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오~ 수고 많았습니다, 찬성 님.”
“쿠룩, 역시 리젠되는 타입이라 시간 좀 걸렸죠? 저희가 그래도 열심히 사냥했습니다. 하하핫! 21렙 되셨잖아요.”
“아… 앗! 저 레벨 업 했네요?”
“지지직… 눈치 못 채셨을 줄이야.”
찬성이 오크 주술사를 암살하러 돌아다니는 동안, 그 혼자에게 일을 맡긴 것이 미안했던 찬성의 파티원들은 열심히 외부로 새는 오크들을 사냥했다. 덕분에 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21레벨을 찍게 된 것이었다.
“아, 아이템 효과 생각으로 머리가 꽈악 차 있어서요.”
“아이템 효과? 왜요?”
“그게…….”
찬성은 아까 전 오크 주술사를 잡으러 돌아다니는 동안 있었던 일을 파티원들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그거 별로 좋지 않은 상황 같은데… 우선은 지금 바로 외양부터 바꾸죠. 백 프로 그놈들 스샷이나 영상 찍어 뒀을 테니까요. 남는 아바타 잠깐 빌려 주실 분?”
“쿠룩, 오크… 아바타 입으시겠습니까? 쿠룩쿠룩. 기왕이면 무기는 일본도 계열로… 쿠룩! 블레이드 마스터! 쿠룩! 쌉가능!”
“지지직… 이거 입으시고, ‘身を捨てても、名利は捨てず(미오스테테모, 묘오리와스테즈).’라고 한마디 해 주실 수 있나요? 지지직…….”
“…그러니까 도와주시는 건 고마운데, 어느 분 걸 입어야 하죠?”
두 사람의 성의엔 감사했지만 동시에 아바타를 내미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찬성이 난감해하는데, 전국건강협회가 한숨을 푸욱 쉬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니, 모습을 감춰야 하는데… 개성 강한 아바타를 주면 어떻게 합니까? 참 나~ 무난한 아바타로 속여야죠. 그러니 여기 평범한 맹약의 기사 아바타를 입읍시다.”
“쿠룩! 평범은 얼어 죽을! 쿠룩! 그 보기만 해도 답답한 중갑옷이나 오크 아바타나!”
“지지직… 항의합니다. 지지직… 아니, 찬성 님의 선택에 맡기죠. 여기 채팅방으로 링크를 보내 드릴 테니 아이템 룩 보시고 정하시면 돼요.”
선택의 권한은 찬성에게 날아오고, 찬성은 채팅방에 올라온 링크를 눌러 외양을 살펴보았다.
근손실보험이 올린 오크 아바타는 근육질에 웬 훈도시를 걸친 반나체에 어금니가 길게 올라온 상남자 스타일의 오크였고, 전국건강협회가 올린 아바타는 대체 숨은 어디로 쉴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정도로 두꺼운 어깨 갑옷에 망토가 주렁주렁 달린 갑옷이었다.
‘…그래도 이게 그나마 나으려나?’
일단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못해 찬성이 선택한 것은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추천한 SF풍 아바타였다.
백색과 회색이 아우러진 몸에 착 달라붙는 바디 슈트에 팔꿈치, 어깨, 무릎 등등 곳곳에 기계 장치들이 달려 있는 구조로 가장 날렵해 보였고, 얼굴과 온몸을 다 가렸지만 생각 외로 움직이기 불편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한데요? 이거?”
“지지직… 그렇죠? 게다가 멋지죠?”
“근데 오히려 너무 안 입은 것 같아서 좀 어색하고 부끄럽긴 해요. 알몸으로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보다 이거… 비싸지 않나요? 일단 제 거 아이템 사면 돌려 드릴게요.”
“쿠룩, 그 이전에 판타지 게임 같지 않은 게 문제 같습니다만? 쿠룩. 아무튼 퀘스트 갱신하러 가죠.”
성공적으로 외양을 바꾼 찬성은 일행과 다시 자누 요새로 향했다. 그때, 찬성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아까 그 일 때문에도 그런데… 저 아이템 세팅하고 싶은데, 해도 괜찮을까요? 도망치려는데 그 아이템 효과라든가 뭔가 굉장한 분들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해서…….”
