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에필로그-2
검왕, 아니… ‘세우르 탈환’ 이후 찬성의 이명은 이제 ‘검황(劍皇)’으로 자동 통일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서 ‘검성’의 패치와 재설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기존에 제공되었던 리메이크안과는 조금 다른 구조로 이루어졌다.
[정규 패치 노트]…….
…….
…….
[검성(劍星)]“본래 이 클래스의 지표는 매우 낮았습니다. 매우 높은 퍼포먼스 요구치를 가졌고 그 리턴을 제공했었지만, 그 높은 퍼포먼스 요구치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죠.
하나 근래에 초월적인 검사 한 명이 이 클래스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 ‘검성’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그 한 명과 나머지 유저들의 갭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이번에 새로이 리메이크하고자 했지만, 유저분들이 해당 유저가 보여 준 가능성과 ‘검성 클래스’의 구조를 사랑해 주셔서 우선 일차적으로 미세한 조정을 한 번 더 해서 사태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조정 사항] [패시브-검성의 경지] [물리 데미지 감소율이 100퍼센트에서 99퍼센트로 변경]“초기안과 다르게 우선 즉사급 데미지를 막아 내며 싸우는 것을 제약하고 충격에 따른 데미지가 육체에 전해지는 정도로 조율했습니다.”
[신규 추가] [패시브-예리하게 단련된 육체] [물리 피해 감소 10퍼센트, 마법 피해 감소 10퍼센트 부여]“대신 일반 검성 유저들을 위한 저점을 높이고, 검성의 경지 조정안에 대한 보상으로 해당 패시브를 추가했습니다.”
[은하검법 1식-샛별] [은하검법 1식 비전 ???] [은하검법 2식-성운(星雲)]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 [은하검법 5식 비전 ???]“그동안 일반 유저들에겐 낮은 지표였던 검성이기에 일반 딜링 스킬들인 해당 전용 스킬들의 데미지가 일괄로 15~20퍼센트가량 증가합니다.”
[은하검법 2식 비전 ???] [은하검법 3식 비전 ???] [은하검법 4식-백야(白夜)] [은하검법 4식 비전 ???] [은하검법 5식-월광(月光)]“그동안 일반 유저들에겐 낮은 지표였던 검성이기에 보조 및 유틸리티 스킬들인 해당 전용 스킬들의 지속 시간이 3~5초씩 증가합니다.”
유저들의 반발, 검황의 인기로 인해서 결국 우려했던 검성의 조정은 즉사 패턴을 막거나 아직 업데이트도 제대로 안 된 콘텐츠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초고난이도 보스의 공략을 막고, 이 기회에 일반 유저들이 하는 검성의 성능도 올려 주는 것으로 타협한 제작진이었다.
“근데 99퍼센트면 뭐, 방어 아이템 잘 세팅하면 즉사급도 맞을 만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99퍼센트 정도 막고, 거기에 데미지 감소율 좀 올리면 힐 받고 살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럼 하나 마나 한 패치 아닌가요?”
“뭐, 결국 사람 일이라는 게 이런 거지. 이게… 공정하게 뭘 하려고 하지만 여론이라는 걸 무시 못하니까, 아무튼 결국은…….”
이제 ‘검성의 경지’로 막아도 데미지가 들어오긴 한다는 결과가 되었지만 아주 미세한 데미지였기에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고, 대신 모든 주요 스킬들이 폭풍같이 상향을 먹었기에…….
“이런 결과라는 거지.”
미니멈실버는 찬성이 홀로 해치워 버린 유저들의 시체 더미를 바라보면서 태연히 말했다.
대략 100명도 넘어가는 인원의 시체가 찬성의 등 뒤에 깔려 있었는데…….
‘세우르’ 탈환 이후, 그에게 원한을 가진 일본계 길드원들 수백 명이 ‘검성 조정 패치’로 ‘검성의 경지’가 너프된 찬성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모두 찬성의 앞에 쓰러지고 만 것이었다.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星雲)’이 기본 10초가 되고, 거기에 아이템 효과까지 합쳐져서 15초가 되니까… 너무 편하더라고요.”
상향치는 3~5초지만 찬성은 이 게임 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다수의 신화, 유일 등급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추가 효과에 데미지 상향치의 시너지가 폭발해서 더더욱 강해진 것이었다.
“애초에 ‘검성의 경지’를 못 쓰면 PVP에선 피하면 그만이고… 딜도 올라서 그냥… 그냥 죽어 버리더라고요.”
“가뜩이나 센데, 지금 딜이 오른 상태로 비전 4식 ‘결코 지지 않는 백야’ 걸고, ‘비검-칠성운’으로 비전 5식 ‘태양처럼 빛나고자 한 월광’을 던져 대니…….”
