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잘 안 오네요?”
파티를 판 지 약 5분. 찬성은 여기저기서 출발하는 파티들을 보며 자신들의 파티에는 사람이 안 오는 것을 의아해했다.
“으음~ 뭐, 일단 우리 둘이 2차 클래스라는 것도 있고, 찬성 님이 클래스 불명 상태인 것도 있죠.”
“네? 저, 저 때문인가요?”
“아! 완전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뭐, 사람들이 남의 실력을 직접 체험하기 전엔 모르니까 결국… 외양으로 드러나는 스펙, 아이템, 클래스로 판별하려고 드니까요. 게다가 시간은 금이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는 스펙이 모자란 팀은 아니고 유틸리티 목적으로 받으려는 거니, 정 안 오면 다시 셋이 가면 그만입니…….”
“저기… 지지직… 파티 자리 있습니까? 지지직…….”
그때 들려온 것은 노이즈가 섞인 전자음으로 된 목소리였다.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말하는 것 같은 음성에 찬성과 전국건강협회는 물론 근손실보험까지도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있는 것은 판타지 게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존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기계 인간으로, 얼굴엔 눈 부분이 없고 바이저 같은 것으로 빛이 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기… 클래스가?”
“네. 지지직… 프리스트입니다. 지지직.”
‘…와, 되게 신기하다.’
보면 볼수록 기이한 외양. SF에 나오는 기계 인간 같은데, 몸에 걸친 것은 수수하면서 종교적 심벌이 하얗게 그려진 검은 사제복이고 십자가 모양이 달려 있으면서 붉은빛, 푸른빛으로 된 작은 전구 같은 게 계속 빛나는 SF틱한 지팡이가 인상적이었다.
“어, 레인저나 도적이 필요한데, 그… 기다려 주실 수 있다면 받죠.”
“지지직… 저 초행인데, 다른 건 안 물어보심? 지지직…….”
“그냥 말하는 것만 들어 주시면 문제없습니다. 여기가 공략이 그렇게 어려운 던전도 아니고…….”
“지지직… 여기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상대적인 건가? 흐음… 우린 그다지 안 어려웠거든요. 아무튼 환영합니다, 프리스트님. 아이디가…….”
[시스템-Lv.12 프리스트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파티에 들어왔습니다.]이건 또 상당히 기가 막힌 아이디였기에 세 사람은 순간 당황했지만, 찬성을 제외한 두 사람은 원래 온라인 게임은 이런 콘셉트질 하는 맛이라는 걸 알기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 콘셉트이면 평범한 축이지.”
“이게 평범해요? 아무리 봐도 로봇 같은데?”
“뭐, 판타지 게임에서 SF스러운 거 포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까요. 그쪽 수요가 있으니 끼워 넣는 거죠. 저 던전에서도 이야기한 것 같지만, 게임은 유저가 즐기게 하기 위해서 만든 거니까요.”
SF 요소에 낯설어하는 찬성에게 전국건강협회는 이리저리 설명해 주면서 게이머의 관점에서 이해시켜 주었다.
그리고 파티에 들어온 ‘살덩이는나약하다’는 혼자 있는 근손실보험에게 가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지지직…….”
“네. 쿠룩. 그보다 그 소리, 아바타 옵션입니까? 쿠루룩.”
“예, 그렇죠. 지지직… 아바타가 멋있어서 샀는데… 지지직. 이 노이즈 때문에 환장하겠다니까요. 지지직.”
“저도… 쿠룩. 이 말 사이에 자동으로 소리 나오는 거… 쿠룩! 짜증 날 때도 있습니다만, 뭐 어쩔 수 없죠.”
비슷한 처지라 그런지 은근히 말이 통하는 ‘근손실보험’과 ‘살덩이는나약하다’였다.
그러는 사이 전국건강협회가 드디어 마지막 다섯 번째 파티원을 받았는지 파티원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시스템-Lv.15 로그 ‘밀렵꾼의단검’ 님이 파티에 들어오셨습니다.]“ㅎㅇㅎㅇ. 방가요! 잘 부탁합니다! 도둑놈 계열은 어느 게임이든 파티 구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ㅠㅠ 흑흑흑.”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지직…….”
“쿠룩?”
