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젠장! 결국 성문이 열려 버렸잖아! 고작… 1시간도 안 되어서! 저기에… 저 성벽에 처바른 돈이 얼마인데!”
“…역시 대사형이군.”
“감탄할 때입니까? 이런 젠장, 이대로 시가전으로 들어가면…….”
성문이 열리고, 시가전에 들어가면 더더욱 검왕의 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벌써 위장이 아픈 기분이 드는 ‘萬千花’였다.
가상현실이더라도 심리적인 요소와 스트레스가 육체에 미치는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기에 캡슐에 누워 있는 그의 육체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것이다.
“으음,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 같네.”
“가는 겁니까? 누님?”
“그럼~ 설마 2 대 1로 찬성 사제와 붙을 거라고 생각했어? 에이~ 나도 엄연히 ‘비검’을 깨우쳐서 인정받은 한 사람의 파성검각의 검사. 같은 사제와 싸우는데, 2 대 1로 할 리가 없잖니~”
양 사저, ‘天衣無縫’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성을 나서기 시작했다.
드디어 검왕을 막아 줄 히든카드가 움직이는 모습에 감동한 ‘萬千花’는 그 호흡에 맞추기 위해서 곧바로 그녀 쪽에 주요 네임드들과 길드원들을 투입시켰다.
그러는 동안에도 공성전은 진행됐다.
“좋아, 시가전에 돌입한다. 전군, 돌겨어어억! 오빤 강남 스타일! BTS 최고야!”
“…우와… 구호도 국뽕 그 자체네요.”
“콘셉트인지 진심인지 헷갈리지만… 효과가 나쁘진 않네.”
그동안 KOREA 길드만으론 절대 열 수 없었던 성문이 찬성 일행의 힘으로 드디어 열렸고, 찬성 파티가 잠시 쉬는 동안 국뽕의 지휘 아래 KOREA 길드원들과 연합들이 무섭게 성문으로 전진해 들어갔다.
“삐잇? 근데 성문을 열었어도 너무 막 들어가는 게 아닌지요? 저렇게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가면…….”
“플레임 버스터!”
“화살의 비!”
“얼음 폭풍!”
“네가 죽을 곳을 알아서 찾아오는구나!”
사쿠라마치 길드도 그냥 기업 스폰이나 규모만으로 일본 최고의 길드로 자리 잡은 게 아니었다.
본래 KOREA 길드가 차지했던 이곳 ‘교토 특구’를 점령할 정도의 전술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너무 기세가 올랐군. 흥, 성문이 열렸다고 해서 우리가 무력해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말이지.”
성문이 열릴 쯤에 이미 ‘萬千花’는 성내 시가지 곳곳에 인원들과 NPC들을 배치해 두어 성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적들을 향해 삼면에서 일방적으로 화력을 집중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둔 것이었다.
애초에 검왕 같은 변수가 없다면 사쿠라마치 길드의 ‘萬千花’는 쉬이 당하기만 할 인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고로 여기서 다시 해야 할 수단은 단 하나였다.
“찬성아!”
“네! 바로 갈게요!”
오늘도 출격하는 찬성. 그라는 조커 카드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 전투는 성립이 되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이 수만이 싸우는 전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니, 그야말로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아아앗!”
“거, 검왕!”
성문으로 들어간 찬성은 곧바로 중앙 대로가 아닌 좌측의 건물 쪽으로 걸어 올라가서 건물 내에서 화력을 투사하는 마법사 클래스 및 레인저, 도적 계열 클래스들을 처리하는 데 힘쓰기 시작했다.
“검왕이다! 철수! 철수!”
‘아, 그냥 도망친다?’
“상대가 안 되면 싸우지 않는 게 최선이다! 엄폐물만 깔고 튀어!”
“튀어! 런런! 런런! ‘질주’!”
그동안의 싸움과 검왕의 전략 노출 덕에 사쿠라마치 길드원들도 방책을 마련한 상태. 검왕이다 싶은 적이 등장한 순간 곧바로 엄폐물 및 설치기 스킬들을 시전하고 도망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오, 머리 좋네.”
이기지 못하면 싸우지 않는다.
병법에서도 나오는 고전적인 전략. 찬성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나 그렇다곤 해도 찬성이 움직이는 곳에서 전부 이탈하면 결국 성문을 통해서 시가전에 들어가는 KOREA 길드와 야천 길드의 병력들을 막을 수 없게 된다.
“한 수 잘 부탁드립니다! 검왕님!”
‘이 사람들은… 뭐야?’
