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
8화
‘자, 얼른 가 볼까?’
찬성은 바닥에 빛나는 발자국을 보며 걸음을 이어 갔다.
잠시 후, 또다시 수풀에서 고블린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찬성은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 즉시 검을 뽑아 쳐 내 버리고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고, 고브?”
‘분명 완벽한 기습이었을 텐데, 어째서…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군. 그나저나 현실이 아닌데도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다니.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니까…….’
“고브! 고브!”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찬성을 향해서 화살을 날리는 고블린 궁수였지만, 기습에서도 능숙하게 쳐 낸 찬성에겐 문제도 아니었다.
채앵!
다만 화살을 쳐 냈음에도 약간의 데미지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서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시스템-고블린 궁수의 공격을 받아 3의 데미지(1의 데미지를 방어함)를 받았습니다.] [시스템-고블린 궁수의 공격을 받아 2의 데미지(1의 데미지를 방어함)를 받았습니다.] [시스템-고블린 궁수의 공격을 받아 3의 데미지(1의 데미지를 방어함)를 받았습니다.] [생명력:17/25 스태미나:11/15]‘피해가 누적되고 있어. 피하고 싶지만 몸이 느려서 그건 도저히 못하겠고…….’
‘질주’를 쓰자니 스태미나라는 자원을 아끼고 싶었기에 찬성은 급히 포션을 꺼내 마시는 걸로 체력 소모를 해결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맞는 것을 피하고자 나무를 엄폐물로 삼았다.
‘마찬가지로 접근하면…….’
“고브고브!”
그 순간!
갑자기 나무 위에서 고블린 약탈자들이 나타나서는 단검을 겨누며 찬성에게 떨어졌다.
찬성은 순간 당황했다.
보통 생물체가 숨어 있으면 인기척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버린 것이다.
‘뭐야, 대체?’
온라인 게임을 하던 사람이라면 이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몬스터가 나타나거나 하는 리젠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물론 이런 걸 갓 초보 유저들이 하는 퀘스트에다 집어넣은 것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말이다.
‘젠장!’
하나 놀라움도 잠시, 찬성은 그대로 떨어지는 고블린 약탈자 두 마리의 공격을 피한 다음 뒤쪽 목 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단숨에 처리하고자 스태미나의 소모를 감수하며 더블 슬래시까지 사용했다.
“큭! 더블 슬래시!”
“고브윽!”
‘후우… 식겁했네. 이 고블린들은 뭐지? 기척을 대체 어떻게 감춘 거야? 기가 막힐 노릇이네. 내 기량이 그렇게까지 떨어진 건가? 하, 하긴 하루 쉰 것을 되돌리려면 열흘이 걸린다는 말이 있으니까!’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전혀 못했기에 찬성은 자신의 기량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이미 고블린 궁수들은 저만치 이동해 있었다.
나무 위에서 나타난 고블린 약탈자들 때문에 시간을 벌어서인지 활에 손가락을 걸고 언제든 쏠 준비를 한 채였다.
정말 영악하기 짝이 없는 A.I였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재미가 있지!’
보통은 이렇게 어려워 버리면 사람들은 게임사에 대한 욕설을 하지만, 찬성은 오히려 투지로 불타올랐다.
그는 한 마리의 맹수를 떠올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백을 내뿜었다.
그러곤 찬성은 모든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고블린 궁수에게 다가갔다.
‘화살을 쳐 내도 내게 피해가 누적이 된다. 그러면 아예 피해야 하는데…….’
스슥… 스스슥…….
신경을 최대한 끌어올린 찬성의 몸에 수풀이 스치고 지나갔다.
초록 잎으로 된 수풀. 분명 만지면 존재하는 감각은 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가짜이며 그저 오브젝트에 지나지 않는다.
나뭇가지에 손등을 스친 그는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무 뒤로 숨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맞으면 데미지는 누적이 된다. 그러면…….’
무게를 줄이려고 옷가지를 싹 다 벗은 그는 심지어 팬티까지 벗어 버리려고 했지만,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나서 그의 행동을 막았다.
[시스템-해당 기능은 제공되지 않습니다.]“칫! 팬티는 어쩔 수 없나!”
결국 알몸에 팬티 한 장 차림까지가 한계라는 걸 깨닫고, 팬티에 검집이 달린 가죽 벨트만 걸친 채로 고블린 궁수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몸에 걸친 모든 것을 벗은 덕분인지 한결 움직이기가 편했다.
이젠 보이는 화살의 궤도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귓가에 화살이 일으킨 바람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찬성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환희를 느꼈다.
‘좋아!’
“고, 고브브?”
고블린 궁수는 알몸에 팬티 한 장 차림으로 자신의 화살을 피하며 다가오는 찬성을 보고 패닉에 빠졌다.
누가 봐도 변태가 고블린을 XX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광경으로밖에 안 보였으리라.
다른 유저가 있었으면 오인 신고를 당했겠지만, 이 루트는 ‘뉴비 절단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찬성 혼자만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드디어 잡았다.”
“고, 고브!”
날아오는 화살을 모조리 피한 찬성은 드디어 고블린 궁수에게 도달했다.
그는 반격을 피한 다음 목, 그다음 명치를 찌르는 깔끔한 연계 동작을 펼쳐 고블린 궁수를 쓰러뜨렸다.
