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지지직… 이제야 오셨습니까?”
“이야, 물이 너무 좋아서 그만 좀 오래 담갔습니다. 살덩이 님도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하하.”
‘저거 수상하다고 떠보는 거 아니죠?’
‘저 새끼가 원래 좀 눈치가 없습니다. 뭐, 억지로 진정하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온 것 같네요. 오! 퀘 떴네요.’
전국건강협회의 어색한 인사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던 찰나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창이 떠서 살았다고 생각하는 근손실보험과 찬성이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잠입에 성공했다]목욕탕을 넘어서 우린 무사히 잠입에 성공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 이 수웨라 남작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뿐이었다. 물론 가능하다면 수웨라 남작을 직접 납치하는 게 가장 혼란을 크게 일으킬 일이긴 했지만 엄연히 그는 왕국의 귀족이고, 길드장을 납치하는 일이 실패했다는 게 알려졌으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선택 조건:‘던전:수웨라 남작 저택-상층’으로 가서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실행할 임무를 선택하시오.
1.남작을 납치 혹은 처치(불가능에 가까운 도전)
2.무기 창고 파괴(매우 어려움)
3.식량 창고 파괴(어려움)
4.상층 내부 곳곳에 불 지르기(어려움)
*파티를 맺고 있으므로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이 됩니다.
갱신된 퀘스트는 역시 하드 모드답게 선택지가 모두 어려움 이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남작을 납치하거나 처치하는 임무는 아주 대놓고 선택하지 말라는 듯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는 매우 긴 추가 설명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1번이지?”
“지지직… 1번이죠. 지지직…….”
“저도!”
“쿠룩, 이견 없음.”
[시스템-파티원들의 투표로 ‘선택지 1.남작을 납치 혹은 처치’ 임무가 선택되었습니다.]이견 없이 모두 자신 있게 역시 가장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겠다는 듯 이미 1번을 선택했고, 다른 파티원들도 1번에 동의했다.
하나 한 가지 의외인 것은 여태껏 무지막지한 무위를 선보였던 찬성에게서 먼저 인원 보충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근데… 이 정도면 한 명 더 보충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처럼 막 함정 같은 게 많을 것 같은데…….”
“쿠룩, 설마 찬성 님 입에서 그런 약한 소리가 나올 줄이야. 쿠룩쿠룩. 이제 좀 게이머다워지셨군요.”
“확실히 도적, 레인저가 하나 모자라지만… 어쩌겠습니까? 찬성 님이 지금 검성으로 난리 난 게 문제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자자, 점프로 입던하죠! 상층 고고씽! 입. 던!”
전국건강협회를 선두로 찬성 일행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가는 계단 중간층에 있는 은은한 푸른빛의 벽을 지나가자 입장했음을 표시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을 보며 그들은 던전에 돌입했다.
[시스템-‘던전:수웨라 남작 저택-상층’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인스턴스 던전은 앞으로 5시간 동안 귀속됩니다.]때댕! 때댕! 때대대댕!
“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시스템-당신들은 저택의 감시 마법에 감지되었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많은 병력이 몰려올 것입니다. 신속히 임무를 마치십시오. 아니면 죽음이 당신을 맞이할 겁니다.]던전에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봄과 동시에 종소리로 된 경보가 울리고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면서 긴장감을 부추겼다.
그와 동시에 찬성 일행이 들어왔던 아래쪽 계단 입구에 갑자기 무거운 소리가 울리면서 철창이 생성되었다.
“헤에~ 이거 도망치지 못한다는 거죠?”
“정답입니다. 그냥 하드 모드면 사실 이건 안 나오는데… 저희가 1번을 선택해서 나오는 거예요.”
“그거 재미있네요.”
싸우다가 실패하면 도망치지 못하고 죽는 설정인데, 찬성은 역으로 불타오르면서 눈을 빛냈다.
