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진’과 100명의 검성 계획 자체가 아주 무용지물이 된 건 아니다.
본래 목적 자체가 ‘검왕’을 이기기보다는 검왕을 다른 전장에서 격리시켜서 이 전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생각하면 계획 자체는 달성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 계획을 성공한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100명 중… 50명이 고작 2분 만에 쓰러졌다고?”
“대사형 상대로 그 정도면 잘 버틴 거네. 좀 더 견제하고 도망치면 5분까진 버티겠군.”
뒤에서 아사쿠라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속을 벅벅 긁는 소리를 했지만, ‘萬千花’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5분을 벌려고 저 100명을 선별하고 아이템 지원을 하고 따로 훈련까지 한 게 아닌데… 검왕의 초월적 무력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젠장!”
“그래도 다른 쪽 전황은 잘 풀리고 있어서 다행 아닌가?”
그래도 ‘검왕’을 격리한 약 5분의 시간, 야천과 KOREA 길드 연합이 진행하는 시가전의 진척 상황은 지지부진이었다.
검왕이라는 미친 변수만 아니면 전략, 전술적으로 밀릴 요소는 없었고, 실시간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면서 시가전을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었다.
“삐이잇, 역시 뚫기 힘드네요. 상대도… 찬성이를 마크하려고 별거 다 준비한 것 같고…….”
“어, 어쩌죠?”
“어쩌긴요.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기다려야죠.”
미니멈실버는 이를 악물고 길드 채팅창과 파티 채팅창을 열심히 두드리면서 최대한 전황을 유리하게 바꿔 보고자 애썼다.
찬성이 ‘100인 검진’을 돌파하는 동안에도 ‘교토 특구’ 내부에서는 치열한 격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젠장, 돌파가 힘들어!”
“NPC들 우수수 녹아나네.”
“앞으로! 앞으로!”
중앙 대로부터 시작해서 성 내부 곳곳에선 계속해서 치열한 싸움 중이었다.
사쿠라마치 길드에서 짜 놓은 수비진, NPC, 사방에서 마법과 화살 공격은 물론 방패를 든 탱커들은 한 걸음이라도 전진하려고 나아가는 한편 측면과 후방에서는 서로의 뒤를 잡으려는 암살자와 레인저 계열의 치열한 싸움이 지속되고 있었다.
“젠장! 수비가 두껍습니다.”
“게다가 오브젝트나 맵 구조도 더럽게 만들어 놔 가지고!”
“도시 계획도 이따위로 하면 망하는데!”
“이거 공성전 날만 나오면 바꾸고 다시 되돌린다더라. 아주 그냥 돈이 신이지.”
“치사하네. 젠장!”
KOREA 길드는 물론 야천 길드원들도 돌파하려고 애를 썼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은 비용과 수입을 생각해서 일을 진행하는 게 정상인데, 사쿠라마치 길드는 대기업과 일본 정부의 음흉한 음모로 지원이 되고 있기에 이런 코스트 무시 전략이 가능했던 것.
“진짜 찬성이 없었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네.”
“으으음… 아무튼 이대로면 소모전에서 말립니다. 부활 거점이 너무 멀어서…….”
“알고 있어요.”
내성 입구 쪽에 있는 부활 거점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공격 측은 성 밖에 있는 본진에서 부활해서 뛰어와야 하기 때문에 전투에 불리했고, 빨리 내성을 돌파해야만 했다.
‘이리저리 머리 쓰고 있지만, 상대도 머리가 너무 좋아. 사쿠라마치의 길드장, 유능하긴 유능해.’
체스판에서 체스를 두듯, 미니멈실버가 수를 두면 딱딱 받아치는 상황. 그렇게 갑갑해하던 찰나 찬성의 소식이 들려왔다.
“역시!”
역시 믿을 건 찬성뿐. 그의 소식이 들리자 미니멈실버는 반가워하며 얼른 그에게 귓말을 보내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었다.
