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90
90화.
[미니멈실버:네가 그 비전 스킬 퀘스트를 하는 사이에 네 파티원들과 이야기를 했고, ‘시공 길드’에 협력하는 것도 합의했어.] [찬성:오… 근데 정말 괜찮겠어요?] [전국건강협회:뭐, 승산도 나름 있고, PVP 업적도 챙기면 좋고… 솔직히 저희도 ‘브루탈 길드’가 짜증 나기도 하고 말이죠.] [근손실보험:같이 피해자였잖습니까?] [살덩이는나약하다:그렇죠.]다 같이 ‘브루탈 길드’에 피해를 보았기에 의견은 쉽게 모였다.
다만 문제는 아무리 ‘찬성’이라는 비밀 병기가 있어도 결국 전쟁은 숫자와 규모의 싸움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을 극복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근손실보험:뭐, ‘시공 길드’랑 합쳐서 찬성 님에게 버프 몰아주고 달려가라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전국건강협회:문제는 레벨이지. 찬성 님 레벨이 40만 되었어도 그게 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 25… 어? 언제 26레벨 되셨어요?]“…나도 모르겠는데, 언제 업 했더라?”
게임에 너무 몰입을 해서인지, 아니면 레벨에 관심이 떨어져서인지.
자기가 레벨 업을 언제 한 건지도 잊어버린 찬성은 26레벨이 된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그제야 확인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
[미니멈실버:아무튼 오늘부터 7일 뒤, 즉 다음 주가 공성전이에요. 그때까지 가능한 한 레벨 업을 많이 해야만 해요.] [전국건강협회:레벨 업이라. 저희 이미 중앙 스토리를 탔는데… 속도를 올리려면 꽤 빡셀 텐데요.] [미니멈실버:뭐, ‘가능한 한’이라곤 말했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정석적으로 해 주세요. 어차피 닥사 사냥터에서 돌려 봐야 레벨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데… 뉴비의 멘탈에 데미지만 입힐 거예요.] [근손실보험:그건 공감입니다. 아직 찬성 님은 ‘게이머’는 아니니까요. 일주일 내내 같은 장소에서 닥사 같은 거 하면… 어우~]“…아니, 나 반복 단련도 꽤 잘하는데. 게다가 저택에서도 마음껏 싸웠고…….”
찬성으로서는 검을 휘두르는 일이라면 지겨움 없이 할 수 있는데 너무 염려해 주니 자신을 얕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찬성:저… 그냥 닥사해도 될 것 같은데요. 장비도 조화 세트만 쓰고…….] [미니멈실버:그것도 생각은 했지. 하지만 상대는 ‘브루탈 길드’야. 숫자도 우리보다 많고,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나 길드 애들을 정말 악독하게 갈취한 덕분에 자금력도 풍부해. 그런 상황에서 뻔한 수를 쓰면 우리가 밀려.]“아하…….”
[미니멈실버:지금 우리에겐 변수가 필요해. 가령 지금 네 무기라든가 ‘비전 스킬’ 같은 거 말이야. 쉽게 얻지 못하면서 강력해지는 수들……. 강대한 적을 이길 확률을 높이려면 이 방법뿐이야.]“그렇구나…….”
이것이 개인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것과 대국적으로 바라보는 눈의 차이인 것이다.
[전국건강협회:그럼 결론은 일주일 뒤까지 예정대로 그냥 일반적으로 플레이하면 되겠네요.] [근손실보험:더불어서 찬성 님 기준으로 PVP 교육이랑 훈련도 좀 끼워 넣고 하면 될 듯?]“교, 교육?”
[살덩이는나약하다:또 일전 같은 실수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면서 알려 드려야겠죠.]‘뭔가 이상한데…….’
찬성은 뭔가 자신이 조련당하는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인 ‘공성전’이라는 건 어떨지 기대하면서 마을 귀환 스크롤을 찢어서 마을로 향했다.
***
그 뒤로 남은 플레이 타임 동안 찬성은 별다른 일 없이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고, 원래 다니던 검의 사원에서 반복 퀘스트를 하면서 소속 평판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시스템-금일 플레이 시간이 앞으로 15분 남았습니다.]“아, 벌써 오늘 플레이 타임이 다 끝나 가네. 그러면 이제 미리 이야기한 대로, 마을로 가서 수도 갈 준비를 하고… 끝내면 되겠다.”
메시지를 본 찬성은 스크롤을 찢어서 다시 마을로 복귀했다.
로그아웃하기 전에 인벤토리를 한번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창고로 가서 아이템 정리를 한 다음 내일을 기대하며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후우~ 오늘도 보람찼다. 아, 나오니까 배부른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네?”
게임 내에서 엄청 먹고 마셨는데 나오자마자 싹 내려가듯 사라진 느낌이 신기한 찬성이었다.
그리고 몰려오는 진짜 허기. 찬성은 식사부터 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부엌으로 향했다.
