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자… 풀었습니다.”
“크흠! 고, 고맙네! 흠흠!”
슈슉!
모험가 길드 마스터는 구속이 풀리자마자 찬성의 손에 죽은 시체 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충격적인 것을 본 것처럼 표정을 찡그렸다.
“이런… 빌어 처먹을!”
그러고서는 이마를 손으로 짚은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착석을 하고는 예전에 보았던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돌아왔다.
그러곤 민망함을 감추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화가 난 건지 거칠게 담배를 물더니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한가득 빨아들인 뒤 목소리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하아아아아아~ 내가 정말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는군. 이런 젠장!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저 바닥에 쓰러진 놈이 누구인지 아나? 젝슨이라고 하는 친구지. 이 수웨라성 모험가 길드에서 자그마치 8년이나 성실하게 일하면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했던 상급 모험가일세!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그런 놈이! 수웨라 남작의 말을 듣고서 날 배신할 줄이야!”
“그러면 저희가 다녀온 사이에… 수웨라 남작에 대한 수사와 일은?”
“원래는 이놈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모험가라는 작자들에게 일을 맡겼지만… 이 꼬락서니를 봐선 하나도 진행이 안 된 게 분명하네. 조사 내용이라고 갖다 준 게 있지만 아마 내 눈을 속이는 용도로 짜 맞춰진 서류겠지. 후우우우~ 염병할 놈들 같으니! 그러니 자네들에게 부탁을 좀 하고 싶네.”
“저희에게요?”
“지금 이렇게 돌아온 걸 보면 자누 요새의 문제는 잘 해결한 것 같으니… 실력이 있다는 게 증명이 된 셈이겠지. 그리고 저 시체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 모험가 길드 내부에 남작파 놈들이 끼어 있는 게 확실하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모험가들을 움직이려 했다간 역으로 놈들에게 당할 게 뻔하지. 그러니 자네들밖에 없네.”
아주 설득력 있게 유저들 파티를 중심으로 전개되도록 설계된 시나리오였다.
내부자의 납치 이벤트를 통해서 내부에 배신자가 있음을 알림으로써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유저들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다음 사건을 해결하게끔 진행이 되는 것이다.
“뭐, 갑작스러운 의견이니… 자네들도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나 시간이 많지 않네. 지금 이 시간에도 남작이 제국과 내통하여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이 영지뿐만 아니라 왕국의 위기일 수도 있으니 서둘러 주게.”
[상의를 마친 뒤, 퀘스트를 갱신하고 계속 진행하려면 길드 마스터에게 다시 말을 거십시오.]“딱 이다음부터 퀘스트 내용이 바빠서 그런 걸까요?”
“이그젝틀리! 이제 좀 게임에 대해서 이해하셨군요. 맞습니다. 게임 플레이 타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혼자라면 모를까, 여럿이면 꼬이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런 상의 타임을 주는 거죠.”
“쿠룩, 아무튼 우린 조사 스킵 루트로 돌입했는데, 이 경우 난이도가 약간 상승합니다만, 쿠룩… 뭐, 우리에겐 인간 병기 찬성 님이 있으니 문제없겠죠.”
“지지직… 인간 병기보단 역시… 사이보그나 개조 인간이 더 좋지 않을까요? 아무튼 진행하도록 하죠. 우리 다 같이 시작해서…….”
기묘한 대화를 끝으로 결국 퀘스트는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찬성이 확인 버튼을 누르고 다시 모험가 길드 마스터에게 말을 걸자,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끄고는 말을 시작했다.
“좋아. 역시 모험가라면 이래야지! 잘 듣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 말이야.”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다시 수웨라 남작가 침입]모험가 길드 마스터는 지도 한 장을 내밀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지도는 수웨라 남작 저택의 비밀 통로가 있는 지도로 단번에 수웨라 남작의 집무실로 갈 수 있는 침입 루트가 나와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이용해서 수웨라 남작가를 혼란에 빠뜨려 가능한 한 시간을 벌어 달라는 게 길드 마스터의 요구였다.
“고작 자네 4명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고자 하는 게 아닐세. 내가 수도와 다른 영지에 전갈을 보낼 동안 시간을 끌기 위해서 소란을 좀 일으켜 달라는 거지. 물론… 이것도 이미 무리인 일이지만, 조치를 취할 시간이 필요하네. 정말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부탁하겠네.”
