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설욕하러 가 봐야지. 그리고 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자누 요새의 전쟁 지역에 도착한 찬성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이템을 살 때 추가로 샀던 아바타를 몰래 갈아입었다.
팬티 한 장에 낡은 외투 하나를 걸친 콘셉트로 랜덤 박스의 대표적인 꽝 아이템이며, 디메리트가 있는 옵션 때문에 그 누구도 쓰지 않는 것이었다.
[일반 아바타:거지꼴]말 그대로 거지꼴입니다. 몸에 걸친 것은 오직 가죽 팬티 한 장과 외투 하나뿐입니다. 또한 씻지 않은 듯한 냄새가 납니다.
효과:이상한 냄새가 남, NPC들의 대우가 ‘매우’! 나빠짐
‘냄새가 심하지만 일단 나라는 것만 감출 수 있으면 되니까!’
비공개 정보 설정, 그리고 외양을 바꿨으니 자신을 특정할 요소는 없다.
오직 특정할 것은 검뿐이지만 이 (영웅)꺼져 가는 별의 검의 외양은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철검이었기에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앗! 뭐야? 이 거지새끼는!”
‘와, 신랄하네. 아무튼 이번에는… 투석기는 타지 말고! 조용하게 잠입해야지.’
그대로 성벽을 뛰어내려 자전거에 올라탄 찬성은 달려오는 오크와 고블린들을 제치고 돌파했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Lv.30 필드 보스-오크 워로드 메가빅 워엑스’를 두고 다투는 두 길드가 있는 전장. 레이드의 주도권과 더불어 양 길드의 자존심과 앞으로의 주도권이 달려 있어서 그런지 치열한 상태에서 서로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좋아. 다 왔다.”
찬성은 오크 진영 외곽에서 여전히 전쟁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상황부터 파악했다.
상의엔 낡아 빠진 외투 하나, 거기에 가죽 팬티 한 장에 검만 덜렁덜렁 달고 있는 차림으로 그는 오크들의 진영을 질주하며 아까 전 상대했던 자들을 찾기 위해서 브루탈 길드의 진형 후방으로 뛰어갔다.
‘…딱히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받은 은혜는 갚아야지.’
그 이상한 외계인 코스프레를 하던 두 유저를 떠올리며 찬성은 조심스럽게 잠입했다.
그리고 이번엔 방심 없이, 상대가 언제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겼다.
심호흡을 하고 모든 신경을 깨운 뒤 본격적으로 한참 싸우고 있는 브루탈 길드 유저를 찾고, 발견하자 곧바로 질주를 써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렸다.
“아~ 진짜 저항 한번 더럽게 거세네. 이 정도면 슬슬… 어? 넌 뭐…….”
“강하게 찌르기!”
[시스템-당신은 ‘강하게 찌르기’로 ‘루난의호리케인’에게 133의 데미지(급소 데미지+검성의 경지+크리티컬)를 입혔습니다.] [시스템-‘루난의호리케인’ 님이 사망하셨습니다.]가죽 갑옷을 입은 브루탈 길드 유저의 목을 정확하게 찌르자 일격에 남아 있던 생명력이 전부 사라진 ‘루난의호리케인’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같이 활 공격을 하던 다른 브루탈 길드 유저는 찬성을 향해 급히 활을 쏘려고 했지만, 찬성이 파고들어 움직이는 것이 훨씬 빨랐다.
“뭐, 뭐야, 이거?”
‘마음잡고 죽이려고 하니까… 너무 쉬운…….’
“뒤 구르기! 삼연사!”
찬성이 검을 휘두르자 그 레인저 유저는 다급히 스킬을 써서 뒤로 구른 다음 자세를 잡고 화살 3발을 연속으로 쏘아 냈다.
하나 찬성은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면서 그 화살들을 모두 검으로 튕겨 낸 다음 자비 없이 검을 휘둘러 유저를 끝장냈다.
“네, 놈은 대체…….”
‘이제 다음은…….’
검성은 순수 무(武)에 집중하는 클래스라 별도의 감지나 탐지 스킬이 없었지만, 그의 단련된 육감과 감각이 이미 스킬이나 다름없었기에 손쉽게 다음 상대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찬성에게 기습을 당해서 죽은 브루탈 길드원들이 채팅으로 열심히 그의 등장과 피해를 알렸다.
