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와, 뭐야? 늑대 인간?’
찬성의 눈앞에 등장한 것은 큰 키에 유려한 은빛 털을 가진 늑대 인간이었다.
여성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몸매 라인에 은빛 털을 돋보이게 하는 검은 가죽 코트와 선글라스를 걸친 멋진 모습이었다.
“와아아아아! 누님, 그거 뭐예요?”
“뭐긴! 클래스 콘셉트에 맞춘 아바타지. 아무튼 실례합니다. 그러니까… 이 뉴비의 보호자입니다.”
“예? 아… 예. 그러면 일단 다시 설명드려야겠군요. 그러니까…….”
시대의흐름은 아무래도 찬성보다는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는지 침착하게 한 번 더 현 사태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렇게 된 겁니다.”
“으으음… 확실히 브루탈 길드가 양아치같이 여론이 안 좋은 길드이긴 하죠. 하지만 이첸성이라는 특수한 위치도 그렇고, 지금 다른 곳은 길드끼리 요충지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라 손대기도 애매하고, 길드장인 ‘야만의몽둥이’가 근처 주요 길드와 협의도 잘한 탓에 방치된 곳이죠.”
“오오… 사정을 잘 아시니 다행입니다.”
“우와아앙~”
척척 답을 해 주니 너무 속 시원해서 감탄하는 시대의흐름. 찬성도 놀라울 정도로 명석한 누님의 모습에 똑같이 감탄했다.
“보자. 아무튼 사정은 알았고, 부탁하고자 하는 건 얘한테 공성전에 참여해서 수성을 도와 달라는 거 맞죠?”
“예, 맞습니다. 찬성 님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검성’이라 불리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이런 뉴비분이라는 건 이제야 알았지만 말이죠. 흑우왕 타고 다닐 정도면 핵과금러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준 거예요. 마일리지가 남고, 탈 일은 없고, 그래서 그냥 장난삼아 사 준 건데……. 아무튼 찬성아,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우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자신의 이야기까지 들은 지금 생각은 어떤지 다시금 물어보는 그녀였다.
“저는 돕고 싶어요. 오크 진영에서 한 번 도움을 받았으니 마땅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 오오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공성전 열리는 날이 언제죠? 아마 한 달에 하루였던 것 같은데… 아, 일주일 뒤구나.”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금방 일정을 확인하는 미니멈실버.
그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서 이것저것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 브루탈 길드랑 공성전한 경험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이 처음인가요? 아니면…….”
“서비스 첫 달엔 공성전은 열리지 않았고, 둘째 달에 저희가 무혈입성, 셋째 달에 한 번 붙었었고, 저희가 간신히 지켜 냈습니다.”
“그럼 두 번째 전투이니… 아주 단단히 준비하고 오겠네요. 한 번 패배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걱정입니다. 저번엔 그래도… 우리 길드원들이 엄청 분전을 해 줘서 겨우겨우 막아 내었는데, 이번엔 더 많은 숫자와 재력을 이용해서 쳐들어오겠죠. 후우~ 그리고 또 올 거라고 생각해 뭐라도 하려 했지만…….”
그 뒤로 한숨을 내쉬는 시대의흐름.
노력은 했지만 결과가 안 따라 주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애초에 이 시공 길드 자체가 원래 다른 게임을 하던 소수의 유저 커뮤니티가 뭉쳐서 만든 길드이기도 하고, 한적하게 지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눈독 안 들일 메리트 없는 수웨라성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길드원 증가나 도움을 바랄 순 없었다.
“지난번 오크 진영 사냥터도 찬성 님 덕분에 겨우겨우 지켜 내긴 했는데, 문제는 사실 브루탈 길드도 거기에 투입된 게 전력이 아니라는 거죠.”
“그 쟁에 참여한 인원 중에 40레벨 이상 급이 몇 없던 반면, 우리는… 전력투구를 해서 간신히 밀어낼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숫자가 밀리고 있습니다. 후우~”
이미 전력을 다하고도 맞먹는 게 전부인 시공 길드에게는 결국 이 영지를 빼앗기는 미래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만큼 절박하기에 찬성을 찾아냈을 때, 접속까지 교대를 돌려 가며 대기한 것이었다.
