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4
84화.
찬성은 게임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스트레칭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읏챠아아~ 재미있었다. 더 하고 싶은데…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게임 중독이 되는 건가? 끄으으응~”
매일매일이 너무 새롭고 재미있는 나날들이라서 캡슐 속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였다.
하루 8시간 제약이 왜 있는 건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찬성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시러 방 밖으로 나섰다.
“어, 식사하고 계시네요?”
“헉! 깜짝아! 후우~ 제발… 휠체어 좀 쓰면 안 되겠니? 너 때문에 좀비 영화는 앞으로 못 보겠다, 진짜!”
휠체어가 불편해서 기어 다니는 찬성이 아직 적응도 안 되는 그녀였다.
“아, 죄송해요. 이렇게 움직이는 게 편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보니까… 오늘 플레이 타임 다 쓴 것 같은데? 맞지?”
“예! 읏챠……! 다 했으니 이제 물 좀 마시고 곧바로 운동하려고요. 그러고 보니 누님은 새 캐릭터 키우고 계신가요?”
찬성 문제 때문에 그녀는 계정까지 싹 날려 버리고 다시 만들어서 오늘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어. 오늘 시작해서 6시간 만에 레벨 17이야. 이미 전직도 완료했어.”
“엄청 빠르네요?”
찬성은 경악하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벌써 17레벨이라면 현재 25레벨인 찬성과 8레벨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그걸 고작 6시간 만에 해내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응? 아, 그리 대단한 건 아니야. 사전에 레벨 업 루트를 짜서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적절한 비용 투자만 있으면 돼.”
“비용 투자요?”
“응. 빠른 레벨 업을 위한 적절한 초기 장비, 이동 시간과 동선을 줄일 수 있는 각 마을 귀환 주문서, 인벤토리 보유 한계량까지 사전에 준비해 놓은 소모품 아이템을 사용하면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지.”
“…준비부터가 간단하지 않은데요?”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지만 찬성에겐 무슨 별나라 설명 같았다.
“들어가자마자 튜토리얼을 빠르게 끝내고, 그리고 모험가 길드에서 의뢰 받고, 고블린에 고통받는 마을로 가는 마차에 탔을 때 캐시 샵을 켜서 과금하면서 급한 편의성 아이템, 탈것을 모두 사.”
시작하는 마을인 이첸성을 지배하는 브루탈 길드가 경매장을 통제하다 보니 동선을 저렇게 바꾼 것이었다.
“그다음 고블린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유센성으로 탈것을 타고 가서 경매장을 이용하고, 고블린 탑 루트를 타면서 사냥 시작.”
“우와아~ 근데 혼자서 고블린의 탑 공략은 어렵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막 어렵다고 한 곳인데…….”
“모르고 가면 어렵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가면 어렵지 않아. 고블린의 탑 따위… 곰덫, 맹독의 덫을 설치해 두고, 은신 스킬로 숨어들어 가서 유인해서 몬 다음에 한 번에 날려 버렸지.”
어렵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 커피를 홀짝이는 민희.
찬성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물을 마시고 그녀 앞에 마주 앉아서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고블린 챔피언까지 조진 시간이 접속 후 31분. 이것도 스피드 런 최고 기록보단 1분 20초 늦은 건데… 경매장에서 좀 꼬여서 어쩔 수 없었어. 사고자 하는 아이템 매물이 없어서 대체품을 검색하느라.”
“우와아…….”
31분이니, 1분 20초 늦었니 하는 수학적 소리에 무언가 전문가적인 포스가 넘쳐서 감탄하는 찬성이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레벨 10 찍고, 전직. 선택한 클래스는 브롤러(Brawler).”
“브롤러라면… 불량배? 깡패요?”
“어, 맞아. 도적 계열 상위 직업. 아마 그런 클래스가 있었나 할 정도로 인기가 없을걸?”
“왜요?”
“일단 클래스 자체가 전투력이 엄청 약해. 클래스 티어 단위로 쓸 정도지. 이거 봐.”
[도적 계열 2차 클래스 티어표]1위:섀도우 워리어(4브롤러)
2위:닌자(3.8브롤러)
3위:스파이 에이전트(3.5브롤러)
4위:머리 사냥꾼(3.3브롤러/PVP 3.9브롤러)
…….
…….
…….
마지막:브롤러(=1브롤러)
그녀가 내민 휴대폰엔 클래스 이름들이 적힌 순위표가 있었는데, 클래스명 옆에 괄호를 치고 브롤러 앞에 숫자를 붙여서 정말로 단위처럼 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예요?”
“그러니까 여기 섀도우 워리어가 4브롤러라는 말은 브롤러 4명이 섀도우 워리어 1인분을 한다는 거야. 즉, 섀도우 워리어가 브롤러의 4배만큼 세다는 거지.”
“왜 굳이 이런 단위를? 브롤러 클래스 하는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자존감을 채우려 한단다. 그리고 브롤러 클래스가 정말로 약한 건 사실이니까…….”
“근데 왜 그걸 하시는 건데요?”
단위 기준표가 될 정도로 비웃음을 사는 클래스라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게 정상이지 않나 싶었지만, 그녀는 홀짝이던 커피를 쭉 마시고는 말했다.
“대신~ 그 외의 유틸리티를 다 가지고 있거든.”
“유틸리티?”
“응. 간이 아이템 제작, 각종 탐지, 채집, 교섭, 협박, 매혹, 길 찾기 등등… 아무튼 부정한 방법스러운 건 다 된다고 봐야 돼.”
