 수단이 없군.’
적어도 이 ‘검성 리메이크 및 재설계’ 의견은 거부할 방도가 없는 상황.
그냥 사장의 권위로 찍어 누르기엔 실제 유저들의 불만과 불평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음, 확실히 적절한 논거가 있으니 승낙할 수밖에 없군.”
“그러면 바로 검성 클래스 리메이크 작업에…….”
“그러지. 그런데 문제는… 그 작업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텐데, 그동안은 어떻게 할 건가? 게다가 클래스 재설계 작업을 할 거라면 기왕 하는 거, 문제가 있는 다른 클래스들도 같이해야 할 텐데 말이지.”
“그, 그건…….”
“스킬을 공유해서 클래스의 종류가 많고 평판, 게임 내의 생활까지 고려되어 있기 때문에 재설계를 한다면 여러 클래스들을 같이해야 하는데… 그것도 선정해 와야지 않겠나?”
이것은 다른 게임사들도 일반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기왕 소매 걷고 일하는 김에 방구석만 치우지 않고 방 전체를 치우는 행위 같은… 어차피 검성 클래스 재설계 작업을 할 거니, 다른 문제가 있는 클래스들도 모아서 한 번에 일을 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일단은 간단하게 ‘검성의 경지’를 픽스하고, 그다음 다른 스킬들을 보상하는 조치를 하고 하는 게…….”
“그 조치가 과연 쉽게 해결이 될 것인가? 게다가 다른 스킬들로 보상? 그럼 뭘로 해 줄 건가? 초안은 있나?”
“이, 있긴 있습니다. 보다시피 ‘검성의 경지’의 물리 방어율은 무조건 낮추고, 대신 다른 스킬들의 데미지를 상승하는 방향으로…….”
“그럼 탱커 역할도 할 수 있는 설계를 아주 버린다는 건가? 그러면 검성에 탱커 아이템을 맞춘 유저들은 어떻게 되나?”
“그, 그건…….”
“그렇다고 기본 방어력 및 저항력을 주고, ‘검성의 경지’를 바꿀 셈인가? 그러면 ‘검성’이라는 클래스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럴 수 있는 조정인가? 지금의 검성을 좋아해서 플레이하는 중국, 일본 수십만의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조정을 할 수 있나?”
“으, 으윽…….”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단숨에 접거나 하진 않겠지. 유저들은 웬만해서는 한번 정착한 게임을 잘 떠나지 않으니 말이야. 이건 역사가 증명하지. 예를 들어… 버섯 이야기에서 일어난 ‘보보보 사태’라고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 전설로 내려오는 ‘보보보 사태’. 확률 조작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는 해당 사태는 현금성 아이템의 확률이 조작되었다는 것으로 인해서 게임 업계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고 의심을 품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웃기게도 보통은 망하는 게 당연한 그런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버섯 이야기는 쭉 서비스되었지.”
“그, 그렇습죠.”
“이야기가 조금 샜군. 아무튼 ‘검성’ 클래스의 긴급 조정으로 인해 해당 검성 유저들이 크게 이탈할 거라는 건 생각할 수 없겠지. 게다가 우리 게임은 ‘전직권’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그런 박탈감을 완화시켜 주었고 말이야.”
“그러면 역시 조정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 보게. 이 경우를 말이야. 한 명의 뛰어난 유저의 기량으로 인해서 생긴 일이지. 뭐, 저 즉사 창날에서 살아남은 건 나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인정하네. 그럼 그냥 거기에 ‘마법 데미지’도 즉사급으로 부여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나?”
“물론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만… 하나 그러다가 차후에 또 같은 문제가 생기면…….”
“자자, 진정하고 잘 생각해 보게. 지금 이 경우가 심각한 밸런스 파괴가 일어난 건가?”
“아, 아닙니다.”
“아니면 극단적인 성능 하락으로 인해 일반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해서 해당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대다수의 유저들이 불편함을 겪는 경우인가?”
“이, 일단은 하위권 클래스가 맞습니다.”
높은 퍼포먼스 요구치 때문에 ‘검성 클래스’는 히든임에도 클래스 지표 자체는 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찬성이라는 유저 하나!
“자, 그럼 다시 물어보겠네. ‘검성의 경지’를 핫픽스하기 위해서 임시로 조정한다고 하면 그 대가로 얼마나 버프를 해 줘야겠는가? 쉽게 계산이 되나? 그리고 누굴 기준으로 임시 조정을 할 건가? 한 명의 유저? 아니면 수십만의 유저?”
“어, 그것이…….”
스킬 한 개만 조정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해당 직원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말이 스킬 한 개이지, ‘히든 클래스-검성’의 로망과 설계의 기둥이 되는 스킬인 ‘검성의 경지’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는 해당 직원이었지만 사장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면~ 그냥… 그래, 그 한 명이 보이는 퍼포먼스가 너어무! 꼴 보기 싫어서 그냥 개폐급 쓰레기 클래스로 만드는 방안도 있지. 그런 방안도 있어.”
“그, 그건 무리입니다.”
“그래! 무리지! 수십만이나 하는데! 중국, 일본 유저들의 인기 최고 클래스인데! 당연히 무리지! 심지어 과금액도 커!”
RPG 게임에서 직업을 택할 때 자신의 로망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면 유저 수가 많은 것을 하는 게 정답인 이유였다.
유저 수가 많으면 곧 매출에 영향도 크고, 거기에 밸런싱에 대해서 목소리도 커지는 만큼 게임사에서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그럼 그 유저들을 생각해서 ‘검성의 경지’ 까고! 그들이 만족할 버프로 보상한다고 해 봅세! 그런다고 저 ‘찬성’이라는 유저의 기세가 멈추겠나?”
‘검성의 경지’가 조정되었지만 그 물리 무적 방어 메커니즘을 희생한 대신 (수십만 유저들을 납득시킬) 버프를 받았으니 더 잘 날뛸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러면 아예 그 ‘비검’이라는 것을 막아 버리는 건 어떨는지요.”
“자네, 정신 나갔나? 저것 때문에 지금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강조되어서 이전 세대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어필이 더 강하게 되고 있는데?”
찬성의 ‘비검’은 엄연히 이 D.E사의 이익이 되는 것으로 이전 세대 가상현실 게임과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의 차이를 분명하게 해 주는 요소였다.
“그러니 임시 조정은 무리. 자네들도 납득하지?”
“예.”
“…그렇죠.”
“마, 맞습니다.”
그렇게 사장 자리는 고스톱으로 딴 게 아니라는 듯, 사정없이 논리적으로 직원들을 말로 두들겨 패니 ‘임시 조정안’은 알아서 폐지된다.
물론 때리기만 하는 건 상책이 아니었기에 이제부턴 살살 달래 줘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콘텐츠 설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검성 재설계’는 승인하지. 애초에 나도 저게 문제가 없다곤 생각하지 않네. 다만 그래도 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결하는 게 좋다는 거지.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조정하다간 오히려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야.”
“그러면… ‘검성 재설계’ 작업과 더불어 작업할 클래스들의 데이터를 먼저 모아 오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나.”
그렇게 사장은 ‘검성’ 클래스의 조정을 막는 데 성공했다.
다만 ‘재설계’까지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러 클래스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방향으로 말을 돌려놨기에 실제로 저 ‘검성’ 클래스가 바뀌려면 최소 몇 개월은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