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영웅)흑우왕의 고삐]종류:탈것
옵션:빠른 속도, 강제 하차 불가, 농업 숙련도 보너스, 인벤토리 공간 추가 제공
설명:지구력이 좋고, 빠르지만 어딘가 말랑하지만 강하고 튼튼한 검은 소입니다. 사용 시 탈것에 등록되며, 당신의 계정에 귀속됩니다.
*왠지 계속 ‘혜자 아님?’, ‘공짜인데?’, ‘이 정도면 합리적인 소비.’, ‘검은 소는 사실 검소라는 말의 줄임말.’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어라? 소네요. 와아아~ 오오… 갑옷까지 걸친 검은 소, 멋있다. 좋은 거 주셨네.”
찬성은 신나 하면서 탈것을 등록하고 사용해서 소환했다. 그러자 나타난 거구에 멋진 갑주를 걸친 검은 소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뭔가 예상과는 달랐지만, 육중한 체구에 멋진 뿔이 하늘로 솟아 있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검은 소의 자태가 너무 늠름해 보였다. 그에 찬성은 민희 누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타 보면서 즐거워했지만, 파티원 세 사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와… 저걸 주네.”
“쿠룩, 줘도 왜 하필 저걸…….”
“지지직… 저거 사는 사람이 있구나.”
“음? 왜들 그러세요?”
웬만한 일에는 경악을 하지 않는 베테랑 게이머인 세 사람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이자, 찬성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셋은 서로를 보면서 누가 설명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파티의 탱커이자 대표 격이 되어 버린 전국건강협회에게 시선이 모였고,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찬성에게 설명한다.
“그게 그… 탈것이 말이죠. 그러니까 영웅 등급이고 나름 멋도 있지만 별로 좋은 의미의 탈것이 아니라서…….”
“적로 같은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 탈것 말이죠. 마일리지 구매 탈것이에요. 아, 그러니까… 마일리지라는 게 뭐냐면 현금 결제를 해서 상품을 사면 쌓이는 포인트 같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 단위가 대략 쓴 금액의 10분의 1… 즉, 10만 원을 쓰면 1만 포인트가 쌓이는데… 저 흑우왕이, 잠시… 25만 포인트거든요.”
“…그러면 즉, 250만을 써야 살 수 있는 거라는 건가요? 네에에?”
“아, 아! 물론 그러니까~ 250만 원짜리라는 의미는 아니고, 사은품 같은 건데… 아무튼 마일리지 상점에 다른 여러 가지 물품도 엄청 많아서 진짜 그걸 살 이유가 1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샀다는 건 정말 어지간한… 그… 흑우… 아니, 호구… 아, 아아아니! 그러니까… 헤비 과금러! 그래! 헤비 과금러가 아니면 안 사는 거예요!”
열심히 머리를 굴려 찬성이 최대한 기분 나빠하지 않을 만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설명하는 전국건강협회였다.
그래, 호구. 어리숙해서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일컫는 말로 게임 업계에서는 무절제한 과금을 해서 게임사의 이익을 극대화시켜 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마일리지 샵에 이런 걸 보통 내놓는 정신 나간 회사는 없지만… 지금 이 게임의 D.E사 디렉터도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라서 말이죠.”
“지지직… 근데 웃긴 건 보통 저런 걸 출시하면 욕을 처먹거나 게시판에 쌍욕이 박히는데… 지지직…….”
“쿠룩, 소개 영상에서부터 디렉터 본인이 산 걸 인증 박고 타고 다니는 걸로 유쾌한 탈것인 것처럼 포장을 잘했죠. 쿠룩… 마케팅과 광고의 승리죠. 리얼… 쿠룩. 게다가 마일리지 탈것이고, 딱히 성능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니까요. 쿠룩… 물론 시간이 지난 지금은 너도나도 더 말할 거 없는 호구의 상징 같은 물건이 되었죠. 쿠룩쿠룩.”
“하하핫, 아~ 그랬구나~ 뭐, 저야 기꺼이 받은 거고, 다른 사람 눈을 신경 안 쓰니 그냥 탈게요. 게다가 소도 꽤 좋아하거든요. 와! 이거 털 냄새랑 체취! 어떻게 구현한 거지? 굉장하다. 읏챠! 얼른 가죠. 우와아아앗!”
안쓰럽게 설명하는 것치고는 찬성은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면서 흑우왕의 등에 올라타서 고삐를 잡고 자누 요새로 향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빠른 흑우왕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거대한 거체에 걸맞은 묵직한 질주감도 느껴지면서 옆에 같이 달리는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에어 바이크에 맞먹는 속도였다.