찬성은 원래 싸우던 이들이 빠지고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오는 이들을 보며 놀라는데, 다들 일본 시대극에서나 볼 것 같은 나가기(長着)와 하오리(羽織)를 걸친 이들이었다.
이들이 바로 ‘검왕’을 상대하기 위한 전담 팀, 100인의 ‘검성’. 오로지 찬성을 막기 위해서 구성된 50레벨 이상의 ‘검성 유저’들로, 철저히 찬성을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었다.
“와우… 저기, 이거 혹시 그건가요?”
“네? 그거요?”
“무슨…….”
“말 함부로 섞지 마라! 도발일지 모른다! 정신을 집중하고! 진을 유지해라!”
‘그거네! 그거! 진법! 우와아아아아!’
자신을 둘러싼 이들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빛나기 시작하는 찬성의 눈빛!
무협에서 주인공이 빠지는 대표적 위기 중의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
너무 클리셰적으로 사용된 내용이라서 식상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시추에이션의 카타르시스와 로망은 무협 그 자체라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절대 고수인 주인공을 압박하는 진법이었다.
‘심지어 이건 오직 나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모은 거지?’
심지어 이들은 100명 전원 검성 클래스로 이루어지고 찬성을 상대하기 위해 훈련된 이들!
그야말로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오더 메이드 메뉴! 찬성은 감동을 하면서 이들에게 ‘진심’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
그 순간, 찬성을 둘러싼 사쿠라마치 길드의 검성 유저들은 목 뒤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 공간 자체의 온도가 2도가량 내려간 듯한 느낌. 누가 마법이나 스킬을 쓴 게 아니고, 눈앞의 찬성은 가만히 있는데…….
‘이, 이거 뭐지?’
‘뭔가 스킬 효과인가? 아이템 효과인 건가?’
‘검왕에게 뭔가 아이템이 따로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암만 그래도 이런 느낌은 대체…….’
목 뒤가 서늘하고, 전신이 오싹해지는 이 느낌. 그것은 생물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죽음의 공포’로, 수명이 다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게 아니면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할 일이 없는 현대인들에겐 생소한 개념이었다.
심지어 지금 있는 곳도 가상현실이라서 이성적으로는 죽음의 공포라는 것을 생각도 할 수 없어서, 분명 느끼고 있지만 인식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들 너무 긴장하지 마라! 우리가 훈련한 게 있지 않느냐!”
“게다가 우리도 검성! 상대도 검성이다! 그리고 우리는 100명이라고!”
“그래! 게다가 우리는 어중이떠중이처럼 파밍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검왕의 공략을 따라서 비전도 3식까지 다 익혔어! 그러니……!”
다들 이 긴장과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서 최면이라도 걸듯 자신들의 유리함을 서로에게 설파하고자 했다.
그들의 말은 이론적으로 맞긴 했다.
온라인 게임 RPG에서 동일 클래스 간의 전투는 거의 수학 공식에 가깝다.
레벨 차이나 장비, 능력치 차이가 극명하게 나지 않는 이상 숫자가 모든 것을 정하는 게 정석. 심지어 그것도 1 대 100, 1은 이기기는커녕 싸움에서 도망치려고 애써야 정상이다.
[은하검법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白夜)’] [파성검각 비검-칠성운(七星雲)]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하나 절대적인 힘 앞에서 상식은 뒤집힌다.
자세를 잡은 찬성은 우선 이 기기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던 ‘비검-칠성운(七星雲)’을 시전, 그와 연계해서 은하검법 비전 4식과 은하검법 3식을 같이 시전.
“이, 이게 뭐야?”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
“아, 아니, 이게 그… 검왕의 비검?”
“거, 검으로 안 막혀! ‘검성의 경지’가! 크아악!”
찬성의 가까이에 있는 사쿠라마치 길드의 ‘검성’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은하검법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까지 걸고 사용. 지속 시간은 기본이 5초지만 ‘(유일)천문(天問)’의 효과로 3초 추가, ‘(유일)알기에바(Algieba), 쌍성(雙星)의 반지’의 효과로 1초 추가가 되어서 ‘은하검법 비전 4식’의 효과 지속 시간은 무려 총 9초가 된다.
그 9초의 시간 동안 전력을 다하는 찬성은 모조리 쓸어버리기 위해!
지금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검의 옥좌’를 믿고!
자신과 싸우기 위해 모이고 준비한 100명의 검성들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바쳐!
[파성검각 비검-칠성운(七星雲)] [파성검각 비검-육성파(六星破)]여태껏 하지 않았던 5식 이상의 비검끼리의 연계를 전력으로 선보였다.
“이, 이게 뭐야?”
