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찬성:…라면서 패키지 안 산 걸 손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그래도 이 사람들은 상식이 있겠지?’
채팅으로 민희 누님의 폭주를 차분히 설명한 찬성은 파티원들은 상식적인 사람일 거라고 기대했다. 그들에게 설명을 해서 자신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받고자 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들도 결국엔 게이머였던 것이다.
[전국건강협회:당연히 손해죠. 안 그래?] [근손실보험:그렇지. 손해지. 사서 패키지 가격에서 이익 본 물건을 되팔아도 이득인데… 안 사면 손해지.] [살덩이는나약하다:횟수 제한 있는 월간 패키지는 무조건 사는 게 좋아요.] [전국건강협회:생각해 보니 지금 월말이니까 찬성 님은 지금 사면 며칠만 지나면 또 살 수 있겠네요. 월간 패키지 초기화니까… 와, 지린다. 이득이 2배네.] [근손실보험:오오오…….] [살덩이는나약하다:와, 저도 두 번 사고 싶네요. 그러니까 월간 패키지 종류별로 한 달분 다 사면 약 100만 원, 그걸 두 번 하니까 200만 원어치니까… 얼마가 이득인 거지?]“…마이너스 200만 원. 그냥 지출이죠.”
“무슨 소리니. 120만 원이 무려 공짜지. 아니지, 거기에 마일리지도 쌓이니까 그걸로 다른 것도 사면 사실상 공짜지. 음! 공짜!”
믿었던 파티원까지 자신의 상식을 파괴해 버리고, 민희가 한 번 더 피니시를 꽂으니 찬성의 상식적인 멘탈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엄연히 돈이라는 것은 피와 땀을 통한 노동으로 얻는 귀중한 결실이며,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함부로 낭비를 해선 안 된다고 분명 스승님께서 말하셨습니다. 그… 물론 모든 일에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00만 원, 200만 원이라는 액수는… 그저 유희에 사용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가 아닐는지요?”
“적어도 너희 스승님은 허락할 거라고 생각해.”
“…네?”
‘미카 짱! 미카 짱! 미카 짱! 미카 짱! 우효옷! 우효옷! 우효옷!’
찬성에게 태연히 말하는 동시에 민희의 머릿속에는 이미 캡슐에 들어가서 버추얼 아이돌 라이브에 가서 빛나는 봉을 화려하게 흔들고 있을 찬성의 스승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크릿 라이브 비밀 코드까지 얻을 정도의 진성 팬이라면 상당한 액수를 갖다 바쳐야 할 테니, 이 상상은 하염없는 진실이리라.
“아무튼 중요한 건 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억 단위든 사용하는 액수가 아니야. 사용하는 사람이 후회하느냐, 마느냐, 그리고 그것에 만족하느냐, 자신의 현실에 맞게 제어할 수 있느냐 그 차이지. 단적으로 말해서 지금 네가 쓰는 팬텀 드라이브-2만 해도 내가 산 거거든? 저거 얼마인지 아니?”
“…몰라요.”
“검색해 보렴.”
“…히익?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내 입장에선 네가 놀라는 게 더 기괴하거든? 너희 집안이 우리 집보다 더 잘사는 거 다 아는데… 뭐, 산에서 생활해서 모르는 거겠지만~ 하여간 있는 집 교육이 더 이상하다니까…….’
생전 처음 보는 0의 향연에 찬성은 화들짝 놀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당연히 최신형 가상현실 기기였기에 그 가격은 신형 중형차급을 상회할 정도. 하나 반대로 그 정도 액수에 호들갑을 떠는 찬성을 보며 민희는 역으로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윤 씨 삼촌이 교육을 기가 막히게 잘 시켰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게임 쪽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정 직접 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 내가 세팅해서 보내 줄게. 어쩔 수 없지~ 걷지도 못하는 애한테 뛰라는 격이니까…….”
“그, 그럼 그냥 탈것만 일단…….”
“그래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생각해 보니 너 정도면 평범하게 게임하면 오히려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하게 될 거니까~ 그리고 어설프게 돈 갖고 있어 봐야 쓸모없는 데 쓸 것 같고.”
