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이거 정말 최고인데? 하지만… 어라?’
“크억!”
‘이젠 잘 안 죽네? 아… 얘네도 레벨이 오르는 거였어? 레벨이… 엄청 높네? 엑? 31렙?’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던 찬성은 병사 몹들이 죽는 속도가 느려지는 걸 느끼고 나서야 적들의 레벨이 오른 것을 인지했다.
자신의 레벨이 오르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적들의 레벨이 이렇게 훅훅 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망할 자식! 죽어라!”
‘그러고 보니 이놈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네? 스테이터스가 오른 거구나.’
“커억! 그르르륵! 이노오옴!”
‘어우! 반격? …무턱대고 찌르면 난감하겠는데?’
채애애앵!
찬성이 기사의 찌르기를 검으로 비껴 쳐 내고, 그대로 투구와 갑주의 틈 부분의 목을 정확하게 찔러 넣었지만 이젠 꿈쩍도 안 하고 반격이 들어왔다.
검성의 스테이터스로 주었던 압도적인 데미지가 이젠 무용한 상황이 오니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찬성은 오히려 즐겁다는 듯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렇지. 이래야 재미있지.’
찬성은 최대한 문 입구에서 몰려오는 병사와 기사를 줄인 다음 벽 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벽을 밟고 달려 뛰어올라 자신을 향해 내밀어지는 창들을 쳐 냈다. 찬성의 공격과 이동을 제한하던 창들의 벽이 열리자 그는 가장 앞에 있는 병사의 어깨를 밟고 다시 예의 공중 검무(?)를 시전하며 적들을 상대했다.
“쿠룩… 이 정도면 그냥 찬성 님에게 쩔비 내는 게 맞지 않을까? 쿠룩.”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무기 수리비든 뭐든 좀 챙겨 드려야 마음이 편하겠다.”
“지지직… 이러다 검성의 경지, 너프 먹는 거 아니에요? 지지직.”
찬성이 하는 무쌍의 근원은 역시 ‘검으로 시행하는 모든 방어 행동의 물리 데미지 감소율 100퍼센트’를 부여해 주는 ‘검성의 경지’. 이게 없으면 아무리 공격을 잘 막아도 데미지가 조금씩 누적되었을 텐데, 그것을 없애 줌으로써 찬성이 지금 10레벨 차이 나는 적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버틸 수 있었다.
“저거 찬성 님이라서 저렇게 되는 겁니다. 단 한 사람의 퍼포먼스로 클래스를 너프한다는 건…….”
“쿠룩, ‘요새전’에서 프로게이머들이 난리 치면 너프하잖아. 쿠룩.”
“근데 찬성 님은 프로게이머가 아니잖아.”
“쿠룩… 저게 그럼 프로게이머보다 못하다고 보이냐? 쿠룩쿠룩.”
“진짜로… 대체 어떻게 저렇게 하는 거지? 물론 스테이터스의 힘이 있다곤 해도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건 현실의 몸과 센스를 기반으로 한 거잖아.”
게임이기에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이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해 두긴 했지만, 보통은 스킬의 힘을 빌리거나 특정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었다.
공격을 막거나 저렇게 벽을 타고 뛰어올라 날아다니는 건 오롯이 본인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쿠룩, 그거겠지? 운동선수나 무술가들이 그래서 메리트를 가져간다고 들었는데…….”
“푸하! 그러면 찬성 님은 무슨 무림인이게? 그냥 센스가 특출한 거겠지. 근데 진짜 경험치는 잘 오르네. 드롭 아이템이 없는 건 아쉽지만 말이야.”
사실상 도망치라고 만들어 둔 퀘스트였기에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드롭 아이템을 제공하지 않았다.
동화 1개라도 줬다면 지금쯤 바닥에 수북이 쌓였겠지만 그것도 없어서 아쉬운 찬성의 일행이었다.
“지지직… 경험치가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 현재 20레벨하고 65퍼센트. 우리가 없이 찬성 님 혼자였다면 아마 더 많이 올렸겠죠? …지지직…….”
