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아무튼…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 한번 말 걸어 보세요. 일로 바빠 보이잖아요.”
“예. 저기… 실례합니다.”
“음? 뭐지? 너희는… 아, 그런가? 용감한 모험가님들이 드디어 날 잡으러 납셨군.”
툭.
찬성이 말을 걸자 한창 일하고 있던 수웨라 남작은 펜을 놓고 책을 덮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찾아온 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제국과 손잡은 사악한 귀족을 잡으러 온 기분이 어떤가? 자신들이 정의의 편이라 굳게 믿고 있고, 이 일을 해결하면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영웅의 길로 향하겠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쉿, 이런 건 들어 주는 게 매너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매정하지. 들어 보겠나?”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이야기를 들을까?]수웨라 남작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보인다.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선택 조건:
1.이야기를 듣는다.
2.문답무용으로 싸운다.
*파티를 맺고 있으므로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됩니다.
“으음… 어떻게 할까요?”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그냥 하고 싶으신 거 하시면 됩니다만, 역시 초보라면 스토리를 좀 더 파고드는 게 좋죠.”
“그럼 1번으로 갈게요.”
찬성의 선택에 따라 다들 1번으로 선택지를 맞춰 주었고, 수웨라 남작은 선택지에 따라서 곧바로 말을 이어 갔다.
“그래, 그것참 좋은 태도군. 자신의 정의가 무너지더라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태도이니 말이야. 이 수웨라 영지는 알다시피 서쪽의 제국을 견제하는 전선의 영지 중 하나일세. 그리고…….”
설명이 이어지면서 자동으로 찬성 일행의 눈앞엔 새로운 창이 열렸다.
이어서 지도가 뜨면서 말만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플레이어들을 위해 영상이 재생되었다.
“국경의 수비에게는 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지. 그러면 막대한 재보가 들어가는 것은 필연. 한데 중앙 놈들은… 우리의 노고와 영지의 특성은 생각하지 않고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데 바빠서 계속해서 세금만 더 거둬 가려고 들지.”
수웨라 남작의 말과 동시에 눈앞에 뜬 화면에는 화려한 파티와 연회를 벌이는 왕국 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베른카 제국이라는 거대한 세력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파티였다.
바깥의 군인들이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귀족들은 술판이라니…….
도저히 제정신이 박힌 나라로 보이지 않았다.
『부어라. 마셔라! 하하핫!』
『왕국은 영원하리!』
『아이고, 귀여운 것. 오늘 내 방으로 와라. 흐흐흐, 뜨거운 밤을 보내자꾸나.』
…….
…….
…….
“베른카 제국과의 분쟁으로 우리 영지의 백성들은 나날이 희생되고 있는데, 그따위 짓거리를 위해 세수를 늘리라고 하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었지.”
“와… 세상에.”
중앙의 사치로 인한 높은 세금으로 인해 아무리 일해도 윤택해지지 않는 삶.
거기에 더해 적국인 제국은 지속적인 무력 분쟁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납치해서 인체 실험까지 저질렀다.
“나는 엄연히 이 영지의 영주일세. 나는 귀족으로서 백성들을 지키고 이끌어 나가기로 신께 맹세를 했지. 자, 그럼 말해 보게. 이런 상황에서 백성의 괴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지옥 같은 상황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영주로서 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중앙 놈들은 일개 지방 남작인 내 말을 들어 먹을 리가 없지. 하나 제국은 내 말을 들어줄 메리트가 있지. 나는 당연한 선택을 한 것일세.”
“어우~ 이, 이러면 어쩌죠? 이 남작님도 좋은 사람인데요?”
‘완전 몰입하셨구먼.’
‘그냥 게임 스토리를 해도 몰입할 판인데… 이렇게 리얼하게 하니 말이지.’
‘그야 이 월드 아카는 기존의 가상현실 게임과 다르게 철저히 플레이어의 재미 중심이니…….’
초기 가상현실 게임들은 무조건 ‘가상현실의 구현과 얼마나 리얼한가.’가 중심이었지만,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는 얼마나 플레이어들을 몰입시키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비중을 높여 가는 축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지. 왕국의 입장에선 배신한 거지만… 먼저 배신한 건 놈들이지. 내 백성과 영지를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네.”
“저기… 진짜 어쩌죠?”
