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안뇽하세요! 검왕님! 한 판만 해요! 저는 케…….”
“죄송합니다! 바빠서요!”
“아이고난1!”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자, 알아서 나가떨어지는 한 격투가 네임드 유저를 그냥 지나친 찬성 일행은 성문을 열기 위한 도르래를 향해 계속 주파해 나갔다.
“그나저나 아까 아저씨도 네임드인가요?”
“뭐, 네임드 유저도 여러 타입이 있는 거니까요.”
“쿠룩, 스트리머도 사실… 실력파보다는 재미 위주인 개그나 입담, 텐션 타입이 인기라서 네임드라고 꼭 실력을 갖추었다고는 할 수 없는 거지요.”
“지지직… 그렇죠. 그래서 찬성 님 너튜브도 은근히 성장세가 정체된 거니까요.”
“삐잇, 근데 실력이 또 압도적으로 강하면 전설의 고X파처럼 인기가 생기는 거니까… 다르지.”
“저기, 집중해서 가죠. 이제 도르래에 도달하게 되지만, 성문을 열기까지 또 방해가 들어올 거라.”
진형을 갖추고 열심히 돌파해 나갔지만, 상대도 ‘성문’이 열리는 건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사쿠라마치 길드는 자기 길드의 네임드 유저들을 모두 보내고 있었다.
“소신! 검성 유저인 ‘말랑말랑신사’라고 하오! 이름 높은 검왕과 검을 맞대게 되어서 영광…….”
“전쟁 중이라 죄송합니다!”
“히데부!”
물론 찬성의 검 앞에 자칭 ‘네임드’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일 합을 버텨 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뿐. 그러나 일반 유저들과 NPC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난감했다.
“음, 많군. 먼저들 가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한번 막도록 하지. 건강협회, 근손실, 시대의흐름 좀 빌리지.”
“우리가 물건임까?”
“쿠룩, 의견엔 동의하지만…….”
“일단 급하니까! 지시에 따르세요. 삐이잇!”
악귀의 지시에 따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반발하려는 파티원들이었지만, 일단 급한 상황이고 그의 의견이 맞긴 했으니 미니멈실버는 우선적으로 지시에 따르라고 했다.
“우린 여기서 싸우다 죽는다.”
“말투는 마음에 안 들지만 지시는 마음에 드니 어쩔 수 없군요. 엔타로 테사다르!”
“읏챠! 거참! 말 한번…….”
“쿠룩, ‘은혜의 비’! 틀린 말은 아니니 일단…….”
그리고 악귀가 자리를 잡은 곳은 성문을 여는 도르래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입구. 좁은 입구에 진을 치고서 그들은 여기서 죽을 생각으로 싸움에 임하려는 것이었다.
악귀와 남은 일행은 주변의 NPC 병사와 달려오는 유저들을 처리한 뒤, 각자 아이템과 스킬들로 엄폐물을 만들고 입구를 단단히 봉쇄하기 시작했다.
“전쟁에 희생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니, 이거 게임임다. 과몰입 금지요.”
“쿠룩, 옵니다. 먼저 한 방 날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천둥의 부름’!”
쿠르르릉! 콰아아앙!
숨 돌릴 틈 없이 계속 몰려오는 NPC와 사쿠라마치 길드 측 유저들을 향해 근손실보험의 스킬이 작렬하고, 다른 이들도 전투에 대비를 한다.
이들의 임무는 성문이 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여기서 죽는 일. 코앞까지 온 적들을 상대로 네 사람은 일제히 돌진했다.
***
‘萬千花’는 찬성 일행이 성문을 열러 가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시를 내려 사람들을 보냈지만, 지금 그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4명의 유저들에 의해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저걸 왜 돌파 못하나? 고작 4명인데!”
“그, 그게 ‘라이오넬 가드’가 마법과 속성 저항 세팅을 거의 MAX에 맞춰서 방패가 되고 있고, 그 옆에 있는 ‘시대의흐름’은 네임드급 힐러입니다.”
“그럼 근접 딜러로 처리하든가! 화살이나 총으로 처리해!”
“물리 방어로 녹이려고 노리고 있습니다만, 그러면 또 이제 뒤에 있는 ‘천둥새의 후예’가 ‘뇌우(雷雨)의 부름’ 스킬로 투사체를 받아 냅니다. 그리고 근접 딜러는…….”
“크아아악!”
유명하기 짝이 없는 PVP 길드 데블즈 윙의 전(前) 길드 마스터 악귀가 근접해서 다가오는 딜러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거나 잡아서 집어 던져 버리고 있던 것이었다.
