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어엉? 저거 뭐야? 왜 몹들이 다 저기로 몰려가는 거지?”
“그러게요.”
“뭔 일 있나?”
“아니, 대체 누가 보급 창고 몹들의 어그로를 끄는 거야?”
경보로 인해 보급 창고 입구 쪽 요새에 있는 몬스터는 물론이고 보급 창고 내부에 있는 몬스터들까지 깡그리 찬성 일행 쪽으로 향하는 광경은 이 ‘매우 중요한 임무’ 퀘스트를 하러 온 다른 유저들 모두에게 보이고 있었다.
“아니! 시X! 우리 퀘 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망할 몬스터들 웨이브는 언제 멈추는 거야?”
쿠워어어어!
“부히잇! 적이다! 적습이다!”
“고브! 고브!”
본래라면 여기저기 순찰하고 다니면서 잠입 액션의 적들이 되어야 하는 몬스터들이 지금은 비상이 걸려서 모조리 찬성 일행을 향해서 달려가다 보니 본래 침투해야 하는 사람들은 들어갈 타이밍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렇다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찬성 일행이 경보를 울리게 만든 탓에 몬스터들이 호전적이 되어서 잘 숨지 못한 이들은 그대로 걸리는 것이었다.
구워어어어어어.
“젠장! 어떤 멍청이가 들켜 가지고!”
“일단 도망쳐!”
“으아아아! 죽기 싫어! 정예 트롤을 어떻게 이겨?”
찬성 일행이 이런 혼란을 의도하고 일으킨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보급 창고 쪽의 유저들은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찬성 일행은 지금도 몰려오는 오크와 트롤, 고블린들을 상대하느라 바빠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또 찬성 일행의 주변엔 이미 수많은 몬스터들이 두껍게 진을 치고 있었기에 그들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야, 이거 진짜~ 옛날 방식 온라인 게임이었으면 얄짤없이 죽었을 각이네. 읏챠! 찬성 님! 트롤부터 우선적으로 잡으십시오. 오크 한두 마리 정도는 저희 셋이 어떻게든 가능합니다!”
“쿠룩, 흠! ‘콩팥 부수기’! 쿠룩! 또 레벨 업이다! 경험치가 아주 달군!”
“지지직… ‘효율의 찬가’ 리필합니다! 지지직… 힘들지만 그래서 보람이 있는 거죠! 벌써 22라니!”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웨이브에 계속 집중해서 싸워야 해서 엄청 힘들었지만, 달달하게 올라가는 경험치 숫자를 보면 절로 힘이 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파티에서 가장 힘들 찬성은 심호흡이나 작은 호흡 소리만 내며 전력으로 검을 휘두를 뿐이니, 감히 누가 먼저 불평할 수가 없었다.
“아, 저기요.”
“네? 찬성 님! 무슨 일이신가요?”
“생각해 보니까 우리… 흡! 이거 잠입 퀘스트 아니었나요? 차앗! 여기서 사냥을 하려고 한 건 아니지 않나요? 흡!”
“아!”
“…쿠룩.”
“…지지직…….”
쿠우우웅!
고목나무처럼 쓰러지는 트롤을 보던 찬성이 문득 든 생각에 세 사람에게 지적을 하자, 다들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지금 자신들은 엄연히 저 보급 창고 내부로 들어가서 폭탄을 설치하고 폭파시키는 일을 하고자 한 건데, 왜 구석에 모여서 끝없이 달려오는 보급 창고의 몬스터들을 닥치고 사냥하는 형태가 된 것인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쿠룩, 그러니까 들어가면서 무쌍하며 잡자고 계획을 했는데…….”
“지지직… 그러려면 이제 좋은 포지션을 잡아야 유리하다고 했죠. 지지직… 그러다 보니 이 자리를 찾았고, 결국 진입하기 위해서… 지지직… 아!”
“우리… 바보였네.”
“쿠룩, 내가 바보라니…….”
찬성을 제외한 셋은 자신들이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각자 OTL 포즈를 취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게 딱 이 경우로, 찬성의 무력을 감안해서 진입 계획을 짰다고 생각했더니 그냥 사냥이 되어 버린 웃긴 경우였다.
“읏챠! 흡! 강하게 찌르기! 더블 슬래시!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돌파하는 건 역시 저라도 힘들어 보이는데요?”
