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에필로그-1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사쿠라마치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萬千花’는 성을 빼앗긴 뒤 길드 사무실에서 쫓겨나서 길바닥에서 허무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 어떻게 거기서 그게 그렇게…….”
절망적인 표정. 하지만 게임의 승패는 냉정하게 시스템에 의해서 결정이 난다.
가디언의 생명력이 결국 0.21초를 남기고 0퍼센트가 된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검황… 그 망할 검황만 아니었어도!”
정말로 검황 찬성만 아니었다면 자신의 완벽한 계획이 절대 깨질 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그로 인해서 모든 게 실패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얻었던 부귀영화와 권력, 계획 모든 게 무너졌다.
스폰서 기업들은 물론 하위 길드까지 하나둘 손절하기 시작했고, 어떤 놈들은 벌써 ‘야천 길드와 KOREA 길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게임을 즐겨요.’ 하는 척을 하기 위해서 도시명을 원래대로 돌려놓기까지 했다.
‘절대… 패배해선 안 되는 일이었는데…….’
그 패배로 인해서 모든 게 망해 버렸다.
그래도 한국 놈들처럼 자신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성토하긴 했지만, 그쪽엔 ‘검황’ 찬성이라는 희망적인 히든카드가 있지만 이쪽엔 그런 게 없었기에 어불성설이었다.
“크으으으윽!”
결국 모든 것을 잃은 萬千花는 복수심에 불타기 시작했고, 일단은 지금 자리를 수습할 수 있는 만큼 수습한 다음 어떻게든 검황 찬성에게 복수하고자 하여 그의 현실 신상을 찾아내고자 했던 의뢰의 결과를 받아 내는데…….
“그… 지금 뭐라고요? 이, 이게 정말 사실입니까?”
萬千花는 비싼 돈을 주고서 검황 찬성의 정보가 담긴 문서와 이야기를 한차례 들었지만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통화하던 정보원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는데, 정보원은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차분히 진실에 대해 알려 주었다.
(사실입니다. ‘검황 찬성’ 유저는 현실에서 그… L그룹 오너 일가입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사실입니다. 제 정보원 인생을 걸어도 됩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모든 일을 망친 데 대한 원한이라도 갚으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입장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는가?
게임 안에서도 자신을 그렇게 방해해, 심지어 현실에서는 손도 못 대, 萬千花는 주저앉은 채로 허탈하게 하늘을 바라보다가 기어이… 울분을 터뜨렸다.
“왜 나는 안 되는 건데! 왜! 왜! 왜! 내가 뭘 잘못한 거냐고! 왜에! 아아아아아악!”
극심한 절망감,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슬픔에 짓눌려 절망에 빠진 그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D.E사 사장실.
마지막 공성전에서 찬성의 비검을 모두 감내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검의 옥좌’가 터진 일로 인해 사장은 또 직원들에게 핀잔을 잔뜩 먹는 중이었다.
“…아니아니, 데이터 땄으면 된 거 아닌가? 하하하.”
“그 화재로 인해서 ‘검의 옥좌’가 전소, 사내의 피해도 엄청 큽니다. 인명 피해가 없어서 망정이지.”
“하하하… 그래도 우리가 안전에는 철저히 신경 쓰지 않는가? 하하하.”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사장님.”
하지만 핀잔을 준다고 해서 사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 없는 직원들이었다.
‘검의 옥좌’를 비롯해 이번 일은 그래도 나름 회사적으로 보았을 때 엄청난 수확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검황의 데이터를 패치 전에 제대로 다 땄지. 방금 그게 ‘최종 비검’이라고 했으니…….”
“근데 그거… 연산량이 장난 아니던데요? ‘검의 옥좌’라서 겨우겨우 버텼지, 팬텀 드라이브-2였으면 시도할 때 이미 터져 버렸을 레벨…….”
“그러니까 대비하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안전사고 났을 거니까. 하하하.”
“근데 이 연산량을 감내할 차세대기를 만들려면… 지금으로는 무리 같은데요.”
“장기적 목표점이 생긴 거지. 두서없이 뜬구름 같은 목표가 생긴 것보다는 낫지 않나?”
산을 오름에 있어 정상의 위치를 알고 오르는 것과 모르고 오르는 것은 천지 차이와 같은 원리였다.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직원들을 다독이고는 기록을 보고 정리하면서 또 어딘가에 보낼 서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고점 데이터 안 따고 시작하면 걔한테 제대로 맞출 수 없으니 말이지. 만들 때 제대로 목표 지점을 지정해야 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우리 조카… 식장에서 나란히 걷게는 만들어 줘야 하니까.’
씨익.
사장… 아니, 찬성의 친한 삼촌인 그는 열심히 서류를 꾸미기 시작했다.
애초에 데이터를 딴 것은 회사 측의 이익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렇게 사적인 면도 슬쩍 존재했다.
물론 이런 일은 겸사겸사 다른 일과 덮어서 하는 게 중요했다.
‘그나저나 같이 온 팀에 그 ‘팬텀 글래스’ 시제품을 쓴 아가씨도 있던데… 거참, 사람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르겠군. 흐으음…….’
시각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기, ‘팬텀 글래스’ 시제품.
사장과 엮인 모종의 인연으로 제발 한 대만 팔아 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프로텍트와 다운 그레이드를 거쳐서 내어 준 물건이었다.
‘참~ 그렇게 잘 써 주는 걸 보니 마음이 약해지려고 하는군. 망할 정부 놈과의 협의 때문에 이미 차세대기까지 개발해 둔 걸 팔지 못해서 짜증 나는 판국에…….’
