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우와앙~ 엄청 많다.’
[랜덤 박스(90개)]업적 보상으로 얻은 10개, 30개, 50개, 다 합쳐서 90개나 되는 랜덤 박스. 처음에 11개 돌린 걸로 재미를 좀 본 찬성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그것을 보면서 두근거리고 있었다.
‘저번처럼 뭔가 좋은 게 나오려나? 어라?’
[채팅방 메시지(35)]‘앗차아~ 또 열중한다고 메시지 무시해 버렸네. 아이고~’
UI를 조종해서 친구를 맺은 동료들과 모여 있는 채팅방에 쌓인 메시지 숫자를 본 찬성은 깜짝 놀랐다.
게임에 대해서 초보인 건 그렇다 쳐도 하나에 열중하면 다른 것을 잘 보지 않는 건 정말 나쁜 습관이라는 생각에 랜덤 박스를 까기 전에 일단 동료들에게 사과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찬성:정말 죄송합니다! 한바탕 난리 치느라… 전혀 눈치 못 챘어요.] [전국건강협회:뭐, 그 문제야… 일상이니 신경도 안 쓰고 있습니다.] [근손실보험:업적이 주르르르륵 올라올 정도로 바쁘셨을 테니까요.] [살덩이는나약하다:지지직… 그보다 업적들 그거 어떻게 된 건가요? 지지직… 죽지 않고 10킬, 30킬도 모자라서 50킬 무쌍이라니!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찬성:어, 그러니까… 열심히 싸우다 보니?] [전국건강협회:진짜 업적 획득 메시지가 떴을 땐 엄청 놀랐다니까요.]‘아, 맞아. 그런 게 있었지.’
비공개 설정을 하지 않은 친구 플레이어에게 자동으로 공개되는 ‘업적 획득’ 메시지. 찬성이 미친 듯이 싸우는 동안 이들은 10킬, 30킬, 50킬 때 뜨는 업적을 보면서 놀라는 동시에 경악했던 것이다.
약 15분 전…….
[시스템-‘찬성’ 님이 ‘업적:십연살’을 달성하셨습니다.] [전국건강협회:어라? 저거 뭐임?] [근손실보험:찬성 님, 설마? 아! 찬성 님 위치! 지금 혼자 요새 너머 오크 진영이다! 대체 혼자서 뭘 하시는 거지?] [살덩이는나약하다:…아이템 세팅을 끝내고 설욕전을 하려는 건가요?] [전국건강협회:그런 모양인데요?] [근손실보험:쿠룩, 그나저나 10연킬이라. 역시 찬성 님이라고밖에 말 못하겠군.] [전국건강협회:그 정도의 재능이니까 당연하겠지.]보통은 10연킬도 어려운 게 필드 PVP의 현실이다.
심지어 찬성은 근접 물리 딜러 클래스. 아무리 대단해도 재수 없으면 원거리 딜러들에게 일점사당해 순식간에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살덩이는나약하다:아니, 찬성 님 레벨을 생각하면 당연한 게 아니죠. 이 사냥터 막 진입한 레벨이잖아요.] [전국건강협회:그것도 그렇지.]그래서 이런 업적은 레인저나 마법사 클래스들이 조심조심해서 따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나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허용 레벨에 닿는 한에서 약한 적들을 상대로 학살하는 경우에만 딸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근손실보험:하지만 ‘검성’ 클래스라는 히든 클래스이기도 하고, 거기에 파일럿이 사기잖습니까? 그걸 생각하면 10킬 정도는 무난한 거죠. 아무튼 열중하고 있을 테니…….] [시스템-‘찬성’ 님이 ‘업적:1 대 30의 전설’을 달성하셨습니다.]…….
…….
…….
한참 10킬을 이룬 찬성에 대해서 채팅하던 중 이번엔 30킬 업적이 올라온다.
그리고 아주 잠시, 세 사람은 누구도 채팅을 치지 않고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전국건강협회가 먼저 채팅을 쳤다.
[전국건강협회:…저거 30연킬 업적이지?] [근손실보험:그렇지. 심지어 한 번도 안 죽어야 하고, 적정 레벨 혹은 자신보다 높은 레벨 상대로 30킬.] [살덩이는나약하다:브루탈 길드랑 싸우고 있는 거겠죠?] [전국건강협회:그렇죠. 그런데… 아이템을 어떻게 세팅했을까? 근손실아, 지금 보고 있냐?] [근손실보험:어. 근데 이, 이거? 조화 세트라고? 아니, 이런 똥 아이템을?]30킬을 달성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일행은 곧바로 전투 정보실 검색을 통해 찬성의 세팅을 보고 경악했다.
