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다녀왔어. 찬성아, 있니?”
“네에~ 아, 맞다. 누님.”
회의를 마치고 일찍 집에 돌아온 민희는 찬성을 만나게 되는데, 찬성은 그녀에게 드디어 ‘월경산’의 비밀을 풀고 ‘검신의 사원’을 발견한 사실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말이죠. 따단! 하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갔는데! 갑자기 ‘*해당 콘텐츠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 뭐,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 생각보다 흔해.”
“흐, 흔하다고요?”
“그래. 결국 콘텐츠들이라는 건 사람들이 기획하고 만드는 거니까. 솔직히 비전 4, 5식은 제국 쪽 콘텐츠로 마련한 건데… 네가 그걸 파먹어 버렸으니까… 이후가 마련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그럴 수가…….”
‘아니면 얘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일부러 막아 둔 걸 수도 있지.’
어느 쪽이든 결국 이 퀘스트는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뭐, 검성 쪽 콘텐츠는 다 파먹었으니 그동안 다른 ‘소속’ 콘텐츠라든가, 전문 기술을 깊게 파라는 의미겠지.”
“그러면 결국 다른 거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거네요.”
“그래. 온라인 게임이니까… 차기 콘텐츠를 기다려야 하는 법이지. 그래도 그동안 할 거 많은데… 맞다, 이번 공성전 말인데…….”
“네.”
“D.E사의 기기를 사용해서 할 거야.”
“네?”
“이번에 ‘교토 특구’ 공성전을 할 거라서… 네 모든 힘이 필요해. 뭐더라? 그, 회사에서 본 ‘8성’과 ‘9성’의 비검들 말이야.”
다음 공성전. 그 들어가기 힘든 ‘교토 특구’이고, 다음 패치에 ‘검성의 경지’의 너프가 예정된 상황. 이번 공성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반드시 뚫고 승리해야만 했다.
“그러니 D.E사에 연락해서 거기 기기를 쓸 거야.”
“오… 그렇게까지요?”
“그래. 이번 적은 만만치 않아. 너 그거 알고 있니? 네 사저랑 사제가 사쿠라마치 길드 쪽에 있는 거 말이야.”
“진짜요?”
“그래. 너한테 맞선다고 거기 들어갔더라고… 하아~ 그 덕분에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잘 풀리던 전장 몇 곳이… 말려 버려서 머리가 지끈해.”
생각만 해도 두통이 일어나는지 이마를 짚으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민희. 사쿠라마치 쪽에 합류한 두 사람의 의도는 자세히 모르지만, 어쨌든 적으로 만나게 되니 골치 아픈 일이었는데…….
“흐음… 두 사람이 공성 뛴 영상 같은 거 있나요? 재미있겠다.”
“재미… 있는 거니? 그래, 영상은 걔네한테 일단 달라고 했으니 바로 줄게.”
찬성의 지시대로 민희는 영상을 넘겨주었고, 찬성은 곧바로 보기 시작했다.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볼까?”
‘그래. 그래도 역시 대사형인 만큼 여유가 있겠지?’
“으음… ‘비검’ 말고 아이템이랑 클래스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마검사, 되게 신기하다. 용혈 검사, 저건 뭐 하는 건지 감도 안 잡히네요.”
찬성의 반응에 불안감이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민희.
최근 좀 게이머로서 소양이 쌓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모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아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상대는 아마 비검의 사용자로서는 우월한 찬성의 기량을 역전하기 위해서 아이템과 클래스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아이템 부분은… 상대가 걔네들을 믿는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찬성을 이겨 보는 데 혈안이 된 그 두 사람이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겠지.’
특히 찬성이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시작한 것을 보고 늦게나마 ‘팬텀 드라이브-2’ 기기를 구한 그 능력만 봐도 범상치 않은 집안의 출신임이 예상되고 있었다.
“하아아… 다행히 ‘(유일)천문(天問)’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는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추세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하네.”
“불안하다고요?”
“그래. 다음 공성전,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너희 검사끼리의 승부는 둘째 치고 말이지.”