“쿠룩, 그러면 우리가 드리는 버프나 오러가 없어서 무기 내구도라든가 여러모로 무리가 생겼겠지. 쿠룩! 맞다! 무기 내구도! 찬성 님의 무기 내구도, 괜찮은 겁니까? 쿠룩! 갈증이나 허기는 뭐, 웨이브 사이사이에 뭔가를 드시고 계신 걸 봐서 괜찮아 보이지만!”
갈증, 허기. 엄연히 상태 이상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게임 내에서 열심히 날뛰는 찬성은 항상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기에 알아서 미리미리 채웠고, 그동안 이 상태 이상 메시지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문제들은 접어 두고 역시 무기 내구도가 가장 관건! 예전에도 지적했던 것이었는데, 지금의 찬성이 신경 쓸지가 걱정인 세 사람이었다.
“지지직… 지금 ‘효율의 찬가(2성)’라서 조금 더 내구도 하락이 적게 되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예비용 무기라도 가지지 않은 이상… 지지직. 한계가 올 텐데… 물어볼게요.”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찬성에게 파티말로 무기 내구도에 대해서 물었고, 찬성은 눈앞에 뜬 반투명 UI의 메시지를 보고 그제야 또 무기 내구도에 대해 까먹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잠시 회피해서 체크한 결과 무기 내구도는 어느새 딱 5퍼센트. ‘효율의 찬가(2성)’ 덕분에 상당히 오래간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떨어졌을 줄은 몰랐다.
“어… 일단 5퍼센트 남았거든요! 어어, 싸우다 보니 경고 문구도 무시했네?”
“쩝, 아깝군. 그럼 슬슬 탈출 각을 보죠. 이 이후에도 전투 파트가 있으니, 정말 개꿀 경험치 달달하게 챙겨서 아쉽지만… 나가야 합니다.”
“아, 예!”
다른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찬성은 다음 전투가 있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이에 대한 대비로 무기의 내구도를 아끼거나 수리를 위해서 도망쳐야 할 때임을 깨닫고, 일행의 말을 따랐다.
올라가 있던 셋도 내려와서 비밀 탈출구의 문을 열고, 찬성이 엄호를 하는 사이에 다들 빠르게 계단을 내달렸다.
“놈들이 저택 비밀 탈출구로? 망할! 어서 쫓아라!”
“읏챠… 지하… 하수도인가요? 뭔가 이 게임 제작사, 하수도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처음도 그렇고…….”
“쿠룩, 사실 그건 아닌데, 저희가 루트를 짜다 보니 이런 게 많이 보일 뿐입니다. 쿠룩. 원래 다른 루트도 있습니다. 쿠룩!”
비밀 탈출구를 내려오자 또다시 마주한 퀴퀴한 냄새가 나는 하수구. 도시에서도 하수구, 습격 요새도 하수구, 지금도 하수구. 게임 자체가 처음인 핵뉴비인 찬성의 머리에 선입견이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저기 반응,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빠져나오기 전에 우리가 밑으로 들어가는 걸 봤으면 즉시 따라와야 하는데, 뭔가 느리네요.”
“뭐, 쫓기는 우리는 위험하니까 막 떨어진 거고, 쟤네는 갑옷에 위험하니까 천천히 왔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진 않죠.”
“애초에… 우리가 플레이를 이상하게 해서 그런 거지. 원래 제작사의 의도는 진작 알아채고 도망치는 거니까요. 대사도 그에 맞게 준비된 거죠.”
“지지직… 설계와 다른 행동의 이질적임. 물론 이게 더 재미있음. 지지직…….”
“쿠룩, 더 웃긴 거 말씀드립니까? 쿠룩. 지금 저 뒤에서 우리를 쫓아오는 발소리 있잖습니까? 쿠룩. 사실 저거 사람은 안 오고 소리만 나는 겁니다. 쿠룩쿠룩.”
“네에에에에에? 진짜요?”
마치 산타는 없다는 사실을 들은 어린아이처럼 깜짝 놀란 찬성은 뒤로 슬쩍 돌아 기척을 느껴 보았다. 확실히 발이 움직이는 소리와 ‘잡아라!’ 하는 외침은 들리지만 사람의 기척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진짜네요? 진짜 아무도 없어요. 그럼 천천히 가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걸 또 어떻게 아는 겁니까? 하지만 오래 있을 순 없습니다. 너무 오래 있으면 출구가 막혀 버리거든요. 그러면 이렇든 저렇든 그냥 갇혀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서두르시죠.”