[…다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정중히 예의를 갖추며 당신들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모험가 길드 마스터였다. 그렇게 이 수웨라성과 왕국의 커다란 위협에 맞서야 하는 중대한 사명이 당신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조건:지도를 보며 수웨라 남작가의 비밀 통로로 다시 침입하자.]
“오… 다시 거기로 가게 되겠네요.”
“그렇지만 이번엔 좀 다릅니다. 다른 쪽 비밀 통로로 침입하는 거라서 루트가 달라요. 게다가 찬성 님의 활약으로 길드 마스터를 구해서 루트를 단축했죠? 그 덕분에 이제 수웨라 남작가에서는 경계 태세가 강화되고, 대비하게 되어서 우리가 가는 루트는 하드 모드가 될 예정이에요.”
“쿠룩, 반대로 놓치면 이제… 쿠룩, 모험가 길드의 다른 모험가들을 조사하면서… 납치한 자들이 모험가 길드의 다른 모험가라는 걸 밝힌 다음, 직원에게 다른 곳에 지원 요청을 해서 다른 모험가 NPC들과 함께 내전을 치르고 수웨라 남작가로 가는 게 이지 모드이지요.”
“지지직… 이래서 D.E사와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가 갓겜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죠. 자연스럽게 분리되면서 루트와 난이도가 달라지니까요. 지지직…….”
“오오…….”
유저의 행동에 따라 분기와 난이도가 나뉘는 시스템. 같은 게임이라도 D.E사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 아무튼 지도에 나온 대로 가려면 성 바깥으로 나가야 하니까 탈것을 타고 가죠.”
“쿠룩… 흠, 그런데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지 않나? 찬성 님, 탈것을 타기 전에 아까 드린 지팡이를 등에 메는 거 잊지 마십시오. 쿠룩.”
근손실보험의 말대로 검성인 찬성을 찾는 건지 지금 도시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유저들이 오가면서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로 마법사인 척 변장을 하고서 각자 탈것을 타고 지도의 장소로 향했다.
“근데 말이지. 생각해 보면 우린 몰라도 저 앞에 흑우왕을 탄 찬성 님이랑 에어 바이크를 탄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같이 있으면… 절대 그 검성이라곤 생각 못할 것 같네.”
“쿠룩, 왜?”
“네가 빌려 준 오크 아바타, 그거 싸구려잖아. 이상한 대사랑 음성이 강제 출력되는 사양. 근데 저 흑우왕은 엄연히 핵과금러의 상징인데… 저거 탈 정도의 사람이라면 굳이 자신을 위장할 때 싸구려 아바타가 아니라 더 좋은 사양의 아바타를 쓸 거라고 생각할 거란 말이지.”
“…저기, 이 소 있잖아요. 자꾸 뭔가 귓말을 날리는데… 정상인가요? ‘무과금이란! 생활에! 무리가 없는 과금이라고~ 음머.’라고… 방금 날아왔는데 말이죠.”
“지지직. 네, 그런 옵션이에요. 속도도 빠르고, 튼튼한 대신 계속 그런 귓말을 보내죠. 지지직…….”
“대체… 왜 이런 걸 파는 걸까요?”
“지지직… 사는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닐까요?”
앞에서 선행하고 있는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떠드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탄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대화를 나눴다. 확실히 저 모습만 봐서는 커뮤니티에 도는 찬성의 모습을 유추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보다도 분위기가 극과 극이지. 커뮤니티에 도는 영상 봤는데… 그냥 사람이 다르더만? 네가 빌려 준 오크 아바타… 그 자동 대사까지 합쳐져서 아주 그냥 귀신이던데.”
“쿠룩쿠룩,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나도 놀랐지. 그래, 이 스샷… 무슨 분위기가 살인나는 것 같더만.”