그 검을 본 사쿠라마치 길드의 검성들은 이 말밖에 내뱉을 수 없었다.
건물 내부를 모조리 채우는 저 서른여섯의 검광을 사용하는 신영(身影)이 일곱.
고로 다 해서 이백오십둘의 검광. 그것도… 은하검법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와 함께 시전된 검.
같은 검성 클래스이지만 그는 자신들과 같은 검성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현실에서는 육체의 한계로 사용할 수 없는 경지의 검, 가상 세계인 덕분에 사용할 수 있게 된 이 검.
이 순간 그들의 눈엔 찬성은 더 이상 검왕이 아니었다.
“거, 검황…….”
“모, 못 이겨. 이, 이런 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찬성과 같은 방에 있던 ‘검성’들은 각자 저항했지만 모조리 사망한 지 오래.
운이 좋게도 뒤이어 들어오거나 찬성의 사거리 밖에서 이 방 안의 사태를 구경하고 있던 사쿠라마치의 검성들이 그가 펼친 검술에 전율하면서 벌벌 떨었다.
“차라리 이건 핵이라고 해 줘.”
“아니… 저건 어떻게 하는 건데… 방금… 방금 9명이 한 번에 전멸했는데?”
“100명이 모여도 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지.”
“으아아아아!”
진정한 공포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직면했을 때 발생한다.
그래도 길드장의 명령이 있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사쿠라마치 길드의 검성들이었지만, 귀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찬성의 모습에 저항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이후 펼쳐진 건 가히 유린이었다.
***
“아, 아니, 이게 무슨…….”
그리고 이제 자리를 옮겨서 영지 내성에 들어온 ‘萬千花’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공유 중인 ‘검성’들의 방송을 통해서 검왕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지나 확인 중이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는 초검술을 보고 경악했다.
“저, 저게 뭡니까?”
“‘비검-칠성운’, 거기에 ‘비검-육성파’를 엮었군. 현실이라면 시전하다가 피가 끓고,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터질 연계인데…….”
“그, 그런 걸 쓴다고요?”
“게임 속이니 쓰는 거지. 여기선 무리해도 육체에 부담이 안 가니까… 나랑 누님도 그 덕분에 ‘비검’의 성취가 빠르게 올랐지.”
찬성이 너무 초월적인 존재라 그렇지, ‘파성검각’에서 ‘비검’을 깨우친 자라면 그 세대에서 ‘검의 천재’, ‘검의 초인’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지금 여기 남아 있는 아사쿠라와 양 사저 모두 육체의 한계와 제약을 벗어던질 수 있는 가상 세계에서 빠르게 성취를 올릴 수 있던 것이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검진을 위한 ‘검성’들은 ‘검왕’ 상대로 준비도 하고, 두 분을 상대로 훈련도 했잖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려 하지 마라. 대사형은 그런 존재다. ‘검’만 잡으면 그냥 인간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본인이 들으면 ‘아사쿠라 사제,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라고 할 법한 말을 담담하게 하는 아사쿠라였지만, 지금 그가 벌이고 있는 상식 밖의 전투를 보면 아사쿠라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두, 두 분이서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걸 혼자서 맞이한다고요?”
“애초에 순수하게 ‘검’으로 이기는 건 포기했다. 이건 우리가 ‘게임’에서라도… 다른 변수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하려고 하는 과정일 뿐.”
『사, 살려 줘!』
『이건 못 이깁니다! 길드장님! 후퇴 명령을!』
『애초에 우리는 시간 끌려고 온 거야! 그냥 맞서!』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 으, 으아악! 아, 안 막히잖아!』
그러는 동안에도 萬千花의 화면 속에선 검왕에게 저항하는 검성들의 격전이 계속 보이고 있었다.
『아니, 거, 검으로 막았는데 왜? 왜 데미지가?』
『피할 수가 없어! ‘질주’! 으아아!』
『동시에 공격해! ‘은하검법 3식-항성’!』
『‘은하검법 3식-항성’!』
『‘은하검법 3식-항성’!』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몇몇은 그래도 열심히 저항을 하며 찬성을 공격해 보지만…….
『자세가 어설퍼! 찌르기는 몸을 더 깊게! 잘 찔렀지만 회수가 느려!』
동시에 찔러 온 세 사람의 공격을 검으로 모조리 쳐 내면서 지적을 해 주고, 급소를 베어 그대로 쓰러뜨리는 기예를 선보이며 찬성은 다른 검성들을 향해 달려갔다.
클리셰답다면 클리셰답다고 해야 할까? 찬성을 상대하기 위해 마련된 검진, 100명의 검성은 찬성무쌍에 무너져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