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이야아… 세상에…….”
“쿠룩,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팔을 어떻게 베어 낸 거지? 데미지 로그는 평타 데미지가 들어간 걸로 나오는데…….”
“그거… 흡! 수호병의 팔 부분 갑옷이… 장갑과 팔뚝 갑주가 분리되어 있는 거라서! 팔목 내려칠 때 장갑 손목 부위 틈새가 벌어지기에 거기에 검날을 갖다 대니까 알아서 잘렸… 흡! 어요!”
제국군 병사들과 전투를 이어 나가면서도 의아해하는 두 사람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는 찬성이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거의 초인적인 동체 시력과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기예였다.
“…….”
“…….”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전혀 해명이 안 된 얼굴로 서로를 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아이템을 줍고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치열하게 싸운 지 약 40분여가 지났을까?
“후우~ 이걸로… 끝인가요?”
기어이 찬성은 몰려오는 모든 병사들을 처리하고는 심호흡을 하며 두 사람을 돌아봤다.
게임이라서 시체는 금방 사라졌지만, 바닥에 수북이 쌓인 각종 잡템들이 찬성이 모두 쓰러뜨린 것임을 증명했다.
잡템들을 정리하던 두 사람은 여전히 기가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걸 한 번도 교대 안 하고, 혼자 다 잡아 버리네. 이게 사람인가, 괴수인가? 읏챠… 정리 끝. 거기는 다 정리했냐?”
“쿠룩, 그래. 희귀 아이템 2개 떴고, 나머지는 제국군 장비 및 병사 표식, 기타 잡템… 오, 제국군 전투 식량도 있군.”
“아, 죄송해요. 또 혼자서만 너무 즐겨 버려서……. 이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너무 집중해 버리는지라.”
자신도 모르게 혼자 다 잡아 버린 것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사죄하는 찬성이었다. 전략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에 미안함을 느낀 것이었다.
“몬스터 잡는 거야 편하고 좋았습니다. 다만 파티 플레이고 하니 공략에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조금은 정신 챙기고 소통해 주세요.”
“옙!”
‘뉴비는 보통 사고 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 잡았다고 사과하는 뉴비라니……. 이건 또 뭔 기가 막힌 일이래.’
보통 뉴비가 사과하는 패턴이라면 역시 공략을 숙지하지 않아서 던전 공략 중 실수했을 때다.
그런데 찬성은 혼자 다 해 버렸다고 사과를 하다니…….
아무튼 셋은 같이 아이템 정리하면서 배분을 시작했다.
“에, 희귀 아이템은 2개인데… ‘(희귀)하급 베른카 제국제 경갑’이랑 ‘(희귀)하급 베른카 제국제 방패’입니다. 심지어 세트 아이템이고, 옵션은 추가 힘이랑 상태 이상 내성이네요. 운이 좋은걸요? 아직 보스도 안 잡았는데 일반 몹에서 희귀 템이라니……. 일단 방패는 저밖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먹겠습니다. 경갑은 찬성 님 바로 입으세요.”
“저기… 너무 저만 먹는 거 아닌가요? 저번에 고블린 벨트도 제가 받았는데, 근손실 님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쿠룩, 아뇨. 저는 이미 더 좋은 게 있어서… 굳이 필요 없습니다. 쿠룩.”
“그러면 건강 님이 경갑을 드시는 건……?”
“아뇨. 저는 방어력이 중요해서 경갑은 좀……. 그러니 그냥 입으세요. 아, 그리고 노멀 템들도 바꾸세요. 노멀 템도 결국 상위 레벨 것을 착용하는 게 조금이라도 더 좋으니까요.”
“아, 예!”
찬성은 (희귀)하급 베른카 제국제 경갑을 받아 곧바로 착용했다. 그 외에도 (일반)손상된 베른카 제국제 장갑, (일반)손상된 베른카 제국제 신발, (일반)손상된 베른카 제국제 투구로 교체하여 방어력을 상승시켰다.
“어라? 저 투구를 썼는데… 왜 머리에 아무것도 안 쓴 것 같죠?”
“쿠룩, 설정이 아바타 우선으로 되어 있나 보네요. 쿠룩. 장비도 드러나게 옵션을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쿠룩.”
“아, 그럼 그냥 이대로 둘래요. 투구는 불편할 것 같아요.”
세 사람은 지하 감옥을 올라와서 마침내 본격적으로 습격 요새로 진입했다.
