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다음 날, 앱솔 공작가.
[우편함(1)]“아, 우편이다.”
다음 날 비슷한 시각에 접속한 찬성은 약속된 우편이 와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면서 우편함을 열어 보았다.
첨부 아이템:감정 내용이 담긴 편지(1), ‘퀘스트 시작 아이템-어떤 검성이 간직하던 은장도’
‘오, 깔끔하게 돌려줬네.’
아이템까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찬성은 곧바로 세부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퀘스트 발견!] [전용 퀘스트(검성):은장도의 내막(2)]받은 우편에 따르면 일단 ‘그렐 영지’에 이 은장도의 주인에 대한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같았다.
조건:그렐 영지를 조사하라.
“또 어디로 가라고 하네. 게다가 너무 단서에 두서도 없고…….”
하지만 그래도 가야 하는 처지임은 분명했기에 투덜거리면서도 찬성은 그렐 영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긴 또 처음 가 보네. 아, 맞다. 동남아 분들 시작 위치였나?’
그란 왕국은 한국, 일본 유저들 외에도 동남아시아 쪽 유저들도 플레이하는 국가였는데, 인구수에 비해선 역시 기기 보급률이 낮다 보니 유저층도 적고, 작은 세력이어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렐 영지는 그런 동남아 쪽 유저들이 초반 퀘스트를 하는 곳으로 왕국 북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도 점령 안 한 영지라서 포탈도 개방 안 되어 있네.’
초반용 퀘스트 지역이고, 게다가 동북쪽으로는 비매너 및 PK 길드들이 많은 ‘중립 도시-노 아너’와 가까운 화약고 같은 도시라서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뭐, 비행으로 가면 돼서 좋네.”
‘중장갑 비룡-경천’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덕에 찬성은 빠르게 그렐 영지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는 도중 길드창에서는 ‘감옥’에서 나온 찬성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길드][구리구리:어라? 길마님, 감옥 언제 나오셨어요?] [길드][찬성:아, 그게 48시간 있으려고 했는데… 퀘스트랑 평판 때문에 조기에 강제로 석방당했네요. 하하, 그래서 그냥 조용히 퀘스트나 하고 있어요.] [길드][따비:하긴 이 게임, 은근 그런 부분에서는 현실적이죠. 그래서 퀘스트를 하는 게 중요하다더라고요.] [길드][애기킴:유저 서사를 적극 반영해 주는 거 진짜 좋음.]‘하긴 부정행위도 아니고…….’
플레이하면서 쌓아 온 퀘스트들에 의한 것이기에 길드원들은 찬성이 빨리 나온 것에 대해선 별말을 하지 않았다.
[길드][찬성:하지만 방송에 나간 것도 있고, 한동안 자숙하려고요. ㅠ 실시간 방송은 너무 오버였나 봐요.] [길드][따따베르:솔직히 그건 길마님 잘못 없음. ㄹㅇ, 왕궁에다가 테러한 놈들이 미친 거지.] [길드][KNASDV:그러게. 걔네 대체 뭐였던 거임? 사쿠라마치 애들이 수작 부린 거?] [길드][HHG:그런 것 같은데? 일본 애들은 거의 정석으로 보고 있고…….] [길드][붉은수염이반:그러고 보니 사쿠라마치에 공지 올라왔던데… 결국 ‘노 아너’에 있는 애들이 멋대로 그런 거라고, 자기들이 확실히 때려잡는다고 하더라고요.] [길드][악귀:대강 알아보니 옛날 우리 애들이더군. 하지만 문제는 사쿠라마치 밑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결국 그게 그거로 보인다는 거지만 말이지. 사실 일을 가려 받거나 하진 않아서 말이야.]“오…….”
원래 전투광인 악귀(惡鬼)가 길마였고, 어차피 악명을 명성으로 삼는 PK 길드이다 보니 ‘데블즈 윙’은 딱히 국적이나 인간관계 같은 걸 가리지 않고 일하는 걸로 유명했다.
[길드][악귀:대충 몇 놈이 좀 살려 달라고 귓 오는 걸 보니 사쿠라마치 길드가 철저히 때려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행이네.”
철저히 때려잡는다는 말에 찬성은 어쨌든 테러를 일으킨 자들이 대가를 치르게 된 것과 괜히 테러를 당한 시청자들의 원한을 풀어 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그렐 영지에 도달한 찬성은 서서히 고도를 내려서 땅에 착지하면서 그렐 영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와, 이건 뭐지?’
그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는데, 허름한 성벽을 시작으로 난민처럼 돌아다니는 영지민들이 가득한 모습은 마치 전쟁터의 한복판 같았기 때문이다.
‘여긴 왜 이런 거지? 게다가 경비병 NPC들은 왜 없고…….’
이걸 영지라 부를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 이쪽 스토리는 하나도 진행을 안 해서 어째서 이런 내막이 된 건지 모르기에 찬성은 길드원들에게 물어보았다.
