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저것도 아바타 효과이려나? 말하는 게 바뀌어도 파티원이나 같은 길드 사람에겐 들리는 구조인 걸까?’
“찍찍! 찌이이익! 찍!”
“어? 선배님, 오셨습니까?”
“찍!”
‘이번엔 쥐까지?’
푸른 피부를 한 인간에 고릴라도 충격적인데, 거기에 추가로 작은 쥐 인간이 손을 흔들면서 옆자리에 앉았다.
점점 기괴해지는 풍경에 찬성의 눈이 핑핑 돌았다.
‘와아아아…….’
“찍찍찍.”
“우호우호호.”
“찍찍찍.”
“푸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뭔 소리 하시는 겁니까? 선배님.”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모르지만 되게 신기해.’
진귀한 모습에 이미 퀘스트해야 한다는 생각은 찬성의 머리를 떠나 버리고, 그대로 빈자리에 앉아서 시공 길드 유저들의 대담을 구경했다.
“하아~ 오늘도 하루 종일 그냥 솔로잉 닥사만 하다가 망했네. 제기랄~ 보자. 길드원들이… 아, 저기 있다.”
그리고 찬성이 정신 팔린 사이, 새롭게 주점에 들어온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앞에 시공 길드원들이 모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푸른 피부에 기괴한 모습을 한 유저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
자신의 길드원들과 합류하려고 자연스럽게 가던 중 그는 다른 테이블에서 길드원들을 구경하는 찬성을 발견했다.
“뭐야, 저 녀석? 우리 애들을 감시라도 하는 건가?”
뉴비의 순수한 호기심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듯 그는 조심스럽게 주점 내의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찬성을 보며 길드 채팅창으로 그 사실을 알렸다.
[길드][다크템뿌라:야, 햄찌, 릴라, 암검아, 너희 뒤에서 누가 보고 있다.] [길드][해먼땃쥐:찍? 누가요?] [길드][우호처칠:저 뒤에 보이네요. 혼자 앉아서 여길 지그시 쳐다보는 놈.]한참 즐겁게 떠들던 시공 길드원들은 뒤에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찬성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메뉴를 눌러서 정보 보기를 했지만 비공개 상태였다.
[길드][암습의검날:진짜네. 누구지? 정보는 일단 비공개 상태네요.] [길드][해먼땃쥐:찍! 딱 봐도 브루탈 길드 첩자네. 저 패션 봐! 과학자 복장 그 자체잖아.] [길드][우호처칠:근데 그런 거치고는 너무 맹하지 않나? 이미 들킨 것 같은데… 손 흔들고 있는데?]왁자지껄 떠들던 그들이 찬성의 존재를 인식한 뒤 대화를 멈추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쳤지만, 찬성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마주 흔들어 줄 뿐이었다.
[길드][다크템뿌라:와, 저거 뻔뻔한 거 봐라.] [길드][해먼땃쥐:왠지 무해해 보이는데요?] [길드][암습의검날:그래도 혹시 모르죠. 조금 있으면 공성전이니까… 브루탈 길드에서 고용해서 미리 정보를 수집하려는 걸 수도 있잖아요. 브루탈 길드의 본거지 이첸성은 뉴비 스타트 지역이니까 애들 꼬드기는 건 일도 아니죠.]“어라? 다들 갑자기 말이 없어졌네.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는 건가?”
“찍찍… 찍찍.”
“우호우호우호…….”
“음음… 그렇죠. 그렇죠.”
시공 길드원들은 찬성을 어떻게 할지 길드 말로 계속 논의하며 겉으로는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늉을 했다.
나름대로 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길드][다크템뿌라:아무튼 너희는 그냥 할 거 하는 척해. 나에 대해선 눈치 못 챈 것 같으니까 내가 쫓아가 볼게.] [길드][암습의검날:길드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야겠네요. 브루탈 새끼들, 첩자질을 벌써 하네.] [길드][다크템뿌라:그 새끼들은 원래 그러잖아.]토의를 끝내고는 먼저 와 있던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각자 일을 보는 척 흩어졌고, 다크템뿌라만이 찬성을 감시했다.
“아! 다 갔네. 그럼 나도 원래 하던 NPC 찾기를…….”
“찾았다! 찬성 님! 여기서 대체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무런 조짐도 없어서 뭔가 이상해서 와 봤더니!”
“힉!”
막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주점에 나타난 전국건강협회가 찬성에게 다가왔다.
다른 이들 모두 단서나 키워드를 찾는 데 열중해서 시스템 메시지 창을 주르륵 올리고 있었는데 찬성만 너무 조용한 게 이상해서 주점에 들른 것이었다.
“아, 거, 건강 님? 저기, 그게…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신기한 유저분들이 있어서 구경했습니다!”
“신기한 유저? 하아아~ 무슨 오락실 앞을 그냥 못 지나가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뉴비에겐 이것저것들이 다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아무튼 전국건강협회는 자신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찬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자, 여하튼 일부터 시작하죠. 저기 바텐더에게 가서 말 거시고, 요즘 영지 동향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그다음에는…….”
“어라? 같이하시는 게 아니라요?”
“같이하면 좋긴 하겠지만… 자, 보세요. 이봐, 잠시 할 말이 있는데…….”
“엉? 어휴~ 짭새가 여기 웬일이셔? 술맛 떨어지니 꺼지쇼.”
전국건강협회가 옆에 있는 주정뱅이 NPC에게 말을 걸자, 그는 인상을 팍 쓰고 손을 휘저으며 전국건강협회를 거부했다.
“어라? 짭새?”
“예. 보다시피 제 클래스는 ‘창병’, 거기에 소속은 ‘왕국’입니다. 이른바 공무원이라는 거죠.”
