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아! 퍼즐 더럽게 어렵네!”
“쿠룩, 어떻게 보고 하는데도 그러냐? 바보냐?”
“지지직… 두 분, 침착하게 하세요.”
슬라이딩 퍼즐이라는 게 맞추기 쉬워 보이면서도 막상 손을 대면 생각 외로 맞추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낑낑대면서 퍼즐을 열심히 맞추는 세 사람. 시간이 지나면서 뒤쪽에서 달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커져 오고 있었기에 찬성은 분명히 안 온다는 걸 파티원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을 높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저기, 진짜… 적들이 안 오는 거 맞죠?”
“네, 안 옵니다. 끄으응~ 아, 이제 됐다. 아! 더럽게 안 열리네! 이제 나가죠!”
“네!”
철컹!
묵직한 쇳소리와 함께 열린 창으로 나간 찬성 일행은 곧바로 수로를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저택에서 봤던 수웨라 가문의 기사와 병사들 수십과 그들 가운데 말을 탄 거대한 기사단장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 수웨라 가문의 기사단장은 딱 봐도 이 전투의 보스 몬스터인 것 같았다.
[Lv.21 수웨라 가문 기사단장]“찾았다! 놈들이 여기 있었군!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한다!”
“아까 전 말했던 추가 전투가 이겁니다.”
“어라? 쟤네 뭔가 레벨이 낮은데요?”
“…아까는 거기서 죽치면서 잡지 말라고 해서 레벨이 오른 겁니다. 본래 전투는 여기서부터죠. 우리가 청개구리처럼 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아하, 아무튼… 저것들, 다 잡으면 되는 거죠?”
사냥을 명 받은 사냥개처럼 검을 뽑고서 다시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찬성! 그러나 달려가려는 그를 전국건강협회가 붙잡았다. 간신히…….
“자, 잠깐! 스톱.”
“예? 왜요?”
“자, 찬성 님은 이번엔 휴식. 관전을 명합니다. 크흠!”
“네에?”
“어차피 이놈들 일반 퀘스트급 몬스터라서 별로 안 셉니다. 우리 셋만으로도 처리 가능하니, 이 기회에 일반적인 파티의 사냥을 배우도록 합시다. 물론 찬성 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정석을 알아야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앞으로 이 게임 속의 다양한 던전, 세계를 탐험할 거고, PVP에서 싸우려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 예.”
“그리고 ‘생각’을 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하고 말이죠. ‘지식’은 곧 두뇌의 눈. 없으면 보이는 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배우십시오.”
찬성은 전국건강협회의 진지한 말에 살짝 놀라는 동시에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가상현실은 현실과 유사하지만 현실과 다르다는 걸 벌써 몇 번이나 체험하고, 듣고, 배웠는데, 자신은 검을 휘두른다는 기쁨에 몰입해서 그것을 익히려 하지 않았다.
“으으음… 지당한 말씀입니다.”
결국 전국건강협회의 설득에 따라 찬성은 세 사람이 전투하는 것을 관전하기로 한다.
“…쿠룩, 야, 너 말 X나 멋있게 한다? 역시 유아교육과의 인재.”
“지지직… 유아교육과인가요? 의외네요. 지지직…….”
“시끄럿! 아무튼 찬성 님은 견학! 셋이 갑니다. 고고!”
그리고 셋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찬성의 눈에 그동안 앞만 보면서 싸우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하… 이게 일반적으로 하는 게임 플레이구나.’
정석적인 탱킹을 하는 ‘전국건강협회’, 측면과 후면을 노리면서 정확하게 딜하는 ‘근손실보험’, 체력 회복 및 짬짬이 철벽 전개와 공격 마법인 아이언 펀치로 서포트하는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연계!
“지지직… 아이언 펀치… 지지직!”
“쿠룩! 딜 안 모자라니까… 그거 안 쓰셔도 돼요.”
“쓰고 싶으시니까 쓰시는 거지. 마력 안 모자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시게 내버려 둬. 도발! 이제 좀 정석적인 게임을 하는 것 같네.”
셋 모두 나름 게임에 대한 실력과 지식이 있고, 대상이 던전 몬스터보다 약한 일반 퀘스트 몬스터였기에 어렵지 않게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찬성은 일반적인 가상현실 게임 플레이어들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현실에서 무예를 연마한 그가 보기에 뭔가 허술한 움직임들이 눈에 띄었다.
‘…어,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렇게 자세를 잡으면 무게 중심이 안 맞을 텐데…….’
“쿠룩! 짐승의 일격!”
‘다리에 전혀 힘이 없는데… 저래서는 타격이 제대로 들어갈지가? 아, 시스템 메시지는 들어가는구나. 끄으으응~ 역시 게임 속은 법칙이 다르니까 내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이건 게임이지. 이건 게임… 이건 게임…….’
찬성은 이곳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되뇌면서 찜찜한 느낌을 계속해서 참았다.
‘후우~’
그는 항상 자신은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과 힘을 갖고 있기에 행동과 말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하루에도 한 번씩 듣고 있었다.
‘이 내부는 법칙과 상황이 아예 달라. 그런 곳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내가 멋대로 이야기하거나 참견하는 건 오만한 짓이지.’
그러니 저 어설픈 움직임이라든가 전혀 힘을 받지 못하는 자세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애써 참아 내면서 계속해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으으음…….’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이 게임의 지식과 경험을 모두 채워 남에게 무언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을 때, 그때 생각이 바뀐다면 지적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좋았어. 다 잡았다!”