[길드][미니멈실버:그렐 영지가 왜 그러냐면… 거기 실제로 중립 도시들에게 시달리는 곳이기도 하고, 야만족이랑 도적들이 쳐들어오는 곳이거든. 근데 웃긴 건 점령은 또 하지 않고 털고만 가는 데다 왕국은 아예 거기를 쓰레기장 취급해서 범죄자, 마약 중독자, 추방된 자들을 보내서 그 모양이 된 거지. 그래서 말이 영지이지, 사실상 추방지에 가까워.]“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영지의 사정을 이해한 찬성. 실제로 NPC들은 대부분 험상궂은 표정이거나 어딘가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일단은 퀘스트를 해야 하는데, 뭐 물어볼 곳이 없나?’
꺼림칙한 곳이었지만 퀘스트를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기에 찬성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퀘스트의 단서를 찾았다.
‘영주 쪽에 가 봐야 하나?’
이 영지에 대해 잘 알 만한 사람을 찾는다면 역시 영주. 그렐 가문에 가 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 찬성은 자신을 보는 여러 시선들을 경계하면서 마을 중앙으로 향했다.
“저거 뭐야? 수도에서 오신 분인가?”
“대체 여기엔 뭐 하러 온 거지?”
“젠장…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윽!”
‘레벨 차이가 많이 나서 이런 건가?’
초반 지역인 이곳 그렐 영지의 권장 레벨은 10~20. 대부분의 무법자 및 부랑자 NPC들은 그 레벨 차이를 아는 건지 찬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슬금슬금 도망치고 있었다.
‘보자, 여기가 영주의 집인가?’
외성도 엉망진창인 만큼 내성은 아예 쌓을 생각도 하지 못한 건지 허름한 저택만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그나마 저택 입구엔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있어서 마지막 일선은 지켜진 느낌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어둠이 짙은 걸 보면 그 마지막 선도 금방 무너질 것만 같았다.
“…무슨 용무이십니까?”
찬성이 다가오자 경비병 NPC는 무기력한 말투로 용건을 물었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영주님을 뵙고 싶은데요. 아니면 다른 관리자분이라든가…….”
“안으로 들어가십쇼. 아마 2층 방에 계실 겁니다.”
신원 확인조차 하지 않고 경비는 그냥 찬성을 들여보내 주었다.
무기력이 학습된 건지, 아니면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건지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에 찬성은 난감해하며 내부로 들어갔다.
‘안에도 사람이 적고… 게다가 낯선 침입자인데 무시하네?’
시종들은 물론 지나가는 병사들까지도 찬성을 무시하곤 그냥 가 버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처구니없어하는 찰나, 저택 자체도 작아서 금방 2층에 있는 영주의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십니까?”
“눼이~ 얼렁 들어오십셔.”
‘취한 목소리?’
문 안에서 혀가 꼬인 목소리가 들려온 것에 찬성은 기이하게 여기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는데, 안에선 진한 술 냄새가 풍겨 왔다.
그리고 한 중년 남성이 커다란 술통을 두고 컵으로 포도주를 퍼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여 찬성을 더 기겁하게 했다.
‘이게 다 뭐야?’
“어디서 오셨숨까? 끄윽! 히끅! 드디어 이 망할 인생이 끝나는 건가? 히끅!”
“저, 지나가던 모험가인데… 뭣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이 망할 영지에… 뭘 물어보러 오셨수? 히끅! 뭐 얻어 갈 거나 있나?”
“그게, 좀 오래된 일인데… 여기에 자르엔 백작 가문의 사람이 추방된 일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을까요?”
“추방된 이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거 일일이 기억 못하는데… 히끅! 저기 서재로 가서 알아서 찾아보슈. 꿀꺽꿀꺽꿀꺽. 술맛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군.”
자신을 날파리 취급하며 서재 방향을 가리키는 영주의 말에 찬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홀로 그가 가리킨 서재로 향했다.
“으음, 여기서 어떻게 찾는다?”
다 망해 가는 영지라 할지라도 가문의 역사는 길다는 걸 증명하듯 안에는 수많은 서적들이 자리해 있었다.
문제라면 이 수많은 서적들 사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무리야. 나가서 직접 소문을 찾는 수밖에 없겠어.”
하나하나 읽어 가면서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랬다간 한 세월이 걸려도 답이 없기에 찬성은 어쩔 수 없이 영주의 저택을 나가서 정보를 모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오, 선술집이다.’
그리고 영주의 저택보다 조금 더 커다란 선술집 하나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크하하하! 싹쓸이! 하하하!”
“이 새끼, 손패 까 봐! 밑장 뺀 거 아니여?”
“왜 에이스가 저기로만 가냐?”
“닥치고 돈이나 내놔! 크하하!”
안에선 수많은 무뢰배들이 술에 전 채로 카드 도박을 하거나 술집 구석에 마련된 작은 투기장에서 주먹 격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도박을 하는 등등… 여러모로 막장이라는 느낌이 잔뜩 드는 곳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네. 보자. 아, 주인장이다.’
