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55
55화.
길드 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유유히 빠져나온 찬성은 미니 맵을 보며 동료들과 합류, 퀘스트를 갱신하기 위해 외곽으로 돌아 조용히 자누 요새로 돌아가서 지휘관 NPC에게 향했다.
한편 시공 길드에 한 번 훅 밀린 브루탈 길드의 길드원들은 급히 길드 채팅창-운영진 대화 창을 열어서 구원 요청을 날렸다.
[브루탈 길드-운영진 대화 룸] [길드][라트마의창:저기… 형님들, 여기 상황이 진짜 안 좋아서 그런데 지원 가능하십니까? 오크 워로드 털러 온 건데, 시공 새끼들 저항이 너무 빡세요. 시대의흐름도 와 있어서 그런 듯. ㅠㅠ] [길드][탐식의망치:언제는 그냥 이길 수 있다면서? 다른 형님들 다 렙업하느라 바빠.] [길드][라트마의창:그게… 너무 빡세네요. 아무래도 평균 레벨도 밀리긴 하는데, 시공 길드에서 40레벨 이상급이 다 온 것 같아서… 몇 분만 더 와 주실 수 있을까요? ㅠㅠ]MMORPG 게임 내 전쟁에서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레벨.
저레벨이 아무리 많이 모여 봐야 고레벨 1인에게 손도 못 쓰고 쓸려 나가는 것이 RPG 게임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서 PVP 전쟁을 할 때는 양과 질 모두를 잘 챙겨야 하는데, 숫자는 역시 한창 확장세로 이첸성에서 유저들을 긁어모으며 규모를 키운 브루탈 길드가 압도적이었지만, 브루탈 길드는 전선과 사냥터를 여럿을 두고 있어서 이 전장에 추가 전력을 투입할 수 없었다.
반대로 시공 길드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수웨라성과 노리는 게 이 사냥터 하나뿐이기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길드][탐식의망치:시공 새끼들 레벨 업 버렸나? 근데… 그거 알고도 규모 대략 잘 꾸려 갔잖아.] [길드][라트마의창:예, 그렇긴 한데…….]물론 브루탈 길드도 멍청한 건 아니라서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필드 보스-오크 워로드를 잡는 것도 모자라서 시공 길드를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을 만큼의 숫자와 적절한 레벨의 유저들까지 포함시켜서 보냈다.
그럼에도 밀린 게 의아하다는 탐식의망치. 그러나 라트마의창은 사실대로 이야기할 순 없었다.
‘웬 하루살이 같은 놈 하나 때문에 진형이 흐트러져서 큰 피해를 받아서 밀렸다곤 할 수 없어.’
[길드][탐식의망치:보니까 이상한 놈이 하루살이처럼 날아다녀서 난리라며?] [길드][라트마의창:그런 일도 있긴 했지만, 주요 원인은 ‘시대의흐름’이라는 놈이죠. 시공 길드 길마, 투기장, AOS 모드, 전쟁 모드 열심히 하던 나름 신관 클래스 ‘네임드’입니다.]결론적으로 판단을 잘한 시대의흐름 탓이 맞기는 했기 때문에 탐식의망치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길드][탐식의망치:그래, 너희가 그놈들 시간을 빼앗고 있으면 그놈들 상위권 애들이 레벨 업 하는 게 무리니까… 이제 곧 있으면 우리 길드도 3차 전직들이 나오니까 그러면 완벽히 압도하겠지.] [길드][라트마의창:그렇지만 일단 지금 보스는 어떻게 합니까? 한번 뺏기면 결국 시간대 조정 지랄 나는데… 애들 의욕 꺾이기 전에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길드][탐식의망치:끙, 알았다. 기다려 봐. 지금 갈 사람 수배해 놓지.]길드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은 점도 많지만 길드원들을 다루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쟁에 참여한다고 해도 다들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거지, 길드를 위해서라든가 대의 같은 건 없다.
그래서 결국 한 번, 두 번 죽기 시작해서 경험치가 떨어지고, 소모품 사용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의욕이 꺾여서 금방 와해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이미… 핑계 대면서 이탈하는 놈도 있으니…….’
[길드][영혼의닻:저 어머니가 심부름 다녀오라고 해서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길드][빛의인도자:우리 집 고양이가 똥을 싸서 치우고 오겠습니다.] [길드][글레이브룬:앗! 벌써 강의 시간이?] [길드][포식자의부:저 과대한테 연락이 와서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직장이나 군대 같은 조직이 아닌, 결국 게임 내의 길드이기에 생기는 느슨함. 그렇다고 이들에게 크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이런 놈들이라도 길드의 위세와 규모를 책임지는 귀중한 자들이다.
