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귤까먹는소리’는 21의 데미지(검성의 경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귤까먹는소리’는 18의 데미지(검성의 경지)를 입었습니다.]‘아, 역시 레벨이 높으니까 데미지가 잘 안 들어가는구나. 게다가 어정쩡한 자세가 오히려 급소를 막아 주네.’
“으아아아아! 사, 살려 줘! 나 이번에 또 죽으면 레벨 다운이라고! 제발!”
방어력 무시지만 무려 15레벨가량 차이가 나기에 레벨 보정으로 데미지가 경감되어 들어갔다.
거기에 귤까먹는소리는 엄연히 희귀, 영웅 아이템을 튼튼하게 두르고 있어서 체력도 높았고, 커세어 자체의 클래스 패시브 스킬로 ‘물리 데미지 일정량 감소’ 같은 것을 잘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귤까먹는소리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죽이려고 한 것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게 아닌 건가? 게다가 여긴 게임 속이라 어차피 실제로 죽거나 다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시스템-‘귤까먹는소리’ 님이 사망하셨습니다.]그렇게 가차 없이 귤까먹는소리를 마무리하는 찬성이었다.
묻었을 리 없는 피를 털어 내는 동작을 하고 검을 집어넣은 그는 계속해서 다른 기척을 살피려는데, 순간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시스템-‘업적:십연살(죽지 않은 상태로 PVP로 적정 레벨 유저 10명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으로 랜덤 박스가 지급됩니다.] [시스템-*주의:부정행위로 업적 취득 시 보상 회수 및 계정 정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편함(1)] [‘업적:십연살’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10]‘아! 이것도 업적이 있구나!’
죽지 않은 상태, 그것도 적정 레벨을 처치해야 하는 PVP 업적.
PVP 전용 전장에서나 좀 할 법한 업적이지, 이런 필드에서는 자신보다 고레벨을 만날 수도 있어서 매우 어려운 업적이었다.
그 때문에 혹시 나타날 고레벨을 경계하며 찬성은 브루탈 길드의 사람들을 처치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어디 하는 데까지 해 보자.’
“으아아! 그놈이다! 그 거지 룩 한 놈이 나타났다!”
“인간형 추적으로 위치 제대로 확인해!”
“저기다!”
‘채팅창 때문에 소문이 엄청 빨라서 그런가? 슬슬 많이 뭉쳐 다니네. 게다가 추적 스킬로 나까지 발견하고 있고… 흐으음~’
찬성의 소식이 퍼져서 그런지 어느샌가 브루탈 길드원들은 3~5명씩 뭉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추적 스킬을 가진 ‘레인저’, ‘도적’을 중심으로 색적해 나가면서 찬성을 차근차근 몰아붙였다.
찬성은 싸움엔 자신 있었지만 저 여럿의 상대가 상태 이상 스킬을 사용해서 자신을 몰아붙이면 답이 없다는 것을 배웠기에 포위되지 않도록 계속 발을 움직였다.
‘으으음… 추적 스킬이 짜증 나네. 끄응~’
질주와 높은 스테이터스로 움직이면서 포위당하는 건 막고 있었지만, 자신의 움직임이 밝혀지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아무리 숨은들 자신의 위치를 레이더로 찾아 버리니 기습을 해서 뚫기가 힘든 상황.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문득 자신의 인벤토리를 보다가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
“놈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남쪽으로 해서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놀러 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꼭 잡죠.”
귤까먹는소리와 함께 이곳에 왔던 오직백도어는 레인저 계열 클래스의 길드원과 함께 찬성을 쫓는 중이었다.
친구인 귤까먹는소리가 이미 놈에게 당해서 경험치 다운과 레벨 다운을 겪고 현재 자신들의 길드가 관리하는 이첸성에서 부활해서는 귓말로 징징거리는 것을 들으면서 찬성도 찾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어라?”
“왜 그러십니까?”
“그게, 인간형 추적(1성) 스킬에서 놈이 사라졌습니다. 오크들이 한 번에 리젠된 곳으로 들어가더니… 갑자기 사라졌네요.”
추적하던 레인저 클래스의 UI에 ‘인간형 적’으로 찍혀 있던 찬성의 붉은 점이 오크들 사이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뭉쳐지다가 사라지고, 모조리 오크나 오크 주술사의 정보만 남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놈, 전사 클래스 계열이라 은신 스킬도 없을 텐데…….”
“오크들 사이로… 설마? 오크 아바타?”
“아무리 그래도 유저랑 몬스터랑은 별개인데… 그게 구별이 안 됩니까?”
“그걸 세세하게 구별하려면 추적 스킬이 4성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스킬북을 읽거나 아니면 최소 레벨을 48까지 올려야 4성이 열리는 데다 퀘스트까지 해야 합니다!”
