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저, 저건 ‘중장갑 비룡-경천(驚天)’! 검왕이다! 검왕이 오고 있다!”
“점사 때려! 마법 위주로 공격해라!”
“한데 그래 봐야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으로 막을 건데…….”
“일단은 스킬을 빼야 틈이 생기지! 멍청아!”
군마를 비롯한 여러 탈것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찬성의 탈것인 ‘중장갑 비룡-경천(驚天)’. 그의 명성을 알고 있는 ‘도쿄 특구’의 수비 길드인 ‘THE JAPAN 길드’의 길드장 ‘MOGURA’는 길드원들에게 일점사 지시를 내렸다.
“시가전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 골치가 아프다. 상대는 검왕! 메리 왕국에서 주요 4대 길드를 혼자서 쓸어버린 괴물이다! 그러니 다른 게 들어오더라도 놈이 오는 걸 막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검왕이 성벽을 못 넘게 해야 한다는 일념 아래, 길드원들은 ‘중장갑 비룡-경천’을 향해 모든 공격을 집중시키는 ‘MOGURA’의 지시를 따랐다.
“와우…….”
쏟아지는 화살과 마법의 비. 찬성은 그것을 보면서 곧바로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을 쓸까 고민했지만, 오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찬성 님은 그대로 계십시오. ‘구름의 장막’!”
“구구구! ‘수호의 빛’! 이상한 걸로 스킬 빼지 말라고!”
“지지직… 찬성 님은 대장이에요. 그러니 함부로 나서면 안 돼요.”
“아, 예.”
파티원들을 비롯해서 사방에서 방어 스킬이 시전되고 또 일부는 반격하고자 탈것에서 내려서 마법으로 성벽 위를 공격했다.
‘상대 길드장이 너무 성급했네.’
찬성을 열심히 보호 중인 미니멈실버는 상대의 오판에 미소를 지었다.
찬성을 쓰러뜨리기 위해 집중시킨 공격은 역으로 방어하기도 편해서 스킬을 효율적으로 써 가면서 막아 내기 딱 좋았다.
[시스템-‘도쿄 특구’의 성벽이 파괴되었습니다.] [길드][붉은수염이반:자자! 싸게싸게 들어가십쇼! Yohoho! 우리는 계속 쏠 테니!]‘진짜로… 해적 클래스들 공성전에서 이렇게 좋은데, 왜 안 쓰지?’
미니멈실버는 찬성이 메리 왕국을 간다고 안 했으면 세상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하며 무너지는 성문을 바라보았다.
“젠장! 성문! 성문이 무너졌다!”
“시가전 준비해! 원딜러들은 내성으로 가서 2차전 준비! 근딜러와 탱커들은 시가전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부활 포인트에 못 가게 막아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만 버텨! 탈영병 페널티 시간만 벌면 된다!”
“일부 법사는 마법으로 길막도 해!”
“‘검왕’의 위치는 발견 즉시 보고하도록!”
성문이 열리자 ‘THE JAPAN 길드’는 다급히 대응하면서 2차 수성 체제로 변환했다.
시가전과 내성의 부활 포인트가 뚫리지 않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어서 대응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제…….
“삐이이잇! 찬성아! 알지? 버프 시간 끝나면 바로 보급하러 와!”
“네! 갑니다!”
“추적 스킬로 위치를 알면 길드 채팅으로 보고하겠습니다. 바로 가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쿠룩!”
성내에 돌입하자 찬성은 곧바로 본대에서 이탈, 골목으로 사라지면서 시가전 모드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꼭 이렇게 입고 싸워야 하나요?”
출격 전 찬성은 양손에 ‘미완성 건블레이드’를 착용하고 도핑을 마무리하는데… 전략의 일환인지 몰라도 그는 지금 해골 가면에 새까만 롱 코트 형태의 아바타를 껴서 외양을 바꾼 상태였다.
“외양도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요소이고, 적도 찬성 님을 공략하려고 하니까 패션을 바꿔서 혼란을 줘야 해요. 비공개 설정이라 닉네임 보려면 ‘탐지’ 마법 같은 걸 써야 하니까요.”
“쿠룩, 그리고 멋있잖습니까! 가면서 ‘나는 너의 주금이다!’ 하는 거 잊지 말고요! 쿠룩.”
“지지직… 심지어 유명 캐릭터라서 상대가 혼동하기 딱 좋아요.”
“아무튼… 가, 갈게요. 근데 어차피 방송 중인데… 바꾸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은데…….”
“원래 끼던 그 아바타의 무협풍 무복 입고 쌍권총을 쓰는 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악귀까지 한마디를 덧붙이니 찬성은 더 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코스프레 쇼 같은 차림으로 탈것에서 내린 다음 골목으로 빠져나가서 벽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길드 채팅도 보면서 해야 하니까…….’
“히익! 뭐야? 너? 어떻게 벽을? 으악!”
탕탕!