그렇게 일행은 수웨라 남작가의 병력을 모두 처리하게 되었고, 동시에 퀘스트가 새로운 내용으로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도주는 성공했다. 그러나…….]수웨라 남작의 저택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다른 영지에 알려야 할까? 아니면 왕국에 직접 탄원을 넣어야 하나?
선택 조건:
1. 주변 국왕파 귀족의 영지로 가서 이 사실을 알린다.
2. 모험가 길드로 가서 상의한다.
3. 수도로 가서 왕실에 직접 알린다.
*파티를 맺고 있으니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됩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 루트가 갈리네요.”
“저희는 2번입니다.”
“지지직… 3번이 더 좋지 않나요? 수도에 보고하면… 지지직… 그래도 희귀 템 하나를 더 주는데… 지지직…….”
“쿠룩, 저희는 시간 대비 경험치 우선이라서 말이죠. 쿠루룩. 아이템은 던전이나 다른 루트로 얻을 수 있습니다. 쿠룩. 게다가 수도까지 가는 동선이 문제라서…….”
현질로 전용 탈것을 산 살덩이는나약하다와 달리 두 사람은 걷거나 뛰어다녀야 하기에 동선이 그나마 짧은 루트를 택할 수밖에 없어서 2번 루트를 고른 것이었다. 찬성은 그냥 따라갈 뿐이었지만 말이다.
“과연… 지지직… 그러면 그쪽으로 가죠. 자, 2번 선택.”
“괜찮습니까? 따로 퀘스트를 하다가 만나도 됩니다만……? 평판이라든가, 살덩이 님도 본인이 짠 루트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지지직… 문제없어요! 아니, 오히려 제가 빠졌다가 다른 힐러나 서폿이… 지지직! 이 파티의 자리를 차지하면! 강철 신 교리를 택해서 힐 능력이 밀리는 저는… 지지직……! 저는… 애니메이션 1기에서 주역 메카닉으로 활약하다가 후속 기체가 나오면 버려지는 메인 메카닉 같은 신세가 될 거라고요! 지지직! 그러니 따라가겠습니다!”
사심이 들어 있는 말이었지만 어쨌든 합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일행은 곧바로 숲을 돌아서 다시 수웨라성의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그나저나 수웨라성으로 가도 돼요? 그 영지 귀족님이 현상 수배 같은 거 안 거나요?”
“쿠룩,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쿠룩, 확실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게 정상이죠. 그러나 수웨라 남작이 아무리 영주라고 할지라도 혼자 힘으로 영지를 이끄는 게 아닙니다. 밑의 기사들, 모험가 길드를 비롯한 각종 길드, 상인, 휘하의 자작들을 비롯한 다른 귀족들… 등등 사람 아래엔 또 사람들의 조직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 마음대로 못하는 설정입니다.”
“지지직… 좀 더 설정을 파고들어 가 보면 다른 사정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이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할 거예요.”
“게다가 여긴 엄연히 그란 왕국이고, 남작은 배신자이기 때문에 현상 수배해서 동네방네 떠들기보다는 암살자나 추적자를 보내고자 할 겁니다.”
“그, 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요?”
“뭐, 영지 밖에선 랜덤 이벤트로 마주치긴 하는데… 지금 여긴 성내이니까 안 나옵니다. 전투 금지 구역이거든요. 결국 게임이라서 현실성과 게임성이 충돌하면 유저 쪽 손을 살짝 더 들어 주니까요.”
결국 유저들을 위해 서비스를 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다고, 아예 유저들을 가혹하게 몰아치는 것이 주된 목적인 특수한 게임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반대로 그런 요소를 원하는 마니악한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아무래도 마니악한 부분보다는 대중성을 좇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세요, 모험가분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원래는 수웨라 남작의 저택으로 제국군이 만든 습격 요새에 대해 알리러 갔습니다. 하나, 사실은 그가 제국군과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죽을 뻔한 걸 겨우 도망쳤습니다.”
“저런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수웨라 성내에 있는 모험가 협회에 도착하자 전국건강협회가 열심히 RP(롤플레잉)을 하면서 보고를 올렸다. NPC와 대화를 진행하자, 퀘스트는 곧바로 갱신되어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2층으로 가셔서 길드 마스터에게 보고를 해 주세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상부 보고]해당 사안을 어서 모험가 길드에 보고해야 한다.
조건:2층의 길드 마스터에게 가서 보고하라.
“음, 떴군요.”
‘오… 이렇게 다 알고 보니까 흥미진진하네.’
찬성은 퀘스트 내용을 보면서 점점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국군의 습격, 그리고 사악한 실험을 하는 습격 요새를 공격해서 실험체들을 토벌, 그것을 영지의 귀족에게 알렸지만 그 귀족도 사실 제국군의 끄나풀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영지 내부의 다른 조직에 협력을 구한다는 스토리.
정석적인 진행이었지만 영화나 만화를 많이 보지 않은 콘텐츠 뉴비인 찬성에게는 나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제 길드 마스터와 이야기하고, 쭉쭉 다른 이야기로 전개될 텐데… 어떻게 되려나?’
“좋아. 여기까지 진행했으니 이 퀘스트는 놔두고, ‘화장실 청소’ 하러 가죠.”
“…네? 네에? 왜요?”
한참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있었는데 뜬금없는 말에 찬성은 전국건강협회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은 역시나 찬성이 놀라서 질문할 걸 예상했다는 듯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