“음, 역시 쓸 만하군. 검왕의 동료들다워. 멸각(滅脚)!”
“마법 공격 때만 내 뒤로 오는 거 치사하지 않습니까?”
“쿠룩, 대신 근접에서는 악귀 님이 지켜 주시잖아. 어이쿠! 뇌우 쿨 끝났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이거 조합이 상당히 좋군요. ‘빛의 수호막’!”
‘뇌우의 부름’이 끝나면 이제 교대로 ‘시대의흐름’이 보호 마법을 펼쳐서 화살 같은 투사체들을 막아 내 주었다.
좁은 입구다 보니 여럿이서 근접도 걸 수 없는 상황에서 원거리 공격을 견딜 수 있게 준비하고, 근거리로 다가오면 악귀(惡鬼)가 모조리 때려잡는 전술. 상당히 좋았다.
“젠장! 저긴 고작 4명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럼 네가 가 봐!”
“도적들, 뭐 하냐? 뒤로 점프하든가 침투하든가 해!”
“저기 빛의 사제가 패시브로 은신 감지를 갖고 있어서 무리입니다. 죄다 악귀의 주먹과 저놈이 쓰는 ‘(전설)용의 수염’에 붙잡혀 버립니다.”
침투도 안 되는 상황. 결국 저 악귀를 쓰러뜨리고 돌파해야만 하는데, 네임드급 유저는 네임드급이 나서야만 했다.
“다들 비켜라. 내가 나서도록 하지.”
“저, 저분은! 사쿠라마치 길드의 간부이자 투기장 챌린저 랭크! 현실에서 극진 공수도 사범으로서 남다른 근접 격투 감각을 가진 ‘권성(拳星)’ 클래스의 Lv.62 호쿠토 님이다!”
거대한 체구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한 남자가 앞으로 달려 나와서 그대로 악귀에게 돌진했고, 그런 그를 알아본 주변의 일본 유저들은 드디어 볼만한 네임드 간의 전투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음? 너는…….”
“악귀! 투기장이 아닌 곳에서 만난 건 처음인가? ‘은하권법 1식-우성(雨星)’!”
“올 게 왔군. 흡! ‘멸권(滅拳)’!”
콰앙!
스킬을 담은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면서 생긴 폭음과 파동이 주변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호쿠토와 악귀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서로를 향해 주먹질과 발차기를 하며 격투전을 지속하는데…….
역시 네임드급 유저이자 투기장 최상위 랭커들이라 그런지 화려하게 움직이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볼거리로선 화려한 전투라서 눈이 즐거울 지경이었지만, 결국 이 전투는 공성전이라는 전쟁의 형태. 둘의 싸움은 어차피 후방에서 치유가 오고 결정타가 없으면 승부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놈을 묶을 테니 너희는 저 후방 놈들을 쳐라!”
문제는 이제 전황. 악귀가 단숨에 처리 못하는 급의 적과 전투에 묶이게 되면 후방의 인원들은 무방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놔둘 순 없지.”
악귀(惡鬼)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전설)용의 수염’을 꺼내 자신의 팔에 묶기 시작했다.
호쿠토는 악귀가 꺼낸 저 실뭉치 같은 것이 전설급 재료인 ‘용의 수염’이라는 걸 알기에 저걸 가지고 뭘 할 생각인지 의아해하던 중, 놈이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어 와 주먹을 휘두르자 본능적으로 방어했다.
“아니?”
“좋아.”
그 짧은 순간, 악귀는 주먹인 척 내밀었던 손에 쥐고 있던 ‘용의 수염’을 풀어서 그대로 호쿠토의 팔에 묶어 버렸다.
“무슨 생각이냐? 이 자식!”
“이런 생각이다. ‘오의-멸살수라권’!”
그리고 악귀는 호쿠토를 무시해 버린 채 달려오는 사쿠라마치 길드의 유저들을 향해서 클래스 궁극기를 시전, 뛰어들어서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광역으로 스킬이 터지게 한다.
“이, 이 자식이이이!”
그렇게 되자 팔이 묶인 호쿠토는 자연스럽게 악귀에게 끌려가서 날아가게 됐고, 악귀의 속셈을 알아챈 그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고 ‘용의 수염’을 붙잡고 악귀를 끌어당기고자 했다.
“힘 스테이터스라면 내가 더 높을 거다! 잔재주를 부려 봐야!”
“그럼 좋은 기둥이 되어 주겠군. 흣챠!”
그 말대로 당겨 오는 호쿠토의 힘을 이용해서 반동을 건 악귀는 그대로 호쿠토 쪽으로 뛰어가서 그의 머리를 밟고 반대로 넘어가서 다른 사쿠라마치 길드 유저들을 공격했다.