이 던전에 있는 모든 제국군들을 찬성이 몰아서 쓰러뜨려서인지 내부는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와, 분위기 쩐다.’
타국에 지은 요새라고 하기엔 구조라든가 석재가 튼튼하게 지어진 걸로 봐서는 이것도 옛 유적을 개조한 것으로 보였다.
“조용하니까 뭔가… 이상하네요.”
“다 몰아서 잡았으니까요. 아무튼 편하게 보스 방으로 가야 하는데… 긴장을 늦추지 마십시오.”
“예? 하지만 다 몰아 잡았… 엑? …으아아악!”
덜컹!
순간, ‘다 몰아 잡았잖아요.’라고 말하려던 찬성의 발밑이 푹 꺼져 버렸다. 그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으나, 즉시 정신을 차리고 검을 뽑아 벽에 찔러 넣어서 버텨 냈다.
“휴우우~ 이건… 함정?”
“와, 이걸 안 떨어지네. 이래서 여기 도적이나 레인저 필수고, 안 구하는 뉴비 파티는 무조건 몇 명씩 죽어서 난리 난다던데…….”
“쿠룩. 밧줄입니다. 찬성 님, 잡으세요.”
다행히도 근손실보험이 내려 준 밧줄을 잡고서 빠르게 올라오는 찬성이었다.
그러곤 자신이 떨어진 곳을 내려다보았다. 아래에 섬뜩한 창날이 서 있는 것을 보며 떨어졌으면 분명히 여기서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요. 후아~ 저기에 빠지면 얼마나 아플지.”
“뭐, 통각엔 리미터가 걸려 있으니… 아마 떨어져도 살짝 떨어진 정도나 긁힌 느낌밖에 안 들 겁니다. 지금도 어떤 놈들은 그걸 풀고 리얼리티도 올려야 한다면서 목에 핏대 올리면서 난리지만요.”
“쿠룩, 테스트 서버에서 검토하니까 곧바로 의견이 달라졌지만요. 쿠쿠쿠, 게임은 게임다워야죠. 양산형 겜판소를 너무 봤어. 아프면서 게임하면 뭐가 좋아? 쿠룩쿠룩.”
“아하~”
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며 찬성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세상엔 참 신기한 일도 많구나 싶은 그였다.
“쿠룩, 아무튼 우리는 레인저나 도적이 없어서 이런 함정이 있는데도 감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또 나올 겁니다. 쿠룩. 망할 D.E사 같으니… 쿠룩! 어떻게 던전의 함정을 랜덤 인카운터로 만들 수가 있는 건지…….”
찬성을 제외한 두 사람은 살짝 짜증 난다는 듯 투덜거리며 조용한 요새 속을 걸었다.
이 둘은 사전에 계획을 짜 두고 게임에 입문했고, 주요 거쳐야 할 던전의 공략은 대부분 머릿속에 숙지한 상태다.
그렇기에 던전 내 함정의 위치에 대한 자료가 있었으면 분명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말한 대로 모든 던전의 함정 기믹은 ‘랜덤 인카운터’ 형식, 즉 무작위로 생성되고 사라지는 형태였다.
“즉, 초기화된 다음에 돌 때는 함정 위치가 변한다는 거죠?”
“예. 진짜 D.E사 디렉터 놈… 던전을 일처럼 돌지 않게 하겠다고 한 게 이런 의미일 줄이야.”
“물론… 쿠룩, 장점도 있습니다. 쿠룩. 매크로 유저나 작업장들이 보통… 쿠룩, 던전에서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해 두면 쿠룩! 재주를 부릴 수 없지요.”
“아니, 애초에 이 게임은 생체 인증이 안 되면 안 돌아간다고. 하지만 문제는 역시… 중국 놈들이 머릿수로 게임 속에서 작업을 해 대는 거지만~ 어어어어!”
“읏챠!”
“오우! 센스!”
이번엔 전국건강협회가 함정을 밟고 그대로 떨어질 뻔했고, 찬성이 빠른 속도로 반응해서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중갑에 방패와 창까지 무거운 무장을 장비하고 있는 전국건강협회라면 대처할 새도 없이 떨어져야 정상이었다. 게다가 비슷한 10레벨 초반대의 스테이터스로는 구하지 못하는 게 맞았지만, 찬성은 3차 클래스+급이라 할 수 있는 검성이었기에 그의 무게를 버텨 내고 잡아당길 수 있었다.
“읏챠! 휴우~ 다행이다.”