“원래부터가 무모한 방법이었죠. 퀘스트 2개나 민 것도 대단한 겁니다. 그나저나 찬성 님이 난감할 정도면 대체 몇 레벨인 거지? 아이디 아십니까?”
“예. 귤까먹는소리랑 오직백도어였나? 그럴 거예요.”
“보자. 정보실에서 검색해 보면… 이 둘! 레벨이 30대 중반이잖습니까? 게다가 아이템은 최소 희귀급 이상, 영웅급도 1~2개씩 있고, 아바타는 풀 세팅! 살아남은 게 이상한 거네요! 히에엑… 이러니 뉴비라고 해도 안 믿지. 에휴~ 찬성 님, 아이템 상태도 개판인데…….”
일반 유저였으면 그냥 눈만 마주치는 정도가 아니라, 본래라면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차이다.
개미가 인간의 주먹에 맞서는 것과 같은 이치.
찬성이 검성이 아니고 다른 클래스였다면 대화조차 하기 전에 시체가 되어서 마을로 복귀하는 게 당연했으리라. 그러나 그는 버텨 내었고, 그 덕분에 시공 길드가 개입할 시간을 벌어서 살아남은 것이다.
“지지직… 지금도 이런데, 아이템까지 갖추면 얼마나 무서울지 모르겠네요.”
“근데 찬성 님은 세팅을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검성들이랑은 궤를 달리하는 분이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인 근딜 세팅을 추천해야 하나?”
“쿠룩쿠룩, 흠… 하지만 그러면 찬성 님 솜씨가 아깝지. 유일하게 검성의 경지를 다 써먹으면서 탱킹하는 분인데. 근데 그렇다고 해도 데미지 딜링도 살벌하게 넣는 것도 아깝고…….”
웅성웅성…….
세 사람은 찬성의 아이템 세팅 방향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의견을 나눴다.
게임이 처음이라서 지식은 부족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압도적인 검의 재능과 피지컬 때문에 검성의 포텐셜을 MAX로 살릴 수 있는 건 좋았다. 그러나 검성이라는 클래스 자체가 타 클래스들과는 다른 기형적 구조였기에 찬성의 능력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딜러는 템이 비싸고, 그렇다고 탱킹력만 올리자니 저 급소에 모조리 때려 꽂는 딜링도 아깝고…….”
“지지직… 게다가 저레벨 템은 거쳐 가는 아이템이니까 가성비도 중요하죠.”
“지지직… 선택지가 역으로 많아서 머리 아프네요.”
게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파티원들도 어떻게 해야 찬성에게 최적의 세팅을 해 줄 수 있을지 골머리를 썩일 정도였다.
특히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딜러냐? 탱커냐? 의 진로 고민.
이 ‘월드 아카’는 옛 MMORPG 게임처럼 칼같이 분리되어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탱커, 딜러, 서포터로 나누는 것이 게이머들한테 경험적으로 익숙한 문화였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공략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나 다름없었기에 찬성의 진로를 이 두 가지 중 하나로밖에 생각 못하고 있었다.
“역시 딜러이지 않나? 탱커는 솔직히 나 같은 놈이든 뭐든 우직한 애들이 다 알아서 할 거고, 결국 시간 단축을 해 주는 최상의 딜러가 있으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파티원이니까.”
“쿠룩, 하지만 검성의 경지를 통한 물리 데미지 감소율 100퍼센트를 살리는 저 실력이 너무 아깝다. 쿠룩. 딜러로 하면 겨우 딜러 한 명이지만, 찬성 님 같은 탱커면 힐러를 더 줄일 수가 있어. 그렇게 해서 딜러 둘을 더 넣으면 그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쿠룩.”
“지지직… 둘 다 맞는 이야기를 하시니 고민이네요.”
‘뭐지? 이 상황, TV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우리 아들은 의사가 되어야 해!’
‘여보! 법대 보내야 한다니까요!’
열심히 토론하는 둘을 보며 마치 드라마 같은 데서 가끔 나오는 자식의 장래를 두고 다투는 부모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 찬성의 부모님은 찬성이 가고 싶은 길에 대해서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게다가 형과 누나들이 많은 집안의 막내라서 아무 문제가 없던 상황이라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지지직, 일단 요새로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이템 마련하신다고 했는데, 퀘스트 갱신하고 다시 사냥을 가나요? 지지직… 아니면 수웨라성으로 돌아가나요?”
