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인게임, 수웨라성.
접속 종료했던 지점에 다시 나타난 찬성은 혼자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며 성내를 걸었다.
“으음, 사이드 퀘스트라는 걸 하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소속’과 관련된 걸 하라고 했지?”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진작 찬성에게 혼자서 하려면 어떤 사이드 퀘스트를 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이전에 그 영지나 마을의 평판을 올리는 퀘스트처럼 소속 보너스를 추가 개방하기 위함이었다.
[소속:검의 사원] [우호도 1단계 보너스:‘검’ 계열 무기로 공격 시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우호도 2단계 보너스:‘검’ 계열 무기로 공격 시 데미지 20퍼센트 증가(비활성화)] [우호도 3단계 보너스:‘검’ 계열 무기로 공격 시 데미지 30퍼센트 증가(비활성화)]“생각해 보니… 1단계만 올려도 데미지 10퍼센트가 그냥 오르는 거네. 와~ 이거 무조건 해야 하는 거구나.”
게임에 대한 시야가 좁을 때는 그냥 좋은 거구나 싶었지만, 이제 알게 되니 자신에겐 엄청! 좋은 보너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야가 트여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찬성은 관련 보너스를 주는 퀘스트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 이거 다 검의 사원에서 하는 거네. 그러니까… 다른 검의 사원에 심부름하기, 다른 검의 사원 출신 검사와 대련, 다른 검의 사원 복구 작업… 죄다 그냥 검의 사원만 찾아다니는 거네?”
묘하게 성의 없어 보이는 퀘스트 내용이었지만 ‘검’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 검의 사원의 클래스들에겐 다른 퀘스트를 부여할 게 없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아무튼 그러면 먼저 검의 사원으로 가야겠다.”
흑우우우우(오늘도 ‘검소’한 하루를 보내자!)~
행선지를 정한 찬성은 곧바로 흑우왕을 타고 검의 사원으로 향하는데, 그 순간 누군가가 뒤따라오는 것 같은 기척을 느꼈다.
‘누가 오나?’
“저기! 거기, 님!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거기 흑우왕 타신 분, 잠시만요!”
“저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확실한 특징에 찬성은 잠시 흑우왕을 타고 달리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 살펴봤다.
“…그, 누구신지?”
“저, 저 모르시겠습니까? 그 오크 진영에서 쟁할 때 도와 드렸던 외계인! 다크템뿌라입니다.”
쫓아온 것은 바로 다크템뿌라였다.
찬성의 접속을 교대로 기다리던 중 딱 맞아떨어져서 그가 접속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 그때 그! 근데… 날 어떻게 알아본 거지?’
푸른 피부에 가죽과 천 옷을 걸친 기묘한 아바타 차림은 절대 잊을 수 없기에 한눈에 알아봤지만, 찬성은 역으로 그가 어떻게 자신을 알아본 건가 싶어 경계심이 올라왔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십시오. 후우~ 그… 그때와는 아바타는 다르시지만 그 검술은 속일 수 없습니다. 예, 어제 주점에서 우연히 봤습니다.”
“아아……!”
파티원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조심하라고 했던 것.
범인의 경지를 뛰어넘은 그의 검술은 다른 사람이 보면 잊을 수 없는 신분증 같은 것이 되어서 목격하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지?”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다 왔다니?”
“저희 길마님입니다. 아, 저기 위에 보이네요.”
“…비행기?”
슈우우우웅!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삼각형 형태의 길쭉한 비행기 한 대가 찬성의 눈을 가로질러 날았다.
금색에 파란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SF틱한 전투기였는데, 즉시 사라지더니 황금색 신관복을 입은 남자가 황금빛으로 된 날개를 편 채로 천천히 내려왔다.
“휴우~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시간 잡아먹어서……. 시공 길드의 길드장 시대의흐름이라고 합니다.”
내려오자마자 찬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시대의흐름.
그의 인사에 찬성도 일단 예의를 갖춰 인사를 받았다.
“아, 예. 찬성입니다. 근데 무슨 일이신지요?”
“일단 자리를 잠시 옮기는 건 어떨는지요. 여기가… 인적이 드문 영지라곤 해도 사람들이 돌아다니니 말이죠.”
“으으음… 그러죠.”
찬성은 미심쩍은 눈빛을 하면서도 일단은 응하기로 했다.
무도를 배운 몸으로서 예의 있는 태도로 말을 걸어온 이상 무작정 무시하는 건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럼… 저기, 파티 초대 좀 받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비공개 설정 때문에…….”
“아, 그럼 제가 친구 요청 드릴게요.”
“예. 그러시죠.”
그대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친구 추가하고 파티 초대를 받자, 찬성의 눈앞엔 새로운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시스템-‘시대의흐름’ 님이 ‘주문:길드장 전용 룸 이동’을 사용합니다. 같이 이동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예, 눌러 주세요.”
“아, 예.”
그리고 ‘예’를 누르자 찬성의 눈앞을 황금빛이 둘러싸더니 순식간에 주위의 풍경이 변해 버렸다.
“우와아아…….”
새로이 나타난 장소는 바닥이고 천장이고 모두 금속으로 뒤덮인 마치 우주선 내부 같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푸른 보석으로 장식된 수많은 기계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작동음을 울렸다.
쀼삣! 삐이이이!
