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0
80화.
같은 시각, D.E사 부정, 불법 행위 감시1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플레이는 정상적인 플레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게 어디가 정상인데? 이 깡통 새끼야! 아! 진짜! 얼어 죽을 하이퍼 A.I 새끼!”
쾅!
감시1팀장은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A.I의 대답을 보고 분을 못 참은 건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드디어 이 골 아픈 새끼 조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아니라는 거야? 이게 왜 정상 플레이냐고?”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켈럭 크메리안’ 경이 58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시각 오전 11:27:23]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켈럭 크메리안’ 경이 97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를 입었습니다.][시각 오전 11:27:23]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켈럭 크메리안’ 경이 81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를 입었습니다.][시각 오전 11:27:23]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켈럭 크메리안’ 경이 43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시각 오전 11:27:23]분을 터뜨리면서 그가 노려보는 것은 바로 초 단위 아래까지 똑같이 한순간에 올라온 시스템 로그였다.
‘찬성’이라는 플레이어가 공격을 해서 데미지를 입혔다는 메시지였는데, 단 한순간에 네 번의 공격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주 잘 걸렸는데… 아니, 근데 이게 어떻게 정상 플레이가 되냐고!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한순간에 4연격이 말이 되냐?”
“왜 그러세요? 팀장님.”
“이거 보라고, 이 로그.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스킬도 아닌데 단 한순간에 네 번을 공격하는 거 말이야.”
“그렇… 네요. 이건 어떻게 발견하신 거예요? A.I 체크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거라면 발견하기 어려울 텐데…….”
“이상한 신호가 많이 오던 놈이라서 매일 체크하고 있었지.”
첫 발견부터 시작해서 찬성이 보낸 이상 신호가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그의 로그를 주시하던 결과 드디어 빼도 박도 못할 이상 신호를 발견한 것이었다.
“어떤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자, 영상 보라고! 영상도 이렇게 따 놨지!
『비검-사성절!』
“와아아~”
부하 직원은 팀장이 매우 보기 좋은 시점으로 따 놓은 영상을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찬성이 ‘비검-사성절’이라고 외치는 동시에 4줄기의 검광이 번쩍이며 눈앞의 보스 몬스터인 켈럭 크메리안을 베어 내었다.
“봐.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이건 빼박이지? 근데 망할… A.I는!”
“…어어, 네.”
“근데 왜 조치가 안 되느냔 말이야. 하아~ 아무튼 자료 정리 다 했으니까 난 바로 부장님에게 간다. 이번엔 확실히 조져야지.”
“예, 다녀오세요.”
벼르고 별렀던 일인지라 그는 정리한 자료를 담은 USB를 가지고서 부정, 불법 행위 감시 부서장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감시 부서장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곧바로 보고를 이어 나갔다.
『비검-사성절!』
“보십시오, 김 부장님. 전에 말한 그놈입니다. 이 플레이는 엄격히 비정상적인 게 틀림없습니다. 당연히 제재를 하고자 했는데… 망할 A.I에 막혀서 여기까지 와서 번거롭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김 부장이라 불린, 깔끔하게 민 대머리를 한 중년 남성.
앞에 있는 명패에는 ‘부정 불법 행위 감시 부서장 김영훈’이라고 적혀 있었다.
“흐음, 잠시만 기다려 보게. 흐으음… 호오? 흐으음…….”
그는 낮은 신음 소리를 뱉으면서 이리저리 영상을 돌려 보고, 직접 자신의 컴퓨터를 조작해서 찬성의 데이터를 끌어와서 확인했다.
“으으음… 과연 그런 건가?”
“예? 부장님?”
“아니, 혹시나 싶어서 확인해 본 걸세. 크흠! 이 건은 내가 책임지고 조치를 취할 테니 걱정 말고 돌아가게.”
‘책임… 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신다고? 부장님이?’
제1팀장은 나름 직장 생활을 몇 년간 해 본 몸으로 보통 일이 아닌 이상에야 상사가 이렇게 스스로 책임진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뭐지? 보통 책임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말할 게 아닌데…….’
“아, 맞아. 그리고 자네가 올해로 입사 몇 년 차였지?”
“아, 4년 차입니다.”
“그래? 그렇군. 알았으니 가 보게. 아, 그리고 가능하면 계속해서 이 유저를 주시하면서 자료와 기록을 더 갖고 올 수 있으면 가지고 오게.”
“예? 아, 알겠습니다.”
그냥 계정 정지를 시키면 끝나지 않나? 싶은 의문과 함께 갑자기 저런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직장 생활 4년. 상사의 말에 괜히 토 달아 봐야 자기 몸만 다친다는 걸 아는 그는 그러려니 하고 물러났다.
‘뭔지 모르겠네. 뭐, 저 빡빡이 부장 놈이 그래도 일은 기가 막히게 하는 양반이니까… 상관없나? 게다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나는 안전하겠지.’
책임 소재를 밝혀 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부담감을 없앤 만큼 이제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아아~ 게임에 너무 빠지는 직원 놈들도 문제지만, 반대로 저렇게 관심 없는 놈도 문제군, 문제야.”
그리고 혼자 남은 김영훈 부장은 열이 오를 것 같은 텅 빈 머리에 부채질을 하면서 찬성의 자료를 다시 바라봤다.
“아무리 부서가 달라도 자동차 회사에서 자기 회사가 만드는 차량에 대해 모르면 그대로 기름으로 짜여도 할 말이 없는 노릇인데 말이지.”
