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지금으로선 딱히 뭘 해 줄 게 없어. 그냥 적당히 ‘게임사’에 들키지 않을 정도로 ‘비검’을 쓰거나 아예 안 쓰는 거지.”
“그럼 중요할 때 외에는 쓰면 안 되겠네요. 그 외에 주의할 건요?”
“일단 레벨 업, 그리고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거겠지? 비공개 설정이라곤 해도… 지금 네 영상, 인터넷상으로 엄청 퍼져서 너 찾으려고 난리니까 아마 버릇이나 모양으로 찾으려고 할 거야.”
“네! 조심할게요.”
“그래그래. 사실 네가 이미 다른 게임을 즐기거나 관련 지식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넌 게이머로서 지금밖에 없는 순간을 누리고 있으니까……. 아무튼 제대로 즐겁게 하렴.”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그러고 보니 켈럭 크메리안 경인가? 그 보스에게서 영웅급 무기 나왔거든요? 보실래요?”
“어머, 그래? 그거 잘 안 나오는 건데? 부가 옵션은 뭐 떴는데? 좋은 거 떴니?”
“올 스탯이랑…….”
민희의 조언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방금 얻은 아이템에 대한 대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때, 이미 찬성은 점점 이 게임을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이첸성, 브루탈 길드 본거지.
“그러니까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거지?”
“예. 애들 풀어서 레벨 업 지역 및 수웨라성, 이첸성 및 주변 성에 현상금까지 쫙 걸었는데 목격 정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놈들이 사기 치려고 하는 수작만 늘어났습니다. 에휴~”
탐식의망치는 길드장 야만의몽둥이에게 보고를 하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망할 검성 유저의 수색을 위해 길드원들을 통해서 이곳저곳 수소문하고, 몇몇은 20레벨대 주요 사냥터를 쥐 잡듯이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고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시공 길드에 있는 저희 쪽 놈도 그렇고, 다른 길드나 커뮤니티도 계속 눈팅 중인데, 저언혀 소식이 없습니다.”
“하여간 그놈의 비공개 설정은 대체 뭣 하러 만들어 가지고!”
“찐 RP 유저들 때문에 만든 거라곤 하지만… 영 안 좋은 수단으로 쓰이는 거죠.”
RP. 리얼 플레이의 약자로 좀 더 몰입감과 현실감 있는 게임 플레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핑계는 그거랑 외국의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그렇다고 대긴 하는데, 사실은 유저끼리 분쟁 만들려는 거지만요.”
“그래, 그렇지. 그나저나 커뮤니티 반응은?”
“여전히 누군지 모르겠다고 떠들긴 하는데, 화력이 많이 죽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췄으니 장작이 떨어진 거죠. 그나마 최초에 영상을 배포하던 화신 길드의 길드원도 50레벨 캐릭터를 아예 삭제해 버리고, 너튜브 채널도 닫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아주 지독하게 감추는군. 대체 뭐지? 그놈은?”
“아무튼 그래서 모든 흔적이 끊겨서… 추적하는 건 사실상 무리입니다. 정보 비공개 모드로 솔로잉으로 조용히 플레이하는 놈을 잡을 방도가 없죠.”
흔적을 잡으려면 뭐라도 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단서라곤 그 검성 놈을 찍은 동영상과 싸웠던 이들이 가진 데이터 로그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개인의 정보는 비공개, 외양은 아바타나 아이템 혹은 돈 좀 써서 외모를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기에 인상착의는 아예 의미조차 없다.
오로지 확실한 것은 놈이 ‘검성’ 클래스라는 것뿐. 추적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번거롭지만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지.”
“네? 어떻게요? 화신 길드라면… 아마 거기도 지금 뒤통수 맞고 개빡쳐서 손잡거나 뭘 물어보기 힘들 건데요?”
“아니, 거기 말고~ 너도 아는 곳이 있지 않냐? 모든 게이머의 정보에 대해서 알고, 관리하는 곳 말이야.”
“D.E사요? 하지만 회사가 알려 줄까요?”