“이러면 어떠냐!”
자신을 놀이 기구처럼 이용하는 악귀에게 더 화가 난 호쿠토는 팔에 있는 ‘(전설)용의 수염’을 돌돌 말아서 짧게 잡아 버리려고 하는데, 악귀(惡鬼)는 아주 심플하게 해답을 내어 버렸다.
“이거 매듭 맨 게 난데, 허튼짓을 하는군. 멸각(滅脚)!”
“이, 이 망할 놈이!”
자기 팔에 묶은 ‘(전설)용의 수염’을 풀어 버리고 인벤토리에 도로 넣어 버린 것. 엄연히 ‘재봉술’ 퀘스트 아이템이라 악귀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르륵 사라지고, 사쿠라마치 길드 진영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 그는 안에서 마구 날뛰었다.
“으아아! 이, 이게 뭐야!”
“아니, 미친! 악귀! 이걸 어떻게… 컥!”
“다굴 까! 안에 들어왔으면 결국 마법에 보호도 못 받게 되는데… 마법으로 조…….”
“‘전율의 포효’!”
으헝헝!
지형의 이점과 다른 아군들의 지원을 버리고 앞으로 나와 버린 악귀는 이내 노림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입구를 지키던 세 사람이 앞으로 튀어나와 금방 지원을 해서 진형을 도로 갖추게 되었다.
“입구 안 막고 뭐 합니까?”
“이미 이렇게 된 마당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거죠.”
“쿠룩, 네임드 유저를 여기 끌어들인 것만 해도 큰 수확이고…….”
“게다가 우린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구구구… 끄그그그그극!
멀리서 묵직한 기계음과 삐걱거리는 소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먼저 들어간 찬성 일행이 성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4명이 여기서 버티는 목적은 달성된 상황. 본래 계획한 대로라면 빠져나가야 했지만…….
“그러니 여기서 좀 더 오래 버텨 보죠.”
“쿠룩, 어차피 죽어서 귀환할 생각이었으니 말이죠.”
“그렇군. 이젠 마음 놓고 난리 칠 수 있겠군.”
그렇게 만족스러워하면서 악귀, 전국건강협회, 근손실보험, 시대의흐름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사쿠라마치 길드원들에게 최대한 저항하며 전투를 이어 나갔다.
그 저항은 오래가진 않을 것이지만, 소기의 목적을 다했기에 다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
성공적으로 성문을 연 찬성의 본대는 미니멈실버가 미리 배워 둔 ‘차원문 설치’ 스킬을 이용해 그대로 성 밖으로 나가서 국뽕이 지휘하는 본대에 다시 합류했다.
“성문 여는 것 수고하셨습니다! 그나저나 몇 분 모자란 것 같은데…….”
“삐잇… 가는 길에 시간을 끌기 위해서 결사대를 맡아 줬습니다, 만… 아직도 안 죽었어? 아니, 빨리 죽으라고, 이 인간들아! 부활 타임이 적다곤 하지만 빨리 죽어서 복귀해서 다시 전투 나가야지! 뭐 하는 거야!”
분개한 미니멈실버는 인터페이스 창을 열고 채팅창으로 작전 계획과 다르게 아직도 안 죽고 버티고 있는 악귀 외 3명을 향해 분노의 채팅을 쳤다.
[미니멈실버:아! 빨리 죽으라고요! 복귀해서 합류해야죠!] [악귀:ㄴㄴㄴ, ㅈㄱ ㅁㅇ ㅈㅇㅅㄱㅇ.] [미니멈실버:데블즈 윙식 암호 쓰지 말고! 그냥 얌전히 죽어요! 좀 작전대로 해야.] [전국건강협회:남자란 물러나지 않아야 할 순간이 있는 법.] [근손실보험:우린 바로 그게 지금입니다, 감독님.] [미니멈실버:누가 감독이야! 시대의흐름 님! 힐 끊어서 저 양반들 말려요!] [시대의흐름:Issah’tu! En Taro Adun!] [미니멈실버:이 인간들, 다 정신 나갔어!]“하아아~ 남자들이란 왜 이런 걸까? 찬성아, 너는 이런 게이머가 되지 말렴. 아무튼… 성문 쪽 굳히기 들어가니 이제 다음은…….”
예상과 다른 문제가 생겼지만, 전략의 목표인 성문을 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니 이다음은 이제 시가전. 하나 사쿠라마치 길드에서 대비한 이것도 역시 쉽게 치를 수 있는 전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