현실적 리스크 없이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점도 좋은 것이지만, 그래도 역시 아무런 리스크가 없으면 긴장이 되지 않았다. 특히 처음과 달리 좋은 파티원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한 지금의 찬성은 점점 긴장감이 떨어짐을 느꼈다. 그런데 이런 때에 마침 나타난 ‘불가능’급 하드 요소가 꽤나 반가웠던 것이다.
“저기다! 찾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오는 거냐?”
“오오… 몰려오네요. 하나, 둘, 셋… 다섯? 게다가 궁병이랑 마법사까지? 과연 하드 모드!”
[Lv.25 수웨라 남작가 정예 기사] [Lv.25 수웨라 남작가 정예 병사] [Lv.25 수웨라 남작가 정예 치유사] [Lv.25 수웨라 남작가 정예 궁병] [Lv.25 고용된 마법사]하드 모드라는 이름답게 20레벨대 던전에 맞지 않는 몬스터 숫자와 구성이었는데 탱커, 딜러, 치유사, 마법사, 궁병으로 된 깔끔한 파티 구성이었다. 심지어 선공권이 플레이어에게 있는 것도 아니라 공격해 오는 점, 거기에 시간을 끌면 적 몬스터가 추가되는 것까지 유저들을 압박하는 요소로 가득했다.
[시스템-다음 병력 지원까지 3분 남았습니다.]그나마 유일한 자비라고 해야 할까? 시스템적 압박이라고 해야 할까?
다음 몬스터가 오는 시간이 표시되기까지 해서 유저들에게 긴장감을 더했다.
“치유사, 법사는 제가 먼저 자를게요. 법사 어그로도 제가 먹을게요. 마법 베어 내면 되니까……. 그 기사랑 병사, 궁병 좀 부탁할게요.”
“이젠 설명 안 해도 그냥 척척이시네.”
“그야말로 일취월장. 쿠룩!”
씨앗은 꾸준히 영양을 받으면 싹을 틔우고, 더 시간이 지나면 꽃을 피운다.
사람도 마찬가지. 일주일 전만 해도 게임 생초짜였던 찬성은 이제 어느 정도 게임의 구조, 파티의 구성, 클래스의 역할에 대해서 철저히 이해하면서 배운 상태였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체화하여 숙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찬성의 센스가 더해져 자신만의 플레이가 점점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질주… 흡!”
꽤 좁은 복도에서 이루어질 싸움이었지만 찬성은 바닥을 뛰어올라 벽을 타고서 그대로 기사와 병사를 지나쳐 후방으로 도약해서 넘어갔다.
기사와 병사는 자신들을 넘어가는 찬성에게 어그로가 끌리려 했지만 딱 맞춰서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이 궁병에게 도발을 넣어 흐름을 끊었다. 거기에 더해 각자 자신의 스킬로 끌어들여서 찬성이 혼자서 마법사, 치유사를 상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좋아!”
“쿠룩! 됐다!”
“치유의…….”
“더블 슬래시.”
착지하자마자 치유사를 노리고 정확하게 목을 두 번 베어 나가는 찬성. 게임을 제대로 익히기 전이었다면 한 번만 휘두르고 궤도를 수정했겠지만 이젠 ‘게임의 법칙’을 배웠기에 데미지를 넣는 것을 철저히 할 수 있었다.
“파이어…….”
“검기 제어!”
“…볼트!”
펑!
치유사가 발악으로 휘두르는 지팡이를 피하는 사이 측면에서 마법사가 시전한 파이어 볼트를 칼같이 검기 제어를 활성화해서 베어 낸 찬성. 곧바로 공격을 이어 가며 무자비하게 데미지를 누적시켜 나갔다.
같이 파티한 시간이 꽤 되어서 호흡이 이젠 착착 맞는 그들은 약 2분여 만에 다섯 몬스터를 전멸시켰고, 숨을 돌리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휴우~ 아직 1분이나 남았어요.”
“순조롭게 될 줄은 알았지만… 너무 잘되는데?”
“쿠룩, 찬성 님 실력이 쭉쭉 늘어서 그래. 재능도 재능이지만 지식, 경험 다 뉴비 이상으로 쌓았으니까. 진짜… 말도 안 되네.”