“으음, 쉬운 문제가 아닌데… 일단 얘가 돕기로 한 이상 돕기는 할 건데…….”
“무슨 문제가 있으신지요?”
“참전하는 건 문제없습니다만, 뒤탈이 없어야 하는 게 문제죠. 얘가 워낙 독특한 애라서… 전투에 참여하면 분명 드러날 게 뻔하고, 또 어설프게 드러내면 아예 이 시공 길드가 있는 수웨라성이 개판 날 거라서 말이죠.”
“그, 그 정도인가요?”
“얘 재능이 어느 정도냐면…….”
미니멈실버는 근 일주일간 있었던 찬성의 전설에 대해서 하나둘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너튜브에 올리려고 찍어 둔 영상까지 있어서 보여 줄 것도 많았기에 이해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뭡니까? 이거?”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와, 이게 사람인가?”
“아무튼 검을 휘두르면 그게 신분증인 애라서 뒤탈 없게 하는 게 문제인지라. 브루탈이라면 집요하기 짝이 없으니…….”
이 영양가 없는 수웨라성까지 먹어서 쥐어짜려고 할 정도이니 원한을 사면 화풀이하려고 끝까지 쫓아올 타입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아예 브루탈 길드의 힘을 꺾든가, 아니면 모르게 돕고 싶은데 말이죠.”
“그건… 무리한 요구 같습니다만?”
“그냥 생각만 해 보는 거예요. 짚어 보는 거죠. 얘가 돕는다고 결정했으니… 우선은 저희끼리 방안을 찾아보죠. 얘는 한시라도 빨리 레벨 업 해야 하니 지금은 보내구요.”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수웨라성 밖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찬성은 수웨라성 밖으로 다시 소환되었다.
뭔가 자신이 승낙을 해서 일이 성사된 것 같은데, 세부적인 이야기에선 배제되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앞서 나온 이야기를 하나도 못 알아들은 그는 스스로 나름 납득하고 있었다.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지. 대체 게임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다 머릿속에 어떻게 넣어 두는 건지. 아무튼 검의 사원이나 가야지.’
흑우우우우우~
흑우왕을 불러서 다시 검의 사원으로 향하기 시작한 찬성은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면서 뭐라도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덕분에 깊은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새 검의 사원에 도달했다.
“허어? 이게 누군가? 오랜만일세, 검성 친구. 또 새로운 가르침을 청하러 왔는가?”
“아, 예! 스킬 배우겠습니다.”
[배울 수 있는 스킬]액티브-질주(3성)
액티브-더블 슬래시(3성)
액티브-강하게 찌르기(3성)
패시브-단련된 검술 숙련(3성)
액티브-은하검법 1식 ‘샛별’(2성)
검의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NPC 검성에게서 찬성은 스킬부터 배워 갱신했다.
그리고 새롭게 스킬들을 정리한 그는 다시금 검성 NPC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제가 뭔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호오? 모험하는 게 벌써 질렸나? 뭐, 나야 좋지. 할 일이 매우 많긴 하지.”
[시스템-키워드를 통해 서브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시스템-현재 소속 평판으로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는 총 세 가지입니다.] [(반복)장작 좀 패다 주게] [(반복)물 좀 떠다 주게] [(반복)사냥 좀 해 주게]“반복… 이라는 건? 아! 반복해서 받아서 할 수 있는 퀘스트라는 거였지?”
나름 공부한 성과가 나는 듯 반복 퀘스트라는 것을 알아본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퀘스트에 들어갔다.
“보자. 다 받을 순 있나? 오! 받아진다.”
[반복 퀘스트:장작 좀 패다 주게]조건:나무 베어 오기 0/5
조건:장독에 물을 가득 채우기 0퍼센트
[반복 퀘스트:사냥 좀 해 주게]조건:산속의 동물 사냥 0/5
반복 퀘스트들답게 무난하고 단조로운 내용으로 대부분 그냥 막노동 같은 것들이었다.
소속 평판을 올리는 게 목적인 퀘스트라서 그런지 내용은 간단하지만 막노동성이 짙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었다.