“큭! 기왕 이렇게 된 거 입에서 토 나올 때까지 닥사냥하죠! 에잇!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다 쳐 죽일 정도로 레벨 업 하면 그만이죠!”
“지지직… 무식한 방법을… 지지직…….”
“쿠룩, 진짜 무식한 건 찬성 님이 지적하기 전까지 눈치 못 챈 우리였고~ 쿠룩! 아무튼 지금 이 상황에서 접속 종료든 어디로든 도망치기 힘드니… 쿠룩! 전력을 다해 보죠! 쿠룩!”
결국 자기반성과 함께 찬성 일행은 이대로 계속해서 사냥하기로 결정, 힘들긴 하지만 들어오는 경험치는 쏠쏠했기에 어쩔 수 없이 사냥에 집중했다.
계속 싸우다 보면 레벨 업도 해서 처리 능력이 몰려오는 속도보다 오르는 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
이첸성, 길드 본부 건물.
세상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소문은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에 천리 밖에 퍼져서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통신과 기기의 발달, 인터넷의 시대가 된 지금은 단 하루 만에 천 리가 아니라 만 리, 수백 킬로미터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사건, 말이 전해지는 것이다.
“이 새낍니다! 이 새끼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검 휘두르는 게 완전 판박이였습니다!”
“으으음… 확실하냐?”
이런 시대, 다른 나라 언어로 쓰인 커뮤니티도 아니고 같은 한국어로 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커뮤니티 사이트로 여기저기 퍼져 나간 찬성의 영상을 브루탈 길드의 사람들이 찾아보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한 애들이 찍은 영상도 있습니다. 보세요. 아바타 패션만 다르지, 검 휘두르는 건 완전 판박이 아닙니까? 제기랄! 이 새끼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확실히 개쩌는 놈이군. 그런데… 이 영상이 퍼진 시간대를 보면… 이게 뭐지?”
야만의몽둥이는 길드원들이 준 영상과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영상의 시간대를 대조해 보았다.
그 결과 아무리 검색해 봐도 ‘고블린의 탑’을 도는 찬성의 영상의 날짜는 죄다 약 3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영상에 따르면 놈은 고블린의 탑을… 적정 레벨로 돌았다는 건데. 그럼 그 뒤로 아무리 길어 봐야 3일, 그동안 레벨 업을 빠르게 한다고 해도 20레벨가량? 거기다 그 상태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고? 이게 말이 되냐?”
“…어어. 검성이니까, 되지 않을까요?”
“아니, 히든 클래스인 검성이래 봐야 결국 소드맨의 스킬 성능 좀 높이고, 스테이터스 성장률 조금 튀긴 게 다인데? 보자. 20레벨로 잡고, 영웅 아이템으로 풀 세팅한다고 해도… 같은 20레벨대라면 모를까, 30레벨 넘는 애들도 즐비한 전장에서 이 지랄이 된다고? 미친놈 아냐? 아무리 검성의 경지로 방어력 무시하고 딜한다곤 하지만 레벨 보정으로 데미지 감소만 몇 퍼센트를 먹고 들어가는데? 죽은 애들 레벨 보라고!”
“확실히 말이 안 되네요.”
비슷한 20레벨대는 그렇다 치지만 그놈 손에 죽은 유저 중엔 30레벨 초, 중반도 있었다.
수치상으로 10레벨이나 되는 차이. 심지어 그놈들도 바보가 아닌 게, 전쟁하려고 PVP 세팅을 갖춘 아이템까지 다 착용하고 있어서 아무리 스테이터스를 따라잡는다고 해도 다른 부분에서 모두 밀려서 지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실제로 일어났죠. 못해도 전쟁하던 인원 30명은 그 새끼 하나한테 죽었을 겁니다. 죽고 또 죽은 놈까지 치면… 더 많아지겠지만요.”
“대체 그놈은 뭐지? 버그 유저? 핵 유저인가? 아니, 영상을 보면 그건 아니지. 게다가 D.E사 놈들이 얼마나 깐깐하게 잡는데…….”
기기 불법 복제 및 불법 생체 등록을 하는 작업장 시도를 하는 놈들을 가차 없이 영구 정지를 먹이는 건 물론 해당 생체 코드로는 게임 접속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를 먹이는 D.E사였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튼 일단 찾긴 찾아야겠군. 아, 맞아. 시공 길드의 반응은 어떤가?”