[길드][루난의호리케인:아니, 시X! 이상한 새끼한테 죽었어!] [길드][주문포식자:무슨 말이야? 뒤에서 무슨 일 있어?] [길드][고속연달포: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나서는 우리 길드원들 다 죽이고 있습니다. 외양은 거지 아바타! 거기에 무장은 검, 클래스는 전사 스킬을 쓰는 걸로 봐서 전사계로 추정!] [길드][도미경의인사:어떤 새끼지? 시공 놈인가?] [길드][루난의호리케인: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시X, 아무튼 지금 난리도 아닌 게, 봐. 나만 죽는 게 아니라니까……. 대체 뭐지? 데미지 0이 왜 뜨는 거지? 비공개 설정이라서 모르겠어!]시스템 창 표기가 찬성의 기준에서는 공격을 막을 경우 자연스럽게 검성의 경지가 표시되었지만, 비공개 설정을 해 놓은 탓에 공격을 한 측에서는 ‘데미지 0이 되었습니다.’만 뜰 뿐 사유에 대해선 설명해 주지 않았다.
“젠장! 이게 뭐야? 형님! 이게 무슨 일이야?”
…….
…….
…….
같은 시각, 45레벨 사냥터에서 사냥과 던전 파밍을 겸하고 있는 부길드장 주문포식자와 길드장인 야만의몽둥이는 길드 시스템 창으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사망 메시지를 보면서 경악했다.
물론 주로 당한 것은 20레벨 초중반의 유저들. 대부분 후열에서 원거리 공격을 위주로 하거나 혹시 모를 시공 길드의 기습에 대비한 인원들이었지만, 당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었다.
“대체 어떤 놈이 기습 들어간 거지? 망해 버린 게임의 망령 같은 노친네 놈들이…….”
“길드 채팅창 이야기로 보면 거의 1~2방 사이에 컷 당했다고 하니… 못해도 아이템 잘 갖춘 30레벨 후반, 40레벨급으로 추정됩니다. 아바타는 거지 아바타이고, 정보는 비공개 설정. 이거 대놓고 시공 길드에 고용되거나 아니면 길드원인 놈이네요.”
“흠, 골치가 아프군. 지원 간 귤까먹는소리랑 오직백도어도 피 봤다고 항의하고 있으니… 대체 뭐지? 후방에 단독으로 진입해서 엎을 정도로 강한 놈은 시공 길드에 없을 텐데?”
“어디서 돈 주고 급히 고용한 걸 수도 있죠. 형님, 이번 보스… 그냥 내줄까요? 솔직히 지금 탐에 고작 30레벨 보스 하나 뺏기는 거 큰 타격은 아니잖습니까? 지금 애들 경험치 날아가는 거 보면… 어?”
“애초에 30레벨 보스 하나에 70명 투입된 것부터가 낭비지. 우리가 그 보스 때문에 쟁하는 게 아냐. 아이템 그까짓 거… 처먹을 게 없으니 말이야.”
그래,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준다고 해도 결국 30레벨 필드 보스. 30레벨 후반, 40레벨 대가 되면 바꿀 아이템을 주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스킬북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필드 보스나 던전을 독점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기에 저깟 보스에 힘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거길 처먹어야 시공 길드를 더 압박하고 수웨라성을 처먹을 수 있으니 하는 거지.”
브루탈 길드의 최종 목표는 이 필드 보스가 아닌 바로 수웨라성.
다음 공성전 시간이 오기 전에 시공 길드의 길드원들을 탈퇴시키고, 숫자를 줄이고자 그들이 차지한 필드 보스 및 영역을 좀먹고 최대한 괴롭히는 것이 목표였다.
“시공 길드 놈들도 그걸 아니까 최대한 전력으로 저항하는 거지. 하지만 상관없어. 하루살이 한둘이 추가된다고 한들 결국 게임은 숫자 싸움이야. 20레벨대 잔챙이 좀 잡혔다고 해도 30레벨 중반대 애들이 다수 달려들면 40레벨이라도…….”
“저어… 형님, 그러니까 애들 개처발리고 있는데요? 길드 채팅창 지금 곱창 났습니다.”
“뭐라고?”
객관적인 시야와 판단으로 태연하게 말하던 야만의몽둥이는 갑작스러운 주문포식자의 말에 경악하며 길드창을 열어 봤다.
***
본래 MMORPG에서 혼자서 여럿을 이기는 싸움이라는 건 성립하기 어려운 일이다.
플레이어 모두 게임 시스템과 레벨 업, 스킬, 스테이터스를 균등하게 사용하며 게임사에서도 과하게 차이 나지 않는 선에서 밸런스 패치 같은 것을 하기 때문이다.
장비, 레벨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상은 다대일은커녕 1 대 2도 힘든 게 현실. 그나마 그것을 허용한다고 해도 엄청난 액수의 과금이 들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새끼, 대체 뭔데? 거지 아바타인데! 공격 데미지가 안 들어가? 으아! 으아아아아! 오지 마!”
“매직 미사일! 마법을 베어 낸다고?”
“일단 상태 이상부터 걸… 젠장! 천막 뒤로 숨다니! 쥐새끼 같은 놈!”
‘파괴 불가 오브젝트라는 거 엄청 편하네.’
