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
6화.
식사를 마친 뒤, 민희는 챙겨 주기로 한 만큼 곧바로 찬성의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속 캐릭터 명을 물으면서 쪽지를 하나 건네 왔다.
“너 캐릭터 이름이 뭐지? 들어가자마자 바로 추가해야 하니까. 아, 참고로 이건 내 거야.”
“아, 예. 제 건 ‘찬성’이에요. 할 게 없어서 이름만 썼어요.”
“와, 캐릭터 명으로… 현실 이름을 쓰다니, 진짜 뉴비구나.”
찬성의 캐릭터 명을 듣자마자 그녀는 진짜로 대단하다는 눈초리로 찬성을 바라봤다.
“어, 보자. 미니멈미니미니. 이게 누님 아이디인가요?”
“저기… 그걸 꼭 입 밖으로 말해야겠니?”
“네? 하지만 누님의 캐릭터 명이잖아요. 누님이 직접 짓고, 게임 내에서 칭하고 다니는… 이름 같은 건데…….”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찬성의 반응. 하지만 반대로 민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그녀는 너무 큰 자신의 키가 콤플렉스였다.
‘뉴비는 이래서 안 된다니까! 으으으으으으!’
심지어 그 캐릭터 명에 맞게, 그녀는 상당한 액수의 과금까지 해서 캐릭터를 작고 귀엽게 꾸며 놓기까지 했다.
문제는 현실의 그녀와는 너무나 달랐다는 점이다.
“으… 으으으으! 아, 아무튼 밖에선 말하지 마렴.”
“네? 아, 예.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럼 안에선 미니멈미니미니 누나라고 불러도 되나요?”
“밖에선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 맞다. 미안합니다.”
“푸흐흐흐흡! 푸하하하하!”
그녀는 너무나 천연스럽게 사과하는 찬성과 옆에서 신나게 웃어 젖히는 아빠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무슨 액운이 낀 날처럼 일이 꼬이는 것을 느낀 그녀는 현기증이 날 것 같은지 이마를 잡고서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 말했다.
“아무튼 들어가자마자 친구 추가하렴. 나도 해 놓을 테니까…….”
“예, 누님!”
방에 들어가는 민희를 보고 찬성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 우선 짐부터 풀자.”
산속의 도장에서 살 때 쓰던 물건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단련용 기구들도 상당히 있었다.
“아… 아령이랑 운동 기구들, 이젠 필요 없나? 아니지, 반대지. 더더욱 필요하지.”
다리가 없으니 다른 신체 부위로 그 부담을 지어야 하는 만큼 근력 운동을 비롯한 단련은 계속하자고 생각한 찬성이었다.
“휴우~ 다 됐다. 필요 없는 건 일단 쓰레기봉투에 모아 놨고, 내일 아침에 버려야지. 그리고 단련은 내일부터 하고… 그럼 이제 다시 게임해 볼까? 읏챠.”
방의 정리와 청소를 어느 정도 끝낸 찬성은 다시 팬텀 드라이브-2로 뛰어들어서 작동을 시켰다.
[시스템-‘미니멈미니미니’ 님이 당신에게 친구 신청을 하였습니다. 친구 추가를 할까요?]“오, 왔다. 아무튼 추가.”
[시스템-‘미니멈미니미니’ 님을 친구 추가하셨습니다.] [Lv.52 ‘업화의 마법사’ 미니멈미니미니(길드:화신)/현재 위치:레이드 던전-제국 가르간트 요새]“오… 보인다. 52레벨? 높은 건가?”
참고로 52레벨은 현재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최상위 레벨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속한 길드인 ‘화신’은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최상위 20대 길드 중 하나였다.
‘질문해도 좋다곤 했지만 그래도 마구잡이로 해선 곤란하겠지? 좋아. 일단 해 보는 데까진 해 보자.’
찬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문을 열고 모험가 길드 본부로 들어갔다.
[시스템-‘퀘스트:모험의 첫걸음’이 등록되었습니다.] [퀘스트:모험의 첫걸음]당신은 이제 정식 초보 모험가이다. 의뢰를 받아서 모험을 진행하여 보자.
조건:의뢰 게시판에서 의뢰 받기 0/1
“의뢰인가? 게시판이… 오! 사람 엄청 많아.”
찬성은 시스템 창의 메시지보단 사람들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3개월째. 선발대는 먼저 세계로 나아갔지만 그래도 차세대 최신작으로서 흥하고 있는 게임이었기에 새로 유입되는 신규 유저도 많았다.
‘오… 다른 사람들이 엄청 많네.’
외관상 기본적으로 유저와 NPC들을 딱히 구별해 주는 요소는 없었지만, 대화를 통해서 말하는 투라든가 입고 있는 복장과 움직임을 보면 대강 구분이 갔다.
왁자지껄 떠드는 그들을 보면서 찬성은 이게 온라인 게임이라는 걸 실감하며 의뢰 게시판으로 향했다.
현재 받을 수 있는 지역 의뢰는 세 가지입니다.
추천 Lv.1-10 고블린에 고통받는 촌락을 구하라.
추천 Lv.1-10 도시 하수구 대규모 청소 작전!
추천 Lv.1-10 거대 벌레들에게서 과수원을 지켜라!
“추천이 3개? 사람들이 많으니까 분산시키려고 한 건가? 으음~ 어디로 간다?”
