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
4화.
“자, 어서 와라. 하하! 신입, 어디 솜씨 좀 보지. 전력으로 덤벼라.”
“하!”
상대하는 자가 아마 인간이었다면 본능적으로 찬성이 내뿜는 기백을 심상치 않게 느꼈을 것이다.
하나 다행인 건지 상대는 프로그래밍이 된 게임 NPC. 찬성이 내뿜는 기백을 느끼지 못하고 해야 할 패턴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전력으로 덤비라는 말에 찬성은 전력으로 달리면서 검을 휘두르는데, 뿜어내는 기백과 달리 영 시원치 않은 움직임이었다.
‘아, 맞아. 지금 내 몸은 스테이터스라는 것에 좌지우지되는 거였지? 움직임이… 둔해!’
따악!
너무 집중한 탓이었을까. 빠른 깨달음에도 찬성이 휘두른 검은 카알에게 아주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애초에 이 NPC는 교관이라는 설정답게 새로 들어온 뉴비 유저들의 평균 능력치 정도는 압도적으로 상회하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흥! 그 정도론 내게 상처도 못 입히네!”
‘오오… 잠깐, 이렇게 되면?’
딱! 따다닥!
하지만 그것은 역으로 찬성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드는 요소였다.
육체의 단련 정도를 낮춘 상태에서 이렇게 전력으로 싸울 수 있다는 건 순수한 자신의 기량과 실력만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력을 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순수한 실력과 기량까지 늘릴 수 있다니!
‘…이런 걸 뭐라더라? 삼촌의 말로는… 갓겜이라고 했던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쓸 만은 하군! 자, 이다음엔 어디 나에게 더블 슬래시(1성)를 써 봐라.”
‘더블 슬래시(1성)? 아, 처음에 준 그 스킬인가?’
[시스템-더블 슬래시(1성)를 사용하십시오. 시전 방식은 사용자 정의에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더블 슬래시(1성)]다음 공격엔 잔상으로 1회 공격이 추가됩니다. 성장시킬 시 공격의 배율이 오르며 추가 옵션이 개방됩니다.
그러나 이 NPC의 존재는 결국 튜토리얼 담당. 초보 유저들에게 전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주 임무였다.
“그러니까 지금 내 설정이… 말로 활성화하는 건가? 더블 슬래시! 하면…….”
[더블 슬래시(1성) 발동. 3초 이내의 다음 공격은 1회 추가됩니다.]“흐음, 그럼 이 상태로 휘두르면…….”
찬성의 모습을 본뜬 푸른 인영(人影)이 나타나서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모션을 취했다.
동시에 2회의 공격이 카알을 향해 날아갔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막아 내고는 목검을 휘릭 돌리는 척하며 갑자기 빠르게 움직였다.
“좋아! 잘했다. 그러면 이다음은… 어설트 러시!”
말하다 말고 앞으로 치고 나오면서 갑작스러운 찌르기를 시전하는 카알이었다.
누구라도 당할 갑작스러운 기습인 데다 사전에 알고 있는 유저들이라도 쉽게 대응 못하는 공격! 게임에 막 입문한 유저들 대부분은 당할 수밖에 없는 패턴이었다.
이 기습 공격의 본래 의의는 초보 모험가에게 항상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동시에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의 대처, 초보자용 갑옷을 주는 등등… 정석적인 튜토리얼의 전개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엔, 언제나 예외적인 존재가 있다.
‘기습?’
따악!
목검끼리 부딪치는 타격음이 들렸지만 찬성의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쥔 목검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어설트 러시를 비껴 맞아서 궤도를 틀어 낸 것이었다.
[시스템-부대장 카알의 어설트 러시로 6의 데미지(방어로 3데미지 경감)를 받았습니다.] [생명력:19/25] [튜토리얼 메시지:생명력은 건강 수치에 영향을 받아 증가하며 0이 될 시 사망하게 됩니다. 포션 및 기타 수단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아, 아니!”
‘이런 기습은 진저리 날 만큼 익숙하지. 그나저나 이거 현실감이 있어서 그런지 팔에 자극도 있네.’
찬성에게는 기습을 하려고 슬쩍 움직인 순간부터가 눈에 훤히 보였었다.
‘빈틈!’
튜토리얼 과정으로 인해 뜨는 생명력 상태창과 메시지가 눈을 가렸지만, 자세가 흐트러진 카알의 옆구리를 노리는 데는 더 이상 시야가 필요 없었다.
그는 그대로 비어 있는 카알의 옆구리를 향해서 전력으로 목검을 찔렀다.
“컥!”
[시스템-부대장 카알에게 1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데미지 1? 자세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갑옷 틈새로 집어넣어서 신장 쪽 급소를 제대로 직선으로 찔렀는데?’
1데미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카알은 옆으로 넘어져 있는 상황.
실제 사람에게 이 공격이 적중했다면 치명상에 가까웠겠지만, 여기는 게임 속이었기에 레벨 차이의 스테이터스와 방어력 보정으로 인해서 1데미지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그것과 다르게 옆으로 넘어진 건 엄청 추한 모습이었지만…….
“대, 대단하군! 신입 주제에 설마 내게 한 방 먹일 줄이야! 훌륭해! 하하하.”
‘쪽팔릴 만하겠지.’