당연하게도 게임을 서비스하는 D.E사에는 모든 정보가 있을 테지만 특정 유저 개인의 정보를 알려 달라고 알려 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냥 알려 달라고 안 하지! 멍청아! 내가 그 정도로 빡통으로 보이냐?”
“아, 아닙니다, 형님. 그러면 뭔가 연줄이라도?”
“그런 게 있겠냐? 그런 건 세계 100대 길드나 되어야 논할 수 있는 레벨이야.”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고객 문의다.”
“…….”
기껏 방안이랍시고 나온 게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고객 문의’라니. 듣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어진 탐식의망치였다.
“형님, 제가 아는 좋은 의사분 소개시켜 드릴 테니 거기 한번 가 보시는 게…….”
“아니, 이 빡통아! 생각을 해! 한두 명이 문의를 넣으면 당연히 이건 무슨 개소리지? 하고 무시하겠지. 하지만 백 명, 천 명, 만 명이 동시에 넣으면? 그리고 대형 길드에 연계된 너튜브에서 떠들어서 여론 만들면?”
“오오……! D.E사에 압박을 넣는 방법이군요.”
“그래, 이 빡통 자식아! 이제 알았냐?”
“네! 형님!”
탐식의망치는 순수하게 야만의몽둥이가 세운 방안에 감탄했다.
이른바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
지금 시대는 게임사가 멋대로 게임을 주무르다가 실패하거나 고객인 유저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다수의 유저들이 힘을 합쳐 대항할 수 있게 된 시대였다.
“근데… D.E사는 그 악명 높은 N사도 작살낸 곳인데, 될까요?”
“반대로 작살냈으니 된 거지. N사 합병하고 모든 저작권 인수하면서 한 일이 뭔지 아냐? 그 악명 높은 L시리즈랑 B시리즈 관련 자료들 싹 다 폐기시키는 거였어.”
“그거야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죠. 진짜 놀랐다니까요. 처음엔 다들 와! L시리즈를 풀다이브로 만들려고 하나? 하면서 놀랐잖아요. 근데 그런 통수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죠.”
국내 최대, 아니 세계 최고의 게임사가 된 D.E사가 거액을 들여 N사를 삼켜서 한 레전드 사건.
거액을 들여 인수한 회사가 가진 자료를 폐기 처리와 봉인해 버린 것은 지금도 수많은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적인 이야기였다.
“대신 그거 한 방으로 D.E사는 세계에 유례없는 ‘게임사다운 게임사’라는 이미지를 얻어 버렸고, 지금도 신뢰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
“그렇죠. 가상현실이라 이 게임, 작업장이 없는 것도 좋지만 그 외에도 디렉터가 쇼하면서 엄청 갓회사인 척 오지게 하잖아요.”
“그래, 바로 그걸 노린 거지. 아무튼 그렇게 착해 빠진 척하는 D.E사인 만큼 무시할 수 없을 거다. 다만 이제 이걸 어떻게 논란거리로 만드느냐 하는 건데… 방법은 둘째 치고 쪽수가 필요한데 말이지.”
이곳 브루탈 길드의 규모로는 논란의 ‘논’ 자도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논란 같은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큰 세력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일단 화신 길드가 있으니 연락 넣어 보자. 그리고 검성에 대해 찾는 길드 여기저기에 이 방안에 대해서 메일 보내고, 또 너튜버들 메일로도 보내면 좋겠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예, 당장 하죠, 형님.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좋아. 그럼 어디… D.E사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확실한 정체는 아니어도 대략 윤곽 정도는 나오겠지.”
직접적인 정체를 공개해 달라는 건 역시 불가능할지라도 그놈이 정상적인 유저인지 아닌지, 실존하는 놈인지 파악만 돼도 충분했다.
‘아무튼 이렇게 하면 그놈은 X 된 거나 마찬가지이지.’
어찌 되었든 간에 이렇게 되면 그놈은 평범하게 게임하기는 힘들게 될 것이다.
