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6
76화.
그리고 검의 폭풍이 사그라졌을 때, 찬성은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서 켈럭 크메리안 경을 향해 검을 맞대고 있었다.
“후우~ 이게 막아지네.”
아무리 검성의 경지가 ‘막기만’ 하면 데미지를 막아 준다고 하지만, 죽으라고 휘두르는 즉사 패턴을 모조리 ‘막아 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기, 여러분! 이거 막아 보니까! 검 공격 맞아요!”
“네. 막으면 검 공격이죠. 막을 수 있으라고 만든 공격은 아닌 것 같지만…….”
“쿠룩, 대체 저분은 어디까지 상식을 파괴하는 거지? 쿠룩… 밖에다 말하면 이거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은데? 매드 무비 찍으면 지리겠다.”
“지지직… 이미 저건 매드 무……! 그보다 건강 님! 지지직! 건강 님, 죽어요! 방패 들고 탱하세요! 하급 치유!”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탓인지 자신이 할 일을 순간 잊어버린 셋은 멍때리다 깎여 버린 체력을 보고 놀라서 복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겨우 살았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즉사 패턴까지 검으로 돌파한 찬성은 그대로 켈럭 크메리안 경을 마무리했다.
“잡았… 어?”
“큭! 그만! 알았다. 나의 패배다! 전투 중지! 전투 중지하라!”
[Lv.30 수웨라 가문 기사단장 켈럭 크메리안(보스 몬스터)]남은 체력:0.1퍼센트
상태:탈진, 무적
“이거 왜 안 죽…….”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특정 퀘스트와 스토리 진행을 위해 NPC를 죽지 않게 설정하는 것에 익숙할 터였다.
반면 아직 이런 종류의 이벤트를 겪어 보지 않은 게임 초보인 찬성은 체력 0.1퍼센트가 남은 채로 죽지 않은 보스를 보고 당황해 무심코 삿대질을 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눈앞에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올라오자 말문이 막혔다.
[시스템-당신은 ‘보스:켈럭 크메리안 경’을 쓰러뜨렸습니다.] [시스템-당신은 24레벨이 되었습니다.] [시스템-‘업적:불가능? 나는 가능하다(조건: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에서 보스 쓰러뜨리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으로 ‘칭호:불가능을 극복해 본 자’를 얻으셨습니다.] [시스템-‘업적:천 번을 막으면 길이 보인다(조건:검성의 경지로 데미지 0으로 막기 1,000회 달성)’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으로 ‘칭호:얼마든지 와라!’와 ‘소속:검의 사원’의 우호도가 상승합니다.] [시스템-‘소속:검의 사원’의 우호도가 2단계가 되었습니다.] [시스템-‘업적:기사단장 죽이기(조건:켈럭 크메리안 경 쓰러뜨리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으로 ‘아바타:수웨라 가문 기사단 갑주 세트’가 우편함으로 보내집니다.]“이걸 진짜로 잡네. 물론 기대하긴 했지만… 마지막은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튼 오… 업적으로 주는 아바타 꽤 멋있네요. 흠흠…….”
“쿠룩, 난 오크 아바타를 입어서 못 입어. 아무튼 이걸 원트에 깨 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네. 쿠룩.”
“지지직… 지금 저렇게 허둥대는 걸 보면 완전 초보인데 말이죠.”
찬성은 주르륵 올라온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하느라 분주한 상태였다.
이제는 게임을 진심으로 배우기 위해 물어보지 않고 영수증처럼 올라온 시스템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직접 뜻을 알아보고 해석하고 있다.
‘보자. 일단 0.1퍼센트 남은 상태로 죽지 않았지만 잡은 걸로 클리어된 거고… 보상을 보면 칭호는… 아, 이름… 아니, 아이디를 치장하는 거구나. 하지만 나는 정보 비공개로 하고 다니니까 문제없고, 아바타는… 오!’
철그럭!
찬성은 우편함을 열어서 ‘수웨라 가문 기사단 갑주 세트’ 아바타를 받아 착용했다.
그러자 지금 눈앞에서 켈럭 크메리안 경이 입은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차이점이라면 미묘하게 투구 위에 달린 술이 적거나 갑옷 가슴판의 장식이 몇 개 빠진 정도뿐 그 외에는 완전히 같은 모습이었는데, 찬성은 거의 전신을 다 가리는 이 갑주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갑갑하네. 하지만… 오! 다 입으면 세트 옵션은 있네?’