브루탈 길드에서는 후방에 잠입한 찬성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플레이어들을 보냈지만 찬성은 그동안 게임 내에서 배운 경험을 쏠쏠하게 이용해 먹었다. 오크들의 텐트를 엄폐물 삼아 넘어 다니면서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잡아서 하나둘씩 처리한 것이다.
“이런 씨X! 이게 게임이냐? 으아아아!”
‘음, 의외로 약하네. 저번에 그… 데블즈 윙인가? 걔네들이 더 강했던 것 같아. 중요한 스킬들을 너무 막 쓰는데? 읏챠.’
“이것도 튕겨 낸다고?”
전문 PVP 유저들이 모인 길드와 일반적인 길드의 차이를 아직 모르는 찬성은 상대적으로 쉽게 쓰러지는 브루탈 길드의 유저들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
그리고 또다시 자신에게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낀 찬성. 검을 휘둘러서 그것을 쳐 내자 익숙한 냉기의 파편들이 날아왔다.
[시스템-‘귤까먹는소리’의 ‘스킬:총기 사격’을 막아 내어 0의 데미지(검성의 경지)를 받았습니다.] [시스템-‘귤까먹는소리’의 아이템 효과로 14의 냉기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시스템-당신의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젠장! 가뜩이나 짜증 나는데, 또 어떤 하루살이 새끼가… 거지 아바타… 잠깐, 데미지 0? 혹시 너 설마 아까 그놈?”
익숙한 해적 아바타 차림을 한 귤까먹는소리의 등장.
추적에 능한 도적계 클래스라서 죽고 난 뒤 부활해서 이곳으로 오던 중 연락을 받고 난리 치는 찬성을 잡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상대해 보니 이전처럼 자신의 원거리 총기 데미지 0이 나오며 그것을 튕겨 내는 걸 보고 아까 상대하던 놈이라는 걸 눈치채는 그였다.
‘이번엔 이겨 보자.’
찬성 또한 아까 전 밀린 것을 설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기뻐했다.
아까는 싸움을 금지당하고, 무조건 도망쳐야 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하다가 모르던 것에 당해서 진 것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마음먹고 싸울 수 있고, 거기에 상대가 무슨 수를 쓰는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집어넣어 뒀기에 자신이 생긴 것이다.
“거지꼴 아바타를 끼고 온 거 보면 아까 전 당했던 게 억울했…….”
“…질주.”
찬성은 긴말하지 않고 검을 든 채로 질주를 사용했다.
도망치는 게 아닌 본격적으로 싸움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동 속도 감소가 걸려 있음에도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자 귤까먹는소리는 다시금 ‘스킬:총기 사격’을 쓰며 견제를 넣었지만.
“젠장! 오지 마!”
‘막으면 또 이속 감소가 걸리니까… 피한다!’
“이, 이 무슨, 미친놈인가?”
찬성은 그대로 직진하면서 자신을 노린 총기 사격의 공격을 사전에 몸을 틀어서 피해 버렸다.
순식간에 품으로 파고드는 찬성에게 귤까먹는소리도 세이버를 휘두르며 반격하려 했지만, 어설프게 휘두른 검은 오히려 기회였다.
‘이런 허술한 수는 튕겨 낸 다음…….’
“이런!”
“강하게 찌르기!”
“컥!”
가볍게 튕겨 낸 다음 찬성은 검을 목으로 찔러 넣었다.
완벽한 급소 공격. 하나 그 순간 갑자기 귤까먹는소리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지고, 웬 나무로 된 통이 그의 눈앞에 떨어졌다.
‘이게 뭐야? 아! 도주 겸 회피기구나!’
블러디클로의 ‘혈행탈주’를 비롯해서 웬만한 클래스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도주기였다.
이것은 바로 해적인 ‘커세어’의 도주 스킬인 ‘그건 내 술통이야’. 미리 설치해 둔 술통 오브젝트와 자신의 자리를 교체하는 스킬이었다.
사전에 미리 근처에 있는 오크의 텐트에 술통을 설치해 둔 귤까먹는소리는 그곳에서 나타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죽는 줄 알았네. 대체 저거 뭐야? 미친놈인가? 총알 사격은 피하라고 있는 스킬이 아니라고! 후우… 후우… 아무튼 추적 스킬을 쓰고 숨 좀 돌…….”
“…안녕하세요?”
“으아아아아아!”
텐트에 숨어서 숨 좀 돌리려던 귤까먹는소리. 하나 어느새 찬성은 그가 있는 오크의 텐트에 도착해서 그를 노려보며 검을 겨누고 있었다.
슬래셔, 공포 영화에서 살인마를 만난 것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낀 귤까먹는소리는 비명을 지르며 세이버를 휘둘렀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앉은 자세로 휘두른 검은 찬성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