“쿠룩, 몹 사냥보다 이거 헤쳐 나가는 게 문제구먼. 쿠룩쿠룩.”
“다음부터 돌 때는 레인저나 도적 계열 하나 받을까요? 이거 함정이 걸리적거려서 시간 더럽게 소모하네요.”
바닥으로 빠지는 것 외에도 천장에서 화살이 떨어지거나, 뜬금없이 폭발이 일어나거나 하는 등등…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온갖 함정들이 다 튀어나와서 찬성 일행의 앞길을 막았다.
“으악! 또! 아니, 이 정도면 이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생활도 못하는 거 아닌가요?”
“쿠룩, 그게 침입을 들키면… 쿠룩, 제국군 병사들이 내부의 함정들을 작동시킨다는 설정이랍니다. 쿠룩.”
“메커니즘은 뭐… ‘고대 유적인 곳이었습니다.’라고 때우고 말이죠. 엄청 편의주의죠! 젠장! 아, 저기 드디어 보스가 보이네요.”
[Lv.14 습격 요새 행정 보급관 막시밀리언(보스 몬스터)]보유 스킬:가혹한 작업 지시, 궁극의 탐지 능력(베른카 제국군), 짬타이거 소환
드디어 지하 감옥에서 올라와 요새 복도를 지나 1층 중심에 도달하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보스 몬스터가 보였다. 보스 몬스터는 역시나 제국군 요새였기에 인간형이었다.
그 커다란 제국군 수호병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큰 키와 체격에다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하고 투구까지 쓴 타입. 행정 보급관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등에 멘 무기는 기괴하게도 삽이었다.
“D.E사 놈들… 이러나저러나 역시 한국 놈들이 맞네. 무슨 행정 보급관이 보스야? 으으으윽…….”
“쿠룩, 행보관이면 보스가 맞지. 쿠룩. 스킬 이름 걸작이네. 쿠룩쿠룩쿠룩.”
“……?”
미필이자 대한민국 군대에 대해서 일절 지식이 없는 찬성과 달리 갓 제대한 두 사람은 행보관의 스킬 명에 적힌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살짝 웃고 난 다음 전국건강협회는 곧바로 브리핑에 들어갔다.
“자자, 대강 설명 들어갑니다. 저 행보관은 이 요새 보스 둘 중 하나입니다. 무기는 보는 대로 저 거대한 삽, 데미지는 무시무시합니다. 그 외에는…….”
“이놈들! 하라는 작업은 안 하고… 아니, 너희는 누구야? 침입자인가?”
쿠웅! 쿠웅!
한창 브리핑 중 행정 보급관 막시밀리언이 멀리 떨어진 찬성 일행 쪽을 바라보더니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래 보스 몬스터라는 건 자기 영역에 들어오지 않으면 감지하지 않고 멀찍이 서 있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행정 보급관 막시밀리언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뭐야? 뭐 했어요?”
“아뇨. 전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요?”
“쿠룩? 뭐지? 여기는 분명 안전한 거리일 텐… 아! 맞다! 찬성 님 아바타!”
[(노멀)아바타:베른카 제국군 군복(병사용)]옵션:입으면 당신의 정체를 감추어 베른카 제국군 세력의 병사들과 중립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부사관 및 장교급’ 이상에겐 정체를 숨길 수 없습니다.
“이제 귀하는 자랑스러운 베른카 제국군의 일원이다! 그 의무를 다하라!”
“쿠룩! 맞아! 행정 보급관에겐 정체를 감출 수 없었지. 아니지? 잠깐만, 적용이 안 되면… 무효 아닌가? 쿠룩? 그러면 우리와 다름없는 상태인데? 쿠룩?”
“이거 딱 봐도 저 보급관의 스킬인 궁극의 탐지 능력(베른카 제국군)엔 걸리는 거야. 그러니까 보급관에게 정체를 감출 순 없지만 제국군 군복에 묻어 있는 짬 냄새는! 저 탐지 능력의 판정은 먹힌다는 거지! 아! 더럽네! 하지만 리얼해! 젠장! 일단 제가 나서겠습니다!”
“예!”
“쿠룩, 하여간… 게임 참!”
과거부터 지금까지 은근히 많이 일어나는 게임 속 판정과 효과의 꼬임!
세 사람은 결국 미리 브리핑도 못하고, 다가오는 보스 몬스터 Lv.14 습격 요새 행정 보급관 막시밀리언을 상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