“이런!”
나름 잔뼈가 굵은 유저들이라서 찬성이 무슨 수작을 했는지 빠르게 눈치는 챘지만, 그것을 파악했다고 해도 대처할 수 없으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길드][오직백도어:놈이 오크 아바타를 입고 위장해서 숨었습니다. 레인저, 도적 계열 중에서 추적 스킬 4성 이상이신 분! 오크와 놈을 구분할 수 있으신 분이 있어야 합니다!] [길드][돌잔치때도란잡음:그거… 스킬북 비싸기만 하고 아무도 안 사요.] [길드][뒤치기로홍콩감:데미지 1도 하나도 안 오르는 거에 누가 수백만 원을 써요? 그냥 47레벨까지 올린 다음 퀘스트 하고 배우는 게 정석이지.] [길드][HideITbush:사실… 그거 열려도 퀘스트 안 하는 사람들도 많죠. 난이도가 어려워서…….]‘…젠장!’
오직백도어는 다급하게 길드 채팅창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레인저, 도적 계열 유저들은 하나같이 4성 추적 스킬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는 것은 오크 아바타로 위장한 찬성을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쿠룩……! 내 칼을 받아랏! 쿠룩!”
“으아아아!”
“여, 여기다! 놈이 여기에……! 으악!”
지금 찬성의 모습은 녹색 피부에 수염이 달린 날렵해 보이는 스타일의 반나체 근육질 오크.
텐트를 단숨에 뛰어넘어서 화려한 신관복을 입은 사제를 일격에 처리하고, 그다음 대처하려고 움직이는 레인저의 검격을 피한 다음 목을 커트, 혼자 남은 방패에 갑옷을 입은 전사 계열 유저는 대충 내버려 두고 도망쳤다.
“이, 이 개자식이! 거기 서라!”
‘단단한 애들은… 잡기도 힘들지만, 발이 느리니까!’
셋 중 둘을 처리한 찬성은 단숨에 토템을 밟고 뛰어올라 텐트 위를 누비면서 전장을 활보했다.
찬성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오크들의 무리에 섞였다가 텐트 속을 몇 번 지나가며 암살하고 도망치는 것을 반복했다. 혹시나 싶어서 근손실보험에게 오크 아바타를 받아 두길 잘한 것 같았다.
‘쿠룩! 이게 겉으론 이래 보여도 멋도 있고, 괜찮습니다! 진짜라니까요! 쿠룩! 위장용으로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쿠룩! 그러니까 일단 그냥 갖고 계셔 주십시오! 쿠룩!’
‘받은 거라기보단 사실 거의 떠맡긴 거지만… 근데…….’
“내 칼을 받아라아아아앗! 쿠룩! 내 검이 불타오른다아아아아아! 쿠루욱! 우오오오오오오!”
‘…왜 나는 하지도 않는 말을 멋대로 내뱉는 건지 모르겠네. 아, 이래서 등급이 낮은 건가?’
아바타 옵션 탓인지 찬성은 본래 육성보다 훨씬 굵은 목소리로 멋대로 포효를 내질렀다. 거기에 검을 휘두를 때마다 이리저리 함성을 질러 대는 것까지…….
절제되고 예리한 검술을 펼치는 찬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악스럽게 외치는 이 함성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기에 그는 묵묵히 브루탈 길드의 유저들을 사냥해 나갔다.
‘엄폐물 덕분에 검기 제어는 쓸 필요도 없어서 좋네.’
그리고 찬성이 브루탈 길드 진형의 후방에서 혼자 무쌍을 찍고 있는 동안 실질적으로 전쟁하고 있는 그들의 상대인 시공 길드는 다시금 승기를 되찾았다가 뭔가 움츠러든 브루탈 길드의 반응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버틸 수가… 있다? 어라?”
“진형도 뭔가 얇아졌는데?”
“함정일 수 있으니 조심해서 들어가. 이 기회에 경험치 확 떨어뜨릴 생각일지도 모르니까!”
시공 길드의 유저들은 갑자기 또 쉬워진 적의 반격이 더 이상해서인지 다들 신중하게 돌파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적의 후방에 들어가서 난리 치는 한 명의 유저 때문에 전투가 쉬워질 거라곤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우리가… 발리고 있다고?”
“예, 형님.”
그리고 지금 찬성으로 인해 필드 보스를 두고 싸우는 전쟁에서 망해 간다는 소식이 한창 사냥과 레벨 업 경쟁 중인 브루탈 길드의 운영진에게 들려왔다.
후방에서 혼자 기습한 찬성의 존재로 인한 진형의 붕괴, 길드 채팅창과 시스템 메시지로 나오는 사망자의 상태. 길드장 야만의몽둥이와 부길드장 주문포식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건데?”