민희는 다시금 찬성에게 이번 ‘교토 특구’ 점령전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예전에 했던 이야기들과 합쳐서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알았지? 무조건 이겨야 돼. 아니, 이미 전쟁은 시작됐어. 이러는 사이에도 KOREA 길드라든가 우리 길드를 비롯해서 하위 길드 곳곳에서 벌써 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반드시인가… 그래서 전력을 다하도록 D.E사의 그 옥좌인가 하는 것까지 쓰려는 거군요.”
“그래. 밖에서 보면 ‘게임’ 가지고 뭘 그러냐? 그럴 수도 있는 문제지만,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얻은 체험과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쳐. 게임에서 유행된 말이 표준어까지 잠식하는 경우도 있지. 그러니 하찮게 본다거나 심각하지 않게 봐선 안 돼.”
“그럼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그래. 그래서 최선을 다할 무대도 마련한 거지. 그러니 찬성아… 절대 지면 안 돼. 알았지?”
찬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민희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막중한 전투에서 오는 부담감, 그리고 자신을 막아서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제들, 거기에 알지 못하는 미지의 클래스 등등, 여태껏 느껴 보지 못한 부담과 고난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으음… 좋네요. 역경, 언제나 사람을 성장시키는 요소죠. 음음…….”
“좋긴 뭐가 좋아! 빨리 용혈 검사랑 마검사 스킬이나 외워!”
“에엑…….”
“얘는 참고로 용혈 검사 중에서 ‘풍룡’ 트리 탔으니까, 그거 위주로 외우면 될 거야. 그리고 마검사는… 역시 하얀 머리라서(?) 그런가. 물, 얼음 속성 트리 탔네. 역시 빙법이 사기지(?).”
‘아직도 나는 게이머가 되기엔 멀었구나!’
옆에서 이상한 소리와 핀잔을 주며 용혈 검사와 마검사의 스킬 트리를 외우라고 압박하는 민희를 본 찬성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하며 해당 클래스에 대한 지식들을 머리에 집어넣기 시작, 공성전 준비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
며칠 뒤…….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공성전 D-DAY 아침, D.E사 본사.
대망의 D-DAY.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찬성과 민희는 비장한 마음을 품고 D.E사 본사로 향했다.
그리고 본사 입구에 도달했을 때, 사전에 입을 맞춰 오늘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찬성의 기존 파티원인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 살덩이는나약하다 이 세 사람도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으음… 여전히 좋은 육체를 유지하고 계시는군요.”
“부,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오늘은 비장의 날인 만큼 모두 불렀어요. 반드시 승리하고, 승리의 축배를 들도록 하죠! 걱정 마세요. D.E사에는 다 이야기해 놨어요. 메인 파티니까!”
비장한 각오와 승리 뒤에 할 일까지 이야기하면서 민희는 기존 파티 멤버들을 재촉하여 D.E사로 들어갔다.
“와, 진짜 첨단 회사 이미지 그대로네.”
“지하에 로봇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가상 세계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실없는 농담은 다른 사람들 없을 때 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오…….’
파티원들은 웅장하기 짝이 없는 D.E사의 시설에 놀라 내부를 돌아다니며 잡담을 했고, 찬성은 이런 과정을 통해 민희가 파티원들의 긴장도 풀고 결의도 더 다질 수 있게 한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느꼈다.
‘생각이 깊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발 1팀의 박춘식 대리입니다.”
“어? 오늘은 다른 분이시네요.”
“네. 다른 분들은 일하고 계시고, 오늘은 제가 비번이라서 나온 거거든요.”
“비번인데 나오신 거라니…….”
“아, 제가 좋아서 나온 거니 걱정 마십쇼. 오늘 엄청 중요한 공성전이 열린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자자, 이미 다 준비해 놨습니다.”
찬성 일행은 마중 나온 어딘가 불쌍해 보이는 박춘식 대리의 안내를 받아서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전용 게임 룸에 도달하게 되었다.