원래 한 자루가 떨어져서 큰 딜을 입히는 스킬인 비전 5식 ‘태양처럼 빛나고자 한 월광’이 7개로 늘어나서 하늘에서 꽂혀 내려 버리니 무적급 회피 스킬이 없는 자들은 모조리 쓸려 나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 초근접전에서 찬성에게 ‘검성의 경지’로 막을 만큼 뛰어난 근접전 실력을 가진 유저가 손에 꼽을 레벨이고, 원거리 스킬은 기동성과 애초에 근접전 원툴 클래스답게 마련된 스킬들로 대응하면 그만이었다.
“이럴 때는 멋있는 대사 해 주고 폼나게 웃으면 된다고…….”
“어떻게요?”
“‘내가 약해졌다고 해서 너희들이 강해진 게 아니잖아!’라고 말이야.”
“애초에 전 약해지지 않았는데요?”
“…네 클래스가 약해졌잖아!”
“‘검성의 경지’만 까였지, 사실상 상향 패치… 라고 말들이 많던데…….”
“아, 좀! 맥락으로 알아들으렴. 저기 쓰러진 인간들도 무안해하잖니! 불쌍하지도 않아? 애초에 ‘검성의 경지’ 너프한 건 너 때문이고!”
그 말대로 산더미처럼 쓰러져 있는 저 인간들의 시체(?)는 다들 아직 부활을 하지 않아서 두 사람의 바보 같은 대화를 계속 듣고 있었고, 자기들끼리 채팅창으로 열심히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약 0.2초를 남기고 성공하여 전설이 된 지난 ‘세우르 탈환전’ 이후, 찬성의 너튜브 구독자 수는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오르는 중으로 이름 좀 날린다 하는 유저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얘는 언제쯤 되어야 세간 문화에 밝아지려는 건지.”
“하하… 근데 머리에 안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제 좀 게이머가 되었나 싶었지만, 서브컬처나 인터넷 문화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아직도 대화가 안 통하는 면이 많았다.
“근데 너 헬창 밈에 대해선 은근히 밝더만… 결국 관심도 문제 아니니?”
“그것도 맞는 것 같네요.”
“좀 야한 것도 보고 이상한(?) 것도 보고 그래! 내가 품번(?) 몇 개 추천해 줄까?”
“…보통 그런 건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시답지 않게 떠들면서 오늘도 게임을 해 나가는 찬성과 미니멈실버였다.
결론적으로 ‘검성’ 재조정은 찬성을 약하게 만들기는커녕 더더욱 천하무쌍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결말. 검왕에서 검황(劍皇)으로 이름이 완전히 굳혀지게 되었다.
***
세우르성을 직접적으로 탈환한 것은 야천 길드였지만, 길드장인 찬성도 그렇고 길드원들도 그냥 일본 놈들이 지명을 일본어로 바꿔 가면서 수작질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영지를 탈환했을 뿐 찬성은 딱히 이 수도를 운영할 생각도, 운영할 능력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KOREA 길드에 소유권을 넘기는 형태가 되는데…….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냥 넘기게 되면 그… 길드분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까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란 왕국의 핵심 영지를 그냥 넘겨주는 건 호구나 다름없으니까요. 일단 뭐라도 받는 형식을 갖춰야겠죠.”
“여기저기 페인트랑 정보를 속이는 거 때문에… 저희가 직접 공성전 선포를 못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이기기 위한 과정이다 보니…….”
KOREA 길드는 워낙 규모가 큰 데다 요주의 길드라서 행동에 제약이 있던 만큼 전략상 야천 길드가 먼저 선전 포고를 하는 게 답이긴 했다.
“저는 그냥 드려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뇨. 큰일 날 소리를! 도련님의 입장도 있으니 무조건 거래로 해야죠.”
“그… 도련님이라는 거 멈춰 주시면 안 될까요? 국뽕 님? 저는 막내고, 회사 같은 곳에서 아무 실권도 없는지라. 저번 일은 그저 가족의 정으로 한번 어떻게 변통한 거라서…….”
“그럼 검황님으로 부르겠습니다!”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던 찬성은 뺨을 긁적이면서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국뽕이 아예 한술 더 떠 버리자 그냥 포기하기로 한다.
“아무튼 영지 거래 방식으로 주고받는 걸로 하시고자 한다면… 어느 영지를 가지고 싶으신지요.”
“원래라면 KOREA 길드가 가진 영지 중 하나로 하려고 했는데… 여기선 찬성이가 갑자기 자기 의사를 드러내더라고요. 그러니까, 어딜 원한다고 했지?”
“세이온이요!”
세이온. 앱솔 공작가의 본거지인 대영지. 유저들의 동선이 잘 안 겹치는 곳이라서 대영지임에도 그리 큰 가치를 지니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찬성에게는 첫 게임에서 가장 큰 추억을 가진 곳이었기에 그는 영지를 가진다면 이곳으로 하길 원한 것이었다.