『불타는 칼날을 위하여……!』
『으아아아아!』
커뮤니티에 시끌벅적하게 도는 영상을 통해서 만난 찬성의 모습은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군이자 그의 등을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라 그의 검을 맞서는 입장의 시야에 남은 찬성의 모습은 싸움에 돌아 있는 광전사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조용해질 때까지 위장 잘하고, 조심하는 건 둘째 쳐도… 우리 파티원 하나 더 구해야 하지 않냐? 물론 이 멤버처럼 플레이를 완전히 계속 같이하는 건 아니어도 도적, 레인저 계열 솔직히 하나 꼭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쿠룩… 너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에게 전직을 강요하는 것 같다? 쿠룩.”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냐? 하지만 레인저나 도적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건 사실이야. 주변의 지인을 알아봐야 하나?”
“가능하면 원거리 딜러인 레인저가 좋지. 쿠룩. 우리 근접만 세 명이고, 원거리 딜러가 없으니까…….”
기형적인 파티 구성의 해소와 앞으로 나올 던전들의 패턴이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클래스는 도적 혹은 레인저 계열이었고, 근접만 셋이다 보니 레인저를 좀 더 원하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꼭 그게 아니어도 찬성 님 기량이 좋으니까… 솔직히 도적도 상관은 없잖아.”
“쿠룩, 사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면 그게 가장 베스트지. 쿠룩. 아무튼 차차 알아보자고……. 쿠룩.”
“그래. 아~ 근데 진짜 복학하기 싫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파티라서 문제라니까~ 하핫.”
수웨라성 밖을 돌아 도착한 곳은 물이 흐르는 강가로 폭이 꽤 넓고 흐르는 물의 양은 많았지만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아 보였다.
수영 좀 할 줄 알면 충분히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지도… 여기 맞죠?”
“예, 맞네요. 수웨라 가문의 이름을 붙여서 수웨라강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보자. 아, 지도에 나와 있네요. 이 물 아래를 건너 올라가면, 그러니까…….”
“하아~ 또 지하 수로가 나오는 건가요? 너무 같은 패턴을 우려먹는 게 아닌지…….”
“…아뇨. 이번엔 목욕탕이 나오고, 바로 들어갑니다. 시나리오팀, 얘네도 사람이니까요. 푸흐흐흡!”
“쿠룩쿠룩쿠쿠쿠쿠하하!”
급 민망해진 찬성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같은 패턴의 반복은 지루함을 부를 수 있기에 제작사들도 신경 써서 비슷한 퀘스트라도 이렇게 들어가는 방법을 바꾸거나 아니면 장소를 바꿔 놓는 것. 한 방 먹은 찬성은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말없이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오, 물속인데… 몸이 가볍네? 원래 이거저것 차고 있으면 꽤 거추장스러운 데다 옷이 물을 먹어서 무거울 텐데… 게임은 게임이구나. 그래도 이것도 신기해! 오~ 수영하기 편해!’
물의 부력과 물리 작용은 있지만 옷이나 갑옷에 물이 들어와서 생기는 저항감이 없는, 아주 신기한 체험을 하는 찬성이었다.
그것을 느낀 찬성은 능숙하게 수영을 해서 전방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틈을 발견하고 그리로 헤엄쳐 나아갔다.
‘들어가자마자 전투이려나? 아니겠지? 음? 뭔가 밝네?’
밝은 빛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다가간 그는 서서히 물 위로 떠올랐다.
수면 위로 떠오르자 보인 것은 무언가 수상한 빛을 내는 글자가 새겨진 기계 장치와 파이프로, 자세히 보니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빼면 결국 또 지하 수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그는 목욕탕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상하네?”
“…아무리 판타지 배경이라도 강물을 그냥 끌어서 쓰는 목욕탕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수원에서 물을 끌어서 정화 시설로 보내는 거지요. 그다음 보일러실로 보내서 따뜻하게 데운 다음 올라가는 겁니다.”
“중세… 배경 아니었나요?”
“쿠룩! …목욕탕은 로마 시대에도 있었으니까요. 쿠룩, 찬성 님, 자자, 얼른 올라가세요. 저기 옆에 파이프 잡고 올라가면 됩니다.”
전국건강협회의 태클을 들으며 찬성은 헤엄쳐서 위로 올라갔다.
일행도 다 같이 올라간 뒤, 넷은 표지판을 따라서 움직였다. 덕분에 정화조와 보일러실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자 드디어 목욕탕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찾을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 올라가는 형상의 기호가 그려진 철문 앞까지 도달한 것이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검을 뽑는 찬성을 갑자기 전국건강협회가 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