[귓말][미니멈실버:찬성아, 측면이나 후방 진형을 뚫어 줘. 지금 정면으로는 너무 방어가 강해서 뚫지 못할 지경이야. 여기서 시간 오래 끌리면 안 돼.] [귓말][찬성:넷!]“후~ 이제 마저 일해야지. 아, 그 전에 수리 키트…….”
‘유일’ 템이라도 내구도는 들어가기 때문에 찬성은 수리 키트를 사용해서 내구도를 회복시킨 다음, 곧바로 본래 하려 했던 측면과 후방 무력화 전투에 들어갔다.
“젠장! 좀 잘되나 했는데! 벌써 왔어?”
“하여간 길드장 놈! 뭘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봤어!”
“계획한 대로 대피! 대피!”
[파성검각 비검-칠성운(七星雲)] [은하검법 비전 5식 ‘태양처럼 빛나고자 한 월광(月光)’]하지만 ‘비검-칠성운(七星雲)’을 사용해도 기기에 무리가 없는 걸 안 이상 거칠 게 없는 찬성이었고, 그는 전력을 다해서 적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외곽 쪽 적들이 자신을 피해 가니 찬성은 빠르게 주파한 다음 적들의 후방에 돌입하여 비검과 비전 5식을 엮어서 시전한 것이다.
“으아아아! 저, 저게 뭐야?”
“저거 혼자 왜 다른 게임 하냐?”
“무슨 하늘에서 검이 7개나?”
하나만 해도 무시무시한 은하검법 비전 5식 ‘태양처럼 빛나고자 한 월광(月光)’이 7개씩 떨어지며 중앙 대로를 막는 사쿠라마치 길드의 후방을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비전 5식. 현 콘텐츠가 아닌 차기 콘텐츠에서 발견하는 스킬인 만큼 계수는 일반 클래스들이 가진 최종 스킬급으로 높았고, 거기에 찬성의 아이템과 ‘비전 4식’ 버프까지 엮으니 치유할 새도 없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후, 후방이?”
“저, 저게 말이 되나? MMORPG 게임에서 저렇게 압도적으로 센 게 말이 되냐고?”
“혹시 숨겨진 클래스인 검신이라도 전직한 게 아닐까?”
고오오오……!
건물 위에서 ‘비전 5식’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하늘로 뻗고 있는 찬성의 모습. 빛을 받아서 어찌 보면 거룩해 보이는 그 모습과 지금 그가 단 한 수로 처치한 인원수를 생각하면 정말로 검성의 상위 클래스라는 소문이 있는 ‘검신’으로 착각할 만했다.
“오, 온다!”
“점사해! 메즈라도 걸어!”
“검왕 녀석, 요리조리 숨어서 옵니다!”
찬성은 무리하게 달려들지 않고 은폐와 엄폐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후방을 교란하는 걸 택했다.
달려가서 싸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전략, 전술적 움직임을 통해서 최대한 신경을 끄는 걸 목표로 한 것이다.
‘스킬엔 쿨 다운이 있고, 무작정 싸우면 검을 휘두르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100명의 검성들과 싸울 때는 건물 내부라서 일점사를 맞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저 후방 진영은 엄연히 야외의 개방된 지역이라서 찬성이라고 해도 쉽게 달려들기 힘들었다.
‘아군이 전진하기 편하게만 해 주면…….’
“크억!”
상대도 찬성이 후방을 교란하는 걸 알고 레인저 및 도적 계열 클래스들도 보내서 견제하고자 했지만, 100명의 검성도 무력화된 판에 이들로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이대로 후방과 측면을 계속 흔들면서 아군의 전진을 수월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파성검각 비검-일성점(一星點)]“……!”
서늘한 한기와 함께 찬성의 머리 옆으로 무시무시한 검이 찔러 들어갔다가 돌아갔다.
찬성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새하얀 무복의 미인이 있었다.
찬성도 잘 아는 인물로, 현실에서 그의 사저인 양 사저였다.
“사저?”
“짜잔~ 사제, 재미 보고 있던데… 게임, 할 만해?”
“어, 그러니까… 일단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잘되었네. 아무튼 사정은 대충 그 짐승 아가씨에게 들었지?”
