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약 3개월 전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서비스 초기. 20레벨대에 열리는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불가능에 가까움’이라는 문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덕분에 호승심에 낚인 수많은 유저들 혹은 콘텐츠 욕심을 부리는 스트리머들, 고난이도인 만큼 좋은 아이템이나 히든 피스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도전하는 자들까지. 수많은 도전 멤버들이 이 던전의 하드 모드를 뚫기 위해 달려들곤 했었다.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칭송받았겠지만, 이 ‘수웨라 남작가 상층’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결국 설계 미스니 콘셉트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까 전 목욕탕 집합실에서 보았듯이 아무도 안 가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사실 이 던전의 의의는 고난이도 몬스터를 연속적으로 사냥함으로써 해당 레벨에서 이루기 힘든 빠른 레벨 업과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 유저들의 숙련도 그 자체가 보상이었다.
‘우리도 그 명성은 들어 알고 있지만…….’
‘찬성 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으니 해 보는 거지. 어차피 찬성 님 덕에 들어온 루트고……!’
“병사부터 줄일게요!”
“지지직… 네!”
공략은 우선 정석대로 쫄 처리. 메인 딜러인 찬성이 열심히 검을 휘두르면서 좌우로 퍼져 있는 일반 병사들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남은 기사들과 기사단장 켈럭 크메리안은 전국건강협회와 2인이 맡고, 나머지는 찬성의 몫이었다.
[Lv.24 수웨라 남작가 일반병]“숫자가 많으면 아마… 개별로 약하겠지? 게다가 이름표에 정예도 없어. 그러면 이렇게! 은하검법 2식 ‘성운’!”
쏴아아아!
일단 넓게 퍼진 일반 병사들을 자신 쪽으로 모으기 위해 은하검법 2식 성운을 사용해서 멀리 퍼진 병사들을 유인했다.
그리고 그다음엔 일일이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검으로 공격만 막는 동시에 원형으로 돌면서 예쁘게 일반 병사들이 뭉쳐서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유도한 다음, 타이밍에 맞춰 검을 휘둘렀다.
“은하검법 1식 ‘샛별’!”
빛을 머금은 검이 궤적을 그리며 병사들을 향해 쏟아졌고, 예쁘게 뭉친 10명의 병사들은 그 일격에 모두 쓰러졌다.
그리고 찬성은 곧바로 기사들 쪽으로 달려가서 후방과 급소를 노리고 검을 휘두르며 남은 스킬 ‘더블 슬래시’와 ‘강하게 찌르기’를 사용해서 처리하고, 그제야 본격적으로 켈럭 크메리안을 상대했다.
“지금 갈게요!”
[Lv.30 수웨라 가문 기사단장 켈럭 크메리안(보스 몬스터)]남은 체력:98.74퍼센트
보유 스킬:
기사단의 의지-기사단의 의지로 받는 데미지를 감소시키며 상태 이상에 저항하게 됩니다.
방패 방어술-방패로 방어 시 추가로 방어력 상승.
집결의 명령-병사들을 집결시켜 싸우게 합니다.
폭풍 난무-맹렬한 검술을 펼쳐 적들을 쓰러뜨립니다.
“예! 얼른 오십쇼! 이거 막아 내기 빡셉니다.”
“실력이 제법이구나!”
투카아앙!
찬성은 방패로 힘겹게 기사단장 켈럭 크메리안 경을 상대하는 전국건강협회의 뒤로 가서 검을 휘둘러 본격적으로 데미지를 넣기 시작했다.
이미 근손실보험이 꾸준히 딜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찬성이 딜에 참여하자 빠른 속도로 체력이 감소하는 것이 보였다.
“쿠룩! 파쇄권!”
[남은 체력:97.31퍼센트] [남은 체력:96.58퍼센트]“차아앗!”
[남은 체력:96.25퍼센트] [남은 체력:93.88퍼센트]‘역시 딜량이 남다르군. 예상대로야.’
