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먼저 왜 이번에 ‘교토 특구’가 아닌 ‘도쿄 특구’ 공성전으로 전략을 변경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먼저 민희가 대화의 물꼬를 트고서 설명을 시작했다.
대기업의 실전 영업과 홍보의 현장을 뛰는 이들의 압력은 그녀도 숨 막힐 지경이었지만, 참고 이겨 내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해 나갔다.
“…결국 해당 ‘도쿄 특구 공성전’에서 승리하면서 기존에 무너졌던 한일 유저 경쟁 및 그란 왕국 대전쟁의 구도가 장기화되고, 거대한 스토리가 되면서 유저들의 노출도가 높아지는 걸로…….”
“그 이야기는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수도를 언제쯤 되찾을 수 있냐는 겁니다.”
한창 설명하는 민희의 말을 자르고, 조현철 대리가 엄숙하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민희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런 반응도 예상했기 때문에 답했다.
“섣불리 확답이 곤란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지속적으로 교전과 승리를 반복하면서 적들의 세력을 꺾어 가고, 그러면서 드라마틱한 홍보 효과를 누릴 거라 봅니다. 고로…….”
“두서없는 말이 많이 붙고 있군요. 질문에만 확실히 대답해 주십시오.”
열렬하게 말하지만 냉정하기 짝이 없는 상대들. 물론 그들은 프로였고, 그동안 회사가 투자한 이유는 유동 인구만 천만대가 훌쩍 넘어가는 한국, 일본, 동남아 유저들이 모두 플레이하는 ‘그란 왕국’의 수도의 가치를 보고 한 것이었다.
다른 미끼를 아무리 던져도 ‘그란 왕국’의 수도에서 나오는 홍보 효과를 이기기 힘든 만큼 민희가 아무리 말해도 그들은 요지부동. 그저 ‘수도’에 대해 이야기해도 이상할 건 없었으며, 뛰어난 대기업 사람들이라곤 해도 결국 대기업의 부품들이므로 재량권도 딱히 없어서 도박을 할 이유도 없기에 민희의 제안을 일축해 버린 것이었다.
‘그래, 내가 말하는 걸 애초부터 제대로 들어줄 인간이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겠지.’
그만한 권력이 있든가, 아니면 그냥 미쳐 버리든가 한 게 아니라면 예상 안의 범위. 사실 이걸로 넘어갈 거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은 그녀였다.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는데… 이 가치를 알아보려고 하는 시선을 가지거나 할 줄 말이야.’
“아니, 이게… 이게 왜 안 됩니까? 된다면서요.”
옆에서는 김한국이 설득에 넘어가지 않는 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 사색이 돼서 벌벌 떨면서 그녀에게 조용히 따지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뭐, 나도 이런 걸 예상 못한 건 아니지.’
민희는 이래 봬도 세상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소 허황되더라도 세게 베팅하기로 한다.
“약 한 달 반. 앞으로 최소 세 번의 공성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교토 특구’를 되찾을 수 있습니까?”
“100퍼센트라곤 말씀 못 드립니다.”
“그러면 이 회의는 의미가 없는 거군요. 이미 우리 회사들은 김한국 씨를 포함해서 KOREA 길드에 여유 시간을 드렸고, 오늘은 수도를 찾을 계획을 들으러 온 건데…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니 실망스럽습니다.”
냉철하게 돌아오는 대답. 김한국은 역시 예상대로라면서, 민희의 허풍을 듣는 게 아니었다면서 자책했다.
결국 이 비즈니스맨들은 냉철한 선언 뒤에 하나둘 짐을 싸서 이내 떠나 버렸다.
“저기… 아니, 저어어! 아니! 이걸 어떻게 할 겁니까? 큰소리 뻥뻥 쳐 놓고, 결국 개박살 났잖습니까? 참 내!”
“자자, 진정하세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김한국의 눈에 민희는 저 대기업 비즈니스맨들을 설득조차 못하고 그냥 보내 버린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상황.
