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51
51화.
같은 시각.
‘D.E’사 부정, 불법 행위 감시1팀.
D.E사가 자랑하는 최첨단 A.I는 오늘도 부정행위를 하는 유저들을 감시하느라 열일 중이었다. 직원들은 A.I가 애매하다고 판단되는 사항들에 대해서만 판정을 내리는데, 팀장은 새로이 올라온 이상 현상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디 보자. 스피드 핵 의심? 해당 유저의 속도가 이상하다고? 그러나 부정 프로그램의 감지 없음? 하아~ 보자. 해당 유저는 탈것 ‘자전거’를 사용. 해당 유저의 스테이터스 수치에 비례한 정확한 속도 증가. 스태미나 소모에 맞춰서 속도가 감속되기도… 이거 그냥 달리는 거잖아! 저 망할 깡통이!”
보고 내용을 읽은 팀장은 A.I의 오판에 짜증을 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일단 해당 스테이터스 공식에 비례한 정확한 속도이니 결국 제재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 정상 플레이라는 이야기였다. 괜스레 ‘핵’을 의심하게 되니 짜증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팀장님, 이거 자전거 이속이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일반 등급 탈것인데 말이죠. 저 속도가 어떻게 나오지?”
“저거 타고 있는 놈이 클래스:검성이야. 대체 왜 3차급 클래스를 가진 애가 자전거나 타고 다니는 거지? 는… 레벨이 20이라고? 전직권 뽑았나? 그러면 그 정도 돈을 가진 놈이면 자전거를 탈 리가 없는… 이놈, 자세히 보니까 그놈이잖아! 찬성!”
“네? 찬성?”
“여기 스크랩해 둔 놈! 심심하면 A.I가… ‘얘, 이상하지 않아요?’ 하고 물어보는 그 이상한 놈!”
“아아…….”
팀장이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놈에 대한 A.I의 보고가 거의 매일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의 탑부터 시작해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가 막힌 플레이를 해 댄 덕분에 마치 중점 관리하는 유저인 양 계속해서 보고서가 올라왔었다. 그때마다 정상 유저라서 패스시켜야 했기에 아이디까지 기억해 버린 것이었다.
“피지컬이 뛰어난 건 그렇다 쳐도 검성 전직은 어떻게 한 거야? 전직권이라도 산 거야? 아니면… 다른 뒷구멍으로 전직하는 루트가 있는 거야?”
“데이터 찾아볼까요? 아니면 기획팀에 물어보는 건?”
“데이터 찾아보면 뭐, 나올 거야? 사실 기획팀도 다 모를 수밖에 없는 게, 걔네는 구상과 디자인에만 일정량 힘쓰고 내부의 세계를 구축하는 건 메인 시스템 A.I니까… 아마 부정한 방법으로 전직했으면 진작 보고가 올라왔을 거야.”
“하긴 그냥 던전 도는 데 이상도 이렇게 잘 감지하고, 자전거 이동 속도도 이상하다고 바로바로 보고할 정도인데… 검성 전직을 불법적으로 얻었으면 진즉에 말했겠죠?”
“아무튼 자전거 이동 속도 문제만 리포트로 넘기면 되겠군. 이건 뭐… 최대 속도 제약을 걸거나 스테이터스 계수 방식만 고치면 금방 해결될 테니…….”
“다만 정기 점검 때 반영되려나요? 아니면 바로 잠수함이나 긴급 패치로 들어갈까요?”
“글쎄, 그건 그쪽 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뭐, 내가 보기엔 긴급까지 할 걸로는 안 보이고, 정기 패치 때나 할 자잘한 수정일 거야. 솔직히 검성 정도가 아니면 이렇게 탈 수 없는 탈것이고, 또… 3차 클래스가 되는 50레벨쯤이면 죄다 비행 탈것이나 자기 탈것은 마련해 놨을 테니까. 아무튼 그리 큰 사고는 아니야.”
게임 내부의 경제나 시스템이 망가지는 사고도 아니고, 공략되지 말아야 하는 보스나 레이드가 공략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악용할 만한 여지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미처 깨닫지 못한 작은 맹점. 어차피 저레벨에 3차 클래스가 된 이들… 그중에서도 힘, 민첩 스테이터스가 높은 클래스들이나 써먹을, 너무나 제한적인 범위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버그였다.
“결국 오늘도 이 찬성이라는 유저의 보고가 올라온 셈이군. 정말 하루도 안 거른다니까…….”
