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이제야 사람을 알아보는군.”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여기 앉으십시오.”
“그러지.”
아사쿠라는 매우 당당하게 ‘萬千花’가 가리킨 곳에 앉았다.
그리고 뒤를 따르던 ‘天衣無縫’은 웃으면서 마치 그의 수행원인 양 뒤에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 그래서 저희 길드엔 어쩐 일로…….”
“‘검왕’과 싸우려고 한다.”
“그, 그러시군요. 그래서 저희 길드에 가입을 원하시는 건지요?”
끄덕.
아사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萬千花’는 이 사내가 사회성이 없는 것에 당혹스러웠지만 간신히 잡은 희망 한 줄기인 만큼 제대로 대화해 보고자 했다.
“그 비검은 어떻게 익히신 건지요?”
“난 ‘검왕’의 사제다. 같은 사문의 일원이니 사용하는 게 이상하지 않지.”
“과, 과연, 이해했습니다. 잠깐, 그러면 검왕의 아군이라는 건데… 저희 쪽에 합류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게…….”
“같은 사문이라 할지라도 서로 사이가 좋다는 법은 없지. 그리고 오히려 게임 속이니 마음껏 우위를 가려 볼 수가 있지.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일 일은 없다. 더구나 난 순수 일본인이지.”
“으으음…….”
아사쿠라의 말하는 태도나 눈빛은 일절 흔들림이 없었다.
의심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萬千花’로서는 이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었는데, 자칫 잘못 거부했다가 상대 쪽에 검왕이 둘이 되는 광경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내부에 스파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지만, 그걸로 치부하기엔 내 사정이 너무 불안하다.’
반면 ‘검왕’에 비견될 검사가 자신 쪽에 들어와 준 것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아사쿠라에게 악수를 건네는 ‘萬千花’였다.
***
며칠 뒤…….
‘백야’의 땅으로 향하는 모험은 비행 탈것을 타고 주요 영지나 영토를 피하면서 편하게 이동했지만, 역시 게임사는 유저들이 편하게 무언가 하는 걸 원하지 않는 건지 난관에 부딪힌 것이었다.
베른카 제국 북부, 비룡 산맥.
[Lv.65 정예 비룡 산맥 검은 비룡] [Lv.65 정예 비룡 산맥 붉은 비룡]끼에에에에에! 끄오오오오!
‘백야’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좌표로 향하는 길. 거대한 산맥이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를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 거대한 산맥의 상공에서는 수많은 비룡들이 오가면서 서로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곳으로 비행해서 넘어가려면 산을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대로 그란 왕국에 있는 거점으로 돌아갈 것이 뻔했기에 두 사람은 이번엔 지상으로 가야만 했다.
“음, 산을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무작정 들어가면 안 되겠죠?”
“저희 위치도 자세히 모르는데… 무작정 ‘백야’ 좌표로 직진할 순 없으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제국 마을에 들어갈 수밖에 없겠네요.”
“갈 수 있나요?”
“그… 고고학에서 ‘베른카 제국어’도 배울 수 있어서 배워 왔어요.”
그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전문 기술:고고학’을 상승시키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찬성은 다행히 제국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일단 길이나 작은 마을을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지도도 사야 하고…….”
“네. 다만 조심해야 하고 말이죠.”
“그렇죠.”
끄덕.
며칠이나 걸려서 날아온 곳이다.
잘못해서 죽으면 얄짤없이 다시 그란 왕국의 앱솔 영지에서 부활하게 된다.
그러니 절대 실패하지 말고 조용히 마을에서 지도만 사 가지고 길만 확인해야 했다.
“저쪽에 연기가 보이네요.”
“아! 이러니까 진짜 탐험하는 기분이네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연기가 올라오는 곳을 발견하자, 둘은 지상 탈것을 타고 부리나케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한적한 길 위에 서 있는 작은 2층짜리 여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말을 매어 두는 마구간엔 메마른 나귀가 한 마리, 작은 수레가 매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실례합니다?”
제국어를 할 줄 아는 찬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자, 나무 그릇을 닦던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이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옵쇼. ‘용의 아가리 여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라? 못 보던 손님이로군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요?”
“저 산의 지도를 혹시 살 수 있는지요?”
“아하! 비룡 산맥으로 가시는군요. 하하, 용을 잡아서 용맹을 증명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용의 알을 탈취하러?”
비룡 산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아주 없진 않은지 여관 주인장은 천연덕스럽게 말하면서 뒤에 매달린 찬장에서 무언가를 부스럭거리며 찾았다.
예상보다 경계도 하지 않고, 게다가 산으로 가는 모험가나 용병들이 자주 있던 것 같은지라 전혀 수상쩍게 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찬성은 그 푸근하고 친근한 분위기에 이끌려서 자기도 모르게 대화에 어울려 주는데…….
“산맥 너머로 가려고 하는데요?”
“어어엉? 어이쿠! 사, 산맥 너머? 미쳤수? 거긴 뭐 하러 간디야?”
“백야 보러요!”
“그게 뭐랍니까?”
“밤에도 밝은 거예요!”
옆에 있던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제국어’를 못해서 여관 주인의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찬성의 말은 알아들었기에 저 지리멸렬한 이야기의 문맥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참 이상한 양반들이구먼. 산맥 너머로 간다니… 간 사람들 모두 소식이 끊겼는데. 거, 지금이라도 갈 생각을 접는 게 좋을 거요. 자, 여기 산맥 지도 금화 1개요.”
“예, 여기요.”