장애인 보조 기기 관련 사업에 자꾸 정부도 그렇고, 정부의 뒤에서 자신의 기술을 노리는 다른 기업까지 있어서 이미 개발은 다 진행되었는데 물건을 풀어 놓지 못해 일단 연구와 개발만 진행해 두고, 사업은 안 하고 있는 중이었다.
‘흐으으음… 정부 꼴통 새끼들만 좀 어떻게 했으면 싶지만, 아무튼 테스터로 하나 보내 볼까? 저렇게 오래 사용한 사용자라면 나름 자료가 될 테니 핑계는 충분하겠지.’
사실 직권 남용이긴 했지만, 그래서 어쩔 건가? 그는 사장이고 지분, 거기에 회사의 인맥까지 다 갖고 있는 무적의 권력을 가진 몸이다.
그런 만큼 서류 한 장 꾸미는 걸로 곧바로 개발이 완료된 신제품 ‘팬텀 글래스-X’는 빠르게 보낼 준비가 시작되었다.
***
약 2시간 뒤.
국뽕의 한식당에 모여서 회식을 하고 있는 찬성 일행. 그동안 게임 속에서만 보았던 레이드 멤버들도 하나둘 도착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붉은수염이반… 입니다. 힉! …너,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거, 검황님을 봐서 영광입니다.”
게임 내에선 그렇게 당당하고 걸걸했던 ‘붉은수염이반’은 실제 모습도 걸걸한 남성일 줄 알았지만, 실상은 안경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바가지머리를 한 소심해 보이는 남성이었다.
“뭔가 안의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갭이 크네요.”
“그… 그게…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는데… 하하.”
머리를 긁적이면서 인사를 나누고 ‘붉은수염이반’을 보낸 찬성은 다른 사람들과도 각각 대면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게임 내부와 모습이 다른 이들도 있었지만 역시 붉은수염이반만큼의 임팩트를 주는 사람은 없었고, 대부분은 게임 속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그보다… 살덩이 님이랑 실버 님, 겁나 예뻐서 놀랐습니다.”
“저 이상한 안경이 묘하긴 한데… 그래도 겁나 예뻐!”
“하하하…….”
그렇게 왁자지껄 떠들던 와중, 게임상과 다를 바 없는 인상을 가진 악귀가 찬성을 불렀다.
“저기, 여기 좀…….”
“아! 악귀… 아니! 대현 님, 무슨 일이세요?”
현실 이름이 유대현인 그는 게임 속과 똑같은 얼굴에 늘 그렇듯 무표정한 태도였지만 지금은 약간 절박한 어투였는데, 찬성이 자신을 보자 그는 옆을 가리키면서 얼른 말했다.
“이것 좀 치워 줄 수 있나?”
“저기, 무예는 어디서 배운 거야?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꽤 단련되어 있네? 이런 원석이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을 줄이야. 우리 산에 한번 안 와 볼래?”
거기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악귀에게 달라붙어서 산으로 납치(?) 같은 권유를 하고 있는 양 사저가 있었다.
심지어 그 반대편에는 이제…….
“나이가 좀 있지만 재능이 보이면 우선 산에 불러 봐야죠. 자, 여기 한잔 받으십시오.”
“저 술은 안 해서… 그보다 맥주 색이 이상합니다만?”
아사쿠라가 이상한 녹색 빛이 된 맥주를 태연하게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파성검각은 초인의 경지에 이른 ‘비검’을 익히기 힘들다 보니 그 전수를 위해서 항상 인재를 모집하려고 했고, 싹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일단 산으로 데려가고 보는 것이었다.
“음… 오케이. 아무 문제 없네요. 다들 건배하죠!”
“아, 아니… 찬성 님?”
“후후후, 찬성 사제도 우리 편이라 이 말씀.”
“참고로 저분, 우리 대사형입니다. 그러니 이거 쭉 들이켜시죠.”
아무리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그리고 찬성도 엄연히 ‘파성검각’의 사람이고, 대사형이었던 몸이다.
악귀, 유대현의 간절한 구조 요청을 못 본 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로 한다.
“하하하핫! 저거 개웃기네.”
“한 잔 더!”
“으어… 으어어어어어! 마시고 싶어어어어!”
“할배, 알중이람서요. 현실의 할배가 마실 수 있는 술은 이제 제사상에 올라갈 술밖에 없으니 얌전히 계십시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대로 된 술판을 벌이면서 술을 못 먹고 괴로워하는 용철 할아버지를 제지하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다음 찬성의 옆에서는…….
“편집 프로그램은 이거랑 이거랑 이거면 되는 거죠?”
“네. 그리고 인터넷 밈이라든가 사람들 대화 같은 것도 다 알아야 해요. 커뮤 사이트의 문화나 말투부터 해서 인싸 문화, 오타쿠 문화, 정치 같은 것도 다 가리지 않고 말이죠.”
“그… 다요? 그런 거 금기되는 거 아닌가요?”
“그걸 다 알아야 지뢰를 피하죠. 심연의 괴물을 상대하려면 심연으로 가야 하는 법이니까요.”
다들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판국에 민희와 세화가 나란히 앉아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략 맥락을 들어 보면 세화를 이제 찬성 검가의 너튜브 편집자 겸 채널 관리자로 삼을 생각인 것 같았다.
‘다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다.’
즐거워 보이는 모두의 모습에 찬성은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도 오늘처럼 행복하기를 빌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