세 가지 선택지.
‘음… 청소랑 벌레 작업보다는, 역시 고블린이 뭔지 모르지만 이쪽이 싸우는 거겠지?’
찬성은 그렇게 곧바로 ‘고블린에 고통받는 촌락을 구하라.’ 의뢰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촌락으로 가는 지도를 받기 위해 접수처로 향했다.
접수처 NPC는 미소 지으며 지도를 주었고, 드디어 본격적인 모험이라고 생각한 찬성은 지도를 보며 퀘스트 지역으로 가는 마차로 향했다.
***
같은 시각.
Lv.50 레이드 던전, 제국 가르간트 요새.
제국, 정식 명칭은 ‘베른카 제국’으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악역 국가였다.
현 제국의 황제, 대폭군(그레이트 타일런트)이라고 이명이 붙은 하인리히 베른카 황제는 야망이 커도 너무 컸다.
세계를 통일하겠다는 황제의 야망은 결국 어둠의 세력과 손을 잡기에 이르렀으며, 이 야망에 맞서서 싸운다는 것이 현재 메인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레이드 던전은 그 대폭군 하인리히 베른카 황제의 직속 수하인 폭군 기사단 중 한 명, 가르간트가 레이드 보스로 있는 곳으로 현재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최고난이도 던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선발대 공략 팀들이 공략하기 위해서 열심히 처박는 중이었다.
“성문 딜! 성문 딜! 성문 딜! 아니! 쫄 딜!”
“2분 10초 뒤에… 포격 온다! 빨리 보급품 날라서 지형 깔아!”
“쫄 처리 늦으면 안 돼!”
“나 힐 좀 줘!”
“딜러는 자생하세요!”
최민희는 파티를 한 길드원들과 함께 이 레이드 던전의 1네임드라 할 수 있는 요새 성문을 돌파하기 위해 계속 마법 시전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후, 이번 트라이도 실패할 것 같은데? 어렵네, 어려워.’
“다들 퇴각! 리트! 리트합니다! 전투 영역 밖으로 튀어!”
‘휴우~ 역시 딜이 모자라니까 난리네.’
원거리 딜러인 마법사 계열이라 안전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는 들어오는 공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아오! 레이드 던전 더럽게 어렵게 만들어 놨네.”
“빨리 뛰어! 죽으면 경험치 깎인다!”
“그래도 레이드 공략에는 레벨 다운은 없어서 다행이잖아.”
“뭐가 다행이야! 레벨링 못하는데!”
“레벨 차이보다 아이템이 중요하니까 공략도 해야지!”
‘휴우~ 어렵긴 어렵네. 네임드가 이 정도라니……. 역시 레벨 업을 더 하고 와야 할까? 5레벨만 더 올려도 좀 쉬워질 것 같긴 한데…….’
민희는 안전 구역으로 들어온 같은 화신 길드의 공대원들을 보면서 공략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느 RPG 게임이 다 그렇다만 레이드는 PVE 최상위 콘텐츠이며, 그 난이도에 걸맞은 아이템 보상은 물론 메인 스토리의 중핵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는 유저들 간의 경쟁 요소도 충실히 넣었기에 그 중요성은 더욱 컸다.
‘으음… 요새전에 쓸 아이템이라든가 공성전에서 성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곤 하지만 너무 성급한 레이드 같은데……. 일단 은별이에게 포션 좀 더 보내 달라고 해서… 어머? 얘…….’
[Lv.1 ‘모험가’ 찬성/현재 위치:보륀 촌락]‘설마 시작 의뢰로 고블린 토벌을 고른 건가? 여기 완전 지뢰인데…….’
친분이 있는 유저에게 포션을 부탁하려고 친구 목록을 살피던 그녀는 추가해 둔 찬성의 정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찬성이 지금 있는 지역의 퀘스트인 ‘고블린 토벌’은 매우 유명한 ‘뉴비 절단기’로 불리는 핵지뢰 퀘스트였다.
그녀는 약 3개월 전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초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쓴 온갖 성토 글들을 떠올렸다.
다른 초보존 의뢰인 ‘도시 청소’는 지하에 나오는 지능이 낮은 짐승인 거대 쥐를 상대하고, ‘벌레 토벌’도 그 숫자가 많지만 역시나 지능적이지 않아 공략이 쉬운 몬스터였다.
반면 고블린의 경우 작은 몸집에 민첩한 움직임, 거기에 각종 냉병기는 물론 원거리 무기 및 독도 사용하는 놈들이었다.
그것뿐인가? 조잡하긴 하지만 트랩을 설치해 놓기까지 해서 초보 유저들 사이에선 가장 기피되는 퀘스트였다.
‘말해 줘야 하나? 으으음… 아니지. 일단 얘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근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니까 지금은 이대로 둘까?’
찬성이 어떤 사람인지 또 게이머로서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그녀였기에 일단은 지뢰 루트라고 할 수 있는 고블린 루트를 그대로 가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나중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언을 바라면 그때 이야기해 줘도 늦지 않으니까…….’
“자자! 그럼 정비 끝났으면 다시 트라이 갑니다. 각자 위치로! 허리 업! 허리 업!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빨리빨리 시작합시다.”
그리고 공대장의 외침이 들려왔고, 그녀는 곧바로 다시 공략을 위해 자리를 잡으러 깡충깡충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