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어서 나와라! 비겁한 녀석!]‘…일단 그래도 한 합에 죽진 않아. 검을 맞대도 세 번까지 버티고, 네 번째에 죽는다. 고로 삼 합 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건가?’
검을 휘둘러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 ‘검성(劍星)’은 성질을 내면서 찬성에게 어서 ‘월광’을 해제하라고 했지만, 찬성은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해 이길 방안을 떠올렸다.
‘저런 상태가 되어도 게임이니까… 쓰러뜨릴 수 있다는 걸 거야.’
게임에는 강제 패배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찬성은 끝없이 이길 방안을 강구했다.
지금 한계점은 ‘비검-육성파’. 마음 같아선 ‘비검-칠성운’을 써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기기가 망가지기에 그럴 수 없었다.
‘어쩐다? 흐으으음…….’
그야말로 난관. 하나 찬성은 웃음을 잃지 않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장벽이야말로 자신을 더욱 단련시키고,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게 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설사 실패하더라도 여긴 게임. 웃으면서 다음을 바라보면 된다.
그렇기에 찬성은 ‘월광’이 풀림과 동시에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 먼저 ‘허무의 왕관’의 액티브 효과인 ‘허무의 형상’을 사용했다.
[허무의 형상(사용 시 15초 동안 받는 모든 피해를 50퍼센트 감소시킨다.)]챙!
[시스템-‘검성(劍星)’의 공격을 방어하여 411의 데미지(경감 없음)를 받았습니다.]‘50퍼센트 감소해도… 한계 데미지네. 그러면!’
결국 최대 생명력으로 채워도 4합, 아니… 이제 3합. 7성 이상은 기계의 문제로 쓰지 못한다는 한계.
하지만 한계라는 것은 도전하기 위해! 그리고 넘어서기 위해 있는 법! 찬성은 눈을 빛내면서 6성 이내에서 할 수 있는 수를 펼치기로 했다.
“‘은하검법 3식-항성’!”
[무슨 뻔한 수를! 크윽!]검격을 스쳐 맞으면서 공격을 찔러 넣는 항성.
어차피 맞으나 안 맞으나 ‘허무의 왕관’으로 데미지량은 30퍼센트 제약. 그러니 그냥 검을 부딪칠 생각을 안 하면 그만이다!
이걸로 한 수!
“‘은하검법 4식-백야’!”
[거기서… 백야라고? 큭! ‘은하검법 1식-샛별’!]‘역시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상태 이상 저항이나 면역 같은 게 있다곤 안 했으니!’
백야에 당해서 떠올랐지만 ‘검성(劍星)’은 반격하면서 또다시 30퍼센트의 생명력을 소모시켰다.
이제 찬성의 남은 생명력은 10퍼센트, 이게 마지막 공격의 찬스.
“하아아아아… ‘비검-육성파’.”
본래 서른여섯의 검광을 물결처럼 사방으로 펼치는 찬성의 ‘비검-육성파’.
하나 본래대로 사용하면 서른여섯의 검광은커녕 첫 검광만이라도 상대의 검에 부딪치는 순간 지금 10퍼센트 남은 자신의 목숨이 사라지게 된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서른여섯의 검로를 틀어서 하나의 궤적으로 모은다.
마치 찬성의 몸의 잔상이 하나로 뭉치는 것처럼 모여 ‘검성(劍星)’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비검-육성파 개변(六星破 改變)]이 정도면 서른여섯이지만 하나의 검(一劍)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아주 찰나의 틈의 간격만 있고, 거의 동시에 한 곳을 베는 기예를 보인 찬성이었다.
“하아아아… 하아아…….”
그냥 사용해도 육체에 부담이 큰 비검인데, 정해지지 않은 방향으로 바꿔 버렸으니 몸에 무리가 가는 게 정상이었다.
만약 이게 현실의 육체였다면 필시 며칠은 침대 신세를 져야 했을 중상이었을 것이다.
“하아아… 하아아아아…….”
찬성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금방이라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탈력감에 검을 지팡이 삼아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그 공격을 받고 착지한 ‘검성(劍星)’은 공격해 오지 않고 가만히 서서 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아주 놀라게 만드는군. 아주… 상당히 아팠다. 날 여기까지 몰아치다니…….]“하하…….”
