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4
44화.
“정말입니다. 제가 다 봤어요. 제국군의 습격에… 엉망이 된 마차와 사람들의 풍경을! 그러니 빨리 알려야 해요.”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길드 상부에 보고를 할 테니, 당신은 이 성을 다스리는 귀족분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주세요. 토벌군 편성을 하려면 군권을 가지신 분이 나서야 하니까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이 사건을 귀족에게도 알려야 한다]‘베른카 제국군의 습격 요새’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역시 왕국군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님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기왕이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자!
조건:가까운 귀족의 성으로 가서 해당 사건을 보고하기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하고 나니까 뭔가 부끄럽네.’
“찬성 님! 부활 지점 교체는 여기입니다.”
“쿠룩! 스킬도 배우고 오세요.”
‘두 분이 이야기하길 꺼리던 게 뭔지 알 것 같아.’
퀘스트를 갱신하고 스킬과 부활 지점을 교체한 뒤 셋은 이 성을 지배하는 귀족의 저택으로 향했다.
소드맨 담당 NPC에게 온 찬성은 새로운 스킬을 배우려고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배울 수 있는 스킬]액티브-더블 슬래시(2성)
액티브-질주(2성)
액티브-은하검법 2식 ‘성운’:이 NPC에게선 습득이 불가능합니다.
패시브-단련된 검술 숙련(2성)
‘왜 은하검법만… 아!’
다른 소드맨 공용 스킬은 이곳의 공용 NPC에게 배운다 쳐도 ‘검성’은 히든이기에 스킬을 갱신하려면 검의 사원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 그 검의 사원에 있던 NPC가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았다.
‘…나중에 따로 가야겠네. 에휴~’
“찬성 님, 다 되셨나요?”
“아, 예! 갈게요.”
결국 지금 배울 수 있는 스킬들만 배우고 부활 지점을 고친 다음 곧바로 일행을 따라나섰다.
중앙에 굳게 세워진 내성 옆에 있는 거대한 저택. 폭만 거의 수백 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저택의 위용에 찬성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많은 사용인, 병사, 기사 NPC들이 오가는 이 실제와 같은 광경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이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와, 게임하면서 놀라는 일뿐이네요. 아, 저기! 살덩이 님이네요.”
“지지직… 리하요.”
그리고 저택 입구엔 익숙한 모습과 함께 전자음 소리가 담긴 목소리를 내는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서 있다가 일행과 합류했다.
“지지직… 채팅에서 말한 대로 지금 접속했습니다. 지지직…….”
“예. 잘하셨습니다.”
“와아… 그나저나 저택 크기가 엄청나네요?”
“네. 이래서 D.E사 놈들이 완전 변태죠… 보통은 리소스 문제 때문에 이런 거 다 구현 안 하는데… 다 구현해 냈으니 말이죠.”
“진짜로 그냥 레벨 업 안 하고,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플레이만 해도 돈값 한다고 난리였지. 쿠룩쿠룩. 아무튼… 쿠룩.”
“멈춰라. 여긴 수웨라 남작님의 저택이다. 초대받지 않은 자는 들어갈 수 없다.”
“용건을 말해라. 적합하지 않을 시엔 들어갈 수 없다.”
넷이 저택 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 입구에 있는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서 찬성 일행을 가로막았다.
“어떻게 하죠?”
“당연히… 롤플레잉 해야죠. 예쓰! 렛츠 롤플레잉!”
“쿠룩. 답답하게 뭣들 하는 건지. 쿠룩. 내가 하지. 크흠! 저희는 모험가 길드에서 온 모험가들입니다. 쿠룩. 매우 시급한 사안을 남작님에게 전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쿠룩.”
“음? 어디서 야만인 나부랭이가 감히! 썩 꺼져라!”
