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찬성의 시선에서 약 200미터 거리, 수풀에 숨어 있는 데블즈 윙 길드의 길드원 셋은 모두 길드 이름에 걸맞게 붉은 악마 날개가 그려진 어두운 색의 가죽 갑옷과 각자 개별 무장을 한 채로 은신 중이었다. 그런데 다 같이 은신 상태임에도 자신들의 위치를 아는 것처럼 바라보는 찬성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Lv.28 발톱의때(클래스:블러디클로)] [파티][발톱의때:뭐지? 저놈… 우릴 눈치챈 건가?] [Lv.27 33세구세군냄비도둑(클래스:의적)] [파티][33세구세군냄비도둑:그럴 수 있나요?] [Lv.30 개미살인마3학년김철수(클래스:머리 사냥꾼)] [파티][개미살인마3학년김철수:근데 우리 쪽을 보는데? 소속 보너스 쉽게 따려고 왔는데, 염병…….]소속 보너스. 클래스 전직의 소속 혹은 다른 소속을 가졌을 때 주는 보너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모두 본래 각기 클래스의 소속이 있었지만 PVP에 특화된 ‘소속:암살의 전당’으로 바꾼 상태였다.
[소속:암살의 전당] [1단계 소속 보너스:현상금 감소, PVP 살인 페널티 저하, 사망 페널티 증가] [2단계 소속 보너스:3차, 희귀 및 유일 클래스를 처치할 때마다 스택이 쌓이며 공격력이 상승한다. 단, 스택은 레벨 차이는 10 이하여야 하며 한 명의 유저에게선 한 개의 스택만 수집 가능하다. 스택 최고 수치는 레벨만큼으로 제한된다.] [3단계 소속 보너스:PVP에서 받는 피해량 감소]PVP, 그것도 적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필수 소속인 ‘암살의 전당’의 보너스는 딱 악(惡) 성향 유저들에게 최적이었다.
특히 2단계 보너스가 이들의 목표였는데, 가뜩이나 딜러 중심인 PVP 유저들에게 공격력 상승이 퍼센트라는 건 엄청난 메리트. 단점은 희귀 및 유일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보너스였다.
50레벨 기준 다 쌓으면 공격력 50퍼센트 상승. 대신 조건을 이루기 어려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사망 시 잃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만 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소속 보너스다. 이들은 그것을 노리고 검성인 찬성을 잡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파티][발톱의때:보내 준 스샷이랑 정보를 보면 저놈이 검성 맞는 것 같은데… 다른 스킬 있는 거 아니야?] [파티][33세구세군냄비도둑:없어요. 검성은 이미 정보가 다 까발려진 클래스인데 뭘요. 새삼~] [파티][개미살인마3학년김철수:그냥 찍거나 다른 몬스터 보고 놀란 거 아니야? 으으음… 아무튼 레벨… 좀 더 오르면 길드에서 다 한 번씩 오겠는데?] [파티][발톱의때:그보다 저런 놈이 왜 길드를 안 들어간 거지? 어지간한 길드에 들면 우리도 손을 못 댈 텐데 말이야.] [파티][33세구세군냄비도둑:빨리 스택이나 쌓죠. 접어 버리거나 규모 좀 있는 길드에 들어가면 그림의 떡이 될 테니!]스스슥… 스스스!
찬성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에 대해서 알았지만 그들은 이내 자신들이 얻을 스펙 업과 스택의 욕심에 그것을 금방 잊어버렸다.
길드나 소속이 없는 3차 클래스였다. 히든 및 유일 클래스 조건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든 것이기에 사냥할 수 있을 때 해 놔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얼른 스택을 쌓고자 다들 은신 스킬을 사용한 채로 찬성에게 향했다.
“찬성 님, 몹 같은 건 안 보이는데요?”
“으으음… 저기, 살덩이 님! 저 버프 좀 걸어 주세요.”
“지지직… 네? 아… 예. 지지직… 철강의 축복, 효율의 찬가.”
“잠깐 다녀올게요.”
철컥!