건물과 벽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면서 찬성은 내성으로 향하는 중앙로 주변 건물에서 대기하던 ‘THE JAPAN 길드’ 유저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시스템-‘OMANKODANCE’ 님이 ‘찬성’ 님에게 쓰러졌습니다.] [시스템-‘GANBARE進普’ 님이 ‘찬성’ 님에게 쓰러졌습니다.] [시스템-‘小植茶’ 님이 ‘찬성’ 님에게 쓰러졌습니다.]줄줄이 올라가는 킬 카운트. 그래도 PVP 메인 콘텐츠인 공성전이기에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표시되어 주는 게 일말의 자비였다.
물론 정보라는 게 그렇듯, 꼭 보인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었다.
“버, 벌써 9명째. 검왕의 손에 계, 계속 죽고 있습니다!”
“그러면 검왕의 위치 보고는 왜 안 되는 거야? 심지어 방송도 켜고 있다는데!”
“워낙 기동도 빠르고, 시가지 내라서 풍경으로 위치 파악도 힘듭니다. 여기 탐지 스킬에 찍힌 점 보십시오. 이거!”
미니 맵에 찍힌 ‘붉은 점’이 쭈욱 따라가면서 찍히는 게 아니라, 마치 공간 이동이라도 하듯 슉슉 이동하고 있었다.
“거기에 방송 보면서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그, 보고하는 동안에 위치가 너무 빨리 바뀝니다. 이미 벽 타기가 되는 클래스들로 쫓아가곤 있는데…….”
“대로엔 적의 진영이 발 맞춰서 전진하고 있어서… 아! 그사이에 검왕은 벌써 21킬 중! 이, 이거 판단 어떻게 하죠?”
“내성에서 막을까요? 애들 뒤로 빼서? 저 검왕 하나 때문에 지금 대로 주변 건물에서 견제가 불가능합니다.”
원래는 대로로 진격하는 적을 주변 건물에서 고저 차이를 이용해서 원거리 딜러들이 견제를 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근거리 딜러들이 아래 건물에서 전투를 하는데…….
‘검왕’이 떴다 하면 좌우 두 라인 중 하나는 그냥 박살이 나니 사망자 숫자만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젠장, 내성으로 들어가서 버텨야 하나? 그… 탈영병 페널티, 얼마나 남았다고 하나?”
“1시간 30분 남았다고 합니다. 그나마 빨리 판단해서 빠져나온 덕분에…….”
“젠장! 아… 젠장! 뭐라도 시간 끌 게 없나?”
“용병 길드 더 부르는 게 어떠신지요? 머릿수라도 늘려야지, 저대로 전진하는 거 그냥 두면 진짜로 이 성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웬만한 길드는 다 저기 사쿠라마치가 쓸어 갔잖아? 남아 있어?”
“그, 이미지 때문에 고용하지 않았던 놈들이 있긴 합니다. 그… 있잖습니까? PVP, PK나 척살 전문인 애들 말입니다.”
그들이 떠올린 것은 ‘데블즈 윙’ 같은 악 성향 길드 유저들로 중립 지역에 주로 거주하면서 다른 유저들을 괴롭히고 죽이거나 하는 일을 하는 놈들을 말한다.
알다시피 놈들은 평소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서 이런 ‘THE JAPAN 길드’ 같은 곳이 직접 부르거나 하지 않고 대부분 하청 길드가 알음알음 부르는 정도였다.
“딱히 공성전 특화가 아닌 애들은 오늘은 일 안 하고… 또 가까운 자렌이나 메리 왕국의 유저들 중에서 선이 닿을 수도…….”
“끄으응…….”
“어떻게, 부를깝쇼? 비싼 건 둘째 치고, 저건 막아야지 않겠습니까?”
“검왕에게 현상금도 걸죠. 악귀의 경우를 보셔서 알겠지만, PVP 성애자들 중엔 이름값을 높이고 싶어서 1킬이라도 따려는 놈들 천지입니다.”
명예. 허상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자존감을 올려 줄 수 있는 것. 단적으로 일반인이 게임 솔랭에서 프로게이머를 1킬이라도 따면 평생의 안줏거리로 삼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아예 무리인 일도 아니었다.
‘MOGURA’는 길드원들의 제안에 잠시 고민을 했다.
일단 지원이 오려면 ‘탈영병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벌 방법이 달리 떠오르지 않는 이상 불러야만 했다.
“그래, 비용이든 뭐든 우선 여길 막고 봐야 한다. 일단 불러! 부를 수 있는 대로! 다만 일본 길드 쪽으로 불러라. 해외 길드로 부르면 배반할 수 있으니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지금 선택할 수단이 없기에 ‘MOGURA’는 부하 길드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외부 PK 전문 길드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놈들은 무법자 플레이를 주로 하기에 신용도가 낮고, 선금만 먹고 튈 것 같은 점 때문에 일본계 위주로밖에 섭외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중요한 것은 ‘탈영병 페널티’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근데 왜 대로는 이렇게 빨리 뚫리는 거야? 검왕이 있는 쪽은 둘째 쳐도 우리도 시가전에서 버티는 애들이 있는데! 숫자가 NPC들 포함해도 그리 많지 않은데…….’