“팀장님, 그 유저에 대한 보고… 이미 오전에 하나 왔었는데요?”
“뭐, 뭐라고?”
“…오전에 하나 더 왔었어요. 팀장님이 회의로 자리 비우셨을 때 와서… 저기 서류에 쌓여 있지만요.”
“즉, 오늘은 두 건이라는 말이군. 후우~”
왠지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을 받았지만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유저 개인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올라온 보고 내용을 처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팀장은 한숨을 푸욱 쉬면서 쌓인 서류를 가져왔다.
***
검성의 스테이터스 덕분에 씽씽 달리게 된 자전거의 힘으로 찬성은 단 24분 만에 검의 사원과 수웨라성을 왕복했다.
동료들의 시간을 위해 새로운 스킬 은하검법 2식 ‘성운’과 검기 제어를 배우자마자 올라올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현실이었으면 위험해서 하지 않았을 곡예 질주를 한 끝에 엄청난 속도로 도착한 것이었다.
“도착했어요!”
“벌써 다녀오셨어요? 한 30분 걸릴 줄 알았는데…….”
“내리막길에서 페달을 더 밟았어요.”
“쿠룩, 왜 그런 위험한 짓을……! 가상현실이라 안 죽는다곤 해도… 아니, 낙사하거나 굴러떨어지면 죽어요! 고통은 경감이 돼서 없어도 피해는 받는단 말입니다. 쿠룩!”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무리 가상현실이라서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고 해도 낙사 피해나 다른 피해로 죽을 시엔 경험치 다운이 생기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물리 작용 법칙에 의해 데미지를 입을 법한 것에선 데미지를 입기에 산의 내리막길에서 무모한 운전을 하다가 죽어서 경험치 다운이라도 하면 큰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지지직… 물론 20레벨 전, 경험치 하락 페널티가 없는 모험가 길드 소속이라면 거침없이 죽어도 되지만요. 죽으면 귀환 마을에 등록된 신전에 복귀하니까요. 지지직…….”
“신관은 스킬도 거기서 배우니까 뭐… 일석이조죠. 다시 다 모였으니 그럼 퀘스트 하러 가죠.”
“네!”
빨리 다녀온 덕에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던 찬성 일행은 곧바로 수웨라성의 평판을 올리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화장실 청소에서 눈치챘겠지만 가장 빨리 평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힘들고 더러운 일이었다.
“쓰레기장! 정말 지독하네! 아니, 중세에도 이런 게 있어?”
“쿠룩, 어느 시대든 쓰레기가 없을 순 없지. 쿠룩.”
“지지직… 음식물 쓰레기 냄새 구현이 이게 뭐야?”
“아, 그거 암모니아로 지우면 되는데 말이죠. 주로 오줌을 써서 냄새를 지운 다음에 한 번 더 씻으면…….”
고물상의 쓰레기장 정리 정돈, 마을의 쓰레기통 회수, 하수구 뚫기, 가축 돌보기 등등… 이게 MMORPG 게임인지 생활 막노동 게임인지 모를 각종 일들을 해 나가는 찬성 일행이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열심히 각종 퀘스트들을 플레이한 끝에 드디어 평판을 100퍼센트 다 채울 수 있었다.
“아주 자알했어! 허허! 일손이 부족했는데, 자네들이 와서 정말 다행이야.”
[퀘스트 완료!] [사이드 퀘스트:돼지우리 청소]보상:경험치, 45동화, 수웨라성의 평판(21퍼센트) 상승
[시스템-수웨라성의 평판이 100퍼센트가 되어 우호적이 되었습니다. 해당 영지에 존재하는 모든 NPC들이 당신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됐다! 이제 가면 되는 거죠?”
“예. 더 올릴 수 있지만 퀘스트 진행의 조건으론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서 가요! 오늘 플레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드디어 다음 퀘스트 진행을 할 수 있게 된 찬성 일행은 즐거워하며 곧바로 모험가 길드로 돌아갔다.
평판의 단계가 오른 덕분인지, 모험가 길드로 들어갈 때부터 NPC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찬성을 감옥에 처넣었던 모험가 길드 경비가 찬성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넨 것이다.
“요즘 성의 궂은일들을 처리해 주시는 분들 아닙니까?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길드의 일을 하러 오신 겁니까?”
“와아… 이렇게 반응하는 거군요. 눈웃음부터 해서, 정말 친절해졌네요?”