대형 길드와 기업 길드의 영입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마 피 말리게 될 거고, 그때쯤이면 어떻게든 정체가 드러날 거니 그다음에 복수를 해도 된다.
‘지금은 이 정도 엿 먹이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어느 놈인지 밝혀지면 대형 길드나 기업 길드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조져 버려 주마.’
으득!
방침이 정해지고, 복수의 의지를 다진 야만의몽둥이는 캐릭터를 움직였다.
다시금 3차 전직을 위한 레벨 업을 하러 사냥터가 있는 마을로 향하는 순간 이동 스크롤을 사용하여 길드 본부에서 사라진 것이다.
***
수웨라 남작가 상층 던전 입구.
논의와 휴식을 마친 뒤, 찬성 일행이 재접속하자마자 모인 곳은 계단 아래가 아니라 맨 처음 들어온 상층 던전 입구였다.
“어라? 왜 다시 여기죠?”
“별거 아닙니다. 그냥 플레이어가 이상한 위치에서 갑자기 종료했거나 천재지변으로 접속이 끊기는 경우가 있으니 그걸 우려해서 접속 종료가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던전 입구로 복귀하는 겁니다.”
“어차피 저희는 지금 수웨라 가문 기사 갑주 아바타를 다 입은 상태라서 공격 안 받으니 쭉쭉 가면 됩니다. 얼른 가죠.”
“애초에 귀속 시간도 안 지났지만요.”
그렇게 입구로 돌아왔지만 다시 싸울 일은 없어서 평화롭게 왔던 길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방침은 정하셨습니까?”
“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조용히 레벨 업 하기로 했어요. 자제하면서 말이죠.”
“오오~ 그렇군요.”
‘비검’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의견 교환을 했고, 찬성은 일단 그것을 ‘비장의 수’로 아끼고서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자, 그럼 다시 왔군요. 돌파해 볼까요? 가죠!”
“예!”
계단에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인 던전 공략을 다시 시작하는 찬성 일행이었다.
위에 있는 Lv.28 베른카 제국 기사들은 역시나 레벨에 비해서 압도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파티엔 찬성이라는 이레귤러가 존재했다.
“더블 슬래시!”
[시스템-당신의 ‘더블 슬래시’로 Lv.28 베른카 제국 기사가 109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어라? 디, 딜이 왜 이렇지? 급소 안 들어갔는데?”
급소에도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100이 넘는 데미지에 찬성은 순간 깜짝 놀랐다.
“원래 무기를 바꾸면 데미지가 늘어나는 게 바로 보입니다.”
“쿠룩, 그래서 무기 값이 장비 중 가장 비싸고, 인기가 많죠. 다른 모든 부위는 각각 변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하면서 체감이 되는데, 쿠룩! 무기는 바꾸자마자 체감이 되거든요.”
“오오… 잡았다!”
감탄하면서도 찬성은 계속 검을 휘둘러서 Lv.28 베른카 제국 기사들을 마무리했다.
랜덤 부가 옵션이 구리긴 해도, 역시 적정 레벨 영웅 등급은 명불허전이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Lv.28 베른카 제국 기사들을 쓰러뜨리며 위층 내부에 있는 보스 방에 도달하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바쁘다, 바빠. 휴우~ 일이 전혀 줄지 않는군. 승인. 그리고 이 안건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산더미 같은 서류의 기둥 사이에서 무언가 쓰고, 도장을 찍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었다.
[Lv.30 에스커 수웨라 남작(보스 몬스터)]동시에 그의 머리에 반투명한 창과 함께 이름이 떠 자연스럽게 누구인지를 알려 주었다.
찬성을 제외한 일행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찬성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가만히 있었다.
“오오오, 이번엔 안 뛰어드시네요?”
“쿠룩, 우리 찬성 님이… 드디어 하나 더 배우셨군요. 쿠룩!”
“지지직… 사람은 성장한다. 감동적인 일이야.”
“…….”
그동안의 행실이 있었기에 뭐라 반박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조금… 아주 쪼끔! 기분이 나쁜 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