“거기도 우리랑 비슷합니다. 그 안에 있는… 그 길드에 잠입해 있는 요우무의어택클러+12가 말하기로는 역시나 우리가 본 영상을 그쪽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그쪽도 이놈 찾으려고 웅성거리던데요?”
“뭐야? 그럼 이놈… 시공 길드 편도 아니야?”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놈도 아니고, 시대의흐름 그 양반이 찾아야 한다고 난리 부리는 걸 보면… 뻥카 같지도 않아요. 애당초 검성은 히든 클래스지만 구려서 유저 자체도 적고, 짱깨랑 쪽발이들한테만 인기 많잖아요.”
“잠깐만, 그럼… 그놈이 왜 우리랑 싸운 건데? 우리가 놈에게 원한 살 일이 있나?”
“…어. 으으음… 없지는 않죠. 하하.”
부하는 야만의몽둥이의 눈치를 보았기에 자신들의 길드가 솔직히 이첸성에서 양아치 짓을 하느라 민심이 좋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대한 에둘러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초보 유저들을 등쳐 먹거나 길드 가입 유도를 위해 마을 NPC들이 파는 회복 아이템, 음식 아이템의 시세를 올려 둔 거라든가?
‘이게 끝이 아니지.’
상인 유저들과 손잡고 경매장을 이용 못하게 하려고 통제한다거나, 자누 평야에선 패배했지만 이첸성 주변 초반부 지역을 모두 장악해서 필드 보스를 통제하고, 퀘스트를 방해하는 일 등등… 일일이 손꼽지 않아서 그렇지, 짐작 가는 부분이 천지였다.
“으, 으으으음… 아, 아무튼! 놈을… 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아, 예. 그렇죠.”
본인도 자신이 행한 일이 내심 찔리는 건지 야만의몽둥이는 급히 말을 돌렸지만,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점점 크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바타라든가, 제3세력으로 뒤치기를 했다거나, 3차 클래스급 능력치라거나, 검성 클래스 특유의 설계로 인해서 PVP의 유리함 등등… 여러 변명을 아무리 늘어놔 봐도 고작 20레벨에 혼자서 자신보다 10레벨이 더 높은 플레이어까지 끼어 있는 유저 수십 명을 썰어 젖힌 것은 사실이었다.
‘얼른 찾아야 해. 그냥 이놈이 적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여기가 소란스러워지면 그게 더 문제야.’
그놈이 적의를 가지고 자신들을 압박하거나 아니면 시공 길드와 손을 잡고 난리 칠지 모르는 것도 작지 않은 문제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수수께끼의 괴물 ‘검성’이 여기에 있다는 게 알려지는 것이다. 보통 왕국 수도권에서 자기들끼리 알력 다툼이나 하는 상위권 길드들과 프로게이머 구단들까지 몰려와서 시끄러워지는 건 더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아무튼 놈을 찾아야 한다. 찾아서 그 ‘검성’의 정체를 밝혀내야만 한다. 최소한 그걸 밝혀야지, 안 그러면 조용히 장악하려던 우리 쪽 영지가 시끄러워지니까……!”
“아, 예.”
“보자. 그놈이 20레벨대고, 레벨 업 하던 와중에 자누 요새 쪽에 온 거라면 수웨라 남작 시나리오 루트겠군. 수웨라 남작 루트 중에… 20-25레벨대 사냥 루트에서 이 영상이나 ‘검성’처럼 움직이는 기괴한 놈을 발견하면 바로 알리라고 해야겠군. 공지를 써야겠어.”
“아, 예! 하지만 우리 길드 안에 있는 시공 애들을 통해서 알려질 건데요?”
“상관없어. 놈을 찾는 게 먼저다. 괜히 소문 듣고서 그놈 찾겠다고 저 수도에 있는 길드나 놈들이 우리 쪽에 와서 드잡이하거나, 길드원들을 빼 가거나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그 수밖에 없다.”
검성이든 뭐든 간에 지금 야만의몽둥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드와 이 영지다.
여기까지 궤도를 올리는 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자신의 돈과 시간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서 욕을 먹어도 생까고 다른 초보 유저들을 쥐어짜서 겨우겨우 올려놓은 길드다.
‘그리고 시간 끌면 안 되니… 나도 직접 찾아 나서야겠어. 레벨 업 좀 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니!’
절대 무너지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아성이었기에 그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레벨 업 하는 시간도 아껴 가며 공지를 쓰는 건 물론 직접 순찰하기 위해서 탈것인 날벌레를 소환해 자누 평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