거대한 체구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한 술집의 주인장에게 가까이 가서 찬성이 앉으니 주인장은 눈치를 채고 반응해 주었다.
“못 보던 놈이군. 이 막장 동네에는 무슨 일로 왔지?”
“그, 사람 소식을 찾으러 왔는데요.”
“사람 소식? 하긴 여기엔 추방된 놈들도 많지만 숨어들어 오는 놈들도 많으니 찾으러 올 법도 하지. 그래서, 누굴 찾으러 왔나?”
“혹시 자르엔 백작가 분들 중에 추방된 분에 대해 아시는지.”
“흐으음… 으으음…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생각하는 듯 낮게 신음하는 주인장. 알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찬성에게 슥 눈치를 주는데, 찬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기다리다가 자신이 술집에 왔는데 주문을 하지 않았던 걸 깨닫고 주문부터 했다.
“아, 맞다. 우유 한 잔 주세요.”
“그래, 우유… 우유? 너 미친놈이냐?”
“그게, 술은 잘 못 마셔서요.”
“어이가 없군. 그래그래, 우유 한 잔. 1금화다.”
눈치 없이 행동하는 찬성의 모양새에 주인장은 우유 한 잔 값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데, 찬성은 금화 하나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탁자 위로 건네주었다.
보통 사람이거나 인게임의 우유 시세를 알면 따졌을 부분이며, 저레벨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유저들은 반발할 부분이었지만…….
“여기요.”
“…진짜 미친놈이었군.”
이미 50레벨을 넘겨 콘텐츠 최대 레벨이 된 찬성에겐 의미 없는 가격이었고, 결국 주인장으로선 정보료를 다른 방법으로 결제받은 느낌이라서 우유를 한 잔 주며 정보에 대해 말해 주기 시작했다.
“이 영지 북서쪽에 묘하게 담장이 높은 집이 하나 있을 거다. 아마 거기에… 지체 높은 귀족가 출신 분들이 세상에 부끄럽다고 도망친 것 같아. 그러니 거기 가 봐라.”
“아,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유 잘 마셨습니다.”
“…….”
인사까지 꾸벅하면서 떠나는 찬성을 주인장은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가 남긴 컵을 회수했다.
그리고 주인장이 말한 방향으로 향하자 찬성의 눈에 정말로 이 피난처 구석 같은 곳에서 유달리 담장이 상당히 높은 집 한 채가 보였다.
“저기, 실례합니다?”
“…누구요? 여기에 무슨 일인가?”
그리고 목소리를 내자 담장 문에서 약 80대는 넘어 보이는 한 노파가 힘없는 목소리를 내며 나왔다.
찬성은 주점 주인장에게 말했던 것처럼 사정을 설명하였고, 자르엔 백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자 노파는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르엔 백작가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진 못했네. 다만 우리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아버님의 여동생… 고모님이 제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
“예. 그것에 대해서는 자르엔 백작가에서 대강 들었습니다. 그… 고모님의 자취를 쫓고 있어서, 혹시 단서가 있다면…….”
“콜록콜록! 무슨 목적으로 그분의 자취를 쫓는 건지는 모르지만 기꺼이 알려 주겠네. 잠시만 기다리게. 아마… 아버님의 유품 중에 뭔가 기록이 있을 게야.”
‘이 퀘스트 라인은 이상하게 길고 복잡하네. 게다가 단서 같은 게 없어서 일일이 캐야 하고…….’
노파를 기다리면서 찬성은 대체 이번 퀘스트 라인은 뭘 주려고 이러는 건지 몰라도 부디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따르길 빌었다.
“여기 있네. 세세한 건 모르지만… 아버님이 남기신 편지와 일기장일세. 제국에 넘어간 고모님의 단서가 있다면 여기에 있을 걸세.”
그러고는 찬성의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알 수 없는 일기장’과 ‘???와 주고받은 편지’가 들어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네. 어차피… 불경스러운 기록인데, 새삼. 얼른 가 보게.”
“그래도 그냥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혹시 돈이라도…….”
“됐어. 그런 거 받아 봐야 여기에 사는 승냥이 같은 놈들에게 노림만 받을 뿐일세. 그냥 가.”
안타까움에 도움이라도 주려고 한 찬성의 마음은 거절당하고, 노파는 다시 문을 닫아 버렸다.
찬성은 찝찝한 기분을 가지고 그대로 돌아 나오면서 편지와 일기장을 살펴보며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을 파악했다.
‘음, 보내온 편지들은 다 이런 것들이네. 그러면… 결국 이거 제국으로 가라는 거네. 뺑뺑이잖아!’
제국에서 얻은 ‘은장도’를 단서로 왕국을 빙빙 돌았는데, 결국 또 제국행이 예정된 상황에 찬성은 멘탈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원래 최상위급 RPG 게임 퀘스트들의 경우 이런 식으로 여러 곳을 모험하고 단서들을 조합하는 일이 많은 법이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아무튼 그의 생각이 옳았다는 듯, 퀘스트 창은 새롭게 갱신되어 찬성의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