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남은 시간:0.21초/가디언의 생명력:0퍼센트] [공성전 공지-야천 길드가 교토 특구 성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결국 찬성의 마지막 ‘비검’이 닿은 것인지 0.21초를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가디언의 생명력이 0퍼센트를 가리키면서 공성전은 ‘야천 길드’의 승리로 끝났다는 메시지가 나오게 된다.
“이,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와아아아아아아!”
“이겼다아아아아아아아아!”
“교토 특구! 아니! 세우르를 탈환했다아아아아아아!”
시스템 메시지만으로는 현실감 없던 그들에게 쓰러진 가디언의 시체가 다시금 자신들의 승리를 자각하게 해 주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젠장!”
“칙쇼!”
“아… 강제 퇴거당한다. 으아아아!”
그리고 사쿠라마치 길드를 비롯한 일본 길드 연합은 결국 패배했다는 사실에 비탄을 터뜨리면서 주인이 바뀐 ‘교토 특구’에서 퇴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겼다아아아아아! 읏쌰차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검왕님 어디 있지?”
“이젠 검황님이지! 검황! 검황!”
승리의 기쁨에 취해 검왕을 검황으로 바꿔 부르면서 찬양하는 이들. 바라고 바라던 교토 특구… 아니, ‘세우르’ 탈환을 성공시킨 그들은 기쁨에 취해 찬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눈치 못 채고 있었다.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검황은 신이야! 검황은 신! 그나저나… 그분 어디 계십니까? 더구나 실버 님도 보이지 않는군요.”
환희에 차 있던 국뽕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찬성의 파티원들에게 다가가 행방을 묻는데, 다들 혼란스러운 얼굴로 인터페이스 창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찬성 님, 그 아사쿠라라는 분과의 전투에서 이기신 뒤에 기기가 또 맛이 가서 바꿔서 오셨는데, 바꿔서 접속하신 게… 팬텀 드라이브 초기형이라서 사양이 우려되는 상태에서 또 ‘비검’을 쓰셔서 오버 로드가 나서 튕기셨다고…….”
“네, 네? 그, 그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팬텀 드라이브’ 초기형이라면 꽤 위험할 텐데…….”
“그래서 실버 님이랑 살덩이 님이 같이 나가셔서 상태 확인한다고 했어요. 일단 기다려 보죠.”
국뽕도 헤비 게이머인 만큼 초기형 ‘팬텀 드라이브’도 구매한 적이 있는 몸. 그 성능과 안전장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도 우려가 되는 건 마찬가지였고, 부디 두려운 소식이 오지 않기를 빌며 기다렸다.
***
민희는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D.E사 직원에게 찬성의 행방을 물었다.
직원은 찬성이 어디로 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제발… 무슨 문제가 없기를!’
“시, 실버 님! 가, 같이 가요.”
“아, 예!”
그녀의 뒤로 기괴한 고글을 쓴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필사적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같이 찬성을 걱정하는 만큼 그녀는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데리고 찬성에게 향했다.
“제발… 무슨 일 없겠죠?”
“없었으면 좋겠어요. 초기형 ‘팬텀 드라이브’가 워낙 불안한 물건이라서…….”
물론 나올 당시엔 혁명적인 기계이긴 했다.
D.E사가 가상현실 기기 사업에 뛰어들면서 낸 첫 플래그십. 당대 모든 가상현실 기기보다 높은 사양으로 혁명적 인기를 끌었던 물건이었다.
“저기다. 피어오르는 연기도 그렇고! 부서명도 말해 준 거랑 같아요.”
“제발, 찬성 님!”
두 사람은 목적지인 사무실에 도달해서 곧바로 찬성의 행방을 찾았다.
이곳도 무언가 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D.E사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찬성이 ‘비검’으로 또 한 대의 ‘팬텀 드라이브’를 날려 먹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찬성아!”
“찬성 님!”
그렇게 분주하게 오가는 직원들을 제치고서 내부를 뒤진 두 사람은 소파에 눕혀져 있는 찬성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달려갔다.
“찬성아! 괜찮아?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은 거죠? 이거… 크, 큰일 난 거 아니죠?”
두 사람은 걱정스럽게 찬성의 상태를 살피며 직원에게 상태에 대해 묻는데… 난데없이 질문을 받은 그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하면서 찬성의 손 쪽을 가리켰다.
“생수 통?”
“예. 저도 놀라서 사내 의무실에 있는 선생님을 불렀는데, 그… 그냥 평범한 탈진입니다. 물 마시고 쉬면 되는 거죠. 다만 놀란 게… 처음엔 무슨 온몸이 불덩이 같은 게,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니까요.”
“아아…….”
찬성이 현실에서 ‘비검’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던 민희는 단숨에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성검각의 비검’은 엄연히 인간의 육체로는 사용에 부담이 걸리는 기술. 그렇기에 가장 기초적인 ‘비검-일성점’만 써도 몸에서 연기가 날 정도였으니…….
“하지만 게임 속에서 썼는데… 현실에 어떻게 영향을 끼친 건지.”
“그 부분은 아마도…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의식은 게임 속에 있어도 현실의 육체에 영향이 안 가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보통은 이 정도로 영향을 받지 않는데… 아무튼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후우우우우우… 정말 다행이다. 혹시라도 잘못됐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팬텀 드라이브 초기형으로 비검을 써서 우려했는데…….”
“그게… 그 점에 대해선 오해가 있으신 게, 저게 초기형 팬텀 드라이브는 맞긴 하지만 안전 기준을 높일 때 그에 맞춰서 업그레이드를 한 거라서 우려하신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애초에 D.E사 직원 것인데 말이죠. 그렇지만 저건 변상을 하셔야 할 겁니다.”
