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방송을 하면서 사람들을 인솔하는 찬성. 그의 뒤로 약 2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우르르 따라가다 보니 ‘검왕’의 행차에 뒤따르는 행사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다.
‘…누님 말대로 이런 행렬을 이끌고 있으니 정말로 뭔 일 당할 우려는 없겠네.’
“저, 저기, 이끈다니요. 아뇨. 그, 여러분이 모이기 좋고,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아, 맞다. 그리고 여러분! 오늘 시험 방송에서는 일체의 테러 및 PK 행위는 금지입니다. 지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라온 시청자들에게 주의 사항을 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찬성은 드디어 그란 왕국의 왕궁으로 들어가게 됐다.
성내에 있는 그란 왕국의 왕궁은 일반 유저들에게도 개방이 되는 영역과 핵심 퀘스트 혹은 왕국 고유 클래스를 가지거나 평판 및 특수 퀘스트를 진행했을 때 들어올 수 있는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은 원래 예정대로 자르엔 백작가의 NPC를 만날 수 있는 ‘가문의 회랑’ 근처에 위치한 광장에 자리를 잡았고, 곧바로 시청자들을 보며 방송을 진행했다.
“예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와서 놀랐습니다. 원래는 방송 실험을 위해서 간단한 콘텐츠 진행을 하고자 했는데, 일부러 게임 플레이 타임을 소모해서 와 주신 분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좀 더 제대로 된 콘텐츠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능수능란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찬성. 여차할 경우 파티원들도 인파 속에 있기에 안심하면서 기존에 계획해 둔 대로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이쯤 되면 본 목적인 퀘스트 개방은 물 건너가고 부 목적이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하여간 이놈들, 말을 되게 안 듣네. 지정한 포인트로 가서 준비하라니까… 참 나!”
“이대로 결행합니까?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시청자 행렬 속에서 포트리스는 ‘화신’ 길드 출신 멤버와 이야기하면서 인터페이스 창을 통해 길드원들의 위치를 조율하면서 열심히 타이밍을 재는 중이었다.
하나 화신 길드 출신 멤버는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포트리스를 보면서 과연 이 계획이 옳은지 물었지만…….
“좋고 나쁘고를 따질 처지가 아니야. 어차피 이미 매국노로 낙인찍힌 신세. 결국 이런 놈들이랑 어울려야 하는 처지이니 말이야. 끄응… 아니, 좀 군말 말고 가라고! 위치 다 잡혀야 작전을 시작하지.”
“여길 난장판으로 만드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보니까 이 시청자 인파들 속에 사쿠라마치 길드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딱 봐도 누가 사고 치는 거 막으려는 거겠지. ‘검왕’은 적이지만 지금 명성이 너무 높아서 공성전이 아닌 방송용 콘텐츠 하려고 라이브 시청자들을 이만큼 끌고 왔는데… 거기서 테러를 하면 ‘사쿠라마치 길드’의 평판도 내려가니 말이지.”
사쿠라마치 길드의 하청을 받아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군데군데 아는 인원들이 검왕의 시청자인 척 숨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 우리가 사고 치면 역으로 그쪽에서 화를 낼 것 같은데요.”
“내라고 해. 어쩔 건데? 지들이 뭘 할 수 있는데? 결국 우린 ‘노 아너’ 신세인데 말이지. 크큭…….”
“그것도 그렇네요.”
어차피 한국 커뮤니티에는 ‘매국노’로 프레임이 짜여 있고, 일본 놈들에게는 세력이 줄었다고 팽당한 이상 뒤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포트리스의 운명은 이제 이 ‘데블즈 윙’에서 계속하는 거 아니면 아예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거 말곤 없었다.
“게다가 잘못되어 봐야 죽어서 귀환하거나 경험치 한 번 잃는 거지. 괜스레 ‘노 아너’까지 찾아오는 애들은 없으니 말이야.”
“산속 깊은 무법 지역까지 올 사람은 별로 없으니…….”
“이 말도 더럽게 안 듣는 놈들이 드디어 자리를 잡았군. 이제야 시작할 수 있겠어.”
인터페이스 창을 보면서 드디어 잡은 위치를 본 포트리스는 작전 개시를 진행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검왕’을 쓰러뜨리는 것이기에 굳이 작전명 같은 거창한 걸 붙이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별 떨어뜨리기 작전’ 같은 멋진 명칭을 상상하면서 작전이 개시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상대는 검왕. 최대한 각을 봐야 한다.’
‘마법 데미지 위주 세팅 완료.’
‘상태 이상 면역 스킬도 있는 것 같으니, 여러 종류를 0점 콤마대의 시간차로 겹쳐서 완벽하게 묶는다.’