까아아앙!
전국건강협회는 켈럭 크메리안 경의 검을 막아 내면서 생각했다. 찬성이 공격에 가담하자 체력이 그동안 줄어들던 것과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거… 가능하려나?’
“지지직… 찬성 님! 다음 지원 몬스터 오기까지 5초 남았습니다. 지지직……!”
“네! 그럼 스태미나 조절하면서 미리 준비할게요.”
찬성은 처음에 몰려왔던 기사, 병사, 궁병, 치유사, 마법사 구성의 5인 습격 구성을 떠올렸다. 놈들이 오면 찬성은 이제 여기서 딜하는 것에서 빠지고 놈들을 상대하러 가야 하기에 먼저 몸을 뺐다.
“왔어요. 갈게요! 질주!”
[남은 체력:82.1퍼센트]“쿠룩, 이거 되려나?”
“일단 계속해 봐야지.”
첫 사이클에서 깎인 체력은 약 18퍼센트. 계산상으로 총 여섯 번. 이미 한 번 했으니 앞으로 다섯 번만 이 사이클로 돌면 될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후방에서 달려오는 저 5마리의 몬스터가 변수였다. 찬성이 저 후방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동안에도 보스 몬스터는 계속해서 전국건강협회를 비롯한 파티원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패턴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검을 받아라!”
“젠장! 빠져! 폭풍 난무다! 질주!”
“쿠룩!”
“지지직… 제 쪽으로 오지 마세요! 지금 힐하는 것도 힘들다고요! 지지직……! 광역기 유도는 딴 쪽으로 해 주세요!”
부웅! 붕붕붕!
무서운 바람 소리를 내며 휘둘러지는 검술인 폭풍 난무가 전방을 위협했고, 그동안 세 사람은 데미지를 넣는 건 포기하고 무조건 피해야만 했다.
피하고 나면 그사이 후방을 노려야 했지만, 켈럭 크메리안 경은 왼팔에 방패를 차고 있어서 노출되는 곳은 오직 오른쪽 후방뿐이었다.
“방패 쪽은 스킬이든 뭐든 아예 치지 마! 우린 찬성 님이 아니라서 방어력 무시 없어! 스태미나 낭비야!”
“쿠룩! 알고 있다고! 쿠룩! 제길! 기사단의 의지만 아니었어도 내가 잡기를 걸어 보는 건데! 쿠룩!”
“지지직… 보스에게 잡기가 들어가려면 아마 근력 보정이 더 높아야 한다고 하던데…….”
“저 돌아왔어…….”
“병사들이여! 집결하라! 지금 다들 뭘 하고 있는 거냐?”
후방에서 다가오는 다섯 몬스터를 처치하고 찬성이 돌아온 타이밍. 폭풍 난무를 끝낸 켈럭 크메리안 경은 검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심상치 않은 대사를 큰 소리로 외쳤다.
찬성은 그것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처음에 이 보스 몬스터가 있던 단상 쪽에서 또다시 10명의 병사와 2명의 기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추, 추가 소환? 일단 제가 처리할게요!”
“예.”
“보자. 이러면 시간이…….”
[시스템-다음 웨이브까지 남은 시간 1분 30초…….]새로이 나타난 10명의 병사와 2명의 기사를 상대하러 간 찬성을 확인한 전국건강협회는 시스템 창에 나타난 다음 몬스터 지원 시간을 재 봤다.
찬성이 혼자서 후방에 나타난 놈들을 처리하는 데 거리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약 1분 30초, 그리고 처음에 병사 10명과 기사 둘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분 15초, 3분마다 또다시 한 파티분의 몬스터가 따라오니 그사이 찬성이 데미지 딜링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15초, 심지어 그것도 약 5초는 ‘스태미나’라는 자원을 아껴야 해서 딜링이 떨어진다.