“당연히 해야죠. 후우우우…….”
찬성이 부숴 먹긴 했어도 그 덕분에 이번 공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으니, 그 정도는 부담할 생각인 민희였다.
애초에 이제 너튜브 수익 창출 승인도 나서 곧 있으면 첫 수익도 들어오고, 거기다가 이쪽저쪽 파밍한 거랑 이번 승리로 얻은 요소들을 합치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후우우… 다행이다.”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정말 어떻게 되나 했는데…….”
“어… 목말라. 꿀꺽꿀꺽…….”
잠시 쓰러져 있던 찬성은 기운을 차린 건지, 아니면 주변의 소리에 자극을 받아서 깬 건지 모르지만 눈을 뜨고 일어나 생수를 마저 비우고 1리터짜리 생수 통 하나를 더 비워 버리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어라? 누님? 그리고… 세화 님?”
그리고 눈앞에 익숙한 민희와 더불어 오늘 같이 D.E사에 온 세화(살덩이는나약하다)까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양손으로 몸을 일으키면서 물었다.
“아, 맞다. 공성전 어떻게 되었어요? 저 비검 쓰고 바로 ‘시스템 강제 종료’되어서 못 봤는데!”
“우리가 이겼어. 네 마지막 ‘비검’이 결국 ‘가디언’을 쓰러뜨렸어. ‘교토 특구’, 아니… ‘세우르’는 우리 거야.”
“그거… 다행이네요. 후우~ 겨우 이겼어.”
“그래, 다 네 덕분이야. 아무튼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렴. 그리고 기존에 준비해 둔 말도 하고…….”
“네!”
찬성은 밝게 미소 지으면서 휴대폰을 들어 인게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길드 사람들에게 인사말과 공지를 하기 시작했다.
[길드][찬성:안녕하십니까? 야천 길드장 찬성입니다. 본래 게임에 접속한 상태로 이야기해야 하지만, 게임 마지막 기기가 과부화로 터져 버려서 부득이하게 밖에서 이렇게 채팅으로 공지하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차피 하루 플레이 타임도 다 되어서 접속이 종료되었겠네요.]우선 자신의 상황을 알려서 혼란을 막은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 나갔다.
[길드][찬성:오늘 교토 특구… 아니, 세우르 탈환 공성전 성공… 모두가 힘내 주셔서 얻은 결과라 너무 기쁩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세우르 탈환 공성전에 협력해 주신 ‘KOREA 길드’ 및 여러 길드의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먼저 인사부터 시작해서 공성전에 참여한 길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승리 이후 진행하게 될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길드][찬성:‘수도-세우르’를 탈환함에 따라 우리는 다시 그란 왕국의 주도권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사랑하며,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을 원합니다. 그 어떤 감정과 생각도 일단 게임 속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로서 서로 오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사쿠라마치 길드 측을 비롯해서 일본 길드 측이 꾸민 야망은 심증만 있지, 증명할 수 없는 노릇이라서 실제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은 순수하게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정론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길드][찬성:앞으로 전황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을 하고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우선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고, 여러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즐겁게 게임하시길 바랍니다.]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찬성은 휴대폰을 덮고서 게임 시간이 다 되어서 나온 류호진(전국건강협회), 배조영(근손실보험)과 합류하여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는 회식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데…….
“보자, 혹시 더 올 수 있는 분들 찾아볼까요? 근데 지금 식당 예약 가능해요?”
“국뽕 님 식당 가면 돼요. 이미 이기면 자기 식당에서 회식할 거라고 이야기 다 해 놨어요.”
국뽕은 따로 뭐라 하지 않아도 승리하면 자기 식당에서 연회하자고 먼저 떠들어 놓은 상태라서 식당 예약이니 뭐니 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추가로 레이드 뛰던 분들은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지? 길드 분들 모두 모시는 건 따로 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지방 사는 분들이 있던가?”
“악귀 님, 지방이라는데? 근데 지금 당장 갈 거라서 KTX 타고 이리저리 하면 2시간 내에 서울 올 수 있다는데?”
“그 양반, 역시 행동력 죽이네. 나라면 귀찮아서 다음에 만나자고 할 건데…….”
“누님, 저기, 아사쿠라 사제랑 양 사저도 불러도 될까요? 나름 선의의 경쟁을 한 건데…….”
“불러, 불러. 그 사람들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어. 괜찮아.”
딱히 악감정이나 이익이 아닌 찬성과 겨루는 것이 목적이었던 찬성의 사저와 사제였기에 이들도 회식에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모두와 함께 회식할 식당으로 가면서 찬성은 자신의 다리를 슬쩍 보며 생각했다.
‘인간사 새옹지마(人間事 塞翁之馬)인가…….’
검을 들고 내려오던 날, 교통사고를 당해서 이 양다리를 잃었고 병원에서 죽음을 생각할 만큼 절망에 빠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시간을 얻었다.
‘만약 사고가 없었더라면…….’
산에 들여온 것을 생각하면 분명 가상현실 기기에 대해선 접촉했겠지만 역시 본격적으로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라는 ‘게임’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검’의 수련을 하는 생활만 했을 것이다.
‘그러네. 그 고통은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행복의 대가… 같은 거였구나.’
물론 더 미래 시점이 되어서 생각하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차 안에서 열심히 떠드는 사람들이 짓는 행복한 웃음과 기쁨, 즐거움을 보면 지금만큼은 이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
‘부디…….’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의 삶에 앞으로도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길 바라며 찬성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