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지지직… 저 일단 밥을 먹어야 하니 잠시 해산하죠. 지지직…….”
“아, 맞다. 벌써 그럴 때이긴 하지?”
“쿠룩… 저택에서 싸우고 화장실 청소까지 했으니, 오래 버티긴 했지.”
“저도 동의합니다!”
정말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기기에서 알림이 날아오지만 어쨌든 여기는 가상 세계이며, 현실의 몸은 먹고, 마시고, 싸는 생물의 욕구를 채워 줘야 한다.
마침 힘든 퀘스트도 딱 끝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네 사람은 게임에서 빠져나왔다.
“휴우~ 화장실 청소… 수련하던 시절 생각이 나서 나쁘진 않았네. 읏챠~”
팬텀 드라이브-2 기기에서 일어나자마자 찬성은 몸부터 풀어 주었다.
몸을 풀던 그는 자신의 텅 빈 다리 부분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휠체어에 날렵하게 올라탄 다음, 영상을 USB에 옮겨 담았다.
“보자, 누님이… 지금 게임에… 없군. 그렇다는 건?”
잠을 자거나 밖에 나와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 찬성은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와 살피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 전에 보낸 문자에도 답장이 없는 것으로 봐서 수면 중인 것 같았다.
벌써 오후가 지나서 저녁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인지라, 어쩔 수 없이 찬성은 홀로 식사를 챙겼다.
“으으음… 너무 조용하네. 너튜브나 볼까? 그래, 검성은 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공략이라든가 정보가 있을 거라는 걸 떠올린 찬성은 너튜브에 ‘검성’을 검색했다.
그러자 정보의 바다답게 검성 클래스로 전직한 이들의 수많은 리뷰와 영상들이 찬성의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많이 나타났다.
[검색 단어:검성]…….
…….
…….
“…뭔가 도움 될 만한 영상이 없는데?”
주르륵, 스크롤을 내리면서 영상 제목들을 보았지만 이게 공략인지 ‘검성 클래스 구리니까 하지 마세요.’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같이 파티하는 사람들이 말해 준 것 이상으로 ‘검성’이라는 클래스는 평판이 좋지 못했다.
[영상 길이 11:20] [좋아요 31만][싫어요 1만 2천]“으으음…….”
“…엑?”
“…그게 어때서!”
천생 검사(劍士)인 찬성은 순간 ‘검’을 폄하하는 듯한 말투가 보이자 발끈했지만, 그래도 영상을 끄지는 않았다.
“흐음…….”
“막으면… 되지 않나? 게다가 방패는 무겁고… 음?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달칵.
영상을 보면서 식사하고 있는 사이, 민희의 방문이 열리고 오늘도 큰 키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어서 뭔가 귀신이 떠오르는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찬성이 건넨 인사에 고개도 안 돌리고 말없이 손을 들어서 인사를 받아 준 그녀는 냉수를 한 잔 들이켜더니 정신을 차렸다.
“푸하! 이제 좀 살 것 같네. 으으으…….”
“어제도 늦게까지 하신 거예요?”
“어… 레벨 업은 레이드 공략 때문에 멈춘다고 쳐도, 아이템 값은 벌어야 하니까. 그나저나 뭘 보고 있는 거니? 너튜브? 흐음~ 보아하니 본격적으로 게임할 마음이 든 것 같네?”
“네. 기왕 한 거 끝을 봐야죠.”
“끝이라. 확실히 너의 그 말도 안 되는 ‘검’이라면 가능성은 있지.”
말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차원… 아니, 무협지에서 튀어나왔다고 해도 무방한,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봐도 좋을 기량이었다.
그녀는 부친에게서 몰래 찬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들었는데, 이 21세기 현대에 존재한다고 믿을 수 없는 검술 집단의 일원이며 가장 뛰어난 검의 재능을 가진 자였다고 했다.
‘저 다리만 사고로 잃지 않았으면 운명이 달랐겠지만……. 아무튼 게임에 대해 흥미를 좀 더 느낀다니 나야 좋지.’
“으으음, 아무튼 검성 클래스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뭔가 좋은 내용이 없네요.”
“검성 정보를 보려면 한국보다는 일본어나 중국어로 검색하는 게 더 빠를 거야. 한국에선 이제 효율에 밀려 버려진 클래스, 혹은 무협의 로망에 미친 노땅들이나 하는 클래스로 굳어진 반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그래도 유저 숫자가 많아서 연구가 꽤 진행되고 있거든.”
“오? 정말요?”
“괜히 사무라이와 무협의 나라가 아니니까. 아마 그래서 검성 상향 내용만으로 일주일에만 천만 건도 넘는 문의 메일이 D.E 본사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놀라운 이야기에 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야기에 집중했다.
히든이라는 게 밝혀지면 일반 클래스와 다름없다곤 하지만 천만 건이 넘는 문의 메일을 넣을 정도로 검성들이 많은 것도 놀랍고, 그것을 처리하는 D.E사도 놀라운 것이었다.
“와… 그걸 다 어떻게 처리한대요?”