“자, 용감한 모험가들이여…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띠링!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수웨라 남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야기를 들어 본 바에 의하면 수웨라 남작은 귀족으로서, 영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왕국을 배신한 것 같다. 하나… 베른카 제국이 벌인 만행을 도운 것도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 조건:
1.제국이 벌인 만행을 용서할 수 없고, 이대로 놔둘 수 없다! 싸운다.
2.영주 자체는 나쁜 사람인 것 같지 않다. 다만 그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기에 다른 선택지를 만들 방안을 찾기로 한다.
*파티를 맺고 있으므로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됩니다.
“이것도 루트 분기죠?”
“예. 분기입니다. 뭐, 둘 다 난이도는 비슷하고 여전히 유저들을 왕국과 대륙 곳곳에 흩어지게 하려는 게임사의 안배입니다.”
“으으음… 뭐가 더 좋나요?”
“딱히 뭐가 더 좋고 할 건 없습니다. 두 개의 루트 다 일장일단이 있고 난이도도 비슷합니다. 동선이 다르긴 한데… 그래도 찬성 님은 순수하게 마음을 따라서 몰입하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오직 자신의 생각과 마음으로 선택을 하고서 스토리를 전개하여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길 바라는 세 사람이었다.
민희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게임을 즐기길 바라는 건지 모르지만, 찬성은 그럼 자신의 마음을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전 2번 할게요. 희망이 모두 사라진 기분을… 느껴 봐서 갑자기 공감되어 버리네요.”
사고를 당하고 눈을 떴을 때, 양다리가 잘려 나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던 절망감이 떠올랐다.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다는 절망,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길이 모두 사라져 오직 최악의 선택만 보였던 기억이다.
“쿠룩… 으음, 2번인가? 쿠룩.”
“지지직…….”
“저기… 혹시 찜찜하면 그냥 1번 할까요?”
“아뇨. 가죠. 2번.”
[시스템-선택지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시스템-선택지로 인하여 파티원들의 ‘소속:그란 왕국’의 우호도가 내려갑니다.] [시스템-선택지로 인하여 파티원들의 ‘소속:베른카 제국’의 우호도가 올라갑니다.] [시스템-선택지로 인하여 파티원들의 ‘소속:모험가 길드’의 우호도가 내려갑니다.]“오오… 뭔가 주르륵 오르락내리락하네요?”
“어? 맞다! 왕국 우호도! 으아아아! 시X! X 됐네!”
“쿠룩? 갑자기 왜?”
“지지직… 아! 로열 가드!”
사람이 뭔가 특정한 하나에 열중하다 보면 본래 자신이 하고 있던 것을 까먹는 경우가 있다.
찬성을 챙겨 주는 일에 열중한 전국건강협회는 안타깝게도 자신이 목표로 하는 ‘3차 클래스:로열 가드’의 조건을 순간 까먹은 것이었다.
“으아, 이거 엄청 떨어졌네. 대. 깨. 왕(대가리 깨져도 왕국)! 마인드로 해야 하는 건데… 갑자기 반역자 귀족의 손을 들어 줘 버렸으니…….”
이러면 왕국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자못 당연한 일이다.
다만 조금 떨어진 것이라면 다른 퀘스트나 방법으로 회복이 가능한데, 하락 양이 상당히 높아서 금방 회복될 수치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아아앗!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찬성 님은 두 번이나 물어보셨는데요… 자만해서 놓치고 있던 제 탓이죠. 끄으응~ 이러면 창병을 선택한 보람이… 평판 꼬인 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소속 보너스도 떨어지네!”
[현재 소속:왕국-우호도 1단계]떨어진 평판으로 인해 내려간 우호도를 보며 한숨을 푹 쉬는 전국건강협회였다.
“쿠룩, 찬성 님만 생각하다 보니 자기 일을 완전히 잊어 먹은 거군. 쿠룩.”
“너라도 말해 줬어야지!”
“쿠룩, 나도 어렴풋이 기억만 하고 있었지. 쿠룩.”
“지지직… 저도요.”
친구를 탓해 보지만, 다들 자신이 하는 클래스 외에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순간 지적하는 걸 잊어버린 것이었다.
“아, 망했네. 어쩐다. 끄으으응~ 이러면 보자. 왕국 평판을 되돌리려면 엄청나게 고생을 해야 하는데…….”