안에는 파티원들이 쓸 현역 기기인 ‘팬텀 드라이브-2’ 4기와 더불어 가운데에 한층 거대한 기기가 자리한 채 찬성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보십시오. 이게 바로 찬성 님을 위해 마련한 특별 실험기 ‘검의 옥좌 2호기’입니다. 1호기가 만들어졌지만 사장님의 요구로 업그레이드를 진행, 그리고 부품을 모두 새로 주문해서 맞춘 신형기죠.”
“와우…….”
“8식과 9식의 데이터양을 생각한 것은 물론 본사 내 서버 및 A.I 연산 설비까지 연결한 만큼 마음껏 싸우셔도 걱정 없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박춘식 대리의 말에 찬성은 눈을 빛내면서 ‘검의 옥좌 2호기’를 바라보았다.
부품을 모두 새로 발주해서 만들어 낸 사실상 신형. ‘비검’을 전력으로 펼칠 수 있다는 말에 찬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잡고 ‘검의 옥좌 2호기’에 들어가서 게임에 접속했다.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익숙한 메시지와 함께 로그인 과정을 거치고, 찬성은 자신의 거점인 ‘앱솔 공작가’의 방에서 일어났다.
“으음, 아직 별로 다른 건 안 느껴지는데… 검을 한번 휘둘러 볼까? 일단 조심해서 ‘비검-육성파’부터…….”
찬성은 혹시나 몰라서 일단 비검 후반부 중 첫 초식인 ‘육성파’부터 시전해 보았다.
서른여섯의 검광이 번쩍이면서 앱솔 공작가의 방 안을 비추는 태양빛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춤춘다.
“음, 이상 없음. 그러면 이제 칠성.”
다음은 ‘비검-칠성운(七星雲)’. 찬성의 잔영이 일곱으로 흩어지면서 일제히 ‘사성절’을 베는데, 여기서부턴 부담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조용했다.
“음, 좋아. 다음은 팔성을…….”
[귓말][미니멈실버:뭐 하니! 접속했으면 어서 이동하렴. 공성전 곧 시작할 거야! 빨리 오렴!]“윽, 바로 움직여야겠다.”
채근하는 귓말에 찬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거점 내에 있는 창고 인벤토리를 열고 공성전을 하기 위한 물건들과 아바타를 챙겼다.
그러고는 포탈과 탈것을 타고서 교토 특구 외곽에 도달, 이미 각 작전 및 포지션은 공성전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둔 만큼 다들 각자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미 시작하기 3분 전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왔어야지! 뭘 꾸물거리는 거니? 오늘 진짜 중요하단 말이야. 이미 작전은 시작됐어!”
“윽… 죄송해요, 누님. 그, 기기를 테스트하느라.”
“하하, 천하의 D.E사가 실수하겠습니까?”
“쿠룩, 맞아. 자, 주변이나 보시죠, 찬성 님.”
근손실보험의 말에 찬성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동공이 확장됐는데, 오늘 이 ‘교토 특구’ 공성전에 참여하기 위해서 모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에 놀란 것이었다.
“와아아아…….”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찬성은 주변에 있는 인간의 장막과 띠가 어디까지 이어지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보았지만, 거대한 교토 특구의 장벽을 감쌀 만큼이나 엄청난 숫자가 모여 있어서 그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다.
“이, 이게 다 뭐예요?”
“뭐긴. 홍보한 거고, 이번엔 전력 전개라서 진짜 데려올 수 있는 인간, NPC 싹싹 긁어서 투자한 거야.”
“우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 찬성. 이제야 이게 진짜 대규모 공성전이자 대전쟁이라는 걸 실감하면서 그는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시스템-지금부터 어나너 월드 아카이브 공성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스템-‘야천 길드’가 ‘사쿠라마치 길드’가 점령하고 있는 ‘교토 특구’ 영지에 ‘선전 포고’를 하였습니다.]“드디어 시작이다.”
[외침-전군, 전지이인!]“와아아아아아!”
시스템 메시지를 본 찬성은 검을 굳게 잡고, 우렁찬 함성을 내뱉으며 돌진하기 시작하는 유저와 군대 NPC들을 바라보며 그 뒤를 따라갔다.
사실상 ‘검성’으로서 최후의 결전,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