[시스템-‘근손실보험’ 님의 설득이 실패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택 경비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당차게 나섰지만 근손실보험에게 내려진 것은 축객령. 그것을 본 전국건강협회는 배가 찢어져라 웃어 댔고,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최대한 내색 안 하려고 했지만 지지직거리는 전자음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이 멍청이가 까먹은 겁니다. 자기 소속을 말이죠. 다들 소속 보너스랑 스테이터스나 데미지 딜링 같은 것만 생각하고 다른 건 예상 못하는데… 사회성 파트도 퀘스트 전개에 꽤 중요합니다. 자자, 그란 왕국 정식 병사인 제가 이야기해 보죠.”
“쿠룩… 젠장! 본래 우리가 짠 루트가 아니라서… 쿠룩! 몰랐다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하던가? 그동안 게임에 대해 척척박사 같던 두 사람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한 찬성이었다.
전국건강협회가 목을 가다듬고 다시금 저택 입구를 지키는 병사에게 대화를 걸었다.
“크흠, 실례합니다. 그란 왕국의 병사인 ‘전국건강협회’입니다. 급한 용건으로 남작님께 드릴 전갈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니 부디 남작님을 만나 뵙게 해 주십시오.”
“오… 그러고 보니 왕국 소속이면 공무원이지 않나요?”
“쿠룩… 분류상으론 공무원이 맞죠. 쿠룩!”
“지지직… 공무원. 풉! 지지지직!”
찬성의 공무원 드립에 두 사람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공무원만큼 신원이 확실한 사람도 없고, 공적인 임무를 뜻하며 배경으로 왕국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리라 생각한 세 사람이었다.
“…뭐라고? 국왕파 놈이 뻔뻔하게 어딜 고개를 들이미는 거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제정신이냐? 썩 꺼져!”
[시스템-‘전국건강협회’ 님의 설득이 실패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택 경비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악! 왜?”
“지지직… 왕국의 정치적 설정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지지직… 귀족들이 양당파로 나뉘어서 분쟁하고 있다는 설정. 흔한 이야기죠. 지지직…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시스템-‘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의 설득이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저택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종교인의 힘인지, 강철 신의 신관인 그는 아주 손쉽게 저택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가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넷은 저택 안뜰을 지나 무사히 내부로 들어갔다.
“홀홀홀, 어서 오십시오. 이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장 밀러입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요?”
“지지직… 예, 근처에서 베른카 제국군의 자취가 발견되었습니다. 매우 중대한 일이니 남작님을 뵙고 싶습니다.”
“홀홀, 제국군의 자취라. 홀홀… 알겠습니다. 곧바로 안내해 드리지요.”
신관인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스토리를 주도하고 그의 일행으로 집사의 안내를 받고 따라가는데, SF틱한 아바타 차림의 그가 집사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자 무언가 떠오른 전국건강협회가 입을 열어 감상을 말했다.
“살덩이 님이 같이 가니까… 뭔가 SF 장르 같지 않냐? 그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거…….”
“쿠룩. 솔직히 나도 그 생각 했어. 스X워즈라던가 Du…….”
“그게 뭐예요?”
“…….”
“…….”
“지지직…….”
찬성의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듯 굳어 버리는 세 사람. 엔터테인먼트계의 전설의 IP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찬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어… 뭐. 크흠!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쿠, 쿠룩! 게임이 처음이라는 건 그렇다 쳐도… 쿠룩,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도 한 번도 안 보신 겁니까?”
“네. 거의 안 봤어요. 산에서만 지내서요. 물론 아주 문명과 단절된 건 아니지만… 관심사도 아니어서 볼 이유가 없었죠.”
기본적으로 필요한 상식과 필수 교과 교육을 제외하면 오로지 ‘검술’에만 매진하던 일생이었기에 찬성은 다른 유희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파티 일행의 반응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게임을 모를 순 있지만 그래도 유명한 엔터테인먼트들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모른다니 경악한 것이다.
“지지직… 와, 찬성 님 뇌 사고 싶다. 지지직… 그러면 봤던 SF, 메카 영화 드라마 모두 다시 첫 감상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거네요? 지지직…….”
