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8
48화.
“그… 찬성 님, 소속 보너스라는 게 있는 건 아시죠?”
“예.”
“그리고 영지엔 그것과 유사한 ‘평판’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명성과 인망, 업적 등등… 사람이 어느 조직이나 지역에서 행한 행위와 결과물에 따라 쌓이는 사람에 대한 평가이지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채택하는 시스템이며, 당연히 여기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어, 저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요? 그런 게 있었나요?”
“그야 지금까지는 평판이 적용될 부분 퀘스트가 없었고, 저희는 지금 극초반 유저들이니까요.”
게임사도 결국 유저가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 천천히 하나하나 익히면서 올라오도록 장려한 것이었다.
하나 이 정도의 설명으로는 찬성의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럼 남작가에 저희가 들어갈 수 있었던 건요?”
“쿠룩, 그건 뒷부분은… 사정이 있어서 해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쿠룩, 하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확인해 보셔야 하니 2층 길드 마스터에게 가 보십시오.”
근손실보험의 말에 찬성은 퀘스트를 진행해 보러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지나자 가장 끝 쪽에 있는 길드 마스터의 방이 보였다. 찬성은 노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짙은 갈색 수염을 기른 노년의 신사가 시가를 문 채 찡그린 얼굴로 여러 서류에 무언가를 쓰면서 휙휙 넘기고 있었다.
“넌 뭐냐? 우리 쪽 길드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어디서 왔어?”
“저, 저기, 그러니까… 이첸성에서 왔습니다. 저… 다름이 아니라 수웨라 남작이 제국군과 손을 잡고서…….”
“별 시답지 않은 소리를 다 들어 보겠군. 이 영지의 주인인 수웨라 남작님이 자네 친구인가? 300년 넘게 이 영지를 다스린 수웨라 남작가에 대한 모욕을 멋대로 씨불이는군! 가뜩이나 일도 많아 불쾌해 죽겠는데, 별 시답지 않은 게 헛소리를 해? 당장 꺼지지 않으면 경비대를 불러서 신고하겠다. 어서 꺼져!”
[시스템-경고:5초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의 경비들이 와서 당신을 잡아가게 됩니다.]“…예? 잠시만요. 그러니까!”
[시스템-경고:3초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의 경비들이 와서 당신을 잡아가게 됩니다.] [시스템-경고:2초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의 경비들이 와서 당신을 잡아가게 됩니다.] [시스템-경고:1초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의 경비들이 와서 당신을 잡아가게 됩니다.]쾅!
당황한 찬성은 뭐라 항변하려다가 제때 나가지 못했고, 시간이 되자마자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모험가 길드의 경비들이 등장했다.
위협적인 기운에 본능적으로 검에 손을 올려 뽑으려 했던 찬성은 그들의 레벨을 보고 급히 손을 멈췄다.
[Lv.50 모험가 길드 경비원]“멈춰라! 이 불법 침입자 놈아! 감히 길드 마스터에게 수작을 부려? 얌전히 항복해라!”
‘엑? 레벨 50? 게다가… 마을 경비면… 잠깐만?’
표현이 저래서 그렇지, 엄연히 치안을 담당하는 공직에 있으신 분들이다.
결국 찬성은 그대로 구속된 다음 끌려가서 모험가 길드 지하에 있는 감옥에 들어갔다.
“거기서 잠시 머리나 식히고 나와! 이 멍청아!”
“캑!”
[시스템-당신은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앞으로 4시간 동안 갇히게 됩니다.] [감옥]부정한 일을 저지르거나 죄를 저질렀을 때, 인간의 자유권을 박탈당하여 갇히게 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일정 시간 동안 죄를 참회해야 하며 해당 시간은 접속 종료를 해도 차감되지 않고 순수한 게임 플레이 타임을 소모해야 나올 수 있습니다.
철컹!
감옥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본 찬성은 순식간에 일어난 이 사태를 아직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지 어리둥절해했다.