“지지직… 감탄하는 건 좋지만, 얼른 이동하죠. 수웨라 남작 처치 퀘스트는 여기 몰려오는 거 외에도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엄청 많아서 빡빡하니까요.”
끄덕.
다들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에 동의하듯 빠르게 움직였다.
이 던전은 오직 퀘스트 목표인 수웨라 남작을 처치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데, 3분마다 계속해서 몬스터가 몰려오므로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다들 성장한 찬성의 기량을 보고 있자니 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할 거란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그나저나 찬성 님은 나중에 뭘 하시려나?”
“쿠룩, 갑자기 무슨 말이냐?”
“솔직히 딱 봐도 각이 나오지 않냐? 게다가 나이도 꽤 어려 보이고, 커스터마이징 안 한 외모도 저렇게 좋은데, 프로게이머를 하든 스트리머를 하든 대박 날 것 같은데…….”
“쿠룩, 이야기를 대강 파악해 보면 친인척 누님이 게임을 도와준다고 했고, 영상도 찍어 가니까… 쿠룩, 뭐든 하겠지. 아니, 이미 영상으로 벌써 난리가 날 정도니 말 다 했지. 길드는 물론 프로 게임단까지 찬성 님 찾으려고 난리더만…….”
소식만 보면 지금 같이 파티를 하고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둘이었지만, 이건 엄연히 현실이었다.
일부만 뿌려진 영상과 각종 소식이 와전되고 과장되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상황. 이제 레벨 업을 좀 더 해서 실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땐 아마 순식간에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동굴에 고여서 떨어지는 물에 바위도 뚫린다는 것을 아는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꾸준하고 지속적인 무언가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격언으로 자주 쓰이는 문구였다.
하나 그것은 꼭 좋은 노력과 행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나쁜 행동과 언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수식이라는 게 문제였다.
“하아~ 인간들이 진짜! 적당히 해야지! 그만 좀 찾으란 말이야! 대단한 건 알겠지만, 안 가르쳐 준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건데?”
콰아앙!
최민희는 잔뜩 분개한 얼굴로 책상을 후려치면서 짜증을 터뜨렸다.
그래, 영상을 퍼뜨려서 찬성의 존재를 알린 것도 자신이고, 그를 감춰 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자기 자신이다.
“후우~ 진짜……! 말 좀 들어 처먹으라고.”
하지만 세상이 무서운 건 아무리 자신이 이렇게 한다고 선을 그어 놔도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 준다는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찬란히 빛나는 별에는 어떤 의도든 간에 사람이 몰려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민희로서는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인 것이었다.
“다른 놈들도 다른 놈인데… 하아아아~ 우리 길드 인간들까지도 난리니! 레이드하는 시간보다 그거 지X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이니……. 하아아~ 대체 얼마나 찾고 싶은 건데! 젠장!”
‘미니 님, 그 검성… 대체 누군가요?’
‘일단 길드 가입부터 시키자니까요.’
‘손도 안 대고 그냥 보기만 할게요. 제발 가입만 시켜요.’
‘시X, 미니멈 누님이 올린 영상 때문에 별 잡것들이 다 물어보잖아요.’
‘그냥 속 시원하게 방송으로 까고 하죠. 레벨 업 방해해 봐야 얼마나 한다고~’
‘아! 검성 그 친구로 대체 뭐 하려고 이렇게 아끼는 겁니까?’
‘솔직히 길드에 민폐 좀 그만…….’
…….
…….
…….
각자는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지만, 한 사람에게 일제히 퍼붓게 되면 그거야말로 언어폭력이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라는 말도 있는데, 일제히 퍼부어지는 언어폭력은 버티고 버티려던 민희의 멘탈을 극도로 깎아 낸 상태였다. 그녀는 이제 게임 접속도 모자라서 인터넷, 메신저도 켜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답은 하나인가?’
결국 멘탈이 깨어질 것 같은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관심에 의해 완전히 망가진 게임 라이프. 너튜브 채널까지 엉망진창이 된 그녀는 결단을 내렸는지 이를 악물고서 마우스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