찬성은 버프를 받자마자 잽싸게 검을 뽑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방향은 블러디클로 클래스 ‘발톱의때’가 대기해 있는 쪽이었다. 수없이 기습을 해 왔던 ‘발톱의때’는 찬성의 행동에서 최초의 감이 맞았다는 확신을 했다. 그 때문에 빠르게 기습의 이점을 버리고 좌우로 싸우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찬성을 맞이했다.
‘어떻게 눈치챈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은신 스킬의 효과는 있으니까…….’
흔히들 은신 스킬이라 부르지만 대부분 게임에서 은신 스킬의 개념은 사실상 투명화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 근데 왜 여길 봐? 안 보여야 정상인데?’
‘발톱의때’는 현재 흐릿한 잔영만 남기고 거의 투명해진 상태로 보통 사람은 육안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탐지 스킬과 같은 것으로 찾아내서 은신을 풀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여기다!”
“망할 새끼! 넌 대체 뭐야?”
채애애앵!
그러나 찬성의 검은 보이지 않는 ‘발톱의때’를 향해서 정확하게 휘둘러졌고, 발톱의때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욕지거리를 날리며 은신을 풀고서 찬성을 향해 클로를 휘둘렀다.
“어? 진짜 있네?”
모습을 드러낸 ‘발톱의때’를 보고 놀라는 찬성. 손등에 갈고리 같은 칼날이 달린 클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상식으론 도저히 성립이 안 되는 무기였기 때문이다.
‘대체… 저런 무기를 왜 쓰는 거지? 저렇게 손등에 달려 있으면 휘둘러도 힘을 못 받는 데다 부러지거나 벗겨지기 십상일 텐데?’
“뭐야? 너 대체 뭐냐고? 컥!”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발톱의때’ 님이 31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검성의 경지:방어력 무시+피의 갈구:데미지 감소)를 받았습니다.]부우웅!
발톱의때의 클로가 허공을 허무하게 갈랐고, 반대로 찬성의 검 공격은 예리하게 급소에 들어가서 데미지를 주었다.
찬성의 공격은 검성의 경지로 기본적으로 방어력 무시였지만, 상대인 블러디클로는 PVP 특화 클래스였다. 플레이어에게 받는 데미지 감소가 있었기에 찬성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만한 31의 데미지가 들어가는데…….
“이, 이게 무슨 딜?”
[발톱의때]생명력:85/116
‘젠장! 이 새끼! 검성 클래스 성장률! 거기에 검성의 경지가 방무뎀이었지?’
민첩계 딜러로 건강 성장률도 낮은 물몸인 ‘발톱의때’로서는 충격적인 데미지량이었다.
자신보다 10레벨이나 낮은 놈의 공격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에 놀란 그는 급히 몸을 빼기 위해서 비장의 수를 썼다.
“혈행탈주!”
‘어?’
스윽!
‘발톱의때’의 몸이 갑자기 핏빛으로 빛나면서 흩어지더니 약 10미터 뒤에서 다시 뭉쳐서 나타났다.
블러디클로의 전용 스킬로 위험한 순간에 쓰는 도주기였다.
찬성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곧바로 질주를 사용하며 맹수처럼 그를 쫓았다.
이렇게 보면 대체 누가 쫓는 자고 누가 쫓기는 자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씨이이익! 씨익! 새끼들아! 뭐 해? 이 새끼 안 덮치고! 이 새끼! 진성 미친놈이라고!”
[파티][33세구세군냄비도둑:네네. 뒤잡아서 덮칠 거니까 좀만 더 버텨. ㅋㅋㅋ] [파티][개미살인마3학년김철수:ㅋㅋㅋ 스샷 X나 찍었다. ㅋㅋㅋㅋ 쪽팔리게 그게 뭐냐. ㅋㅋㅋㅋㅋㅋ]‘애초에 은신 뚫고 선공 박으러 오는 이 새끼가 비정상이지!’
‘발톱의때’는 억울한 마음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찬성에게서 도망쳤다.
그 말대로 은신 스킬로 숨어 있는 자신들을 눈치챈 것도 모자라서 대뜸 먼저 공격을 하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유저라면 상상도 못할 짓인데, 지금 미친 듯이 쫓아오는 것도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으아아아! 오, 오지 마!”
“……!”
채애앵!