“하하하.”
그녀가 봐도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모자라서 돈 써 본 일도 없는 찬성으로서는 합리적인 소비라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니 직접 찬성이 뭘 사고 말고 할 거 없이 필요한 것이 생길 때마다 그녀가 사서 보내 주는 게 더 편하고 합리적인 일이었다.
“어설픈 초보 유저가 실수로 이것저것 모르고 호갱당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냥 내가 사다 주는 게 맞는 거겠지. 아, 너 혹시 선호하는 탈것 종류 있니?”
“네? 종류요?”
“그래. 말이라든가, 기계라든가, 그런 종류 같은 거. 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맞춰 주려고…….”
“어~ 아무거나 괜찮아요. 너무 비싼 거면 부담스러우니까…….”
“그으래? 알았어. 내가 적절한 걸로 보내 줄게. 후후. 아, 그리고 먼저 들어가든가 운동하든가 해도 돼. 여기는 내가 밥 마저 먹고 치울게.”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는 민희였는데, 찬성은 파티원들과 휴대폰으로 이야기를 하느라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씨익 웃은 민희는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경매장을 둘러봤다. 찬성에게 사 줄 탈것을 생각하니 계속해서 웃음이 나왔다.
‘본디 ‘아무거나’라는 것은~ 주는 대로 받겠다는 뜻.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이제~ 이상한 걸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거지? 후후훗.’
눈을 빛내면서 찬성에게 줄 탈것을 고민하던 그녀는 재미있을 법한 탈것이 없나 각종 너튜브 영상과 커뮤니티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뒤적거렸다.
‘보자. 공룡? 닭? 아니지~ 푸후후훗, 자자, 뭘 보내 줘 볼까? 아주 재미있는 걸 보내 줘야 하는데… 어라?’
‘이건?’
게시물 목록을 보던 중 한 게시물이 눈에 띄었고, ‘미지의 검성 플레이어’라는 키워드를 본 순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던 그녀는 그것을 눌러서 게시 글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용은 그녀가 예상하던 그대로였다.
‘아, 이게 찬성이가 사고 쳤던… 그 전투구나. 우와아아…….’
『내 칼을 받아라아아아앗!』
“…오크 아바타? 아, 위장용으로 산 건가? 움직임 보니까 확실히 맞네.”
첨부된 영상에서는 기묘한 초록 피부에 상반신을 탈의한 오크의 형상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편집되어 있었다.
상대의 공격은 모두 피하거나 흘리거나 막아 내면서 빠르게 거리를 좁힌 다음, 마치 절단 작업을 하는 것처럼 검이 정확히 급소와 방어구 틈새를 노리고 예리하게 베어 들어가서 자비 없이 유저들을 처단했다.
“이렇게 사고 친 거였네.”
“아으~ 이거 내 영상이 단서가 되어 버린 거구나! 이런 멍청이.”
이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국 자신이 올린 너튜브 영상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그것이 지금 찬성의 정체와 레벨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레벨과 주요 사냥터, 현재 동선이 노출된 것. 물론 외양은 아바타로 감출 수 있고 그 외의 정보는 싹 감춰 놨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
“레벨이 아직 낮다는 걸 아니까… 온갖 인간들이 다 덤벼들겠지. 와, 심지어 너튜브 렉카 놈들까지 움직이네. 에휴~”
사실 따지고 보면 원래는 중국인, 일본인 의혹까지 나올 정도로 정체가 불투명했는데, 단서가 될 자료를 너튜브에 올린 게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물론 그가 이번에 시공 길드와 브루탈 길드의 싸움에 말려든 것이 더 큰 원인이었지만.
“일단… 찬성이에게 선물 보내면서 편지를 동봉해야겠네. 아니다. 이 기회에 걔네 파티 단톡방에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초대해 달라고 하자. 아아아~ 그나저나 이거 소식 분명 우리 길드에도 들어가겠지? 간신히 입 다물게 한 포트리스 길마 놈이 또… 들볶겠네.”