그러니 이렇게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시 승기를 돌려놔야만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보내자고 판단한 탐식의망치였다.
[길드][탐식의망치:좋아. ‘귤까먹는소리’랑 ‘오직백도어’가 마침 사냥에 질려서 심심하던 차라 간다고 하네. 다른 손 비는 녀석들 있으면 보내마.] [길드][라트마의창:아, 걔네 둘 정도만 오면 뭐 문제없겠죠. 시공 길드의 톱 레벨들만 견제하면 충분하니까요. 게다가 이젠 하루살이 놈도 사라졌으니…….]지원도 오게 되고, 문제없을 거란 이야기를 하는 라트마의창. 하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가 하루살이라 부르는 찬성이 퀘스트 갱신을 위해 잠시 떠난 것이며, 한 지역의 퀘스트 라인은 꽤 길기에 갱신을 하고 나면 또다시 돌아올 거라는 점이었다.
***
덜컹! 덜컹!
자누 요새로 돌아와 퀘스트를 갱신한 찬성 일행은 다음 퀘스트를 하기 위해 또다시 투석기에 몸을 실어 요새 너머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오크의 부락을 향해 날아갔다.
“끼야호오오오!”
“이젠 다 적응하셨네.”
“쿠룩, 근데 다음 퀘스트는… 어쩌지?”
[퀘스트:오크 주술사를 처치하라]손쉽게 오크의 머리 10개를 가져가자 요새 사령관은 당신의 실력이 꽤 뛰어나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크 무리 토벌을 위한 임무를 내려 주는데, 그 첫 임무는 바로 ‘오크 주술사’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조건:오크 주술사 처치 0/5
오크 주술사.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쓰는 오크의 지도자 격으로 저 오크들의 진영 사이사이에 드문드문 나타나는 몬스터였다.
외곽에 어슬렁거리는 타입과 다르게 주술사는 리젠 위치가 진영 내부였는데, 그 진영은 아직도 보스 몬스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번에 저희는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주술사 몹은 무조건 진영 안에 있거든요.”
“음, 그러면 이번에도 제가 혼자 다녀올게요.”
“쿠룩, 그동안 저희는 주변 상황을 보는 거랑 마찬가지로 오크들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벌어 놓겠습니다. 쿠룩.”
“지지직… 버프할게요~ 효율의 찬가.”
끄덕.
찬성은 버프를 받은 다음 다시 PVP와 몬스터가 아우러진 곳으로 뛰어들었다.
아까 전에는 그저 오크이기만 하면 머리를 주었기에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했지만, 이번엔 특정 목표만 잡아야 하는 것이었기에 아까보다 더 힘들었다.
[파티][전국건강협회:찬성 님, 이번에 잡을 건 오로지 ‘Lv.21 오크 주술사’뿐입니다. 그놈들이 리젠하는 포인트를 짚어 드릴 테니 그쪽만 도시면서 놈들을 노리십시오. 다른 몬스터는… 어차피 저 상황에서 없을 거니까 굳이 노리지 않아도 됩니다. ‘토템’을 보고 도시면 되지만 자료가 있으니 미니 맵에 좌표 찍어 드리겠습니다.]‘와, 이런 기능도 있구나.’
전국건강협회의 채팅과 동시에 UI의 미니 맵에 붉은 점들이 하나둘 찍히기 시작한다.
상당히 신기하면서도 알기 쉽다고 생각하며 찬성은 해당 포인트를 돌아다니면서 오크 주술사를 찾았다.
“좋아! 많이 밀어냈다! 돌겨어어어억!”
“젠장! 시공 새끼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워어어어어어어! 건방진 인간 놈드으으으으으을!”
여전한 광경. 찬성은 혼란스러운 전장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오크들의 천막에 숨어서 공격을 피하거나 사람들을 피하면서 오크 주술사의 리젠 포인트를 짚고 다녔다.
가 보니 주술사들이 리젠하는 곳은 유달리 커다란 토템이나 뼈로 된 장식물이 세워진 천막들로, 왜 여기서 리젠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음, 근데 어디서 기다리지? 가만히 있으면 괜히… 지나가거나 싸우는 사람들에게 노림당할 것 같은데? 싸우면 안 된다고 했으니 천막 안에 숨어서 기다릴까? 어라?’
슈우우우웅! 쿵!