“세이온이라. 일본 애들이 점령 중이긴 하지만, 암만 힘들어도 여기만 하겠습니까? 하하핫!”
“저러고 못 먹으면 개쪽일 텐데… 참고로 찬성이는 ‘세우르’ 지켜야 해서 못 나가요.”
“네? 하, 하지만 거기 풀 업그레이드되어 있어서 수비가 쉽지 않습니까?”
“그게, 저랑 싸우려고 이젠 막 자렌 왕국이라든가, 메리 왕국이라든가에서… ‘네임드’들이 몰려오기 시작해서…….”
명실상부 현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최강의 ‘네임드’ 유저로 손꼽히고 있으며 ‘검황(劍皇)’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찬성을 상대해 보기 위해 그란 왕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의 유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완전 새로운 레이드 보스 취급이라니까요. 물론 호승심을 가진 유저들만 오는 게 아니라 명성 좀 얻어 보려고 도전하는 애들도 있어서 난리죠.”
“아하, 그래서…….”
“세이온을 받으면… 거기에 또 엄청 몰려오겠죠. 하아아~ 업그레이드랑 거기 수비 대책 어떻게 세우냐? 세우르는 그래도 수비가 쉬운데…….”
머리 아픈 고민을 하는 미니멈실버. 국뽕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지만, 찬성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세이온을 얻으면 제가 반드시 지킬 테니까요.”
“그, 그래.”
“…아, 아무튼 공성 준비 잘하도록 하죠.”
그리고 얼마 뒤 ‘세이온’의 공성전을 치른 KOREA 길드가 4시간 50분 만에 점령에 성공, 그 뒤 ‘영지 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영지를 교환, ‘야천 길드’는 이제 ‘세이온’으로 이전해서 그곳을 메인 영지로 삼게 된다.
“뭐… 애들 대부분은 다칼에서 안 내려오고, 여긴 그냥 우리가 쓰는 꼴이 되었네.”
“왜 안 좋아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일단 대영지급인 만큼 화려한 길드장 전용 방에서 혼자서 좋아하는 찬성. 미니멈실버는 유저 유동 인구가 적은데, 이제 찬성을 노리고 쳐들어올 자들을 상대로 방어 업그레이드와 NPC 병력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동감입니다, 찬성 님! 찬성 님이 역시 뭔가 아시는군요.”
“자유기사 님, 댁은… 그저 엘프 평판 퀘랑 그거 하기 편해서 좋은 거잖아요.”
“크, 크흠! 그게 나쁜 게 아니잖습니까!”
“그럼 여기 방어 시설 올리는 데 비용 좀 기부하시죠. 금화 2만 개만 투자하면 앱솔 가문 고유 NPC 병력으로 ‘정예 엘프 샤프슈터’ 뽑아지는데…….”
“음……? 그런 거라면 우리 길드 애들이랑 상의를 해 봐야겠군요. 펀딩으로 가능합니까? 크… 정예 엘프 궁수는 못 참지.”
엘프와 친근한 진영인 앱솔 공작가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길드 자체가 이곳 세이온을 주 거점으로 삼았던 만큼 자유기사는 미니멈실버가 비아냥거림을 섞어서 한 제안을 진심으로 받아 버리고 말았다.
“어디 보자. 이쯤인데…….”
그리고 그 둘이 떠드는 동안 찬성은 창문 쪽을 둘러보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금실이 수놓아진 붉은색의 화려한 커튼들을 이리저리 제치면서 창밖의 모습을 보던 찬성은 뭔가를 발견하곤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풍경이 익숙하다 했더니 역시 있었네.’
그것은 ‘(유일)알기에바(Algieba), 쌍성(雙星)의 반지’를 얻은 퀘스트 라인의 히로인… 레오나 앱솔의 무덤.
그가 이곳 ‘영지-세이온’을 원한 것은 바로 일본 측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 주요 건물들을 커스터마이징하면서 무덤 주변에 큰 건물을 세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쿠라마치 길드가 일본계 길드를 모두 소집해서 대전쟁을 했기에 그럴 여유가 없어서 손도 안 댄 상태였지만, 이렇게 자신이 차지하고 무사한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드는 찬성이었다.
“…누님, 여기 업글이랑 방어 시설 올리는 거 말인데요.”
그러곤 찬성은 다시 커튼을 닫고, 한참 신나게 떠드는 미니멈실버와 자유기사에게 가서 영지 업그레이드와 시설에 관한 대화에 깊게 참여했다.
이 세계는 단순히 검만 휘두를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진심(眞心)으로 감동과 애정을 가지게 해 준 장소였기에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서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