“아, 예. 그래도 싸우고 싶은 거라면 그냥 만나서 대련이라도 신청하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이유가 뭐가 있는 건지 찬성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냥 대련은 싫어서 말이지. 내가 원하는 건 전력(全力), 그것도 살의를 가득 품고 달려드는 사제라고~”
“그… 제가 산에 없는 사이에 이상한 취향에 눈뜨신 건가요?”
“후후훗, 음~ 찬성 사제라면 의외로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아무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아직 중앙 부활 거점도 못 먹었고, 거기에 내성 공성전도 빡셀 건데?”
그녀의 말대로 지금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정비하면서 시간은 꾸준히 지나가고 있어 공성전이 시작된 지 어언 3시간째가 되어 가는 시점. 남은 시간은 약 5시간뿐이다.
사쿠라마치 길드 쪽에는 이제 하위 길드들이나 여유 인원들이 속속 모여들어서 중앙 대로 쪽 수비 라인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차, 찬성이 여기서 시간을 끌리면 끌릴수록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
“후우우…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양 사저, 그… 여기서 생긴 감정은 밖에 가져가기 없습니다.”
“싫어~ 가져갈 건데? 후훗.”
“……!”
하지만 찬성은 검에 손을 댄 시점부터 눈빛이 달라져 있어서 그녀의 이죽거림이나 도발에 흔들리지 않고, 벌써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비검-사성절(四星切)’!”
“‘비검-사성절(四星切)’!”
4개의 궤적이 된 검광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섬광을 뿜어낸다.
사성절을 사성절로 맞받아친 양 사저. 똑같은 비검이 격돌했지만 그 한 번으로 자신과 찬성의 수준 차이를 실감하게 됐다.
‘같은 비검인데도… 정교함이 달라. 거기다…….’
출수와 회수, 그다음에 이어지는 연계의 매끄러움이 다르다.
‘파성검각의 비검’은 그 초식 하나하나가 초인의 경지에 이른 검법인 만큼 하나를 시전하면 그다음 출수를 위한 부담과 함께 호흡을 이어 가기가 어렵다.
“‘비검-오성화(五星花)’!”
하지만 찬성은 그의 스승을 제외… 아니, 포함해서 ‘파성검각 최강, 최고의 검사’. 그러므로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갔고, 벌써 다음 출수를 통해서 ‘양 사저’를 압박해 나갔다.
“‘점멸’!”
하지만 역시나 이건 ‘게임’. ‘마검사’를 골라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양 사저’는 순식간에 찬성의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어느새?’
“마법이라는 거 정말 편리해 보이지? 후훗, ‘비검-삼성연(三星連)’!”
미소 지으며 검을 휘두르는 양 사저. 하지만 찬성은 보지도 않은 채로 팔과 몸만 틀어서 검으로 그녀의 검을 막아 내는데…….
‘차가워?’
검을 타고 손과 전신에 느껴지는 한기(寒氣). 그리고 자신의 생명력이 깎여 내려가는 걸 확인했다.
데미지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의 상태창에 새로운 디버프가 나타났다.
[상태 이상:빙결-모든 속도가 감소]‘자기 이미지에 맞는 걸 골랐네, 양 사저.’
새하얀 이미지에 맞춘 건지 얼음을 비롯한 수(水) 속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찬성은 미니멈실버에게 이전에 배운 ‘마검사 클래스’에 대한 요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찬성아, 잘 들어. 마검사는 전사, 검사 계열 스킬과 마법사 계열 스킬 트리가 같이 엮여 있는 대신에 양쪽 모두 다 정점에 이를 수 없는 페널티가 있어. 검술은 비전을 못 배우고, 속성 마법은 1개 속성 계통만 익힐 수 있는 거지. 물론 공용 유틸리티 마법은 또 그 제약을 벗어남으로써 1개 속성 전문이지만, 좀 다채로운 마법사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할 수 있어.’
크헝헝헝헝!
머릿속에 생각이 스치고 간 사이, 찬성의 상태 이상을 ‘(유일)알기에바, 쌍성(雙星)의 반지’가 해제하고 사자의 격노가 발동하여 순식간에 찬성은 속도를 회복했다.