“물론 그런 건 죄다 A.I가 처리하지. 아무튼 우리 한국 유저들은 편하지만 말이야. 퍼포먼스 요구치가 높은 검성이 많은 덕분에 레이드 진행 경쟁이라든가 공성전이 편해졌거든.”
“어라? 이 게임, 세계 사람들이랑… 다 같이 하나요?”
“어. 월드 서버야. 그래서 이름도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이고 말이지. 제국에 대항하는 6개의 왕국이 있는 게 기본 설정이잖니? 그게 사실 대륙 기반 단위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오세아니아, 아시아1, 아시아2, 아프리카, 유럽… 이렇게 6개. 아시아1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아시아2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외 국가들이지.”
“…뭔가 악의가 느껴지는 구성인데요?”
중국과 중앙아시아만 해도 절대 사이좋을 수 없는 구성인데, 한국과 일본을 붙여 놓은 건 정말 악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긴 해도 결국 현실을 사는 유저들이고 국민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인데, 같은 지역으로 묶어 버리니 우려가 든 것이었다.
“일단 말로는 지리적 특수성이라곤 하는데… 지금 같은 시대엔 핑계나 다름없는 말이고, 아무튼 은근슬쩍 분쟁을 유도하는 거지.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국가별로 스타트하는 도시가 다르다는 점이야.”
“아하, 그래서 저희가 못 만난 거군요.”
“그래. 안 그랬어 봐. 아주 그냥… 초보 존이 킬링 필드가 됐을걸? 심지어 가상현실 내에서는 언어의 장벽도 넘어 버리니~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아무튼 검성 정보는 거기서 얻는 게 좋을 거야.”
“네! 그러면 먼저 일본어로 검색을…….”
“하지만 너한텐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야.”
한자로 검성을 친 다음 일본어 번역기를 돌려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 키워드를 넣으려고 하는 순간 민희가 덧붙인 말에 찬성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베이컨을 프라이팬에 올리면서 친절하게 계속 말해 주었다.
“일본, 중국에서 만든 검성 클래스의 공략은 결국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든 성능이 괴상한 검성을 다루기 위해서 만든 거야. 즉, 검성의 포텐셜을 살리지 못하는 범인(凡人)들이 어떻게든 검성을 쓰기 위해서 만든 공략이지. 자, 이거 중국의 화룡(火龍) 길드의 ‘검성’인데… 보이니?”
민희가 내민 휴대폰의 영상엔 화룡 길드라는 이름답게 화려한 붉은색 도포에 금색 실로 자수가 놓인 옷을 입은 검성이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열심히 싸우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다만 검의 모양이 신기했는데, 한 자루는 요리할 때 쓰는 중식도를 크게 키운 것과 같았고, 다른 한 자루는 아주 작은 송곳 같은 모양이었다.
“검을… 참 이상한 걸 쓰네요. 게다가 이도류라니…….”
“이게 탱커 쪽으로 비중을 높인 ‘탱 검성’이야. 보다시피 모든 상호 작용이 ‘검’이라서 면적이 넓은 중식도 같은 칼을 방패처럼 들고, 다른 한 손엔 작은 검을 들어서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를 높인 타입이야. 방어구는 대부분 피해 감소와 방어 스탯 위주로 돌리고 말이야. 검 모양까지 따지는 거지.”
“…허얼…….”
“하지만 결국 이렇게 써 봐야 로열 가드의 하위 호환이지. 딜러 쪽도 마찬가지야. 대검을 들고서 검의 상호 작용을 넓히는 방식이지. 하나 대검을 쓸 거면 광전사를 하는 게 10배 낫거든… 결국 검성 클래스의 진가는 ‘검’ 하나로 공수일체를 겸하며 싸우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인재가 눈앞에 있다.
윤찬성, 현실에 실재하는 검성(劍星). 어떻게 보면 그가 다리를 잃고 이 게임을 하게 된 것은 운명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 말은 본래 현실에서 검을 휘두르는 꿈을 잃게 된 그에겐 절대 해서는 안 될 소리였다.
“크흠, 아무튼 너에겐 참조가 안 될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네가 직접 개척해야 하는 거지. 검이 있으니, 게임의 지식을 익혀서… 어떤 옵션이 필요한지,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전부 스스로 판단해야 해.”
“허얼…….”
‘…라곤 해도 나는 영상을 보니 대충 견적이 잡히지만 말이야.’
게임에 이골이 나고, 찬성의 플레이 영상을 편집하면서 분석해 본 민희는 어떻게 하면 찬성이 다루는 검성의 포텐셜을 살릴지 이미 견적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말해 주지는 않았다. 단 한 번뿐일 찬성의 ‘뉴비’ 시절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게임은 결국 추억. 그리고 추억은 역시 뉴비 때 가장 많이 남으니까…….’
지나고 나면 정말 아쉬울 수 있을 시간. 언젠가 분명 뉴비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게이머가 될 것이다. 지금뿐인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길 바라며, 그녀는 너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고민하는 찬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그때,
‘아, 맞다.’
찬성을 바라보던 민희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