조화 세트. 흔히 지뢰 아이템이라 불리는 ‘모든 스테이터스 상승’ 위주로 붙은 아이템 세트. 가장 싼 가격의 옵션이었는데, 찬성이 그것을 차고 무쌍을 하고 있으니 놀란 것이다.
[살덩이는나약하다:근데 이거 의외로 엄청 효율 좋은 선택인데요? 가성비로 따져 보니 지금 레벨의 ‘검성’에겐 이보다 좋은 아이템은 없어요! 조화 세트 가격이 너무 싸서!] [전국건강협회:그야 보통은 주력 스탯이 들어간 아이템을 살 테니… 이거 생각 잘했네!] [근손실보험:특히 세트 효과를 골수까지 뽑아먹는 게 일품이네. 캬~ 어디서 저런 생각을 했지?]처음엔 놀랐지만 계산해 보니 나름 게임 좀 해 본 파티원들이 감탄할 정도로 효율이 좋았다.
[근손실보험:누가 알려 준 거려나? 우리도 안 떠올랐는데… 찬성 님 센스로 가능하다는 게 놀랍네.] [전국건강협회:가족의 캡슐 기기가 ‘팬텀 드라이브-2’니까 그쪽에서 알려 준 거겠지.] [살덩이는나약하다:찬성 님, ‘팬텀 드라이브-2’ 써요? 좋겠다아~ 그거 엄청 비싸서 전 엄두도 못 내는데…….] [근손실보험:가족 거라는데… 아무래도 그분이 찬성 님 찍먹시키려고 준 가능성이 높죠.] [전국건강협회:솔직히 나라도 찬성 님 정도면 ‘팬텀 드라이브-2’ 내줄 만하지.] [살덩이는나약하다:그건 ㅇㅈ.]찬성의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결국 또 새로운 전설을 써 나가는 찬성에 대한 찬양과 감탄을 반복하는데……. 잠시 뒤, 또다시 충격적인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왔다.
[시스템-‘업적:50? 당신은 대체 뭡니까?’를 달성하셨습니다.] [전국건강협회:홀리 쉿… 기어이 사고를 치시네.] [근손실보험:죽지 않고 50킬……? 내가 저걸 20레벨 유저에게서 보게 된다고?] [살덩이는나약하다:이쯤 되면 핵 유저로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이는데요? 저 업적… 달성한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라는데 말이죠.]30킬에서 고작 20킬 추가된 것이지만 30킬 업적보다 월등히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저 업적을 노리는 사람들은 딱 3차 전직을 한 50레벨을 기점으로 하는 게 보통으로, 2차와 3차 클래스 간의 성장률과 스킬 차이로 딱 엇누르는 시점에서 노리곤 한다.
그래도 절대 쉬운 게 아닌 게 조금 기세등등하게 죽이다 보면 뭘 노리는지 알아서 금방 처단하러 오거나 아예 그곳을 떠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전국건강협회:진심 레전드네. 와아… 근데 칭호 추가 안 됐나? 저 정도면 추가됐을 텐데?] [근손실보험:아마 자동으로 등록되었을 텐데… 50연킬 칭호가 ‘살인 전차’네. 캬아~ 저거 옵션 있지 않았나?] [살덩이는나약하다:옵션이 있었죠. 아마 인간형 적에게 추가 데미지 3퍼센트였나? 작은 듯 보이지만… 엄연히 큰 차이죠.]3퍼센트여서 작아 보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PVP나 PVE에서 승패와 죽음과 삶을 가르는 수치였다.
게다가 지금 콘텐츠에서 적으로 나오는 베른카 제국은 엄연히 인간의 국가였기 때문에 인간형 몬스터를 잡을 일이 천지여서 그 가치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찬성:정말 죄송합니다! 한바탕 난리 치느라… 전혀 눈치 못 챘어요.]…….
…….
…….
그리고 여기쯤 이야기했을 때, 드디어 침묵을 지키던 찬성이 깨어났고 이야기는 다시 찬성의 업적 보상으로 돌아갔다.
[찬성:아, 맞다! 업적 보상으로 랜덤 박스 90개나 얻었어요!] [근손실보험:…아니, 그거보다 칭호를 보시라고요, 칭호. 인간형 딜량 3퍼센트 증가라고요!] [전국건강협회:우리 핵뉴비님은 아가야. 칭호 옵션 따위 몰라~] [살덩이는나약하다:보통 보상으로 주는 랜덤 박스는 11개씩인데, 왜 90개죠? 아! 업적 숫자랑 맞춘 거구나!] [찬성:아무튼 얼른 까 볼게요! 헤헤…….] [근손실보험: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거 확률표 보고 오면 진짜로 어이가 없습니다.] [전국건강협회:뭐, 디렉터가 대놓고 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지만 다들 무시하고 사 대서 매출 엄청 뽑아내고 있지.]찬성은 자신의 너무 큰 기대감을 진정시키는 채팅을 보았지만, 역시 쉽게 통제가 되는 게 아닌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수련을 한 몸이라곤 하지만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에게 있어 랜덤 박스 같은 도박류는 너무나 큰 자극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기대감으로 증폭된 감정과 감각에 전해지는 자극이 너무나 컸던 것이다.