“아무래도 레벨 예측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30레벨대 애들도 당해 버린 걸 보면! 게다가 공격이 막히면 모조리 데미지 0이 뜨고 공격받는 애들은 데미지가 살벌하게 들어온다고 합니다. 비공개 설정 때문에… 사용한 스킬은 질주, 강하게 찌르기, 더블 슬래시, 모조리 1차직 전사 기본 스킬이라서 클래스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전직 스킬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건가? 음…….”
“아무튼 그놈이 시공 길드 소속인지, 일시적으로 고용된 놈인지 모르니 일단은 빼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애들 죽는 속도가 말도 안 됩니다. 누구는 벌써 두 번 죽고, 아주 난리입니다.”
길드창은 이미 불이 붙은 상태였다.
죽어서 경험치 다운, 레벨 다운당한 길드원들이 고레벨 운영진들도 어서 와서 도와 달라거나 아니면 전쟁 안 할 거라면서 그냥 이탈해 버리는 상황이었다.
편하게 이겨서 필드 보스 먹고 득템하기 위한 필드쟁이었는데 소모품만 쓰고, 시간 낭비하고, 죽어서 경험치까지 떨어지니 길드원의 민심이 급격하게 떡락한 것이다.
“어쩌죠?”
“일단 까짓것 이번 보스는 주도록 하지. 아무리 봐도 시공 놈들이 무리해서 고용한 놈 같으니 말이야. 스킬북이 있다지만 고작 30레벨 필드 보스에 목을 맬 필요는 없지. 물러나라고 해라. 어지간히 발버둥 치는군.”
한시라도 빨리 시공 길드를 짓뭉개서 수웨라성까지 먹고, 이 초보자 영역의 영지 2개 운영을 확고히 하고자 했던 ‘야만의몽둥이’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더 손해를 볼 바엔 그냥 빠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철수를 명했다.
“애들 불만이 쌓일 텐데요? 그럼 왜 전쟁한 거냐고 막…….”
“시공 길드에 대한 적대감으로 돌리면 그만이지. 그리고 고레벨을 고용한 만큼 오히려 놈들도 돈을 썼을 테니 실질적으로 우리가 이겼다고 하면 된다. 게다가~ 어차피 길드에 들어온 애들은 지금 길드가 주는 혜택을 버리기도 아까우니 나가기도 아쉬울 거야.”
“그거야 그렇죠. 중하위권에서 이만큼 제대로 길드 운영을 하는 곳은 거의 없으니까요. 죄다 올라가면 무슨 회사처럼 빡빡하게 운영하고, 중상위권 가면 이제 면접 보고 심사까지 받아야 길드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우리 정도면 가입은 쉽고, 관리는 잘되고 있으니까 어중간한 친목 길드보단 훨씬 낫죠. 그럼 바로 공지하겠습니다, 형님.”
“그래. 우린 계속 레벨 업이나 하자. 3차 전직이 되어야… 제대로 끗발 날릴 테니까.”
그렇게 주문포식자는 길드창에 놈들이 투입한 고레벨의 비용 때문에 싸우다가 더 피 보는 걸 피한다고 이야기하며 전쟁 중지를 알렸다.
다소 불만이 나오긴 했지만 더 손해 보지 않고 물러나자는 의견엔 공감하는지라 전장에서의 철수는 빠르게 이뤄졌다.
그리고 같은 시각, 한참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브루탈 길드원들을 없애던 찬성은 그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의아해했다.
‘어? 다 빠져나가네? 방금 막 50명 채웠는데…….’
[시스템-‘업적:50? 당신은 대체 뭡니까(죽지 않은 상태로 PVP로 적정 레벨 유저 50명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으로 랜덤 박스가 지급됩니다.] [시스템-*주의:부정행위로 업적 취득 시 보상 회수 및 계정 정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칭호:살인 전차’를 획득했습니다.] [우편함(3)] [‘업적:십연살’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10] [‘업적:1 대 30의 전설’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30] [‘업적:50? 당신은 대체 뭡니까?’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50]아쉬운 표정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본 찬성은 자신이 이곳에서 달성한 업적과 그 보상들을 확인했다.
PVP 업적 보상이 상당히 후하게 들어왔는데, ‘죽지 않은 상태’라는 전제 조건이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찬성은 브루탈 길드가 물러나고, 시공 길드는 승리를 자축하면서 필드 보스를 잡기 시작하는 광경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플레이 타임을 체크했다.
자누 요새로 가서 랜덤 박스를 까 볼 생각에 그는 다른 유저가 없는 적당한 오크 텐트 안에 숨어 아바타로 갈아입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