보통 유저라면 ‘쪽팔림도 구현했구나…’라고 말하겠지만 찬성은 아직 게이머로서의 감성이 부족해서 리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카알은 기침을 한번 콜록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크, 크흠! 아무튼 수고했다. 테스트는 끝이다. 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모험가로 두기 아깝군. 자네, 혹시 우리 그란 왕국을 위해서 일할 생각은 없나?”
“왕국을 위한 일이요?”
“그렇네. 아주 위대하면서 중요한 일이지. 혹시 로열 가드에 대해서 알고 있나? 왕국을 수호하는 위대한 이들이지.”
“로열 가드요?”
“그래. 원한다면 내가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추천서를 써 주겠네.”
[시스템-부대장 카알에게 숨겨져 있던 ‘로열 가드’ 전직 퀘스트가 개방되었습니다.] [클래스:로열 가드]등급:특수 클래스
클래스 Lv.당 스테이터스 성장률-힘:7, 민첩:2, 지력:3, 건강:8, 마력 적응:2, 행운:4
주 무기:창, 방패 착용 방어구:중갑, 판금
요인을 보호하고, 왕국을 지키는 기사입니다. 어느 한 장소를 지키거나 아군을 수호 및 버프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다른 클래스로 변경되기 전까지 자동적으로 소속이 왕국으로 고정되며 소속 보너스는 상시 최고 수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왕국을 지키는 방패이며 창이로다! 왕국의 적을 모두 내 앞에 쓰러뜨릴지어다!”
별도의 창이 뜨고, 동시에 번쩍번쩍한 황금빛 중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창과 방패를 들고 몬스터와 싸우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방어 계열 클래스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물밀듯이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공세를 버티면서 밀어내거나 아군이 받는 데미지를 대신 받는 모습을 특히 강조한 영상이었다.
“와아…….”
‘아닠ㅋㅋㅋ 미친놈인가? ㅋㅋㅋㅋㅋ 시작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수 클래스 전직을 개방해 버리네. ㅋㅋㅋㅋㅋㅋ 역시 우리 조카야!’
아마 그의 삼촌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본래는 다른 퀘스트나 루트로도 전직할 수 있지만 튜토리얼에서 한 번에, 그것도 상위 특수 클래스의 전직 퀘스트가 해방된 것은 엄청난 일!
레벨당 스테이터스 성장률도 높았기에 좋을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로열 가드’라는 클래스는…….
‘저희 길드에서 로열 가드를 모십니다. 대우 잘해 드리며, 지원도 해 드립니다.’
‘공성전만 용병으로 뛰러 오실 로열 가드님 없나요? 지휘부랑 깃발 방만 지키기만 하시면 됩니다.’
‘로열 가드 전직 퀘스트 받는 것 좀 쉽게 만들어라악! 왕국 소속 보너스가 메리트면 뭐 해! 애초에 전직 퀘스트 받으려면 왕국 소속으로 우호도를 MAX를 만들어야 해서! 그게 그거인데!’
여러 문제도 겹치고, 전직 방법에도 엄청난 막노동이 필요하기에 희소성이 더 올라간 클래스였다.
로열 가드라고 하면 수많은 유저들이 달려들어서 길드 가입을 권유하려고 난리 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중갑… 뭐야, 움직이기 너무 불편해 보여. 어떻게 검을 휘두르라는 거야?”
[시스템-‘전직 퀘스트:로열 가드’를 취소하시겠습니까?] [예.] [시스템-‘전직 퀘스트:로열 가드’는 숨겨진 퀘스트이기에 취소되면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취소하시겠습니까?] [예.] [시스템-‘전직 퀘스트:로열 가드’가 취소되었습니다.]과감하게 전직 퀘스트를 거부하는 찬성.
일단 저 말도 안 되게 화려하고 육중한 중갑부터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영상을 보니 빠르게 뛰어다니기는커녕 천천히 걷는 모습만 보였다.
“그, 그런가? 그래. 하긴 어느 한 곳에 구속되는 게 싫어서 모험가를 지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크흠! 아무튼 테스트는 합격이라네. 자, 여기 합격증. 저기 모험가 길드 본관 앞의 접수원에게 가서 수속을 마저 완료하게.”
“예, 알겠습니다.”
[시스템-‘전사 담당 카알 부대장의 합격증’을 입수하였습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찬성은 이번엔 자연스럽게 인벤토리로 들어온 것에 허둥대지 않고 확인했다.
그리고 그대로 퀘스트를 따라서 모험가 길드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밖에는 별도의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고, 제복을 입은 여성 NPC가 찬성을 보곤 손을 흔들며 불렀다.
“여기예요, 모험가님. 합격하신 분 맞죠?”
“아, 예. 여기…….”
“예. 확인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이제 ‘찬성’ 님은 모험가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모험을 기원하겠습니다.”
빰빠바밤!
[시스템-튜토리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세계로 떠나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초보 모험가 지원 상자(전사)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찬성’ 님의 소속이 ‘모험가 길드’가 되었습니다.] [시스템-캐시 샵 메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업적:‘새로운 세계로…’를 달성하셨습니다.]“이게 다 뭐지? 뭐가 왜 이렇게 많아?”
합격증을 받자마자 올라오는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에 눈이 팽팽 도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