“저기, 혹시 가상현실 게임 중에는… SF 게임은 없는 건가요? 판타지 게임에서 SF… 찾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이분, 우리 콘셉트 모르시나? 저기 수정 탑이랑 프로브 보면 알아보지 않나?”
“저희도 못 알아보는데요, 뭘~”
“아니, 그래도 나름 현역 게임 아닌가? 애국가 5절도 있는데…….”
“…우리끼리만 아는 거죠. 요새 애들에겐 고전 게임이 맞죠.”
이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오늘 상대를 아주 잘못 만났다.
“저… 이 게임 자체가 모든 게임 중에서 처음이라서, 뭔가 테마라든가 콘셉트가 있다면 못 알아봐요.”
“아! 아아! 그렇군요. 아, 알겠습니다.”
시대의흐름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일단은 세세히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 그러니까 찬성 님, 부탁이 있습니다. 저희 길드를 도와주십시오.”
“도와… 달라고요?”
“예. 정확한 내용은 ‘영지 공성전’에서 영지의 지배권이 넘어가는 걸 막는 것을 도와 달라는 겁니다.”
“영지 공성전이… 뭐예요?”
“…예?”
“대체 어디까지 모르는 거야?”
전혀 처음 들어 보는 단어에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봤다.
그러자 시대의흐름과 다크템뿌라는 당황하면서도 아까 전 대화로 뉴비라는 걸 다시금 기억해 내고는 진정한 뒤 말을 이어 나갔다.
“크흠! 알겠습니다. 그… 영지 공성전이라는 건 말 그대로 영지의 지배권을 두고 싸우는 전쟁을 말합니다. 기간은 한 달에 한 번씩 벌어집니다.”
“아아…….”
“현재 이 수웨라성 영지는 저희 시공 길드가 서비스하자마자 첫 달에 메리트가 없는 걸 계산하고 길드원들의 놀이터이자 모임장으로 쓰고자 먹었습니다. 그래서 영지 운영이나 세율 같은 건 최저로 설정했지요. 물론 이 영지가 그만큼 메리트가 없지만…….”
시공 길드의 길드장이 말한 대로 수웨라성은 근처에 사냥터라고 해 봐야 오크와의 분쟁 지역 하나뿐이며 그렇다고 여러 유저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상인들이 올 만한 특산품도 없는 초라한 변경 시골 영지여서 먹어도 큰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서 저희는 안심하고 있었지만, 브루탈 길드 놈들이 탐욕스럽게 확장을 해서 밀고 들어오더군요.”
“아, 이첸성의 그…….”
찬성도 아는… 아니, 알 수밖에 없는 그 길드였다.
“예. 탐욕스럽게 확장하기 위해서 성의 세율을 높이고, 경매장을 통제하며 잔혹하게 쥐어짜고, 유저 차별을 하면서 길드를 확대하는데, 그래서 얻을 게 없는 이 수웨라성까지 노리고 있는 놈들입니다.”
“아하……!”
“물론 저희도 이 수웨라성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 유저끼리의 경쟁에서 밀린 거니까요.”
게임 속의 경쟁에서 밀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저 악질 같은 브루탈 길드 놈들에겐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나쁜 놈들이 성공하는 건… 현실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
마지막 한마디가 찬성의 심금을 완전히 울렸다.
이들도 자신처럼 현실에선 불가능하고, 찾지 못하는 이상 혹은 상실을 해소하거나 추구하기 위해 이곳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으음… 도와는 드리고 싶은데 말이지.’
자신과 대화하는 시대의흐름 뒤에 있는 다크템뿌라를 슬쩍 보면서 찬성은 오크 진영에서 싸울 때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잠시만요. 생각 좀 해 볼게요.”
“아, 예. 그러십시오. 여기 편히 앉으셔서 볼일 보시면서 생각하셔도 됩니다.”
“어, 얼른! 마실 거랑 드실 거… 가져오겠습니다.”
자리까지 마련되어 대접을 받으면서 찬성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며 파티원들과 민희 누님에게 상황을 요약해서 상담을 요청하는데…….
‘아, 역시 다른 분들은 바빠서 채팅이 없나? 하긴 시간대가 다르니까. 그러면…….’
[귓말][미니멈실버:…하아~ 그냥 무시하고 나오면 되지 않니? 왜 굳이 어울려서 거기까지 간 거야?] [귓말][찬성:그… 전에 도움받은 적이 있어서 말이죠.] [귓말][미니멈실버:하아아~ 일단은 기다려. 내가 지금 들어갈 테니까 상황 설명 들어가면서 같이 이야기하자. 이상한 인간들에게 코 꿰이면 난감하니까…….] [귓말][찬성:아, 예.] [귓말][미니멈실버:아무튼 기다리고, 내가 들어가면 아이디 알려 주고 파티 초대해 달라고 해서 소환 달라고 해. 아니, 내가 그놈에게 말하는 게 낫겠네. 시공 길드면 ‘시대의흐름’이군.]‘뭔가 학부형 소환한 것 같네. 중학생 때 생각난다.’
아무리 찬성이라도 의무 교육을 거부할 수는 없는지라 중학교까지는 다녔었다.
차분하고 맹한 지금과 달리 중학교 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상당히 사납게 날뛰었던 때라서 부모님 호출을 꽤 자주 하곤 했었다.
“도착!”
찬성이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소환이 이루어진 것인지 옆에 황금빛 기둥이 생겨나면서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 오셨어… 어?”
누님이 온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찬성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