‘그리고 근접 딜러들과 탱커들은 테러의 미끼 역할로 시선을 끌어.’
PK에 나름 도가 트인 ‘데블즈 윙’들답게 작전을 세워 주자 그 뒤로는 알아서 척척척 자기 역할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목표인 ‘검왕’을 쓰러뜨려 시체의 인증 샷을 찍어 남겨 자신들의 명성을 올리는 것.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준비를 다 했다.
‘월광 쓰기 전에 상태 이상 연계 제대로 해야 해.’
‘검왕은 무장 해제 면역인 거 잊지 마.’
“…이게 산은 공기도 좋고 다 좋지만, 벌레가 정말 지옥이거든요. 모기, 날벌레 등등… 오죽하면 검을 단련하는 것보다도 친환경적으로 벌레를 쫓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더 고난이었다니까요.”
“하하하하하!”
찬성은 갑작스럽게 한 방송이고, 사람들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수련 중 일어났던 여러 썰들을 풀면서 토크쇼처럼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자 발걸음’! 죽여 주마, 검왕!”
“여길 봐라!”
“죽어라아아아아아아!”
훈훈하게 잘 진행되던 게릴라 라이브 방송은 단숨에 검왕을 노리는 일촉즉발의 암살 시도 현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데블즈 윙’ 길드원들이 찬성을 향해 돌진하며 덮쳤고, 주변 건물이나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원거리 계열 클래스들의 상태 이상 스킬까지 전부 찬성을 향해 쏟아졌다.
‘어쩐지 군데군데 살기가 느껴진다 했더니…….’
하나 찬성은 그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기도 전에 본능 레벨에서 살기를 느끼고는 그들이 달려오는 순간부터 검을 뽑아 든 상태. 날아오는 투사체들이 닿기도 전에 바로 ‘은하검법 5식-월광’을 시전했다.
“아,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미친!”
“그러니까 근딜 새끼들, 타이밍 너무 빨리 들어갔어!”
일시적으로 외부에 영향을 못 끼치는 대신 임시적인 무적 상태가 되는 ‘월광’을 시전한 찬성은 빠르게 움직여서 자리를 바꾸며 지속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이 급변한 사태에 대해 공지를 하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사태가 터졌네요. 임시 방송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제가 당하는 거면 몰라도 시청자분들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되니까요!”
시청자들을 위하는 말까지 하면서 찬성은 빠르게 포지션을 다시 잡았고, 자신을 쫓아와서 ‘월광’이 풀리길 기다리는 ‘데블즈 윙’ 길드원들을 향해 대응할 준비를 했다.
“이런 젠장! 우려하던 사태가!”
“큿소! 저 자식들을 조져!”
“이건 또 뭐야?”
“막아! 막으라고! 진압해!”
그리고 동시에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사태가 갑자기 일어나자 숨어 있던 사쿠라마치 길드원들이 급하게 나서서 ‘데블즈 윙’ 길드원들이 난리 치는 걸 막으려고 했지만…….
“뭐야? 갑자기 왜 PK 판이 된 거야?”
“미친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하, 한 세력만 있는 게 아니야?”
“이게 무협이지. 검왕의 이름을 듣고 모인 거네.”
“…이, 일단 도망치자!”
‘데블즈 윙’만 설쳤다면 소수의 테러로 끝났을 일이 괜히 사쿠라마치 길드원들까지 배치되어 있어서 혼란이 배가되고, 난데없는 PK 전쟁 현장이 되어 버렸다.
“네 이놈들! 감히 왕궁에서 칼부림이라니!”
“왕실 근위대 로열 가드 NPC다! 도망쳐!”
“으아아! 잡히면 깜빵에서 플레이 타임 엄청 소모하게 될 거야.”
거기다 왕궁 내에서 벌어진 칼부림인 만큼 왕실 근위대 로열 가드 NPC들이 움직였고, 그들에게 체포되면 난동죄 죄목이 붙어서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들 제각각 흩어지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여러분들! 어서 도망치세요! 시청자분들은 무사하셔야 합니다! ‘검왕’인 나는 여기 있다! 다른 사람들에겐 손대지 마라!”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인터페이스 창으로 검왕의 방송을 시청하면서 경과를 보던 사쿠라마치 길드의 장 ‘萬千花’는 경악을 하고 있었다.
자기 구역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도 짜증 나는데, 더 열받는 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으라고 배치해 둔 인원들이 지금 싸우면서 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미친놈들이? 어서 물러나! 그냥 물러나라고!”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싸워 봐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래서 ‘萬千花’는 빠르게 사쿠라마치 길드원들에게 물러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찬성은 ‘월광’의 시전이 끝나고 난 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냐면…….