[포트리스:아니, 미니멈 님, 제가 뭐 이것저것 시킨답니까? 길드만 가입시켜 두라고요, 길드만.] [미니멈미니미니:이제 막 시작한 애니까 좀 더 즐기게 하자니까요. 뉴비인데… 너무 많이 퍼붓다가 부담돼서 접으면 어떡하나요? 최대한 재미에 빠지게 해서 무르익으면 가입시킬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겨우겨우 거짓말까지 해 가며 들볶는 거 막았는데…….”
이런 소식까지 퍼지니 또다시 들볶일 게 뻔했다. 그녀는 곧바로 식사를 마치고 치운 뒤, 게임으로 들어가서 찬성에게 줄 탈것을 잊지 않고 보냈다.
***
한 시간 뒤.
자누 평야 인근, 오크 부족 보급 창고.
이전 로그아웃했던 곳에서 식사 후 휴식하면서 작전을 재정립한 찬성 일행은 간결하게 버프를 주고받고, 보급 창고 동굴로 달려가면서 전투에 들어갔다.
재접속 상태였기에 몬스터들은 몰려와 있지 않았고, 찬성 일행은 빠르게 돌파하면서 보급 창고 동굴로 진입했다.
“루트는 기억하시죠? 빠르게 돌파할 거고, 트롤은 맷집이 세서 잡기 힘드니까 웬만하면 제칩시다.”
“네!”
“지지직… 질주 없는 저 배려해 주시는 거 잊지 말고요.”
“쿠룩, 설치는 제가 하겠습니다. 쿠룩.”
찬성에겐 이곳은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이미 채팅방에서 영상과 지도를 통해 사전 답사를 하였기에 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몬스터들이 몰리기 전까지 최단 루트로 동굴로 들어가면서 작전대로 트롤들은 가능한 한 무시하고서 동굴 내부를 주파, 빠르게 설치해야 할 곳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다시 전진! 빠르고 신속하게 보급 창고 작전을 전개하면서 나아갔다.
꾸이이이익!
“그러고 보니 내부로 들어오니까 공간 문제 때문인가 트롤이 적네요.”
“지지직… 솔직히 처음에 빡셀 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 같을 정도네요.”
“쿠룩,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찬성 님의 역량을 또 과소평가한 거죠. 쿠룩. 곱하는 숫자가 커질수록 곱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니…….”
조화 세트를 갖춰서 상승한 상향치×기존에 파티원이 주던 시너지만큼 찬성이 강해진 것이고, 심지어 캠핑 사냥하면서 레벨 업 했으니 스테이터스는 더 올라서 계산이 맞지 않았던 것. 그나마 트롤이 강하긴 하지만 오크 정도는 정예라도 찬성의 손에 쉽게 죽어 버리니 잠입으로도 어려운 퀘스트가 술술 깨진 것이었다.
“자, 그럼 이제 해당 위치로 와서 이 격발 스위치를 눌러서 폭발시키면…….”
무사히 동굴에서 뛰쳐나온 찬성 일행은 그대로 안전한 곳까지 가서 퀘스트 아이템으로 같이 들어 있던 다이너마이트 격발 장치를 눌러서 격발시켰다. 그러자 쿠르르릉! 하고 대지가 흔들리면서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동굴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광경이 보이면서 자동으로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창이 떠올랐다.
조건:요새 사령관을 만나 보고하기]
“이렇게 쉬운 것을…….”
“쿠룩, 얼른 탈것 타고 가죠. 찬성 님은 이제 마지막 자전거 폭주가 되겠네요. 곧 패치되니까요. 쿠룩.”
“아, 잠시만요. 이제 보니 우편이 와 있네요. 아하, 탈것 사서 보내 주셨네요. 음음… 그리고 뭔가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네요. 아… 너튜브 영상이랑 전에 싸운 영상이랑 여기저기 떠돈다고… 으음… 아무튼 일단 받은 탈것이… 어?”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탈것을 인벤토리 창에서 본 그는 민희 누님이 대체 왜 이런 걸 보낸 건지 도무지 이해 안 간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