쉽게 말해서 조폭이나 부랑자들이 드나드는 뒷골목 술집에 경찰이 대놓고 나타나서 정보를 수집하는 격이었다.
이렇게 보니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그가 정보를 얻기가 요원해 보였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여기 주점의 NPC들에게서 정보 수집하는 건 다른 아이템, 칭호 같은 보너스 수치를 올리지 않으면 매우 어렵습니다.”
“아하~”
“반대로 찬성 님은… 크흠! 일단 ‘검사’고, 거기에 소속은 ‘검의 사원’이라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무뢰배나 부랑자 같은 거니 여기 주점에 딱 어울리는 거죠.”
하마터면 ‘검성’이라는 것을 말할 뻔한 전국건강협회였지만 간신히 스스로를 막고 찬성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면 결국 이런 퀘스트는… 업적을 완벽하게 하려면 파티를 해야 한다는 거네요.”
“아뇨. 그런 거 없이 소속이랑 클래스 잘 맞추면 혼자서 하이패스로 슉슉 찾아내는 게 가능합니다. 대신 반대로 다른 부분이 좀 모자라겠지요.”
“아하!”
“아무튼 이런 식으로 아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D.E사는 클래스의 개성을 다양하게 풀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이 ‘월드 아카’가 흥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얼른 말 거세요.”
전국건강협회의 지시 아래 찬성은 아까 그 술주정뱅이 NPC에게 말을 걸었고, 맥주 한 잔 사는 것으로 아주 간단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크으! 좋아. 술을 받았으니! 이거 거부할 순 없겠지. 이봐, 혹시 그거 알아? 자르엔 백작은 어린 시절에 제국에 볼모로 잡혀갔던 일이 있었다고 하네. 크하하핫!”
[시스템-키워드 ‘자르엔 백작’의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내용 추가?”
“말 그대로 내용이 추가되는 거죠. 키워드가 ‘강화’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선택지 확장이 되어 가는 거죠.”
“오오!”
“자자, 계속 나아가죠.”
또 한 가지를 배운 찬성은 계속해서 다른 NPC들에게 말을 걸면서 본격적으로 정보 수집을 해 나갔다.
“하아? 정보? 흠, 어디 뜨내기 같아 보이는데~ 킬킬킬, 정보라는 게 귀중한 거라서 한 10금화 정도 주면 알려 줄 수도 있는데…….”
“어어, 10금화는 너무 비싸지 않나요?”
딱 봐도 비열한 얼굴을 한 NPC는 히죽거리면서 찬성을 도발하고, 10금화라는 돈이 있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찬성은 전국건강협회에게 물었다.
“비싸죠. 이건 대놓고 호구 잡으려는 겁니다. 이런 건 이제 고전적인 해결 방법으로 가야죠.”
전국건강협회가 괜히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말에 찬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죽이면 되나요?”
“협박과 설득요! 무슨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입니까? 물론 무력을 쓸 수도 있긴 하지만…….”
눈을 빛내면서 검을 뽑으려는 찬성을 만류하는 전국건강협회였다.
그리고 찬성을 감시하던 다크템뿌라는 그런 둘의 티키타카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저것들, 뭐 하는 거야? 아니, 그러면 저놈은 찐뉴비였다는 거야?’
“히, 히이익! 아, 알겠습니다. 바로 말하지요.”
“의외로 쉽게 말하네요?”
“그야 부랑자는 뒤가 없어서 목숨이 날아가면 끝장이니까요. 아, 근데 이놈은 내용을 중복으로 주네요. 제길!”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을 마냥 쉽게 해 주지는 않겠다는 듯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중복 단서까지 존재해서 골치가 아픈 찬성과 전국건강협회였다.
“…저놈은 진짜 우리 애들이 신기해서 쳐다본 거였어? 하! 참 웃긴 일도 다 있네. 괜히 시간 낭비하고 마음만 졸였잖아.”
“호오? 그 검을 보아하니 검 좀 쓰는 양반 같은데… 어디 이 사과를 한번…….”
다크템뿌라가 안도하는 그 순간, 두 줄기의 섬광이 찬성에게서 빛나며 NPC가 내민 사과를 순식간에 4등분했다.
“어? 어어어… 어어어? 으버버버버버버버버…….”
“…찬성 님, 이야기는 다 듣고 하셔야죠. 이 양반, 알고리즘 꼬여서 버그 났잖습니까?”
“네? 버그… 난 건가요? 그냥 너무 놀란 게 아니라요? 그럼 어떻게 하죠?”
“보통은 잠시 기다리면 정상화될 겁니다. 안 되면 고객 센터에 문의 넣어야죠.”
찬성의 전설에 또 한 페이지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저, 저건?”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던 다크템뿌라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과 함께 머릿속에 번쩍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더블 슬래시!’
‘먼저 2 대 1로 하셨잖아요. 강하게 찌르기!’
“아아아아! 그놈이다!”
보통 사람은 펼칠 수 없는 ‘검술’.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방금 찬성이 펼친 것은 예전에 오크 레이드 분쟁 때 만났던 ‘검성’의 것과 똑같았다.
“그놈 맞아! 그래! 그때 봤을 때 본 저 맹한 태도까지!”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계인 님들?’
‘…그게 뭔데요?’
거기에 무례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를 저 어벙한 태도!
전설적인 RTS 게임의 ‘암흑 기사’를 모티브로 한 이 아바타 패션을 전혀 못 알아보던 그 모습과 아까 전 어벙하게 굴던 모습이 완벽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세상에! 여기서 ‘검성’을 볼 줄이야!”
그리고 그가 지금 전 세계의 ‘월드 아카’ 커뮤니티를 뒤흔들고 있는 소문의 ‘검성’이라는 것까지 알아차린 다크템뿌라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길드 창에 불이 나도록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