“읏챠, 읏챠. 이야~ 이거 산에 있을 때가 생각이 나네. 아, 물론 사냥이랑 나무는 안 했지만.”
퍼억! 퍼어억!
도끼로 나무를 패면서 찬성은 산에 있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 퀘스트랑 맞는 건 오직 물을 떠 오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산에 있을 때는 단련 이외에 노동도 꽤 많이 했었다.
‘사형, 사제들이랑 버섯도 재배하고, 채소밭도 일구고, 닭이랑 이것저것 키웠었지. 물론 밑에서 뭘 사 오기도 했지만~’
‘비록 검의 재주로 먹고살 수 있긴 하나 시대가 바뀌고 언제, 어떻게 세상사가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니 직접 살아 나갈 수 있는 터전과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검술을 수련하는 시간 외에는 농사와 여러 일을 했던 찬성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루해할 이 퀘스트를 오히려 능숙하게 수행했다.
[시스템-‘반복 퀘스트:장작 좀 패다 주게’를 완료했습니다.] [보상:경험치, 검의 사원 평판, 메마른 장작 1개] [시스템-‘반복 퀘스트:물 좀 떠다 주게’를 완료했습니다.] [보상:경험치, 검의 사원 평판, 정제된 물 1병] [시스템-‘반복 퀘스트:사냥 좀 해 주게’를 완료했습니다.] [보상:경험치, 검의 사원 평판, 육포 1개]3개의 퀘스트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분. 하나 보상은 정말 짜다 싶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래서인지 ‘소속:검의 사원’은 인기가 별로 없었다.
[월드 아카 인벤토리-검성 토론방]…….
…….
…….
이런 식으로 다들 검의 사원의 소속 평판을 올리는 것을 점점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찬성은 산에서 본래 자신이 살던 방식과 유사했기에 퀘스트가 오히려 즐거웠다.
“어, 혹시 더 도와 드릴 일이 없을까요?”
“오, 더 도와주려고? 그럼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더구나 다른 퀘스트들처럼 복잡하지도 않아서 더 마음이 편했기에 찬성은 계속해서 반복 퀘스트를 수행해 나갔다.
“오, 더 도와주려고? 그럼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
…….
“오, 더 도와주려고? 그럼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반복 퀘스트를 계속해서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누가 보면 NPC라 오해할 정도로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반복 퀘스트를 수행하는 찬성.
막노동력이 강한 유저들도 너무 지루해서 UI를 켜고 음악이나 영상을 보면서 할 정도였다.
“꿀꺽… 꿀꺽… 푸하!”
반복 퀘스트만 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찬성은 잠시 멈추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정제된 물을 마시고, 육포로 허기를 달래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후우~ 보자. 연락 온 건… 따로 없네? 좋아. 그러면 한 타임 더…….”
“참 열심히 일하는 친구군. 그런데…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통은 모험하느라 바쁠 텐데 말이지.”
“예? 어… 어…….”
갑자기 여기 있던 검성 NPC가 말을 걸어오자 당황한 찬성.
솔직하게 ‘검의 사원 평판 올리려고요.’라곤 말할 수 없으니 당연히 뭔가 있는 건가 싶어서 UI를 열어서 공략을 찾아보는데,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지? 평판 넘어가는 이벤트도 아니고… 공략에도 없는데…….’
“아, 말하고 싶지 않으면 됐네. 그저 빠르게 검성의 경지에 오른 친구가… 벌써 이런 산속에 칩거하려는 건가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말이야.”
“어, 그러니까… 그 검성의 경지라는 게 검의 종착지는 아니지 않나요?”
공략이고 뭐고 없으니 찬성은 그냥 자신의 생각대로 대화를 받았다.
“게다가 전 스스로 아직 검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현실에서도 ‘검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찬성에겐 이 게임 내의 클래스로 임명된 검성이라는 것은 허상 같은 것.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도 자신의 ‘검’은 ‘검성’이라 칭하기엔 부족하기에 이리 대답한 것이다.
“…서, 설마 자네, 그 ‘위’를 느낀 겐가?”
“네? 위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찬성은 검성 NPC 할아버지를 바라보는데, 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찬성을 보고 있었다.
찬성이 그것을 보고 의문을 가지는 순간,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