“쿠룩, 아마 그렇게 되겠죠? 유명 명대사 같은 거 하나도 못 들었을 테니까요. 쿠룩쿠룩.”
“홀홀, 여기로 들어오시지요.”
떠드는 사이 NPC인 집사장의 안내로 거대한 저택의 어느 방에 도달한 찬성 일행이었고, 퀘스트는 또다시 자동으로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저택 방문]당신과 일행은 수웨라성의 주인인 수웨라 남작을 만나러 저택에 도달했다. 그리고 집사장의 안내로 응접실에서 수웨라 남작을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다.
조건:수웨라 남작을 기다리시오. 시간 15:00
“…시간?”
“뭐, 제한 시간 같은 겁니다. 어떤 경우는 특정 시간 내에 뭔가를 하라는 지시가 있지만, 이건 그냥 일정 시간을 기다리는 퀘스트죠.”
“으으음… 시간을 써야 하는 퀘스트가 있구나.”
찬성은 뭘 할까 생각하면서 일단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책상을 뒤지거나 바닥의 카펫을 들어 올리는 것 등등… 남의 집 응접실에 온 손님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에 찬성은 깜짝 놀랐다.
“대,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아, 15분 동안 미리미리 탈출구를 찾아 두는 겁니다.”
“쿠룩. 본래 오면서 설명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이다음 퀘스트… 저희는 미리 알고 있습니다. 쿠룩쿠룩. 그러니까 창밖을 보거나 문 밖을 나가려고 해 보십시오, 찬성 님. 쿠룩.”
“네? 아…….”
근손실보험의 말에 찬성은 문밖으로 나가려 해 봤지만 문은 꽉 닫혀 있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자 흩어져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찬성은 그제야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영화에서 많이… 안 보셨으니 모르시겠군. 까놓고 말해서 수웨라 남작은 스토리상 아군이 아닙니다. ‘제국군의 협력자’이자 왕국의 배신자죠. 요새가 있는 것도 그가 몰래 베른카 제국에 협력해서 생기고 있는 설정입니다. 반대로 왕국 쪽 충신 귀족파의 영지에서 보고하면 또 스토리가 달라집니다.”
“쿠룩, 당연히 저희는… 저희 전직 트리와 평판, 경험치 효율을 다 계산해서 가장 적절한 곳으로 온 것이지요. 쿠룩. 온다면 당연히 경험치 파밍의 기회가 좋은 곳으로 와야 되니까요.”
“아하아!”
세세한 내막을 들은 찬성은 그제야 납득했는지 손뼉을 치고서 자신도 방 내부를 뒤지면서 무언가 있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몇 분간 열심히 찾던 중 찬성은 문득 생각난 궁금증을 다시 파티원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거 알고 온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모르고 온 사람은 보통 어떻게 대응해야 해요?”
“일단 15분의 시간이 있는데, 3분 간격으로 수상한 소리라든가 웅성거림이 들려올 겁니다. 그리고 창밖에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생기죠. 그런 걸 통해서 심상치 않다는 걸 알려 주고, 남작이 병사를 데리고 올 때 배신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병사 및 기사들과 싸우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도 이길 수 없는 숫자와 구성들이 계속 몰려오죠. 그사이에 탈출로를 찾는 겁니다. 죽으면 이제… 저기 모험가 길드부터 시작하게 되는 거지요.”
“아하아… 그래서 먼저 알고 미리 찾아 두면 바로 도망칠 수 있는 거군요.”
“뭐, 보통 공략은 그렇습니다만 우리는 좀 다릅니다. 일단 미리 탈출구 정도만 찾아 두고 말이죠. 그다음은…….”
“쿠룩쿠룩.”
“지지직…….”
전국건강협회의 말과 함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찬성에게 모였다.
대충 이쯤 하면 알아들었을 거라는 미묘한 의미가 담긴 시선들. 찬성은 대강 문맥을 통해서 간신히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의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