대략 공세하는 적들의 숫자는 약 500명. NPC 병력들도 있지만 돈을 아끼려는 듯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반면 이곳을 지키는 ‘THE JAPAN 길드’는 약 900여 명인데, 수성 측이면서도 지금 일방적으로 쭉 밀려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아니, 검왕 쪽에 애들 잔뜩 보냈는데, 왜 밀리는 건데? 심지어 이거 왜 포위망도 구성이 안 되는 거야?”
미니 맵을 보면서 답답해하는 ‘MOGURA’. 그래도 일단 가능한 데까지 ‘찬성’의 전진을 막고자 포위하기 위해 길드원들을 보냈는데, 포위망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고 그곳에 가려고 하는 애들은 자꾸만 비명횡사해 갔다.
그 원인은…….
“Zerashk Gulida(망각이 기다린다).”
“Neraz Gulio(진실이 권위에 우선한다).”
“쉽네, 쉬워. 검왕님이 어그로 다 끌어 주니까 우린 그냥 다 쓱싹하면 되네.”
“그러게 말이죠. 흐흐, 칼에 살고… 칼에 죽는다.”
바로 ‘시공 길드’의 암살자 유저들. 다크템뿌라를 비롯해서 외계인 암살자 아바타를 입은 그들은 몰래 찬성의 뒤를 보조하면서 그가 잘 날뛰도록 다가오는 적들을 처단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었다.
“흐름 형이 뭐래?”
“이대로만 하래. 그리고 덕분에 다른 쪽은 그… ‘데블즈 윙’ 떨거지들이랑 깐프네 애들이 저격 포인트 다 먹어 간대…….”
“깐프… 그 칭호, 우리끼린 상관없는데 걔네 길드 앞에선 말하지 마라. 은근히 민감하더라.”
그리고 이들이 찬성의 후방을 책임지면서 적들을 쓸고 나가면 이제 그 위치에는 ‘자유기사’가 길드장으로 있는 ‘엘프 산림청’ 길드원들이 자리를 잡고 저격을 통해서 후방을 든든히 하고,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운이 좋군. 쏘는 맛이 있어.”
“진짜 여기 붙길 잘했네요. 이거 그냥 거저먹기네. ‘더블 스트레이핑’!”
“싹 쓸어버리고 안전하게 자리 잡으니 저격할 맛이 나네요.”
“대로로 오는 놈들 다 잘라.”
‘엘프 산림청’ 길드라는 이름답게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활과 총을 비롯한 원거리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데 도가 트인 이들이었다.
[길드][자유기사:여기는 자유기사. 지정된 포인트에 자리 잡았고, 대충… 저격으로 7명 잡았다고 알림. 길드원들도 지속적으로 사격 중…….] [길드][미니멈실버:생각 이상으로 잘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엘븐 나이트라서 활을 쓸 수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명중 보정 없이 어떻게 저격을 맞힌 거예요?]‘포레스트 레인저’ 같은 활 전용 클래스면 몰라도 ‘엘븐 나이트’는 활을 쓸 수 있어도 조준 보정 같은 게 없는데, 귀신같이 저격으로 잘 맞히는 ‘자유기사’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길드][자유기사:아, 그건 문제없는 게… 저, 현실에서도 활 조금 쏩니다.] [길드][미니멈실버:뭐 했기에…….] [길드][자유기사:고등학생 때 양궁 선수였습니다. 전국체전에서 5위 했었죠. 메달권이 아니라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길드][용철:껄껄껄, 여기도 괴물이 하나 있었구먼! 껄껄껄.]말이 5위지, 올림픽 양궁보다 더 치열한 전국체전 양궁에서 5위면 충분히 탈인간 클래스가 맞았다.
게다가 그의 길드와 인맥은 자연스럽게 양궁 선출, 선수 지망이었던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현실과 일체된 가상현실 게임에서 이들의 활 저격 실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진짜 찬성이는 무슨 제왕의 DNA라도 타고난 건가? 본인이 잘난 것도 잘난 건데… 모여든 사람들이 참…….’
찬성의 행적에 따라 모인 사람들이 너무 유능하고, 숨은 면모가 있어서 기가 찰 지경인 미니멈실버. 아무튼 이런 인재들 덕분에 소수였지만 공성전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시스템-‘암흙기사’ 님이 ‘抹殺Dead’ 님에게 쓰러졌습니다.]“음?”
[시스템-‘암흙귀사’ 님이 ‘滅殺Cross’ 님에게 쓰러졌습니다.]“무슨 일이 생긴 거지?”
갑자기 찬성의 뒤를 봐주는 ‘시공 길드’의 암살자들이 쓰러진다는 메시지에 미니멈실버는 다급히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滅殺(멸살)’이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는 닉네임에 그녀는 불길함을 느끼게 되는데…….
“음? 이건… 그놈들인가?”
같이 대로를 돌파 중인 악귀가 그것을 보고 다급히 그녀에게 정보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