[하나 날 쓰러뜨리기엔 무리지.]놀랄 정도로 뛰어난 비검을 선보이긴 했지만 결국 이 ‘검성(劍星)’은 강제 패배 이벤트용 NPC. 그래서 애초부터 죽지 않는 설정이었던 것이다.
[하나 이 고통과 상처를 통해서 조금은 눈이 뜨이는군.]그러곤 검을 집어넣고, 빛나던 전신의 빛이 사라져 다시 해골 인간 상태인 ‘죽지 못하는 검성’으로 돌아온 그는 처연히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대로 주저앉아 찬성을 향해 말했다.
[그동안 나는 더 높은 경지를 위해서 죽음을 거부하고, 다른 ‘검성’을 부르기 위해 제국과 협력해서 각종 부정한 일을 저질렀지. 한데 그 이면에는… 내 오만이 자리 잡고 있었어.]“오… 만?”
[그래. 더 높은 경지라면서, 시간제한 없이 죽음을 거부하고 단련했다면서 내심은 그저 ‘최고의 검성’이라고 끝없이 자부할 뿐이었지.]“아, 뭔지 이해가 가요. 저도 옛날에 그랬었거든요.”
[그래. 근데 오늘 진짜 재능과 경지를 갖춘 자에게 이렇게 흠씬 맞아 보니 눈이 확 뜨이더군. 내… 어리석음에 대해 말이야.]스스로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던 길이 사실은 그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죽지 못하는 검성’은 깊은 허무함을 느꼈다.
자신은 열심히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발악하는 줄 알았는데, 그저 올라가려는 자들을 가로막는 장벽에 지나지 않았던 것. 그동안은 상대해 온 적들이 자신의 이런 생각에 균열을 낼 만큼 강하지 않았기에 죽음으로써 그들을 제압했었지만…….
[덕분에 이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던 해골에 금이 좀 갔고, 정신이 들었다.]“…언데드 개그?”
[백 년 넘게 헛다리만 짚고 있었군. 참 허망하군.]허무하다는 듯 동굴 천장을 올려다보는 ‘죽지 못하는 검성’. 찬성은 ‘이게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의아해하면서 일단 지켜보기만 하던 찰나, 뒤에서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다… 끝난 거죠?”
“네, 일단은……. 근데 이거 뭔가 미적지근한 느낌이네요.”
“아마 이게 본래는 ‘강제 패배’ 전투 같은 거일 거예요. 솔직히 찬성 님이라서 아까 그… 뭐지? 그…….”
“‘결코 지지 않는 백야(白夜)’요?”
“네, 그거요. ‘검성의 경지’로 막을 수 없고, 찬성 님에 맞먹는 움직임. 게다가 ‘허무의 왕관’에 ‘허무의 형상’까지 써도 한계 데미지에 걸렸잖아요? 그렇다는 건… 찬성 님급으로 아이템, 피지컬이 안 되면 ‘일격살 확정’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왜 강제 패배시키는 거예요?”
“그, 그런 스토리도 있는 거예요. 그, 있잖아요. 영화에서도 보면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겪고 극복하는 스토리 같은 거 말이에요.”
“아아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설명을 듣고서야 찬성은 이 퀘스트가 ‘강제 패배 퀘스트’라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그러면 저건 지금… 어떻게 된 건가요? 버그라도 난 건가요?”
“아뇨. 지금은… 진행이 되는 것 같은데요? 아마… D.E사가 그래도 불가능에 도전한 유저들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것 같아요.”
‘강제 패배 이벤트’라곤 해도 그 진상을 알기 전까지는 누군가는 도전을 계속할 것이고, 찬성급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이템이 좋거나 레벨이 높은 유저가 와서 유효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그래서 저 이벤트가 뜬 걸 거예요.”
“아아~ 근데 지금 가만히 있는데…….”
“그, 한번 다가가서 다시 말 걸어 보세요.”
“네.”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심스럽게 ‘죽지 못하는 검성’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거의 손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찬성이 다가오자 ‘죽지 못하는 검성’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냐? 비웃으러 온 거냐?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사도(邪道)의 길을 걸은 놈이… 결국 제자리걸음이나 한 꼴을 보여 줬으니 말이야.]“아뇨. 딱히 그런 건…….”