“자수하러 가겠습니다.”
‘은하검법 5식-월광’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왕실 근위대 로열 가드 NPC에게 자수하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테러와 난동이 일어난 만큼 자신이 상대와 싸워 봐야 문제는 더 커질 것이고, 이 사태를 끝내려면 테러의 목적인 ‘검왕’ 자신이 현장에서 사라지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시X!”
“이러려고 왕궁에서 미팅을 잡았나?”
“플레이 타임이 안 아깝나?”
“그냥 가서 족치면 안 되나?”
“검왕도 무리인데, 100레벨인 왕실 근위대 로열 가드를 어떻게 잡아?”
순순히 NPC에게 투항해서 잡혀가는 검왕을 보며 허무함과 황당함을 느끼는 ‘데블즈 윙’ 길드원들. 아무리 그래도 검왕이라면 나중에 잡혀도 자신들과 싸우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싸우지도 않고 도망쳐 버리니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제가 죄송하죠.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사실 실험 방송이라 대비를 못하긴 했지만, 제가 너무 안일했죠. 방송 실제로 보시는 분들과 다르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시다 보니 저도 모르게 부담을 느꼈나 봐요.”
찬성은 왕실 근위대 로열 가드 NPC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인터페이스 창에 열어 둔 방송 시스템을 향해서 자신의 미숙한 방송 진행으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사죄의 언사를 보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자숙한다 생각하고, 오늘 일을 교훈 삼아서 다음 게릴라 방송 때는 준비 철저히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일단 방송은 종료하겠습니다.”
그렇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표하고 방송을 종료하는 찬성이었다.
“들어가! 이 무례한 놈 같으니!”
[시스템-당신은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앞으로 48시간 동안 갇히게 됩니다.]“아, 이걸로 감옥은 두 번째네. 하하하하. 근데… 와, 왕궁에서의 난동은 형이 세구나. 48시간이나 갇혀야 하네.”
무지막지한 페널티 시간에 놀라며 찬성은 왕실 지하 감옥에 수감된 채로 기존의 파티원들과 쓰는 채팅창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채팅방(5)] [찬성:말하신 대로 왕실 지하 감옥에 들어왔어요.] [미니멈실버:응. 그러면 아까 이야기한 대로 이제 거기 입구를 지키는 병사에게 내가 말하라고 한 대로 말 걸어 봐.] [찬성:네!]“저기…….”
“뭐야? 난동범이잖아? 무슨 일이지?”
“제가 앱솔 공작가의 가신인데, 혹시 가문에 이야기 좀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가는 충분히 드릴게요.”
예전에 감옥에 갇힐 때의 그와 지금의 찬성은 게임 내에서의 입지가 천양지차. 엄연히 앱솔 공작가 평판 MAX이자 앱솔 공작가의 가신인 몸, 거기에 대가까지 건네준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감옥을 지키던 경비병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관이 확장되고, 새로운 지역과 콘텐츠가 생길 때마다 유저가 쌓아 온 서사가 무시되는 게 보통인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부분을 D.E사는 철저히 챙겨 준 것이다.
“앱솔 공작… 크흠, 알겠네. 대가만 충분하다면야.”
[퀘스트 발견!] [감옥 퀘스트:세상은 역시 인맥과 돈!]그냥 말을 걸었으면 무리였겠지만, 대가를 지불한다는 말까지 들어가서인지 전용 탈출 퀘스트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앱솔 공작가 문양을 단 외투를 걸친 고상해 보이는 귀족 하나가 내려와서 금세 찬성에게 예를 갖추더니 입구를 지키는 경비들을 꾸짖었다.
“감히 이분이 누구이신 줄 알고! 이곳에 가두다니! 네 이놈들! 아이고…….”
‘와아…….’
“에이! 열쇠 이리 내! 내가 직접 열어 드리겠다!”
그는 경비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찬성이 갇힌 감옥의 문을 직접 열고는 극진히 모셨다.
아무튼 앱솔 공작가의 스토리와 평판을 모두 충실하게 진행한 덕분에 찬성은 본래 48시간 갇혀 있어야 하는 이곳 감옥을 48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올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자르엔 백작가 NPC를 만나서 은장도를 반납해야지. 아, 길드창은 조심해야겠네.’
이미 한 번 사고가 일어났고, 그것이 무산된 만큼 지금은 안전하게 왕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 찬성이었다.
감옥을 바로 나온 그는 곧바로 사람들이 확 줄어서 조용해진 왕궁을 조심히 지나 자르엔 백작가의 NPC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