“쿠룩, 그보다 내 생각인데, 찬성 님은 언젠가 국과수에 잡혀갈 것 같습니다. 쿠룩. 뭡니까? 사람 맞습니까? 쿠룩.”
“지지직…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개조 인간 프로젝트… 지지직!”
“…살덩이 님이 뭔가 아시네! 푸하하핫!”
엉뚱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일행은 뒤따라오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지하 수로를 주파해서 하수도의 끝에 도달했지만, 철창과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아, 막혔다. 이거… 그러니까 예전처럼 도적님이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랬으면 진작 들어올 때부터 도적님을 구해서 왔겠지요. 그냥 퍼즐 풀기입니다.”
“퍼즐이요?”
“예. 온라인 게임이라는 게 전투만 해서야 재미가 있겠습니까? 스토리도 있고, 음악도 있고, 거기에… 이런 소소한 퍼즐까지 있는 거죠.”
“오오… 과연.”
그렇게 이야기하며 전국건강협회는 철문의 손잡이가 있는 쪽으로 향하는데… 보통 입구에는 문을 열기 위한 자물쇠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 문은 신비한 문자가 깜빡깜빡 빛나는 패널로 되어 있는 신기한 형태였다.
“그러니까… 지문 인식인가요?”
“지지직… 풉!”
“방금 퍼즐이라고 했잖습니까? 이걸 이렇게 하면…….”
[해당 그림 퍼즐을 맞추시오.]찬성의 눈앞에 뜬 것은 흔히 그림 맞추기 퍼즐로 알려진 ‘슬라이딩 퍼즐’이었다.
직사각형으로 배열된 판의 그림이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고, 한 칸을 비워 두고 여기저기 조각들을 밀어서 그림을 맞추는 퍼즐.
그림은 단순한 하얀 배경에 푸른 무언가가 그려져 있는 걸로 보였는데… 어떤 게 원래 그림인지 알지 못하니 꽤 난이도가 있는 문제로 보였다.
“이거… 어떤 문양으로 맞춰야 하는 거예요? 저한텐 그저 흐트러진 그림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공략 보고 온 저희는 뭐, 알죠. 이건 수웨라 가문의 문장입니다.”
“쿠룩, 이런 부분은 저희에게 맡겨 주시지요. 쿠룩쿠룩. 이거 다음이 아마 전투이니… 무기 수리라도 하고 계시면 됩니다. 쿠룩.”
“아, 예!”
찬성은 열심히 슬라이드 퍼즐을 파파팍 풀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자신의 무기를 수리했다.
검성 전직 때부터 써 온 ‘(영웅)꺼져 가는 별의 검’. 표기 데미지 이상으로 엄청 효과를 발휘해 준 아이템으로 상당히 레벨 업 한 지금도 현역으로 쓸 정도로 좋은 무기였다.
‘그러고 보니 이거…….’
물론 검성의 스테이터스뿐만 아니라 버프와 시너지를 받은 덕분에 그 생명을 이어 나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음, 그나저나 무기는 언제쯤 바꿀까요? 이거 꽤 오래 쓴 것 같은데…….”
“저레벨 아이템은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게 최고입니다. 착용 레벨 바뀌었다고 재깍재깍 바꾸려다간 돈 낭비만 하게 된다고요.”
“지지직… 그거 너무 딜러적 관점 아닌가요? 힐러의 경우는 데미지 계수가 너무 낮아서 재깍재깍 바꿔야 사냥이 가능하다구요. 지지직…….”
“쿠룩, 그래서 파티를 해야죠. 쿠룩쿠룩. 아무튼 찬성 님의 경우는 뭐… 검성의 힘도 있으니 던전에서 새로운 무기가 드롭되지 않는 이상은 그냥 그대로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쿠룩.”
끄덕.
찬성도 아이템을 보거나 바꿀 줄 전혀 몰라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순순히 파티원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