그리고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빙결 저항 버프 스크롤’과 ‘수 속성 저항 버프 스크롤’을 나란히 찢으면서 찬성은 뒤에서 공격한 양 사저를 향해 돌진했다.
“어머나~ 대처도 빠르고…….”
마법에 대한 대처까지 하면서 찬성은 검을 휘두르고 있는 상태였다.
정말 대단한 사제라고 생각하는 양 사저. 하지만 게임이라는 건 역시 정보와 정보의 싸움이다.
텅!
정확한 궤도로 휘둘러진 검이 양 사저의 근처에 도달하는 순간, 무언가에 맞은 듯 튕겨 나가는 찬성이었다.
‘뭐?’
[시스템-‘마법:중력 방패’의 효과로 공격이 무효화됩니다.]“아쉽게도 나는 수(水) 속성도, 냉기 마법 전문도 아니야. 아까 그건 무기 옵션~”
‘아!’
그동안 대부분 PVE를 했고, PVP를 하는 경우 찬성의 검술을 버틸 수 있는 적이 없다 보니 상대 아이템에 대한 관찰법을 영 배우지 못한 찬성이었다.
투기장에서도 너무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데다 아이템도 워낙 좋다 보니 상대 아이템에 대해서 신경 쓸 일이 없기도 해서 생긴 빈틈.
그의 검술에 대응할 수 있어야만 찌를 수 있는 이 빈틈이기에 여태껏 의미 없는 약점이었지만, 같은 사문의 ‘양 사저’라면 찌를 수 있던 것이다.
“사실 레벨 업 하면서는 얼음, 물 속성을 쓰긴 했지. 하지만 우리 사제와 겨루기 위해서… 준비한 건 바로 이거.”
[대지 마법 비전 반중력장(反重力場)-‘리버스 그라비티 필드’]진짜 그녀의 속성은 대지 마법.
‘중력 방패’ 및 ‘반중력장’ 마법은 그 대지 마법 카테고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유틸리티 마법들이었다.
그녀는 찬성을 상대하기 위해서 ‘대지’ 속성 마법을 선택해서 익혔던 것으로, 사전에 ‘(유일)알기에바’의 효과로 익힌 ‘사자분신’의 효과를 빼고 ‘중력 방패’로 공격을 막은 다음 ‘반중력장’으로 찬성을 그대로 하늘 위로 날려 버린 것이다.
“어우와아아악!”
“‘검성’ 클래스는 유틸리티라곤 하나도 없는 단순 직관적인 구조의 스킬들뿐이지. 허공답보 같은 스킬이 없으니 아무리 찬성 사제라고 한들… 이건 피할 수 없지.”
약 30미터 상공까지 수직 상승. 주변에 어디 매달리거나 붙잡을 곳 없는 그저 허공일 뿐이다.
찬성이 아무리 대단한들 자연 현상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아는 그녀는 떨어지는 낙하 데미지로 찬성을 잡기 위해서 ‘대지 마법’ 계통을 배운 것이고, 그 계획은 일견 성공한 듯했지만…….
쿠우우우웅!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바닥의 블록이 깨지고 먼지가 일어났지만, 찬성의 생명력은 모두 소모되지 않고 3분의 1만 소모된 채였다.
바로 ‘(신화)허무의 왕관’. 아무리 천문학적인 데미지를 받아도 한 번에 30퍼센트까지만 생명력이 소모되게 하는 이 아이템의 힘 덕분에 찬성은 산 것이었다.
“아, 이거 한 방 먹었네. 왜 양 사저가 게임에서 붙자고 한 건지 알 것 같아요.”
“후우~ 역시 찬성 사제. 이런 거 한 번으로 쓰러질 사람이 아니네. 아이템은 역시 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서로를 보고 웃는 두 사람은 검술뿐만 아니라 게임의 요소를 결합해서 싸우는 지금의 상황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찬성은 포션을 하나 입에 털어 넣으면서 다시금 다리에 힘을 주어 양 사저를 향해 돌진했고, 양 사저는 검과 마법을 동시에 준비하며 그런 찬성에게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