[정말 나 자신이 부끄럽군. 부끄러워. 살아 있는 후배에게 이런 모습을… 크윽! 다른 건 몰라도 ‘검’ 하나만큼은 내 자부심이자 영혼이었는데, 그게 더렵혀졌으니 정말… 정말 부끄럽군. 내가! 내가 술자리에서 알몸으로 춤을 춰도 이 정도로 부끄럽진 않을 거야!]달그락! 달그락!
모든 도덕과 명분을 납득시켜 주던 ‘검’에 대한 자부심이 깨지니 ‘죽지 못하는 검성’은 온몸을 비틀고, 자신의 몸의 뼈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자괴감에 몸서리쳤다.
그 마음을 찬성은 내심 이해할 것 같았다.
‘검’은 검사의 영혼, 검술은 그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며 검사에게 있어 삶의 모든 것이다.
다른 모든 걸 더럽히더라도 그것만큼은 순수하게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감당해 왔는데, 모든 게 뒤집어지니 그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검성 전용 퀘스트(히든):죽지 못하는 자의 부탁(히든 루트)]당신은 ‘죽지 못하는 검성’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하나 터무니없이 강한 그에게 정신이 들 만큼 강력한 일격을 먹여서 그의 정신을 깨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의 회환과 어리석음에 대해 듣고, ‘검성’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깨달아 보자.
조건:‘죽지 못하는 검성’을 지켜보기
그와 동시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나와서 이 전개가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말한 대로 본래는 들어올 수 없는 숨겨진 ‘히든 루트’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일단 ‘책임’을 져야겠군.]“책임요?”
[어리석은 선택과 내 오만으로 더럽혀진 내 ‘검’에 대한 책임.]“…….”
[따라와라.]그렇게 말하더니 일어난 ‘죽지 못하는 검성’은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고,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일단 그를 따라서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로 그의 ‘검의 사원’. 그곳에 있는 동굴로 들어간 그는 처음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침대를 거칠게 들춰내고, 거기에 있는 상자를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자, 받아라.]“이건?”
[내가 직접 기록한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의 비전서다. 내 오만과 어리석음을 깨부순 너라면 맡길 수 있겠지.] [시스템-‘죽지 못하는 검성’이 당신에게 ‘(전설)비전서(검성)-은하검법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를 건네줍니다.]일단 그가 내민 서적을 받자 자동으로 인벤토리로 들어갔고, 찬성은 주섬주섬 여행할 채비를 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쩌… 시려는 거죠?”
[어리석은 짓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러 간다. 긍지니 명예니 이름이니 모든 게 더럽혀져도… 내 ‘검’이 더럽혀진 것은 난 용납 못하거든.]“그렇다면?”
[뭐긴, 제국 놈들 엿 먹이러 가는 거지. 일단 그 실험실부터 폐기해야겠군. 그다음에는 저주받은 마탑, 수용소, 실험실… 마지막으론 미친 황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내 ‘책임’을 다해 봐야겠지.]“무모한 짓… 같은데요?”
[내가 한 짓은 그만큼 어리석은 것이지. 나는 그 ‘책임’을 져야 하고 말이야. 아무튼 뒤는 맡겼다, ‘사원의 후계자’. 원한다면 이 ‘검의 사원’을 써도 좋고,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라. 아무튼 나는 떠날 거니 말이다. 오늘 내 모습을 평생 기억하고, 나와 같은 어리석은 길로 절대 들어가지 말길 빈다. 그럼…….]“자, 잠시만…….”
그렇게 떠날 채비를 순식간에 마친 ‘죽지 못하는 검성’은 은빛 잔상만 남기고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졌다.
“…….”
찬성은 ‘죽지 못하는 검성’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잠시 여운에 잠겼다.
검사로서 그의 심정에 완벽히 공감이 갔고, 절정의 재능을 가지고 자신도 혹시나 더 높은 경지를 갈구하다가 삐뚤어진 길을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경각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어라?”
하나 퀘스트 창이 다시 갱신되면서 찬성은 여운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일단 ‘4식 비전서’를 받긴 했는데, 또 무엇이 있는 건가 싶었던 그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