“아, 맞다. 그리고 말씀드릴 게 있는데 말이죠. 이거랑 같이 편지를 보낸 누님이 그 너튜브로 인해서 지금 커뮤니티에 이야기가 퍼졌다는데…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그냥 편지 전문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로 보내 주세요.”
“아, 예!”
게임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서 민희 누님이 보낸 전갈의 의미를 완벽하게 전할 자신이 없는 찬성이었는데, 다행히 인게임 채팅방에 옮겨 적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세 사람은 같이 자누 요새로 돌아가면서 그것을 읽었고, 금방 그녀가 보낸 메시지와 의도를 모두 알아냈다.
“으음… 과연 이러면 이제 파티할 때는 주의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쿠룩, 그것도 그거고, 찬성 님은 저희 외에 외부 사람과 파티를 할 때는 평범한 플레이어인 척하셔야 합니다. 쿠룩쿠룩.”
“네? 저 평범하게 플레이하고 있지 않나요?”
보통 유저였다면 기만자 같은 발언을 한 거겠지만, 게임 뉴비라는 게 워낙 확실한 찬성인지라 다른 세 사람은 그저 웃으면서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착각하고 있는 진실을 정정해야 하는 건 잊지 않았다.
“미리 하나 말하자면, 찬성 님 기량은 절대 평범한 게 아닙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 하시면 안 됩니다.”
“지지직… 평범한 유저는 길드 대 길드 전쟁이 나는 곳 후방에 혼자 들어가서 50킬 0데스 하고 유유히 나오질 못해요.”
“쿠룩, 아무튼 결론은 다른 파티원이 있을 때는 기량 조절하기, 그리고 조심해서 다니기입니다. 게임도 못할 정도로 성가시고 복잡한 일은… 저희도 좋아하지 않아요. 쿠룩. 하지만 저희끼리 있고 싸울 때는 뭐, 이때까지 하던 대로 하셔도 됩니다.”
‘그냥… 살짝 농담할 생각으로 해 봤는데…….’
사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이미 산속에서부터 자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나의 스승 아래에 같이 배우던 사형과 사제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경지와 습득 속도를 자랑하던 찬성은 많은 시샘과 증오, 분노를 받아 왔던 몸이었다.
자신의 스승조차 40대가 되어서 면허 개전을 받았는데, 찬성은 그보다 월등히 어린 20살에 받아 버리니 사형들 같은 경우 대놓고 찬성을 백안시했다.
‘…괴물!’
‘넌 대체 뭐냐고!’
‘혼자 처 나대고 자빠졌네!’
‘…널 보면 지금까지 검을 휘둘러 온 시간이 아까워져.’
‘게임 속도 현실이랑 다를 게 없네. 같은 사람이 해서인가?’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유희, 놀이라서 그런 일이 없을 줄 알고 순수하게 즐기려 한 찬성이었지만, 현실보다 더 몰입하는 사람이라든가, 사람 간의 관계를 보면서 결국 또 다른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이나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편 새로 바뀐 탈것 덕분에 일행은 금방 자누 요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오, 드디어 왔군. 일을 훌륭히 처리한 덕인지 자네들이 산속의 보급 기지를 터뜨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어! 크하하하핫! 이걸로 저 망할 녹색 괴물 놈들이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아주 잘했어! 사례를 해야겠군.”
[당신은 훌륭히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경험치, 1금화 5은화, ‘(희귀)튼튼한 왕국군 장갑’, 왕국 평판 상승, 모험가 길드 평판 상승]“정말로 지원해 줘서 고맙네. 당분간 이곳은 안전할 게야. 아, 혹시 그래도 다른 임무를 맡고 싶다면 저기 작전 게시판을 보고 임무를 가져오게나.”
어려운 퀘스트인 덕분인지 희귀 아이템 방어구를 얻었지만 이것을 끼면 조화 세트 옵션이 깨지기에 찬성은 아쉬워하며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지역의 다른 퀘스트들이 해방이 되고, 주요 스토리 퀘스트는 다시 새롭게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다시 수웨라성으로…….]모험가 길드에서 준 임무를 끝냈다. 이제 수웨라성으로 돌아가서 모험가 길드에서 한 조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제국과 내통하는 수웨라 남작이 죗값을 치렀는지 확인하자.
“음, 어떻게 하죠?”
“보통은 여기서 사이드 퀘스트들을 밀고 가지만, 우린 작전을 멍청하게 짜서 닥사를 절게 해서… 경험치를 여기서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니 진행해서 얼른 밀죠.”
“쿠룩, 게다가 여기 남아 있으면 검성을 찾으려는 자들이 있을 거니까… 얼른 레벨 업 해서 지역을 넘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쿠룩.”
상의를 마친 찬성 일행은 그대로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수웨라성으로 향했다.