게다가 그동안 무조건 된다고 큰소리 뻥뻥 쳤으면서 파투가 나 버렸는데, 진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걱정 마시라니까요. 어차피 지금 회의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냥 저 사람들의 그릇과 능력을 알아보는 일종의 절차였어요.”
“걱정하지 말라니! 이미 판 다 끝났는데! 아직도 헛소리를! 이년이 정신 나갔나? 아! 진짜 우린 이제 끝…….”
“찬성아, 보자… 아까 그 L그룹의 백춘석 과장, 너 못 알아봤니?”
김한국의 말을 무시한 채 그녀는 찬성을 바라보며 난데없는 말을 했고,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답했다.
“누님이 시킨 대로 그 사람만 쳐다봤는데, 역시 일에 집중한 탓인지 절 못 알아보더라고요.”
“그래. 그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걸 몰랐어. 너에 대해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근데 저는 산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사실 가족 행사 말곤 잘 안 나가서 모를 수도 있어요.”
김한국은 대체 이 인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L그룹의 백춘석 과장이 뭐가 어쨌다는 건지. 지금 가족 행사니 알아보니 같은 소리가 대체 왜 나오는 건가?
“아무튼 자기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이제 알게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에이, 못 알아볼 수도 있는 건데…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내가 꼬와서 그래. 우리를 알아볼 가치도 없는 사람 취급한 거잖아. 우리 공성전에 대해서도 관심 없고 말이지. 아무튼 이야기해 놓은 거 부탁할게.”
“음, 확실히 저는 그렇다 쳐도, 가상현실이라든가 게임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걸 무시하는 태도는 안 좋다고 생각해요. 잠시만요.”
찬성은 L그룹 백춘석 과장의 명함을 든 채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형. 저예요. 찬성이에요. 예, 요양 중인데. 몸요? 아,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요. 아, 병원에 몇 번이나 오셨던 거요?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나서… 아니에요. 예. 좀 더 일찍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예. 삼촌 쪽으로 연락도 드렸고요. 예. 좀 더 일찍 정신 차리기도 했는데… 산에도 다녀오고 하느라. 예, 그렇죠. 아버지는 아직도… 아, 예. 역시 해외시구나. 정말 죄송해요.”
그러고는 통화로 뭔가 안부 같은 걸 나누는 찬성. 가족 간의 애틋한 대화 같아서 화를 내던 김한국이 힘이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는 민희를 봤는데, 그녀의 자신만만한 얼굴에 더 궁금해져서 찬성이 어디에 전화를 건 건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에… 전화를 한 겁니까?”
“어딜까아요~? 후훗.”
대체 뭐가 뭔지 궁금한 상황 속에서 민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그로부터 약 10분 정도가 지나자 슬슬 통화가 끝나는 분위기였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다음엔 이런 일 없게 할게… 네? 얼마든지 하라고요? 저기, 보통은 ‘너도 어른인데 이런 일로 부탁 같은 거 하지 마라.’ 하면서 야단쳐야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성립이 된 듯 긍정적인 대답이 오가고, 슬슬 인사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예, 예. 물론이죠. 크리스마스에 꼭 본가에 갈게요. 아버지랑 형님이랑 누님들이랑… 다 귀국하시고… 예, 알겠어요. 좀 더 자주 연락드릴게요. 네. 삼촌이 이야기했다고 해서… 네, 죄송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예에~ 그럼 회의 수고하세요.”
“끝났니?”
“네. 하아아~ 산에 있을 때도 서로 바빠서 연락 잘 안 했는데… 제가 너무 면목이 없는데…….”
“그래도 내가 말했듯이, 이 ‘공성전’ 성립이 안 되면 싸움의 규모가 줄어들어서 재미없을 거란 말이지.”
“그래서 저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누님의 제안에 응한 거잖아요. 아, 발소리 들린다.”
매우 다급하고 둔탁하게 땅을 울리는 소리를 감지한 찬성. 그리고 잠시 후, 아까 전에 냉정하게 떠났던 백춘석 과장이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와 찬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모,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아, 아뇨. 저야 그 안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밖에 있던 사람이라…….”