‘하지만 찬성 님 딜이 좋아서 처음에 18퍼센트를 깎았고… 사이사이에 우리가 딜 넣고 다음에 찬성 님이 또 오면 대략 한 사이클에 20퍼센트 정도는 깎을 수 있어. 그럼 앞으로 약 네 번 정도만 반복하면 된다는 건데, 문제는!’
“지지직… 하급 치유.”
‘나랑 살덩이 님이 앞으로 네 번 사이클, 시간으론 약 12분간 버틸 수 있냐는 거지. 제길! 내 방어 스킬, 그리고 살덩이 님 마력을 생각하면…….’
12분. 짧지만 실시간으로 전투하는 이들에겐 너무나 아득하고 먼 시간이었다.
전국건강협회는 그래도 확실히 로열 가드 트리를 타기 위한 창병이고, 아이템 세팅도 괜찮아서 버틸 수 있었지만 치유사 쪽인 살덩이는나약하다가 걱정이었다. 강철 신의 종파라서 물리 버프가 좋은 반면 치유 성능과 관련 패시브가 빈약한 그가 18분 동안 버텨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었다.
“살덩이 님! 앞으로 12분간 힐 버텨집니까? 솔직하게! 기탄없이!”
“지지직… 절대 못 버팁니다! 소모품 다 써도 무리입니다.”
깔끔하게 대답하는 것을 듣고 전국건강협회는 지체 없이 그럼 다른 조건 쪽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 근손실보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잉여 오크, 넌 그럼 딜을 더 못 올리냐?”
“나도 이게 한계다! 쿠룩!”
“좋아. 솔직해서 좋네요. 이거 이대론 못 잡을 것 같네요. 그러니 찬성 님에게 설명해 드리고 난 다음에 전멸할지 결정하죠.”
끄덕.
전국건강협회의 말에 둘은 아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감정적이 아니라 냉정한 계산에서 나온 ‘각’. 찬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부족한 것이고, 4인이서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인 이 던전에서 클리어 각을 잡은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전국건강협회였다.
어쨌든 빨리 파티 전멸 사인을 내기 위해 한 손으로 방어하며 한창 싸우는 찬성을 향해 외쳤다.
“찬성 님, 이거 못 잡아요. 애먼 데 힘써서 무기 내구도 빼지 마시고, 전멸하고 임무 선택지를 새로 고르죠.”
“네? 왜요?”
“지금 계산상으로 앞으로 네 번가량 더 버티면서 싸워야 하는데, 찬성 님은 그렇다 쳐도 저희가 거기까지 못 버틸 것 같아요.”
“그럼 버티려면… 제가 데미지를 올려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되긴 하지만… 올릴 수 있습니까? 지금 찬성 님도 분명 한계이지 않나요? 으아아! 폭풍 난무다! 피해!”
‘음, 상황이… 그러니까~’
찬성은 쓰러진 수웨라 남작가 기사를 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보스인 켈럭 크메리안 경을 향해 달려가며 현 상황을 재정립하기 위해서 UI의 타이머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남은 시간 약 15초. 지원 몬스터가 나오기 약 5초 전쯤에 미리 움직여야 지원 들어오는 치유사와 마법사, 궁병을 끊을 수 있으니 실제 딜 시간은 10초가량뿐. 여기서 들어가는 데미지량을 올려야만 하는 게 과제라는 걸 확실히 파악했다.
“죽어라! 침입자 놈들!”
‘은하검법 1식, 2식 모두 쿨 타임, 거기에 강하게 찌르기, 더블 슬래시도 방금 기사 처리하는 데 다 써서 가진 스킬이 0. 지금 이 10초… 동안의 데미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네.’
“후우우… 스으읍!”
보스 켈럭 크메리안 경 앞에 다다른 찬성은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다음 호흡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을 집중시켜 지금 자신과 일체되어 있는 이 게임 속 아바타 육체의 모든 걸 읽어 냈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가 끝난 순간, 그대로 눈을 뜨며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비검(秘劍)을 해방했다.
[파성검각(破星劍刻) 비검(秘劍)-사성절(四星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