“예. 엄청 신기하죠? 심지어 요즘도 아니고 오늘 바짝 일한 것뿐인데요.”
“쿠룩, 아무튼 길드 마스터의 방으로 갑시다.”
넷은 그대로 모험가 길드의 건물을 지나서 2층에 있는 길드 마스터의 방으로 향했다.
정중하게 노크한 뒤, 일행은 문을 열고서 조심히 들어가는데 찬성은 한 번 끌려간 일이 있어서 그런지 파티원들 뒤에서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흐음? 뭐냐? 오~ 이게 누구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친구들 아닌가? 하하핫. 그래, 무슨 일인가?”
“저희가 여러 일을 하던 중… 수웨라 남작님이 수상한 일을 하는 것 같은 조짐을 발견했습니다.”
“수웨라 남작님이? 뭔가 잘못 안 게 아닌가?”
“저희도 그분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청난 연기력으로 길드 마스터와 대화하며 설득을 이끌어 내는 전국건강협회. 역시 다른 가상현실 게임을 해 본 짬은 어디 가지 않았다.
“영지 근처에서 제국군의 요새를 발견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한 뒤, 이곳에 와서 남작님에게 보고했지만 남작님은 저희 이야기를 들어 주시지 않더군요. 오히려 병사들을 풀어서 저희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리가! 남작님은 청렴결백하며 우리 영지를 위해서 사시사철 노력하시는 분일세. 말을 한 사람이 자네가 아니었다면 모함죄로 처넣었을 게야!”
“하지만 증거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지민들을 잡아가는 습격 요새는 하나뿐이 아닙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큰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흐으으음… 전국건강협회…….”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리얼함이 생기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전국건강협회’라는 명칭. 뭔가 팍 식어 버리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이전에 찬성이 무리해서 왔을 때보다 이야기가 통하는 모습은 굉장했다.
“좋아. 남작님에 대한 의혹은 무례하긴 하나, 자네가 이 영지에 공헌한 일에 대한 신용과 증거가 있으니 나도 무시할 순 없지. 다른 명망 있는 모험가들을 불러서 조사를 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하나, 조사엔 많은 인력이 필요하네. 그러니 자네들이 그 모험가들이 맡았던 의뢰를 대신 맡아 주지 않겠네?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말이지.”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땜빵하기]다행히도 모험가 길드 마스터와 간신히 이야기가 통하게 되었다. 그런데 길드 마스터는 다른 모험가들을 동원해야 하니 임무 하나를 해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받아들일 거죠?”
“받아들여야죠.”
“쿠룩… 동의.”
“예, 동의합니다.”
선택지가 나오기도 전에 넷은 동의를 했고, 덕분에 찬성 일행은 모험가 길드 마스터에게 본래 다른 모험가들이 하게 되어 있던 새로운 퀘스트를 받았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땜빵하기(2)] [대신 맡은 임무는 영지 동남쪽에 있는 자누 평야를 위협하는 산맥의 고블린과 오크들의 세력권을 토벌하는 일이다. 하기로 했으니 처단하러 가자.조건:동남쪽의 자누 평야로 향하자.
“오! 토벌!”
마을에서 잡일하는 것과는 다른 전투 임무였기에 찬성은 즐거워하면서 눈을 빛냈다.
모험가 길드에서 나온 네 사람은 각자의 탈것에 올라 자누 평야로 향했다.
찬성은 자전거,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에어 바이크를 탔고,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찬성이 산에 다녀오는 사이에 어느새 구입한 마갑을 갖춘 평범한 말을 타고 있었다.
페달을 밟으며 따라가던 찬성은 뭔가 평범한 것을 탄 둘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것을 귀신같이 눈치채는 전국건강협회였다.
“…….”
“‘뭔가 특별한 거 탈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하는 눈빛 보내지 마십시오. 이 ‘(희귀)왕국 전쟁 군마’로 말할 것 같으면 적절한 속도! 튼튼한 체력! 인벤토리 부가 기능! 마상 전투 스킬이 있으면 말을 탄 채로 싸움이 가능! 거기에 같이 전투도 해 주는 베스트셀러 탈것이란 말입니다.”
“쿠룩, 애초에 저 살덩이 님의 탈것이 매우 특별한 겁니다. 쿠룩! 저거 진짜… 현실 자동차 가격 정도 할걸요?”
위이이이이이이이잉!
멋진 엔진음을 내며 제일 앞을 달려가는 에어 바이크를 가리키며 저 탈것이 평범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는 근손실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