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시스템-‘유일:검신(劍神)’의 단서 1. ‘별 위의 경지’를 얻었습니다.]‘검신(劍神)?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지금 자신의 클래스인 검성도 현실에선 일개 검사인 자신이 걸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허무맹랑해서 부끄러운 마당에 ‘검신’이라니.
거창한 단어가 나오자 찬성은 경악했다.
“왜 그리 놀라나?”
“아, 아뇨. 그… 위라니까 너무 터무니없어서요. 게다가 심지어… 검신이라니~ 터무니없어도 정도가 있죠.”
“터무니없긴 하지. 하지만 검을 잡은 몸으로서 꿈꾸는 게 뭐가 대수인가? 나는 말일세. 산을 갈라 보고 싶었네.”
“산을요?”
“그렇네. 아주 오래전에 말일세. 나는… 그저 알량한 재능을 믿고 검을 들고 설치던 망나니였네. 작은 시골 출신이었는데,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도시에서 깽판을 쳤었지.”
난데없이 검성 NPC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찬성은 아까 전 메시지와 무언가 관련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게 제멋대로 살던 중… 어느 날 모친께서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네. 아무리 망나니여도… 부모는 소중하니까, 나는 열심히 달려서 모친께 향했지. 근데 집으로 가던 중에 산을 넘는데… 이미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전하러 온 마을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네.”
“어, 어우…….”
“참 여러모로 가슴이 아팠어. 망나니 같은 나 자신도 열심히 달렸는데, 산을 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멍청하게도 산이 너무 원망스럽더군. 그래서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지. ‘이 망할 산이 없었더라면!’이라고 말이야.”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은 후회를 하다 보면 그 안에서 말도 안 되는 소망을 바라기도 한다.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하루아침에 세상이 멸망한다거나, 죽은 사람을 다시 보고 싶다거나 같은…….
“그래서 나는 검을 휘둘렀네. 산을… 산을 베려고 말이야.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서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도저히 자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
“아…….”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찾아오더군. 허름한 차림에 검 한 자루를 허리에 맨 나처럼 늙은 검객이었지. 그는 내게 검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왔다면서, 어째서 그리 슬프게 검을 휘두르냐고 묻더군.”
“그, 그래서요?”
“사실대로 말했지. 그랬더니 그 검객이 말하더군. ‘산을 베어도 슬픔과 원망은 가시지 않는다. 진정 베고 다스려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말이지. 하나 감정에 휩쓸린 나는 뻔한 위로라고 생각해서 듣지 않았지. 그랬더니…….”
‘그럼 내가 베어 보이겠소.’
“…하면서 검을 뽑더니! 거대한 질풍 같은 바람이 몰아치고는 산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더군. 그러곤… ‘가서 보시오.’라고 하더군. 심상치 않은 검사임을 깨달은 난 가 보았고, 내가 본 것은…….”
정말로 산이 세로로 갈라져 있는 모습. 산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틈이 수직으로 쭈욱 뻗어 있었고, 그 안으로 빛이 들어와 정말로 베어 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정말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 놀라서 그 검객을 다시 쫓았어. 하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
“와… 그, 그래서요? 다음은 어떻게 되었죠?”
“음? 하하, 그 멍청이는 그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연마한 검을 들고 세상으로 나갔지. 참 기이할 따름이지.”
산을 베니 마음이 가라앉았고, 슬픔과 증오가 사라졌다.
손가락만큼의 틈을 만들고 베어진 산이 어느새 갈라졌던 흔적만 남기고 다시 돌아오듯, 부서진 그의 마음도 비록 흉터는 남았지만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검을 휘두르고 명성을 얻은 끝에… 결국 ‘검성’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실력을 쌓았지만, 나는 지금도 산을 가르지 못하네.”
스릉… 부우웅!
자못 후회를 담은 검성 NPC는 검을 들어 허공을 향해 가볍게 휘두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그럼 어떤가? ‘산을 가를 수 있다.’ 그것을 본 이상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걸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신이라는 건…….”
“아, 방금 그거 다 거짓말일세. 뻥이야~ 산을 가른다니, 그런 게 어디 있나?”
“네에에엑?”
엄청 진중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거짓말이라고 하며 검성 NPC는 혀를 삐쭉 내밀고 피식 웃었다.
완전히 김이 샌 찬성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는데, 그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계속 말했다.
“파하핫, 하지만 방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산을 가른다.’라는 것 말이야.”
“멋지긴 했죠. 근데 그거… 포장을 잘한 게 아닐는지?”
“꿈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않나? 멋지면서 아름다운 것이지 않은가? 너무 그것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없어도 문제지.”
끄덕.
확실히 사고로 꿈이 꺾였을 때, 찬성은 완전히 생을 포기할 정도로 절망한 적이 있다.
“그렇죠.”
“그러니 별 위의 경지를 꿈꿔도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닌가? 껄껄껄, 검신이라. 허무맹랑하지만 검성이 품기엔 딱 좋은 꿈이군. 안 그런가? 껄껄껄.”
[시스템-해당 ‘단서’로 새로운 퀘스트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하나 아직 개방되지 않은 것으로 단서를 좀 더 모아야 합니다.] [???-미개방 퀘스트(잠김)]“‘검신’인가……. 어? 아직 안 끝났어?”
[시스템-숨은 퀘스트 개방을 통해 ‘검의 사원’ 평판을 대량 획득합니다.] [시스템-‘검의 사원’ 평판이 2단계가 되어 2단계 소속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시스템-‘업적:여긴 검도 도장이 아닙니다(조건:검의 사원 소속 보너스 2단계 만들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검의 사원’의 새로운 반복 퀘스트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어? 이게… 이렇게 빨리 오르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소속 보너스라는 게, 상당한 중노동이라서 보통 1단계에서 2단계 올리는 데도 며칠씩 걸립니다. 보너스도 보너스니까… 그러니 이런 때 꾸준하게 해 줘야 하고,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반복 퀘스트를 하든가 혹은 소속과 관련된 퀘스트를 밀어서 올려야 합니다.’