천막 쪽에 숨어서 오크 주술사를 기다리고자 한 찬성. 한데 그의 옆으로 무언가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것을 본 찬성은 빠르게 오크의 천막에 숨어 들어갔다.
초라한 외양인 자신과 달리 겉으로만 봐도 화려한 장비와 아바타를 가진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둘의 무장이 ‘검’이었기 때문이다.
‘와아아… 멋있다.’
한 명은 양쪽 허리에 외국 해적 영화에서 볼 법한 세이버 두 자루를 걸고 낡은 해군 코트에 모자까지 걸친 그야말로 해적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한 외양이었고,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SF식 강화복 슈트를 입었는데 허리엔 일본도를 매달고 있었다.
“좋아. 도착… 아, 저 망할 투석기 오랜만에 탔더니 내려가는 방법 잘못 눌러서 이런 데 떨어지네. 젠장! X나 멋있게 전장 중앙에 떨어져서 싸우려고 했더니~”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에휴~ 아무튼 시공 길드나 썰러 가자. 심심해서 놀러 왔는데 놀아야지.”
‘…헉, 브루탈 길드 사람들인가? 숨어 있어야지.’
찬성은 두 사람이 거대한 몽둥이 모양의 길드 엠블럼을 각자 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루탈 길드에서 온 지원군임을 눈치챘다.
파티원들이 말한 대로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오크 주술사만 잡아야 해서 찬성은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천막에 숨어 있었다. 그렇게 그 둘이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살기와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본능적으로 피한 다음 자세를 잡았다.
‘이건?’
“이걸 피했어? 방심하고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습했는데… 쳇!”
“어, 어떻게?”
“인간형 추적 스킬… 모르냐? 나 엄연히 도적 클래스 2차 전직인 커세어(Corsair)라서 늘 가지고 다니는데, 텐트 뒤에 몸만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지. 그래서 넌 뭐냐? 정보랑 설정 모두 비공개로 해 놓은 수상한 놈 같으니…….”
그리 말하며 해적의 차림새를 한 남자는 찬성에게 세이버를 겨누었다.
한 걸음 뒤에 있는 SF풍의 아바타를 입은 남자도 허리에 매달린 일본도에 손을 올리고 언제든 뽑을 기세였기에 찬성은 다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냥 퀘스트 하려고 왔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크 주술사 5마리만 잡고 갈게요.”
“아, 그런가? 라고 하기엔 정보 비공개가 수상하고…….”
“길드 채팅창에 따르면 하루살이가 날아다닌다고 하니… 아쉽지만 한 번 죽어라. 애초에 보스 타임엔 통제된다는 것도 배우고!”
그렇게 말하곤 두 사람은 찬성을 향해 달려오면서 각자 검과 세이버를 가차 없이 휘둘렀다.
찬성은 ‘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하는 건가?’를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서 마주 대응했다.
“하! 꼬락서니 보니 고작해야 습격 요새나 다니는 20레벨 같은데! 그걸로 우리 둘을 이길 것 같냐! 나는 34레벨, 저 오직백도어는 35레벨이라고!”
“하여간 누가 아이디를 귤까먹는소리라고 지은 거 못 알아볼까 봐 잔챙이 같은 소리 하기는……. 흠! 아무튼 시공 길드 놈이면 제대로 잡은 거니! 죽어라! 질주!”
‘…레벨이 엄청 높아서 그런가? 상당히 빨라?’
여태까지는 검성의 3차+ 클래스급 능력치 덕분에 유유히 사람들을 떨어뜨리면서 도망칠 수 있던 찬성이었지만, 지금 쫓아오는 두 사람은 그런 찬성과 비슷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레벨도 높지만 아이템인가?’
2차 클래스급의 성장률은 분명 3차에 비하면 좋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레벨 30대 중반 유저로서 아바타에 아이템까지 깔끔하게 세팅한 자들이었기에 모든 부위의 아이템에 달린 부가 효과로 그 능력치의 갭을 따라잡은 것이었다.
“뭐야? 쪼렙 같은데 저놈 왜 저리 빨라? 젠장, 안 되겠군.”
‘권… 총?’
타앙!
찬성을 따라가던 귤까먹는소리는 그가 잡히질 않자, 품에서 해적 영화에서 나올 법한 부싯돌식(플린트락식) 권총을 꺼냈다.
그러곤 곧바로 찬성에게 겨누고 격발, 불꽃이 튀면서 그대로 찬성을 향해 날아왔고, 그는 이미 총을 들고 쏘는 순간의 궤도를 보았기에 초인적인 센스로 검을 들어 올려 날아오는 탄환을 막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