***
같은 시각.
“내가… 내가! 쿠루우욱! 내가아아아아아아! 지다니이이이이이!”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브루탈 애들 물러났으니 이 정도는 껌이죠. 아무튼 아이템~ 아이템~ 제발 스킬북! 스킬북! 전설 등급 나와라~”
“시간대나 기록해 두죠. 12시간 뒤 리젠이니까…….”
브루탈 길드가 물러나고 필드 보스 쟁탈전의 승리자가 된 시공 길드는 쓰러진 Lv.30 필드 보스-오크 워로드 메가빅 워엑스를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전쟁을 위해 30레벨 위의 고레벨들도 온 만큼 잡는 것 자체는 매우 쉬웠기에 문제없었는데, 길드장 시대의흐름은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득템 뭐~ 큰 거 바라셨습니까?”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내 레벨이 얼만데……. 다만 이상해서 그렇지. 브루탈 길드 애들… 분명 우리 길드 박살 내려고 온갖 수를 다 쓰던 놈들인데 갑자기 후퇴한 거 말이야. 분명 우리는 전력투구 했는데… 지는 판이었으니.”
“확실히 이상하긴 했죠. 갑자기 전선이 얇아지고 혼란스러워하더니 그냥 물러나고 말이죠. 길드에 내분이 터진 걸까요?”
“그래서 나도 브루탈에 있는 친구에게 지금 듣고 있네.”
다른 길드가 그렇듯 시공 길드는 브루탈 길드와 분쟁 중인 상황인 만큼 적들의 동향을 알아내기 위해 브루탈 길드에 사람을 심어 놓았다.
초보자 마을을 점거하고 있고,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용을 쓰는 브루탈 길드라서 쉽게 잠입시킬 수 있었다.
시대의흐름은 바로 그 첩보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듣는 중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뭔 소리를 합니까?”
“글쎄, 우리가 50레벨급 전사 클래스 유저를 고용해서 후방에 기습시켰다고 하는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거참 개소리네요.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랜덤 박스를 사든가, 아이템을 구하지. 50레벨이면 시X, 지금 트라이 중인 최상위 레이드에서 못 모셔 가서 난리인데! 돈을 얼마를 줘야 하는 거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애초에… 우린 그 누구도 고용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군. 대체 누구지? 음, 영상들도 보내왔군.”
그래도 습격당했을 때 브루탈 길드원들이 찍어 둔 영상이 있었다.
그것이 길드 내에 공유된 덕분에 친구의 손에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시대의흐름한테도 전해진 것이다.
인터넷 UI를 조작한 그는 바로 길드 사이트 클라우드 서버 내에 그 파일들을 올린 뒤 길드 채팅창으로 공지했다.
[길드][시대의흐름:엔타로 테사다르. 길드원분들 모두 오늘 전쟁 수고 많았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길드의 마지막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친목 길드로서 수웨라성을 포기해도 되지만, 꾸미고 쌓아 온 우리의 안식처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에 지금까지 싸워 왔습니다.] [길드][우린낫띵이아니야:길마님이야말로 귀중한 40레벨 후반급 힐러인데, 스폰받는 대형 길드 가셔도 되는데… 레벨 업 시간 소모하며 이 망길드의 장을 하고 계시잖아요.] [길드][DK개객기:ㄹㅇ. 트루… 대신관. ㅠㅠ] [길드][시대의흐름:정말 길드원분들… 감사합니다. 크흠, 아무튼 길드원 여러분, 수고가 많으신 와중에 여쭙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쟁을 하는 동안 누군가가 브루탈 길드의 후방을 흔들어 주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길드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시대의흐름’은 자연스럽게 본래의 목적을 꺼내 들었다.
[길드][시대의흐름:그래서 요점이 뭐냐면 우리 길드 사이트 클라우드에 그 ‘브루탈 길드의 후방을 뒤흔든 사람’의 영상이 있는데, 그분에 대한 제보를 받고자 합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브루탈 길드를 적대하는 것이라면 아군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길드][DK개객기:영상 받아서 보면 된다는 거죠? ㅇㅋ] [길드][오빠의진동토템:흠, 어쩐지… 저항이 약하다 했어. 일단 보고 확인하겠습니다, 길마님.]“어디 그럼 나도 볼까? 일단 탈것으로 이동하면서… 탈것:고대의 정찰기.”
공지를 끝낸 뒤, ‘시대의흐름’은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전투기처럼 생긴 탈것을 타고 이동하며 영상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