심지어 더 황당한 것은 자신의 모습이었는데, 어느새 모든 장비가 무장 해제되고, 아바타와 인벤토리까지 싹 비어 버린 것이다.
황당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리얼한 것에 찬성이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 어느샌가 그가 있는 감옥 앞에 일행이 도착해 있었다.
“지지직… 면회 왔습니다. 지지직…….”
“푸하하하! 뉴비님 표정 죽이네. 스샷 찍어야지. 아무튼~ 게임이지만 리얼한 요소도 탑재하고 있는 만큼, 이 게임 배경이 중세 기반의 서양 사회이자 신분제 사회라는 것도 생각해 두셨어야죠. 우리는 내용물은 현대인이지만 이 게임 안에서는 평민이자 모험가라는 설정. 즉, 지금 상황에서는 어디 굴러다니는 개뼈다귀 같은 놈이 영주인 남작을 음해한다고밖에 생각 못할 겁니다.”
“쿠룩… 현대에는 인권이라든가 질서, 법체계가 탄탄히 되어 있고, 더불어 신분제도 일단은 혁파되어 있으니 생각 못한 유저들이 가상현실 게임 부류에서 이런 실수를 자주 보이곤 해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흥해서 접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요. 쿠룩.”
“그런 의미에서 참 D.E사는 줏대 있다니까…….”
친절한 설명 덕분에 찬성은 왜 자신이 갇힌 건지 금방 이해했다.
그 대가는 하루 8시간밖에 하지 못하는 게임에서 4시간 동안 구속된다는 결과물이었지만, 이제 확실히 배워서 뼈에 새겼으니 후회는 없었다.
“자자, 아무튼 배울 건 배웠으니 이제 나가죠.”
“네? 나가다니요? 탈옥이라도 하는 건가요?”
“쿠룩, 아뇨. 지금 살덩이 님 안 보이죠? 쿠룩쿠룩. 현실성이라는 건 또 다른 의미도 있는지라.”
“지지직… 여기로 빨리… 지지직…….”
말하는 사이에 잠시 사라졌던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모험가 길드 경비원 하나를 데리고 찬성이 있는 감옥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자 경비원은 투덜거리면서도 열쇠를 찾아 찬성의 감옥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나와. 네 물건은 저 입구에 있다. 다시는 난동 부리지 말도록. 흥!”
[시스템-당신은 동료가 지불한 보석금으로 인해 석방되었습니다. 물건을 꼭 찾아가세요.]“보석금?”
“짜자잔~ 현대가 아니라 중세 배경이라는 건 또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쿠룩… 경범죄라서 돈으로 해결 가능한 거지만…….”
“지지직… 빨리 나오세요.”
‘보석금’을 내고 나올 수도 있다는 것에 기가 막혔지만, 4시간이나 이곳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신이 난 찬성은 즉시 일어나서 감옥 밖으로 나왔다. 찬성답게 그 와중에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 것은 덤이었다.
“저,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어정쩡히 나온 찬성.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생전 처음으로 감옥 생활을 할 생각에 기가 막혔던 그는 보석금을 내준 동료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예를 표했다.
“쿠룩, 자… 여기 두부요. 쿠룩. 따뜻할 때 드십쇼.”
“자, 먹고~ 앞으론 다시는 이런 곳에 들어가지 맙시다. 흑흑흐흑…….”
“지지직… 진짜 뉴비를… 지지직… 너무 놀리지 마세요. 지지직…….”
어디서 가져온 건지 근손실보험은 김이 나는 두부를 내밀었고, 전국건강협회는 찬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는 시늉을 했다.
어딜 봐도 놀리는 것이었지만 찬성은 웃으며 그 두부를 받아먹고는 자신의 장비를 챙겨서 지하 감옥을 나왔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본격적으로 ‘평판’과 ‘명성’을 올리기 위해서 모험가 길드에 있는 인부 NPC에게 가서 퀘스트를 받았다.
“뭐? 우리 일을 도와주겠다고? 고맙네! 요새 일손이 너무 달려서 말이야. 다들 더러운 일을 안 하려고 하더라고…….”