성공의 기쁨에 몸을 떨면서 찬성은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것을 알고 다른 고블린들이 있는 곳을 찾았다.
돌아보는 그의 시야에 흔들리는 수풀이 들어왔다.
“거기 있구나.”
“고, 고브으읏?”
“고브고브!”
찬성에게 인식됨으로써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고블린들.
왠지 그들은 팬티 한 장 차림의 찬성을 보고 두려워하는 눈치였지만, 제작사인 ‘D.E’사에서 그런 알고리즘을 넣을 리 없으니 아마 착각일 것이다.
아마도…….
“고브으으…….”
“이걸로 끝인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체족인 찬성에게 모든 고블린들이 쓰러지고, 그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열렸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고블린 추적 의뢰(3)]또다시 고블린들의 기습이 들어왔지만 무사히 격퇴했다. 하나 숫자가 늘어난 걸 보면 놈들의 본거지에 가까운 것 같다.
조건:계속해서 추적하라
“계속 추적하라는 건가? 흐음… 숫자가… 아! 늘긴 늘었지.”
퀘스트 메시지를 확인하고, 찬성은 계속해서 추적을 이어 나갔다.
‘그나저나 어둡네. 나야 좋지만…….’
보통은 이렇게 어두울 경우 초보자 지원 상자에 들어 있던 횃불이라도 꺼내 쓰겠지만, 찬성은 계속해서 발자국을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감각도 예민한 데다 10년 넘게 어두운 산속에서 지낸 찬성은 움직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어이쿠, 읏챠! 함정이 또 있네. 진짜 적당히 안 하나?”
그러다가 바닥이 빠지거나 위에서 돌 같은 게 떨어지는 함정 같은 것도 만나곤 했지만, 특유의 감각으로 아주 민첩하게 빠져나오거나 피해 버렸다.
물론 여전히 고블린이 만들어서 조잡한 함정이라는 설정 덕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걷기를 몇 분, 숲속이 끝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저건?”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고블린의 서식지 발견]발자국을 따라 숲속을 지나오니 드디어 고블린들의 서식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당신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놈들은 본래 촌락을 구성하거나 동굴 같은 곳에서 사는데, 지금 이 서식지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탑? 오오…….”
하늘로 솟은 길쭉한 원형 벽돌 건물. 높이는 약 12~15미터 정도로 달빛을 받아 은은히 보이는 그 형태는 탑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고블린의 서식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기도 해서 보통 유저들을 놀라게 하였지만, 게임 뉴비인 찬성은 그 풍경에 순수한 감상을 하는 사이 퀘스트는 새로이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고블린의 탑, 주변 청소]탑에 사는 고블린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대로 놔뒀다간 놈들은 커다란 세력이 될 것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우선 놈들의 숫자부터 줄이자. 만약 어려운 일이라면 도움을 줄 동료나 용병을 데려오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조건:고블린 약탈자 처치 0/30
고블린 궁수 처치 0/10
고블린 전사 처치 0/5
고블린 정찰 기수 처치 0/5
*해당 퀘스트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파티를 모집하거나 다른 서브 퀘스트를 하여 레벨 업을 하신 뒤 진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오… 갑자기 목표치가 확 높아졌는데?”
목표량이 늘어나고, 게다가 몬스터들의 종류도 갑자기 두 가지나 추가되어 버린 사냥 퀘스트.
튜토리얼 이후 맞이하는 첫 퀘스트 라인이었기에 아주 간결하게 끝나는 구조였고, 그 때문에 단순하게 토벌-수색-토벌로 맞춰진 형태였다.
이다음은 이 앞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그다음엔 저 ‘탑’으로 들어가는 퀘스트를 마치면 이 퀘스트 라인이 끝날 것이라는 게 충분히 예상되었다.
*해당 퀘스트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파티를 모집하거나 다른 서브 퀘스트를 하여 레벨 업을 하신 뒤 진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흐음… 위험하다라. 과연 이 퀘스트 문구는… 도전하는 자의 용기를 시험하는 문구인 건가?”
퀘스트 디자이너가 들으면 기겁할 소리를 하는 찬성.
이건 딱히 그라서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경고의 메시지를 보면 호승심, 도전 욕구가 불타오르는 유저 타입들이 꼭 있어서 생기는 문제였다.
‘해당 퀘스트는 위험합니다.’
라고 멀쩡히 적혀 있는 이 문구를, 퀘스트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쫄보쉑! 네가 여기 도전할 수 있겠냐? 너 같은 조빱, 겁쟁이는 얌전히 서브 퀘스트나 하고 난 다음에나 도전해라. 크크루삥뽕! 화나쥬? 열받쥬? 어쩔티비? 저쩔스마트폰~ 실력 없는 거 인정하기 싫어서 지금 부들부들 떨고 있쥬? 허접~ 조빱~’
몇몇 유저들은 이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찬성처럼.
“이런 건… 물러설 수 없지.”
찬성은 ‘검사’로서 자신의 무(武)의 단련을 위해서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던 몸. 도전 정신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최고인 남자였다.
현실에서 비명 지르는 육체와 고통 속에서 끝없이 검을 휘두르며 경지를 높여 가던 그 의지는 영혼에 새겨져 있어, 이런 도전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