물론 D.E사는 첨단 기술 개발 기업처럼 보이긴 하지만, 표면적으론 온라인 게임 제작, 서비스 회사다.
그런 곳의 직원이 게임을 볼 줄 모르고, 그가 말한 대로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서 자기 차 모델 이름도 모른다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부정, 불법 행위 감시팀에서 4년이나 일한 놈이 저 꼴이라니……. 분명히 분기마다 게임 좀 하라고 캐시까지 지원해 주는데 말이야. 겜알못 새끼가… 정말로 우리 회사 A.I에 감사해야 할 판이야.”
분개하다 못해 결국 욕설까지 터뜨린 김영훈 부장. 그 말대로 A.I의 제지가 없었더라면 역으로 이 회사의 이익이 사라질 뻔한 상황이었다.
“쯧쯔쯔… 눈앞의 황금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다니, 멍청한 놈 같으니! 아니, 하다못해 내가 그렇게 e스포츠라도 보라고 말했건만…….”
『비검-사성절!』
“이게 이 유저만의 ‘스킬’이라는 걸 모르는 거지.”
이 ‘찬성’이라는 유저가 어떤 원리와 방법을 사용해서 이것을 펼친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과 PVP 게임의 역사 속엔 수많은 상식과 현실을 초월한 명장면들이 실제로 나와서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일이 존재했다.
『네임리스 선수! 살았어요!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어요!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오오카미 선수가 검을 뽑았습니다! 세 명! 네 명! 완벽한 딜 계산으로 혼자 넷을 베어 냅니다! 오오카미 선수!』
『지, 지금 흑진(黑眞) 선수가 뭘 한 거죠? 아! 그러니까 지금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가 사전에 계산해서 깔아 둔 ‘공간 전이 마법’으로 에드먼드 선수가 날린 헤드 샷 탄환을 날려 버렸다고 합니다!』
뛰어난 실력과 기량, 보통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의 존재.
아무리 이론과 방법으로 계산하고 판단하려 한들 이들의 플레이는 일반인이 재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비검-사성절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D.E사 게임에서 이런 원석이 자라나 주는 건 아주 반가워해야 할 일이지.”
게임의 흥행에는 게임 자체의 재미와 게임성도 필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도 매우 중요했다.
“정말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물건도 가치를 알아봐야 하는 건데……. 진짜! 직원들한테 최소한 e스포츠 시청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소양 교육을 시키자고 상부에 제안이라도 해야겠군.”
멍청한 부하 직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며 김영훈 부장은 다른 부서와 회사 상위층에 제출할 ‘찬성’이라는 유저의 보고서를 작성해 갔다.
하나 그 전에 하마터면 황금 덩어리를 쓰레기통에 버릴 뻔한 저 멍청한 놈을 담가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같은 시각, 수웨라 남작가 저택.
찬성 일행의 두 번째 보스전은 이미 끝난 상태로, 그들은 태연히 수웨라 남작가를 빠져나왔다.
남작가 기사단 복장을 입고서 던전 출구를 정면으로 나오는데, 찬성은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마지막 보스가 더 약한 거죠? 아, 실망이에요.”
“그놈도 나름 난이도가 있는 건데… 무기를 바꾼 찬성 님이 겁나 세서 체감 난이도가 바뀐 거죠.”
수웨라 남작가의 방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보스 몬스터 ‘Lv.30 제국 기사 구데리안 경’은 앞에서 상대했던 켈럭 크메리안 경과 유사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지지직… 데미지가 거의 2~3배 늘어났으니 떨어질 법하죠. 지지직…….”
“쿠룩, 곱셈은 결국 숫자가 올라가면 금방 폭발해 버리니까요. 쿠룩. 마지막 보스가 찬성 님 아이템을 안 준 게 조금 섭섭하네요.”
“그렇지? 찬성 님은 ‘그거’ 안 써도 웬만한 공격이 죄다 급소에 필중해 버리니까… 남들보다 체감 난이도가 더 확! 떨어져 버리는 거죠. 너무 강해서 탈~ 이라는 겁니다.”
“그, 그럴 수가……!”
찬성은 충격받은 표정을 하며 시무룩해졌다.
보통 사람들이 보면 기가 막힐 광경이지만, 이젠 익숙하다는 듯 세 사람은 금방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자자, 아무튼 이제 단서 찾기랑 퀘스트 진행 밀러 갑시다. 가능하면 오늘 내로 루트를 확정 짓고 싶네요.”
“왜요?”
“저랑 저놈, 내일 일이 있어서 접속 시간이 다르게 될 거라서요. 이른바 현생 문제라는 겁니다.”
“아~”
이곳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며 다들 현실의 생활이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군 제대 후 대학 복학 직전이라서 그나마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대가 좋았던 것뿐이다.
“그래도 뭐~ 이 파티 멤버가 재미있기도 하고, 메신저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외로움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하핫!”
“쿠룩쿠룩, 동감. 그러니 저희 없는 동안에는 마을의 서브 퀘스트들 깨면서 레벨 업 하셔도 됩니다. 쿠룩. 아무튼 그러니 오늘은 후딱 단서랑 키워드 풀러 가죠. 탈것 타고 우선은 모험가 길드부터!”
“네!”
흑우우우우우~
저택을 완전히 나오자 다들 자신의 탈것을 소환했다.
찬성은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나타난 흑우왕을 타고 일행과 함께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