[(희귀)아바타:수웨라 가문 기사단 갑주]*세트 옵션(수웨라 가문 기사단 8/8)
8세트:이걸 입은 당신은 수웨라 가문의 일원으로 인식이 되어 자유롭게 수웨라 가문을 오가며, 수웨라 영지에 있는 모든 시설과 NPC들에게 최대한 존중받게 됩니다.
“오… 이거 전에 지하 수로에서 얻은 군복과 같은 개념이네요?”
“예스. 정답입니다, 찬성 님. 보다시피 저희도 입었죠.”
“전신을 다 가리는 게 좋네요.”
“나는 힘이 낮아져서 별로지만…….”
찬성이 이리저리 아바타 옵션을 보는 사이, 다른 파티원들도 모두 ‘수웨라 가문 기사단 갑주 세트’를 착용하여 똑같은 차림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당연하게도 이 아바타가 이다음을 편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입은 것이다.
“자자, 아무튼 보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죠. 역시 보스전의 꽃은 바로 이 드롭 아이템이지 않겠습니까?”
“쿠룩, 그러고 보니 하드 모드니까 더 좋은 아이템을 주겠군.”
“…근손실 님, 지금 오크 아바타 안 입고 있는데요?”
“바로 확인해 보죠.”
[드롭 아이템 목록](영웅)크메리안 가문의 보검 ‘폭풍’
(희귀)제국산 강철 방패
(희귀)정화된 이교도의 로브
“오오! 영웅 등급이다!”
“어? 왜 3개나 드롭하죠? 저희 4명이라서 2개만 나오지 않나요?”
“하드 모드는 드롭 아이템을 한 개 더 줍니다. 어려운 만큼 보상이 있는 거죠.”
“아무튼 영웅 등급 검! 축하드려요. 찬성 님, 드세요.”
애초부터 찬성의 초월적 무력이 아니었으면 깨지도 못했을 보스였다.
게다가 어차피 ‘검’을 주 무기로 쓰는 사람은 여기서 찬성뿐이었기에 이견 없이 ‘검’은 찬성에게 양보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무기 바꾸네요.”
새로 득템한 덕분에 드디어 10레벨 때 받아서 24레벨인 지금까지 쓰인 ‘(영웅)꺼져 가는 별의 검’이 퇴역했다.
“그동안 우리는 분배하고 있을게요. 보자. 방패는 뭐… 나 먹으면 되고, 로브는 우리 살덩이 님뿐이잖아. 바로바로 딱딱 넘기면 끝이네.”
같이 나온 다른 아이템들도 딱 정해진 클래스만 낄 수 있는 것들이라서 별도의 분란이나 경쟁 없이 깔끔하게 나뉘었다.
“자자, 영웅 등급 옵션 어떻게 나왔는지 보여 주세요, 찬성 님.”
“네. 잠시만요. 보자.”
[(영웅)크메리안 가문의 보검 ‘폭풍’]데미지:12~32
고유 옵션:폭풍 난무(1성) 사용 가능, 쿨 다운 15분
옵션:내구도 강화, 모든 스테이터스 3퍼센트 상승
부위:한 손
“고유 옵션?”
“예. 특수한 아이템에 붙는 고유한 기능입니다. 아까 전 보스가 쓰던 폭풍 난무를 쓰게 해 주죠. 하지만 쿨 타임이 15분입니다. 예, 그냥 예능이죠.”
“예? 즉사기라면서요.”
“플레이어블이 되면… 자연스럽게 약화 버전으로 주죠. 안 그러면 게임 밸런스가 망가지니까요.”
그 말대로 보스 몬스터가 준 장비로 보스 몬스터의 스킬을 쓰는 로망을 실현하되, 그 위력을 그대로 줄 수 없으니 당연히 약화 버전으로 준 것이었다.
“그래도 광역기 하나 더 생긴 거니까 나쁘진 않죠. 잘 쓰면 좋습니다.”
“그보다 부가 옵션이… 랜덤 옵션들 중에서 제일 안 좋은 게 떴네요. 쩝…….”
“네?”
“말 그대로 아이템에 랜덤으로 붙는 옵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같은 그… 영웅 등급 검이라고 해도 파밍할 때마다 랜덤으로 옵션 2~3개가 정해지거든요. 찬성 님이 드신 건 그중에서 최악의 옵션입니다.”