브롤러는 떨어지는 전투력 대신 깡패나 무뢰배가 할 법한 모든 일에 대해서 가능한 게 매우 많은 클래스였다.
“오오오!”
“물론 맥가이버 칼처럼 너무 몰아서 받아서 문제지만 말이야.”
“왜요?”
“다른 클래스들은 저 역할들 중 1~3개씩 겸하면서 전투력이 있거든. 그래서 파티 같은 거 하면 서로서로 보완하면서 전투도 잘하는데, 브롤러는 그 전투력이 모자라서 문제인 거지.”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클래스였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금 찬성의 파티에 최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희 파티는 ‘검성’이 브롤러랑 반대로 전투력에만 모든 포텐셜이 몰려 있는 클래스잖아? 그 로열 가드 지망인 창병도 왕국 소속이 강제라서 교섭이나 다른 유틸이 없이 탱킹력 올인이지. 야만의 투사는 3차 전직을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결국 물리 시너지 딜러일 게 뻔하고, 신관은 로열 가드와 마찬가지.”
“우와아아아…….”
다른 유저들에겐 쓸데없는 기능만 몰린 맥가이버 칼 같은 브롤러가 지금 찬성의 파티 구성에는 최적의 클래스였던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남은 플레이 타임 2시간, 최대한 달려서 20… 찍을 거고, 일주일 내로 레벨 다 따라잡아서 파티에 합류해 볼게.”
“아, 예. 근데… 파티 플레이하는 던전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다 계획 짜 놨어. 걱정 안 해도 돼. 뉴비인 너한테 걱정받을 정도는 아니란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확답하는 민희의 태도에 찬성은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신 그녀는 다시 게임하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무언가 떠오른 듯 찬성에게 말했다.
“아, 맞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보낸 아이템, 내일 보내 줘. 아이디 알려 줄게.”
“예전의 그 미니멈미니미니로 보내면 안 되나요?”
“될 리가 없잖아. 세간에 지금 검성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말이야. 아무튼 아이디는 미니멈실버야. 잊지 말고 다 보내. 그럼~ 끄응~ 자, 플레이하러 가 볼게. 너는 뭐 할 거니?”
“운동이요! 몸이 이런 만큼 더더욱 열심히 운동해야죠.”
“그래. 근데 너무 운동만 하지 말고, 게임 공부도 좀 하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못할 때라든가 그런 일이 있을 거니까……. 지식은 사람의 시야니까 그걸 넓혀 두는 게 좋을 거야.”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가장 기가 막힐 법한 소리였지만, 찬성에겐 부담되는 말이었다.
“공부라……. 끄으으응~”
여전히 그의 우선 조건은 ‘검술’이고, 육체의 단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아이템… 맞추려고 정보 같은 거 봤는데, 정말 머리 아프던데요.”
“뭣하면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하는 것도 좋을 거야. 아니면 너튜브라도 보든가. 그러고 보니 너… 헬스나 운동 너튜브는 보잖아. 그걸 응용하라고!”
“아, 맞네요!”
‘천재들은 다 이런 건가? 자기 관심사 외에는 전혀 뇌세포라는 걸 돌리지 않으려고 하는 건가? 아니, 죄다 괴짜인 건가?’
찬성도 찬성이지만, 자신이 아는 또 하나의 천재에 대해서도 떠올리자 민희는 머리가 더더욱 아파 왔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눌러 지끈지끈한 두통을 억누르며 말했다.
“아무튼 난 다시 빡겜 하러 갈게. 수고해.”
“예!”
그녀를 보내고 혼자 남은 찬성은 곧바로 운동을 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금 들은 대로 곧장 너튜브를 열고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쳐서 적절한 채널이 없는지 살폈다.
“틀어 놓고 들으면서 해야지. 그러니까… 검성 채널은 전에 없는 걸 확인했으니… 어라? 이거 신기하다.”
이리저리 검색을 하던 찬성은 뭔가 신기해 보이는 채널에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틀어 두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다음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기구를 쓰기엔… 영상 보면서 하는 건 위험하니까! 안전하게!”
『굿 데이, 너튜브! UUMA입니다. 오늘의 콘텐츠는… 바로! ‘월드 아카’ 내에 존재하는 진정한 미식을 먹으러 가 볼 건데요!』
“미식인가… 오~”
생각하던 거랑 다른 영상이었지만 흥미를 끌었기에 그는 그것을 계속 시청했다.
***
다음 날, 오전 7시.
어느새 6일 차를 맞이한 게임의 날. 찬성은 기지개를 켜면서 일과를 준비했다.
오늘은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이 사정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하기에 살덩이는나약하다와 단둘이서 움직여야만 했다.
“일단 메시지를… 남겨 두고, 아침 운동해야지. 헤헤.”
운동과 식사, 그리고 샤워를 함으로써 오전 일과를 끝낸 찬성은 다시 게임을 하러 팬텀 드라이브-2에 들어갔다.
하나 그 전에 휴대폰부터 체크했다.
“어디 보자. 메시지가…….”
[채팅방(4)] [살덩이는나약하다:저도 오늘은 그냥 신전 사이드 퀘스트들 밀면서 느긋하게 보낼게요. 근래 너무 하이 페이스로 달렸으니까요.] [찬성:네! 그러세요.]“음, 나도 그럼 사이드 퀘스트 밀러 가야지.”
찬성은 간만에 혼자서 움직이겠구나 생각하며 곧바로 팬텀 드라이브-2에 누워 게임을 실행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