지금은 어서 빨리 레벨 업을 하든 어떻게든 스토리를 진행하든 해서 검성을 쫓는 이들을 따돌리는 것이 목표였기에 그들은 이동하는 속도를 더 빠르게 올렸다.
***
D.E사,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제1회의실.
일반 회사의 회의실과는 달리 이곳은 마치 세계 정상 회담이 열리는 곳처럼 거대한 모습을 한 회의장이었다.
이곳은 바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제1회의실.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의 선두 주자로서 세계 최고로 흥행하고 있는 MMORPG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와 의견을 나누는 장소였다.
이 거대한 강당 형식으로 된 회의장에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거의 모든 부서와 팀의 우두머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D.E사의 간부 및 임원들까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크흠… 그럼 이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정기 보고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부서는 게임 내의 문제점이나 A.I가 발견한 위험 사항에 대해서 보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장 먼저… 박철곤 부장님부터 부탁드립니다.”
“보안 및 시스템 개발과 정비를 맡은 부서인 보안 감시 총괄부의 박철곤 부장입니다. 크흠! 우선 보고할 것은 여전히 주로 중국과 인도에서 시도되는 오토 작업장 계정 생성에 대한 대응은 잘되고 있으며, 기기 해킹 및 프로그램 변조, 생체 인증 절차 신호의 보안 체계는 여전히 안전하며 수많은 도전을 모두 방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대한 회의장 중앙 위에 걸려 있는 초대형 화면에서 각종 시도 횟수 및 방어 체계에 대한 점검, 주로 어느 지역과 장소에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 부정한 시도를 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나타났고, 이에 보안 감시 총괄부 아래에 있는 팀들이 어떤 방안으로 그것을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부서에서 오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저기, 저번에 여쭈었던 생체 인증을 회피하기 위한 동물 실험 및 인간 신체 기관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예. 이미 정부와 협조해서 조사 중입니다. 그러나 해당 생체 실험 사건은 중국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주로 침팬지,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을 가사 상태로 만들고, 불법 개조한 캡슐에 넣어서 생체 인증을 통과만 하고, 이후 변조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제어를 하여 작업장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도시 괴담 같은 게 진실이었다니……. 그나저나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더 비싸지 않나?”
“그것에 대해서는 아마 유인원으로 실험 데이터를 얻고, 차츰 더 가격이 싼 소, 돼지, 개 등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계획을 입수한 것 같습니다. 개인 정보 인증은 어차피 중국 정부가 협력하는 만큼 생체 인증만 패스할 수 있으면 작업장을 찍어 낼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이건 도저히 게임 회사에서 이야기할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D.E사는 사실 외양적으로만 게임사일 뿐이지, 내면으로는 그냥 다국적 첨단 기술, 과학 기업이잖아. 물론 집어삼킨 게임사가 많아서 티가 안 날 뿐이지.”
“하, 하긴… 팬텀 드라이브-2만 해도 회사가 직접 만든 거니…….”
여러 게임 회사를 인수한 사실 등에 더하여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통해서 대외적으로는 게임 회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최고급 사양인 팬텀 드라이브 시리즈 같은 가상현실 캡슐 기기도 자체 제작을 하는 첨단 산업의 총아였다.
가상현실 기기 안에 들어가는 각종 첨단 기술들만 해도 각각 제대로 설명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논문들이 필요할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튼 중국과 인도에서 벌이는 짓을 막기 위해서 계속해서 생체 인증 과정과 절차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함은 물론 어카운트 생성에 필요한 인증 요소, 또 신호 우회가 아닌 실시간 감지를 추가하는 방안으로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예, 수고 많으십니다. 다음은… 보자, 이제 밸런싱 부서 차례군요.”
“예. 크흠! e스포츠 및 요새전을 비롯한 인게임 밸런싱 총괄팀의 강윤군 총괄팀장입니다. 오늘 발표될 것은 이제… 2주 뒤에 업데이트될 각종 클래스 패치안과 e스포츠화되어 있는 요새전 관련 패치, 그리고 다음 시즌 e스포츠의 룰 개편안 등등… 많은 설명이 있을 겁니다.”
웅성웅성…….
임원까지 모여 있는 회의장임에도 양복도 아닌 구겨진 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마치 바이킹 같은 수염을 가진 이 남자가 일어나자 회의장이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여러 부서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챙겨 온 서류를 보면서 무언가를 계속 준비했다.
비단 이 D.E사의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긴장하는 사안. 정점에 군림하던 자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것이 바로 ‘밸런싱 패치’였다.
직업 간의 서열이 바뀌는 것은 물론 아이템의 시세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일. 그리고 회사와 게임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단순히 밸런싱팀에서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 모인 다른 부서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