“지지직… 대신 그만큼 제국 평판이 올랐으니… 이참에 그냥 임페리얼 나이트를 목표로 하는 건 어떨까요? 지지직…….”
“쿠룩, 그거 아예 왕국 배반 루트 타야 하는 건데… 그러면 레이드 가는 건 그냥 포기해야 할걸요? 쿠룩.”
선택지 하나로 본래 계획하던 진로가 꼬여 버린 전국건강협회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어렵게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렇든 저렇든 이미 저질러진 일. 후회해 봐야 소용없으니 퀘스트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젠장! 어차피 엎질러진 물! 후회해 봐야 소용없죠. 일단은 진행합시다. 씁! 3차 전직… 하려면 한참이니까요.”
“우리끼리 떠드는 사이에 저 남작님… 말 다 해서 퀘스트 갱신되었네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이해를 하다. 그러나 방안은?]당신은 수웨라 남작의 사정을 듣고 이해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놔둘 수 없는 일. 방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겠는가?
조건:방안을 논하여 선택지를 해금하라.
*키워드 혹은 단서, 아이템을 찾을 시 선택지가 해금됩니다.
1.해금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2.해금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3.해금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오, 이건 또 새로운 방식이네요.”
“이른바 어드벤처 게임 방식입니다. 단서와 정보를 모아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거죠.”
“쿠룩, 찬성 님은 아예 그런 부류의 게임도 안 해 보셔서 설명해도 모를 거야. 원숭이 섬이라도 추천드려야 하나?”
“지지직… 잘못 추천하면 그거 한다고 이 게임 안 들어오실 수 있어요. 아무튼 다른 게임 경험이 없으니… 참 난감하네요.”
생애 첫 게임이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인 찬성이다 보니 다른 게임 장르를 이야기해 줘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난감한 세 사람이었다.
“대충 퀘스트 설명대로 단서를 찾으면 개방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아하~”
“하아~ 평판… 아무튼 대충 어떻게 하냐면… 어이, 남작 양반, 댁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화두를 던지고 주요 인물인 남작에게 한 번 더 물어보는 건 이런 유의 퀘스트를 해결하는 방법의 정석.
모범적인 시범을 보이는 전국건강협회였다.
“나한테 그걸 묻는 건가? 하긴 내가 이 일을 일으킨 원인이니 내 요구 사항을 들어 봐야 하겠지. 딱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아. 내가 제국과 손을 잡는 것보다 왕국과 손잡는 게 내 백성들과 내 영지에 더 메리트만 있으면 되네.”
띠링!
[시스템-단서가 퀘스트 창에 기록됩니다.] [*수웨라 남작-그는 제국이든 왕국이든 영지의 안전과 이익을 주면 된다는 입장이다.]“…이렇게 기록이 됩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면 됩니다.”
“오오… 이렇게 찾아가는 거네요. 근데 이러면 말이죠. 여기 보스 몬스터는 이제 없는 게 되는 건가요?”
배움과 동시에 다시 새로운 질문을 하는 찬성.
그 말대로 스토리를 진행한 이상 이제 이 던전에 더 볼일이 없을까 싶어서 질문을 하는데, 일행은 문을 열고 나가면서 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아, 그건 걱정 마세요. 다 잘 배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Lv.30 제국 기사 구데리안 경(보스 몬스터)]“이 망할 놈들! 감히 내 부하들을……!”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 반대편에서는 검은 갑옷을 입은 거구의 기사가 병사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머리에 선명하게 뜬 보스 몬스터의 표시를 본 찬성은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남작은 딱히 우리가 이해했다고 해서 아군이라곤 하지 않았죠?”
언뜻 이해를 했다는 것과 평판이 오른 것으로 수웨라 남작과 손을 잡은 것 같았지만, 그는 ‘단서’에서 말했다시피 더 ‘메리트’ 있는 자의 편이라고 했다.
“…그렇죠. 그리고 아직은 제국이 우리보다 메리트가 있는 게 맞고 말이죠. 참고로 남작과 싸우는 루트로 하면 이제 저 방 안에서 저 친구들과 싸웁니다.”
“쿠룩, 이러나저러나라는 거죠. 아무튼 거의 다 와 갑니다. 싸우죠! 쿠룩!”
“네!”
“네 이놈드으으을!”
즉시 버프와 함께 무기를 들고 보스 몬스터와 싸울 준비를 한 뒤, 곧바로 전투에 들어가는 찬성 일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