“아무튼 가는 길 조심하십쇼. 원래도 위험한 비룡 산맥이지만… 거길 넘으려면 각종 거룡(巨龍)과 마룡(魔龍)들의 영역을 지나가야 하니 말이죠.”
“거룡과 마룡…….”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름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호승심을 자극하는 호칭으로, 찬성은 눈을 반짝이는데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목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그의 손을 잡고 끌고 나왔다.
“비전 익혀야죠, 찬성 님. 우리는 저 산맥에서 용을 잡는 게 아니라, 비전 4식을 배우러 온 거잖아요.”
“아, 맞다. 그렇죠.”
“게다가 저기 비룡들 레벨을 보면 알겠지만, 거룡이나 마룡들은 지금 우리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라 나중에 여기 콘텐츠가 개방되고 만렙 상향이 되어야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에요.”
“으으으음…….”
자못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찬성. 하지만 이건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의견이 매우 옳았다.
게임이라는 형식을 갖춘 이상 레벨과 스테이터스라는 법칙을 벗어나지 못할 거고, 지금 하지 말라는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지도 보고 산을 돌파하는 것만 해도 위험한 일이니까요.”
“용들의 영역이 관건이긴 하네요. 으으음… 어라, 이건…….”
그렇게 산맥을 넘어갈 생각을 하며 지도를 보던 중, 찬성은 어느 산 중턱쯤에 거점 같은 것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
특이하게도 그 거점은 텐트로 표시되어 있고 동시에 칼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찬성은 급히 여관으로 들어가서 주인장에게 물었다.
“저기, 여기 이 거점은 뭐죠?”
“어? 거기 말입니까? 모르겠수다. 이 지도라는 게… 모험가, 약초꾼, 밀렵꾼, 레인저들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거라서… 일단은 표시할 수 있는 건 다 표시한 거라.”
원시적인 지도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찬성은 그것을 보고 그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대강 눈치를 챘다.
‘이거 ‘검의 사원’일 가능성이 높아!’
검사와 검성들의 터전. 그란 왕국, 메리 왕국에도 여러 곳이 있었으니 당연히 제국에도 ‘검성’들이 사는 ‘검의 사원’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여기로 우선 가 보죠! ‘검의 사원’! 여기라면 무조건 단서가 있을 거예요.”
“이상할 정도로 떡밥을 쉽게 찾게 되었네요. 이상하네. 4식 정도의 비전이라면 쉽게 알려 주지 않을 텐데…….”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의구심을 표했지만 어쨌든 ‘검성’ 클래스와 관련된 단서였기에 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하여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비룡 산맥 안에 있는 ‘검의 사원’에 가기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행로 표시된 건 너무 좋네요.”
“그래도 야생 몬스터 같은 게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일단 주욱 올라가서… 아! 나왔다!”
[Lv.55 비룡 산맥 칼날 멧돼지]비룡을 비롯해서 거룡과 마룡까지 사는 산맥이다 보니 몬스터들은 대형 야수들이 주로 살았다.
현실에서도 난폭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멧돼지가 높이 4~5미터짜리 나무를 무너뜨리며 달려오는 게 무시무시했지만…….
“제가 앞을 막을게요. ‘액티브-소환:강철 신의 사도-알파(α)(1성)’!”
“목을 따면 한 방이 안 나오려나?”
꾸이이이이이익!
대형 몬스터고 무시무시한 돌진의 충격 위력과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순수 물리 데미지인 이상 찬성의 ‘검성의 경지’를 넘지 못했고, 이어서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소환한 ‘강철 신의 사도’ 앞에 붙잡혀서 금세 무력화되었다.
“근데 야수형이라서 그런가, 맷집 하나는 엄청나네요.”
“그러게요. 많이 몰리면 꽤 힘들겠어요.”
“그 부분은 조심해야죠.”
끄덕.
찬성은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에 동의하면서 계속해서 산을 올랐고, 약 2시간 동안 몬스터들을 처리하며 산을 오르고 오른 결과 드디어 지도에 위치한 ‘검의 사원’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달했다.
“오… 맞아요. 여기 검의 사원이에요!”
곧바로 찬성의 시야에 ‘검의 무덤’들이 보였고, 그것을 통해 이곳이 ‘검의 사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나 이상할 정도로 ‘검의 무덤’과 ‘검의 사원’은 고요했는데, 우선 찬성은 검에 손을 올린 채로 여기저기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없나? 인기척이나 사람의 흔적도 없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찬성은 ‘검의 무덤’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검의 사원’을 발견, 계속해서 뒤져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수련 도구나 흔적을 보니까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것 같네. 아무튼 이제 남은 건… 저기 동굴뿐인가?’
‘검의 사원’의 주인, ‘사원의 후계자’가 사용하는 동굴을 찾아가 보는 찬성. 그런데 가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건 해골이랑 뼈다귀? 그럼 설마?”
동굴 안에 있는 간이침대엔 정갈하게 옷을 입고 누워 있는 인간의 해골이 있었다.
옆에는 그 검성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까지. 찬성은 딱 봐도 이건 이 ‘검성’이 ‘사원의 후계자’로서 누운 채로 생을 마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검은…….”
찬성은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주인을 잃은 검에 호기심을 느껴서 손을 대려고 하는데, 그 순간 누워 있던 해골의 손이 번쩍 들리면서 찬성의 손을 붙잡았다.
[얀마! 감히 누가 멋대로 ‘검성’의 검을 만지냐?]“어라?”
벌떡 일어난 해골은 눈에서 푸른 안광을 뿜어내었고, 찬성은 어리둥절해하며 그 해골과 검을 둘러보더니 손을 떼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