‘올 스탯 상승’과 ‘내구도 강화’. 직접적인 스펙 상승이 가장 적은 ‘올 스테이터스 상승’ 옵션, 거기에 기껏해야 좀 더 오래 쓸 수 있게 해 주는 내구도 강화가 자리를 차지한, 일반적 인식으로 봐도 안 좋은 옵션이었다.
“으음, 전 좋은데요.”
“뭐, 찬성 님은 존재 자체가 이레귤러니까… 일반적인 게이머와 법칙이 다르지만요. 아무튼 아이템 배분 끝났고, 검을 바꿔 착용하셨으면 얼른 가죠.”
“아, 잠시만요. 새 검을 얻었으니…….”
찬성은 새로이 바꾼 검을 들어 보며 손에 잡히는 느낌, 휘두를 때의 간격, 그다음 ‘폭풍 난무’가 어떤 것인지 직접 확인했다.
“그러니까 시전하는 게… 시전 메뉴에 올리고, 폭풍 난무! 어?”
그 순간 찬성은 자신의 몸이 마치 실에 묶인 인형처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의지와 달리 몸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켈럭 크메리안 경이 쓸 때보다 작은 범위지만, 검기의 난무가 곧바로 시전이 되었다.
“흠, 이런 거구나. 썩 마음에 드는 고유 옵션은 아니네요. 멋대로 움직이는 동안 자세를 바꾸지 못해서 말이죠.”
“게이머의 시점이 아닌 검사의 시점에선 그런가 보네요. 아무튼 가죠. 퀘스트 진행해야죠.”
검에 대한 테스트를 대강 끝낸 찬성과 일행은 계속해서 저택 상층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는 수웨라 가문 기사단 갑주 아바타를 입고 있어서인지 수웨라 가문의 병사나 기사들은 일절 공격을 하지 않고 오히려 경례를 했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쉬어.”
능숙하게 받아 주는 전국건강협회. 그의 모습을 보며 찬성 일행은 긴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하나 더 올라가 저택 최상층에 도달했다.
“멈춰라. 너희는 수웨라 가문의 기사들인 것 같은데… 무슨 용무지?”
‘오… 검은 갑옷. 설마?’
최상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엔 수웨라 가문의 기사들이 아닌 존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회색빛과 검은빛으로 된 갑옷을 입은 베른카 제국 기사들이었다.
“남작님의 기사인 저희가 남작님을 뵈러 가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까?”
“우린 이미 기사단장인 크메리안 경과 이야기했다. 크메리안 경이 아닌 이상 이곳을 지나갈 순 없다고 말이지. 본인이 직접 오라고 해라.”
“…아, 예. 알겠습니다.”
전국건강협회는 그냥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자 파티원들에게 일단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역시 제국 기사들에겐 이 아바타는 안 통하네요.”
“그냥 잡으면 되지 않나요? 새 장비도 얻었겠다, 순식간에 잡을 것 같은데…….”
“뭐, 찬성 님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만… 후, 일단 플레이 타임 아까우니 여기서 다 같이 게임 종료하고, 밖에서 채팅방을 만들어서 이야기 좀 하죠.”
찬성의 눈에 의문이 맺혔다.
그는 의문 어린 시선을 전국건강협회에게 던졌지만, 그를 포함해서 다른 이들 모두 중요한 이야기를 할 눈치였기에 굳이 묻지 않고 로그아웃했다.
“…음, 무슨 일이지? 후우~ 읏챠!”
캡슐에서 나온 찬성은 그대로 몸을 놀려서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채팅창 어플을 열었다.
[전국건강협회:자, 다 게임에서 나오셨나요? 그러면 1 눌러 주시고, 제가 드린 링크 사이트로 채팅창 넘어와 주세요.]“…뭐지? 무슨 비밀 작전이라도 꾸미나?”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전국건강협회의 말을 따르고자 채팅창에 1을 누르고 채팅을 쓴 다음 그가 준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채팅에 사용할 닉네임을 입력해 주십시오.] […….]“이것도… 채팅방이네?”
별도의 채팅방 어플리케이션.
이미 인게임과 연동된 채팅방을 쓰고 있는데 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찬성은 아이디를 써 넣고 다른 팀원들을 기다렸다.
[전국건강협회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근손실보험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살덩이는나약해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채팅방 인원:4] [전국건강협회:자, 다 나오셔서 모인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말하죠. 주제는 그러니까… 찬성 님이 이번 보스전에서 펼친 검술에 대한 겁니다.]‘내 검술?’
찬성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면서 곧바로 질문을 돌려주기 위해 채팅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