이렇게 조언을 해 준 것처럼 본래는 빡센 2단계 개방이었지만, 찬성은 ‘검신’의 단서를 찾은 덕에 빠르게 등극하게 된 것이다.
참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천성 자체가 ‘검사’라서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인지, 기이한 일이었다.
‘…원래는 그런데, 아무튼 올랐으니 좋은 거지.’
‘검신’의 단서를 찾은 보너스 덕분에 검의 사원 평판이 엄청나게 주어져서 단숨에 2단계로 승급, 보너스인 ‘검류 무기로 주는 데미지 20퍼센트 상승’을 획득했다.
“게다가 퀘스트 할 것도 늘었네.”
[가능한 퀘스트] [(반복)장작 좀 패다 주게] [(반복)물 좀 떠다 주게] [(반복)사냥 좀 해 주게] [(일일)일 좀 하나 해 주게] [(일일)편지 좀 하나 전해 주게] [(일일)뭣 좀 사다 주게]‘그러니까… 이럴 때는 일일 퀘스트부터 하고 난 다음에 반복 퀘를 하라고 했던가? 아무튼 오늘은 계속 소속 평판 작업한다고 했으니 이거부터 해야지.’
3종 일일 퀘스트를 모두 받은 찬성은 다시 흑우왕을 호출해서 산을 내려갔다.
세 가지 일일 퀘스트는 모두 한 번의 동선으로 할 수 있게 잘 연결되어 있었다.
“자네, 혹시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저 멀리 다른 검의 사원에 편지 하나만 좀 가져다주는 건데…….”
‘(일일)편지 좀 하나 전해 주게’의 경우, 다른 검성(劍星)이 있는 ‘검의 사원’에 편지를 전해 달라는 것.
“그리고 혹시 귀찮지 않다면 다녀오는 길에 소금 좀 사다 줄 수 있겠나? 웬만한 건 자급자족하는데… 그건 산속에서 구하기 힘들어서 말이야. 껄껄.”
‘(일일)뭣 좀 하나 사다 주게’는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김에 필요한 물건을 사다 달라는 것으로 연계되고…….
“그리고… 맞아. 또 하나 더 겸사겸사~ 지도를 줄 테니 이곳에 진을 친 산적 놈들 좀 잡아 주게나. 이 산이 좋긴 한 건지 자꾸만 쳐들어온단 말이야. 나도 처리하고 있네만, 손이 부족해서 말이지.”
마지막으로 ‘(일일)일 좀 하나 해 주게’는 산적 처리. 정말 알차게 찬성에게 일을 하게 만드는 퀘스트들이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게 일반적으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었다면 ‘퀘스트 정말 성의 없게 짰네?’ 하며 투덜거릴 부분이었지만, 뉴비인 찬성은 그런 걸 모르기에 해맑게 웃으며 곧바로 출발했다.
‘보자. 산적 처리하는 걸 가는 길에 하고 갈까? 오는 길에 할까? 아, 동선이…….’
흑우왕을 타고 가면서 찬성은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동선을 체크했다.
“이러면 일단 한 번에 검의 사원부터 쭉 간 다음에 누님에게 받은 귀환 주문서를 써서 수웨라성에 돌아간 다음, 물건 사서 돌아올 때 산적을 잡으면 되겠다.”
귀환 주문서는 민희가 찬성에게 맡긴 아이템을 돌려받았을 때 그녀가 찬성에게 쓰라고 일부 남겨 준 것이었다.
‘캐시 아이템 같은 경우, 경매장에서 인게임 화폐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 좀 사서 써! 플레이 시간 제한된 게임에선 시간의 가치가 크단 말이야! 처음에 주는 초보자 지원 상자에 그거 있었을 텐데…….’
“…있기야 했죠. 근데 쓰려고 보니 어느새 사라져서……. 설마 기간제 아이템이라는 것일 줄이야.”
이런 초보자 지원용 아이템의 경우, 소량만 지원하는 건 물론 인게임 경제에 영향을 미치거나 아까워서 사용하지 않는 걸 막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게 대부분이다.
“아무튼 계속 배워 나가다 보면 되겠지. 에휴~ 그나저나… ‘유일-검신’이라.”
동선을 정하고 한시름 놓은 찬성은 아까 전 개방시킨 ‘유일-검신’에 대해 생각했다.
“히든 클래스에 상위직이 있다는 거,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데…….”
히든 클래스에서 개방시키는 상위 클래스. 흑우왕을 타고 가면서 찬성은 여러 곳의 게시물들을 살펴보았지만 ‘검신’의 키워드는 아무것도 뜨지 않고 무협 소설 리뷰나 그런 쪽에서만 뜨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발견한 게 최초인 건가? 으으음…….”
인터넷과 공략 홈페이지, 검성 게시판 등등 여러 곳에서 정보를 뒤져도 검신에 대해선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신(劍神)이라. 참 거창하네. 하지만…….”
실제 검사인 찬성에게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개념이라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내심은 흥미가 동한 건지 잠겨 있는 퀘스트 창을 계속 바라보았다.
[???-미개방 퀘스트(잠김)]키워드 혹은 단서가 부족합니다. 세계를 모험하며 추가적인 키워드와 단서를 발견하세요.
발견된 단서 1. ‘별 위의 경지’
“…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니 해 봐야지. 그러면 우선은…….”
결정을 내린 찬성은 곧바로 이 ‘검신’ 퀘스트에 대한 상담을 위해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