그러나 찬성은 이 이상 ‘발톱의때’에게 다다갈 수 없었다.
정확하게 자신의 이동 경로에 날아오는 공격을 감지하고는 검으로 쳐 낸 찬성은 신속하게 몸을 놀리면서 공격이 날아온 지점을 보았다. 거기에선 자신에게 석궁을 겨누고 다음 사격을 준비하는 또 다른 유저가 있었다.
‘저건 석궁? 기척이 여럿이긴 했는데… 아, 원거리 무기였구나.’
“뭐야? 미친! 석궁 화살을 검으로 튕겨 냈다고? 젠장! 뭐 하는 놈이야, 저거?”
‘원거리는… 성가시니 저것부터!’
이때껏 배운 게 있었기에 찬성은 우선 저 원거리 클래스부터 처치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러나 찬성이 간과한 게 있었으니, 상대 클래스의 정보도 일절 모른 채 달려드는 건 무모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런 데블즈 윙 같은 PVP 전문 길드의 유저라면 모두 PVP에 특화된 클래스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걸 미리 예측해야 했다.
“유인 잘되고 있다. 냄비도둑, 내가 계속 엄호할 테니까 네가 덮쳐.”
“오케, 철수야. 알았다.”
작전 토의를 나누며 계속해서 사격해 찬성의 질주를 저지하는 ‘개미살인마3학년김철수’. ‘33세구세군냄비도둑’은 타이밍을 보고서 적당한 거리에 오자 찬성을 향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집어 던졌다.
‘…어?’
퍼어엉!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그 물건을 반사적으로 베어 낸 찬성. 그러자 연기가 펑! 터지면서 새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고, 찬성과 그 주변을 감싸서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연막탄? 하지만… 기척은 있어!’
챙강! 채애앵!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없다는 듯 찬성은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면서 기척을 읽고 적의 방향을 알아채서 다가갔다.
시각을 막은 정도 가지고는 산과 어둠에서 수련한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자신한 그는 또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죽어라!”
‘단검으로 근접전을 할 생각인가? 나야 좋지.’
채앵!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왔다고 생각한 찬성은 능숙하게 자세를 잡아 검으로 단검을 받아 냈다.
완벽한 궤도로 단검을 받아 낸 다음 그는 검으로 베고자 생각하고 움직이는데, 그 순간 적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빌려 쓰고 돌려줄게(2성).”
‘무슨……?’
순간, 찬성의 손이 텅 비어 버렸다. 그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을 허공에 휘두를 뿐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그는 당황한 눈으로 시스템 창에 뜨는 메시지를 빠르게 바라봤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시스템-‘33세구세군냄비도둑’의 스킬 ‘잠깐 빌려 쓰고 돌려줄게’로 주 무장이 해제되었습니다.] [무장 해제 지속 시간 15초.]‘…무장 해제?’
무장 해제. 말 그대로 무기를 잠시 쓰지 못하게 하는, RPG 게임에 흔히 있는 상태 이상 효과였다.
근접 직업들 중에선 특히 도적이나 레인저 계열 직업들이 민첩함을 살리는 요소로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찬성처럼 ‘검’이 중요한 클래스를 상대할 때 완벽한 카운터 스킬이었다.
데블즈 윙에서 찬성을 처리할 멤버를 정할 때, 모든 스킬과 능력이 ‘검’의 존재 유무에 갈리는 검성을 상대하기 위해 이 스킬을 가진 멤버를 끼워 넣는 건 당연한 판단이었다.
“우효옷! 히든 클래스 검성님의 검! 겟또다제! 우효옷!”
추가로 의적 클래스가 사용하는 ‘잠깐 빌려 쓰고 돌려줄게(2성)’ 스킬은 이 무장 해제 스킬에 추가로 무장 해제가 지속되는 15초 동안, 상대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추가 효과까지. 물론 15초가 지나면 다시 돌려주겠지만 의적이라는 콘셉트를 살린 스킬로 평이 좋았다.
“…어어?”
“죽어!”
하지만 찬성으로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검사로서 자신의 무기를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고 배운 그는 이렇게 허망하게 무기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충격이 남들의 배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신의 검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