[사이드 퀘스트:화장실 청소]더러워진… 아니, 더러웠던? 아니! 아무튼 더럽고 냄새나는 모험가 길드 화장실을 청소하자!
조건:화장실 청결도를 80퍼센트 이상 달성
사실 게이머들의 경우 배변은 게임 밖의 현실에서 하기 때문에 게임 내에 만들어진 화장실을 갈 일이 전혀 없었다.
시골이나 오래된 폐가의 화장실보다 더욱 낙후된 중, 근세의 구식 화장실. 배설물을 아래에 모아서 썩혀 퇴비로 사용하는 방식의 화장실인 만큼 현실보다 압도적으로 더러운 건 물론이고 냄새는 지독하리만큼 독했다.
“…진짜! 이 새끼들, 냄새는 어떻게 구현한 건데?”
“저기, 왜 하필 화장실 청소예요?”
“쿠룩, 이게 평판을 가장 많이 올려 주니까요. 쿠룩.”
“지지직… 그래도 이건 현실보다 나은 점이죠. 현실은… 지지직…….”
넷은 웃픈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 마련된 청소 도구를 들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현실에서도 하지 않았을 화장실 청소와 똥간 푸기. 청소 방식은 딱 봐도 더러운 부분에 비누를 푼 물을 끼얹은 다음 자루가 달린 커다란 솔로 문대고 다시 물을 끼얹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사람들이 쌈(?)으로 인해서 쌓이는 배설물들을 별도의 똥통에 퍼 담는 일 등등을 해 나가면 서서히 진행도 퍼센트가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현대적인 수도나 시설이 없어 물도 직접 길어 와야 해서 만만치 않은 노동량이었기에 왜 평판을 많이 주는지 이해가 가는 네 사람이었다.
“이거 계획 짤 때는 쉬워 보였는데… 젠장! 만만치 않네! 우리 둘 중 하나는 법사를 해야 했던 것 같아!”
“쿠룩! 넷이서 해도 만만치 않은데! 둘이서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군. 쿠룩!”
“지지직… 완벽한 계획이란 없는 법이죠. 지지직…….”
“저는 수련할 때 생각나네요.”
산에서 수련을 할 때, 수도와 전기는 있었지만 신체 단련과 체력 증진을 위해 물 떠 오는 일을 줄곧 했던 찬성은 나름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넷은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해 댔고, 청소 진행도 게이지를 쭉 올리기 위해 계속 힘쓰길 약 40분. 드디어 80퍼센트를 채운 그들이었다.
“지지직… 80퍼센트 넘었네요. 이제 완료받는 게?”
“아뇨! 100퍼센트에 추가 평판 있습니다! 여기 오줌 칸에 낀! 누런 물때를 다 조져야 합니다!”
“쿠룩, 현실에서도 이 정도로 청소 좀 해 봐라. 쿠룩.”
“보상이 없잖아!”
추가 평판을 위해서 완벽한 청소를 목표로 약 20분을 더 소비한 네 사람은 진행도 100퍼센트가 되자 곧바로 청소부 NPC에게 가서 완료를 받았다. 티를 안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넷 모두 한껏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사이드 퀘스트:화장실 청소]보상:경험치, 30동화, 수웨라성의 평판(24퍼센트) 상승
“오오, 24퍼센트… 꽤 많이 오르네요. 최대가 100퍼센트라고 하면… 얼마 안 걸리겠네요?”
“별로 안 오르는 거죠! 한 시간가량을 청소만 했는데… 젠장! 현실이 아니라서 덜 지쳐서 다행이지! 와, 이거 둘이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쿠룩, 수치만 보고 루트를 짰으니……. 자, 그럼 다음 퀘스트 하러 갑시다. 쿠룩.”
“지지직… 다음 퀘스트를 하기 전에 의견이 있는데 말이죠. 지지직…….”
화장실 청소를 끝낸 일행은 곧바로 다음 퀘스트를 하러 가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