드디어 원하던 레인저, 도적 계열 파티원. 다른 이들은 반갑게 서로 인사하는데 근손실보험은 경계하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파티장을 맡은 ‘전국건강협회’에게 슬쩍 귓속말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받은 파티원 ‘밀렵꾼의단검’은 브루탈 길드 소속이었다. 일전에 사고 친 것 때문에 영 엮이는 게 껄끄러운 근손실보험이었지만 전국건강협회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귓말][전국건강협회:그게 생각보다 우리 구성 때문에 도적, 레인저 계열이 잘 안 오는 느낌이더라고~ 근접만 3명, 그것도 셋 다 순수 물리 계열이니까 아이템이 너무 겹치는 거지.] [귓말][근손실보험:음, 그럼 어쩔 수 없지. 별문제 없으면 좋으련만…….] [귓말][전국건강협회:뭐, 별일이야 있겠어? 자자, 가자고~]그렇게 모인 파티원 5명은 곧바로 지하 수로를 따라서 제국군 습격 요새 던전에 진입했다.
들어가자마자 도적 계열인 로그, ‘밀렵꾼의단검’이 정석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먼저 몬스터 감지부터~ 그리고 그 둘 중 하나를 기절시키면 될까요?”
“아, 그거 안 해도 돼요. 그냥 보이는 대로 다 몰아서 데리고 오세요.”
“네? 다 몰아서 잡겠다고요?”
“예, 충분합니다. 자자, 다녀오세요. 버프 돌리고 준비 다 해 놓을 테니까요.”
“으으음… 전멸이 나도… 전 모릅니다!”
밀렵꾼의단검은 압도적으로 높은 레벨이 아님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그들을 보며 의아해했지만, 일단 파티장의 말이었기에 지시대로 움직였다.
“지지직… 음, 정말 괜찮음? 레벨이 좀 되시는 것 같아도… 지지직… 몰아서 잡는 건 힘들 수 있는데… 지지직… 저 강철 신의 사제라서 지지직… 치유는 그리 안 좋아요.”
“종파까지… 콘셉트와 일치시켰습니까?”
사제 계열의 경우, 클래스 간 차이도 있지만 또 클래스 안에서도 어떤 신을 섬기느냐에 따라서 콘셉트와 버프, 치유, 디버프, 저주 등등… 능력의 비중이 달라지기도 한다.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섬기는 강철 신의 경우, 치유 능력은 약화되지만 대신 버프 능력이 강화되는 타입이었다.
“철강의 축복:방어력 상승, 부상 상태 이상 저항, 효율의 찬가:공격력 상승, 내구도 하락 저하… 지지직.”
“종파까지 콘셉트랑 일치시켰을 줄이야. 쿠룩… 투지의 함성! 아무튼 몰아서 오는 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쿠룩. 보면 기절할걸요? 쿠룩. 그럼 뒤에 잘 계십시오. 이런 거 어디 가서도 구경 못합니다. 쿠룩.”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자신의 자리로 가는 근손실보험이었다.
진형은 찬성이 제일 앞, 그 뒤에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 밀렵꾼의단검 셋, 마지막에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따라오는 1-3-1 구조였다.
잠시 후, 지하 수로에 있는 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들을 모조리 몰아서 오는 밀렵꾼의단검의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 살려 줘! 이거 지하 수로에 있는 거 전부입니다! 나 좀 살려 주십쇼!”
“저희 뒤로 빠지시면 됩니다. 찬성 님!”
“예!”
드디어 신호가 떨어지자 찬성은 우르르 몰려오는 제국군 병사들을 향해 달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은하검법 1식 ‘샛별’.”
어두운 지하 수로가 번쩍이는 은빛으로 가득 찼다. 찬성이 휘두른 검에서 시작된 광역의 일격에 전방에 있던 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 4명이 지푸라기인 양 일격에 쓰러져 버렸다.
그러고는 착지하자마자 찬성은 급소를 모조리 베어 내면서 남은 습격 요새 제국군 병사들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15레벨이 되어서 상승된 스테이터스의 힘, 추가로 붙은 버프들 덕분에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다 잡았어요!”
“…으겍, 저거 뭔가요? 이게 말이 되나?”