아까 전만 해도 자신들이 갑인 양 콧대가 높던 그 과장이 지금은 마치 신하가 왕에게 굴복하는 것 같은 태도로 고개를 조아리면서 변명을 늘어놓고 굽신거리는 모습에 옆에서 보던 김한국은 어안이 벙벙해서 민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시원하게 말 좀…….”
“말했잖아요. 무조건 이기는 치트키가 있다고. 비즈니스맨들이 암만 기고 날아 봐야 우리나라 기업 구조에서는 오너 일가의 ‘도구’에 지나지 않죠. 훗.”
“오너… 일가?”
끄덕.
김한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민희. 늘 이름만 불러서 몰랐지만, 성을 포함한 그의 본명은 윤찬성. 윤씨 일가가 지배하는 L그룹 회장 일가의 막내아들이었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일반적인 길을 걷지 않고 검의 길을 간 덕분에 산에서의 생활이 오래되어서 그런 티가 잘 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르고 건실하게 커서 원래부터 검소했고, ‘성인’이면 자신이 쓸 돈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동안 돈 문제에 대해서 집에 손을 안 벌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찬성이의 ‘검술’이 걸린 거거든.’
하나 이번의 경우 찬성에겐 이제 ‘가상 세계’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검’의 길이 걸려 있는 상황이고, 민희에게는 이런저런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기에 본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말했잖아요. 치트키 있다고, 무조건 이긴다고~”
“이, 이런 거라면 미리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습니까?”
“굳이요? 재미있잖아요. 후후후.”
그러면서 민희는 백춘석 과장이 살기 위해 찬성에게 조아리면서 발악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아무튼 이걸로 L그룹 쪽의 스폰서는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었지만, 다른 그룹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 물론 찬성의 힘으로 L그룹 쪽에서 지원을 더 받을 순 있었지만,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었다.
“백 과장님, 혹시 다른 분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L그룹은 태세를 바꿔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말하고 다른 건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도련님 이야기 같은 거 말입니까?”
“네. 그래야 그쪽에서 갑자기 태도가 변한 걸 수상히 여길 거거든요. 그러면 이제…….”
의심이 싹이 튼다.
‘……? L그룹 쪽이 지원하기로 했어?’
‘왜?’
‘어어어? 다 같이 나갔잖아.’
‘백 과장에게 전화해 봤는데… 진짜라고 합니다.’
‘……?’
‘교토 특구’를 되찾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닌 이상 다 같이 거부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L그룹의 백 과장이 돌아가서 지원을 다시 약속한다?
이러면 다 같이 돌아갔던 비즈니스맨 놈들이 당연히 의심이 들지 않을까?
서로 가진 정보나 생각이 유사한 것을 알아서 이번에 다 같이 빠지기로 은연중에 합의된 건데, 갑자기 거기서 L그룹이 배신하고 혼자만 지원을 계속하기로 한다? 그러면 절대 그걸 혼자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거 뭔가 있다!’
‘심지어 L그룹인데… 무조건 뭔가 있지!’
‘거기 게다가 ‘D.E사’랑 관련도 깊잖아.’
‘그렇지. 이 새끼들! 지들만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었네!’
‘당장 다시 연락해! 이거 L그룹에서 혼자 잘돼서 이득 봤다고 하면 우리 모가지가 날아간다.’
‘전형적인 만큼 알기 쉬운 건 없지.’
“오, 오오…….”
“그러니 우선 밥이나 먹죠. 백 과장님도 식사하실 거죠? 찬성이가 먹는다는데, 그렇죠?”
이제 주도권은 완전히 민희에게 넘어온 상황. 백 과장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오너 일가의 찬성을 다루는 그녀의 제안을 절대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강제로 하게 된 식사 자리가 끝나기도 전에 오만하게 떠났던 비즈니스맨들의 연락이 김한국과 민희에게 나눠서 왔고, 결국 ‘KOREA 길드’에 대한 지원은 다시 유지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