“아니면 오늘은 일단 해산해서 각자 일 보고 모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간 아껴야죠. 찬성 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쿠룩, 아이템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해도 되긴 하는데…….”
“저는 일단 수웨라성으로 갈게요. 아이템이 꼭 필요해요. 이 기회에 또 경매장이랑 인터넷 보면서 공부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총알에서 갑자기 얼음 조각이 날아와서 자신을 덮쳤을 때의 그 충격이 아직도 찬성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현실감이 짙은 탓에 자꾸 그 사실을 잊었었는데, 이번 충격으로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엔 똑같이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공부와 아이템을 세팅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은 것이다.
“으으음… 뭐, 본인 의지가 저렇게 뚜렷하니 뭐라 말할 수 없겠네요.”
“쿠룩, 어차피 오늘 플레이 타임도 얼마 안 남았고, 남은 시간은 각자 플레이하는 걸로 하죠. 쿠룩. 저랑 이놈은 온 김에 약초 채집 좀 하고 갈까 합니다. 쿠룩.”
“지지직… 동의합니다. 저도 이 근처에 있는 강철 신의 성지 쪽에 들러야 하니까요. 지지직… 아, 아바타는 내일 돌려주세요. 지지직… 어차피 그거 옵션은 없는 거라 그리 비싸지 않아서. 지지직…….”
“예. 그렇게 할게요.”
각자 할 일을 만든 일행과 합의를 마친 찬성은 그대로 탈것인 자전거를 타고서 다시 수웨라성으로 향했다.
열심히 달려 성으로 들어온 그는 미니 맵을 보며 경매장으로 돌입해 별도의 UI를 열고서 직접 검성 게시판으로 향했다.
그다음 추천 아이템들을 보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일단 기존의 자료나 공략을 봐야…….’
[검성 게시판-추천 게시물]…….
…….
…….
‘뭔가 읽어야 할 글도 엄청 많네. 으으으… 게임 밖에서 볼까? 영상도 많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게임을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
게임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참 기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최고의 경지에 가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든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 것이 진리였다.
다만 그 공부와 연구를 받아들이는 재능과 지혜, 그리고 감정과 의지에 차이가 있다 보니 사람마다 그 성과가 다른 것일 뿐이다.
‘끄으으으응~… 정보가 너무 많아. 나가서 봐야 할 것 같아. 인게임 시간 아까우니까…….’
[시스템-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게임을 끄고서 밖에 나와서 이것저것 봐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터넷의 좋은 점은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도 사전 지식 같은 게 있어야 잘 써먹을 수 있지, 찬성처럼 게임 자체에 이제 막 발을 들이민 사람에게는 너무 과도한 홍수였다.
“그러니까 부가 옵션 타입에는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발동’, ‘쿨 타임 감소’, ‘시전 시간 감소’, ‘시전 시간 증가’, ‘공격력 증가’, ‘방어력 증가’, ‘각 스테이터스 증가’, ‘데미지 증가’, ‘크리티컬 데미지 증가’ 등등이 있고… 거기에 각종 속도 증가도 모자라서 유니크, 신화, 유일급 아이템은 또 별도로 고유한 옵션을 지니게 되고 이런 옵션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달리고? …게임하는 사람들은 이걸 그냥 일상적으로 다 아는 거야?”
찬성은 경악하면서 대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익히고 공부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알고 보면 소수의 연구자들이 계산하고 만들어 둔 세팅과 공략을 따르며 공유하는 것이었지만, 찬성은 그런 사정을 모르기에 게임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구나. 하긴 스승님이랑 하던 바둑이나 장기도 깊게 들어가면 깊으니까! 그렇지만 이건 어떻게 하지?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야. 이… 이 아이템들이라는 거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게다가 찬성을 또 한 번 경악시키는 사실이 있으니, 바로 공략에 나온 아이템들의 가격 문제였다.
엄청난 유저 수를 자랑하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서비스 3개월째. 중요한 아이템들은 던전이나 시나리오를 통해서 귀속으로 구할 수 있다곤 하지만 거래가 가능한 최고급 아이템들의 가격은 엄청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