“지지직… 세상에… 지지직… 저희 쩔 받는 거 아니죠?”
찬성의 무용을 처음 보는 두 사람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보통 적정 레벨 유저들끼리 도는 이런 던전은 잘 뭉쳐서 조심스럽게 상대하며 모험을 해 나가야 하는데, 무슨 혼자서 핵엔슬래시나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다 쓰러뜨려 버리니 충격이 컸으리라.
“설마 저분 3차 클래스입니까? ‘???’로 가린 걸 보면? 우와아아아…….”
“네, 맞아요.”
“자세한 건 비밀이지만 대충 맞는다고 하죠. 자자, 얼른 열쇠나 찾죠. 시체가 겹쳐 있어서 찾기가 힘드네.”
‘밀렵꾼의단검’의 질문을 일축하고, 파티 일행은 찬성이 쓸어버린 시체를 열심히 뒤져서 요새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 열쇠를 사용해서 요새의 지하 감옥 쪽으로 들어가는데, 본래라면 아예 들키지 않게 들어가서 조용히 처리하는 게 정석적인 공략이었지만 그는 순찰에게 일부러 모습을 드러냈다.
“적습! 적스으으읍!”
“이번에도 아까처럼?”
“예. 찬성 님, 다 쓸어버리세요. 그사이에 우리는 이 지하 감옥을 열고 사람들 구출 이벤트를 하겠습니다.”
“예!”
마찬가지로 찬성이 지하 감옥 입구를 막고 습격 요새 제국군 병력을 모조리 상대하게 두고, 그사이에 이전엔 구하지 않았던 지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모두 풀어 주는 퀘스트를 진행했다.
로그인 ‘밀렵꾼의단검’이 감옥 문을 열면 남은 파티원들이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하거나 치료하는 식이었다.
“읏챠, 감옥 문 여기 땄습니다. 다음 거 따러 갑니다~”
“쿠룩, 굿입니다.”
‘…그나저나 저거 진짜 엄청난데? 아무리 3차 클래스라곤 하지만 보통 저 정도 위력은 아닐 텐데?’
‘밀렵꾼의단검’은 자물쇠를 풀면서 슬쩍슬쩍 찬성을 쳐다보았다.
몰려오는 요새의 모든 제국군 병사몹들을 혼자서 밀어붙이는 저 힘. 같은 15레벨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잘한다는 스트리머나 프로게이머들도 저 정도로 미친 짓은 안 하는데…….’
인터넷 스트리머나 프로게이머 및 유명 유저들의 방송을 본 기억으로도 3차 클래스를 암만 빠르게 전직했어도 저런 짓을 벌이는 건 보통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면 히든? 아니, 역시… 유일인가?’
히든 클래스의 경우 조건이 특별하거나 숨겨져 있어서 기믹상 특별한 게 있어서 그렇지, 밸런스상으로 딱히 압도적이진 않은 면이 많았지만 유일 클래스는 다르다.
단 한 명만이 할 수 있는 클래스로 소문에 의하면 D.E사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설정을 가려 둔 걸 보면… 역시 유일이라서 그런가? 큭… 부러워 미치겠군. 잠깐만, 그러면 혹시… 저놈이 길드에서 찾는 그놈 아니야? 저레벨에 유일 클래스의 계수라면 충분히 힘 100 정도는 너끈히 나올 건데?’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결국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의 화살이 돌아서 자신들에게 돌아온다고 해야 할까?
‘으으음… 수상해.’
브루탈 길드 소속인 밀렵꾼의단검은 자신의 길드가 점령하고 있는 이첸성의 경매장을 부순 불한당 같은 놈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본래는 라이벌 격인 시공 길드가 그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길드 상층부의 판단으론 아니라고 했기에 결국 흐지부지되었다고 들었다.
‘일단 형님들에게 말이나 해 둘까? 음, 이렇든 저렇든… 유일 클래스라니! 크으으으! 배가 아파 미칠 지경이군.’
스멀스멀 올라오는 질투와 열등의 감정. 배가 아파서라도 남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하는 이기심의 발로였다.
그는 본격적으로 자물쇠를 계속 여는 척하면서 귓말과 길드말로 어두운 감정을 가득 담아서 저 히든 혹은 유일 클래스로 추정되는 놈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