“게임 내에서 느껴진 배부르다는 감각 때문에 오늘은 중간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네. 이래서 위험한 거구나… 흐음~”
느끼는 감각까지 완전히 달라져 버리니, 원래 하루 플레이 제한 시간이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짧아진 게 자못 이해가 되는 찬성이었다.
띠링!
“어? 메시지다.”
[채팅방(5)] [미니멈실버:찬성이 게임 다 했니?]“어, 누님이다.”
[찬성:예, 8시간 다 했어요. 이제 밥 먹으려고요. 그다음엔 좀 쉬었다가 오늘은 밖으로 나가서 운동하려고 해요.] [미니멈실버:그러면 운동하고 난 다음에… 공부할 게 많아.] [찬성:…네, 네? 공부요?]“고, 공부라고?”
[미니멈실버:그럼, 공부해야지. 전쟁이 그냥 검만 잘 쓰면 되는 줄 아니? 메일로 보내 놓을 테니까 밥 먹고 보렴.]“어, 예.”
찬성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우선 식사 준비부터 했다.
그리고 식사를 차린 그는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조작해서 민희가 보낸 메일의 첨부 파일들을 확인했다.
“어, 파일들의 용량이…….”
문서라기엔 뭔가 묵직한 파일 용량.
이를 본 찬성은 겁을 먹으면서도 일단 모두 다운받았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낸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하나씩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보자. 먼저 지도가… 캑! 와아아… 이게 다 뭐야? 엄청나네?”
지도는 괜히 용량이 큰 게 아니라는 듯 단순한 그림으로 그려진 것 따위가 아니었다.
무려 3차원으로 직접 움직이면서 돌아다녀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내가 지도를 읽을 줄 모를까 봐 이렇게 만드신 거려나? 하하… 오… 이건 거의 시뮬레이터라고 해도 되겠는데?”
손가락으로 스와이프를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부를 살피고 지도를 익히는데, 살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엔 이거 게임인데, 사람들은 다 왜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문득 든 의문.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유희이자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 노력과 정열을 쏟아서 하는 일이라면 마치 자신이 ‘검사’로서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일’이자 ‘숙업’이라 해야 할 터였다.
‘아, 그러고 보니 방송하신다고 했던가? 넌지시 들은 것 같아. 그러면 뭐… 생업이니 그럴 수 있는 건가? 으음… 그렇게 보면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게임단이나 집단과 전혀 만나 보지 못해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찬성으로서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납득해 버렸다.
“하아~ 내 신세야. 바쁘다, 바빠! 레벨 업도 해야지, 시공 길드 양반들이랑 채팅도 해야지, 수성할 전략이랑 지도 짜야지. 에휴~ 그나마 요샌 ‘툴’이 잘 나와서 다행이지만…….”
찬성이 그녀가 준 메일의 내용을 열심히 숙지하고 있을 때, 민희… 아니, 미니멈실버는 현재 Lv.20 지역-산속 오크 거주 동굴에서 레벨 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크르릉… 이 아바타, 발톱은 편하네. 얼굴을 커스터마이징하려고 해도 골격이나 얼굴 형태까진 완전히 변경 못해서… 그걸 감추려고 선택한 건데, 이런 쓰임새가 있네. 읏챠, 함정 설치.”
그녀는 현재 홀로 동굴 안에서 여러 개의 인터페이스 창을 띄우고 조작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바닥에 설치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디, 설치는 이 정도면 되려나?”
Lv.20 지역-산속 오크 거주 동굴에 있는 그녀는 지하 동굴 한구석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함정들을 도배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고는 어느 정도 많은 양의 함정이 깔리자 순찰하는 오크와 고블린이 오길 기다렸다.
“왔다.”
“쿠루욱! 누구냐?”
“치, 침입자다! 침입자!”
슉!
기다렸던 몬스터들이 다가오자 그녀는 정찰을 하는 오크와 고블린 한 무리에게 단검을 던져서 유인했다.
공격을 받았으니 자동으로 오크와 고블린들은 미니멈실버를 잡으러 동굴 구석으로 달려왔지만, 미리 깔린 함정이 그대로 작동해 놈들을 갈아 버렸다.
끼에에엑!
쿠루욱!
[시스템-당신의 ‘쐐기 함정’으로 오크 순찰병이 11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당신의 ‘마비 함정’으로 고블린 순찰병이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시스템-당신의 ‘곰덫’으로 오크 순찰병이 ‘이동 불가’ 상태에 빠집니다.]…….
…….
…….
그리고 주르르륵 영수증 뽑아내듯이 올라오는 수많은 시스템 창. 하지만 미니멈실버는 태연하게 UI를 만지면서 작업과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귓말][시대의흐름:그러니까 실버 님, 성의 커스터마이징을 바꾼다고요?] [귓말][미니멈실버:네. 지금 공성용 맵을 검토해 본 결과 이 방어 상태로는 ‘브루탈 길드’를 막아 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귓말][시대의흐름:하지만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새로 커스터마이징을 하려면 금화가 엄청 들어갈 텐데요?]게다가 시공 길드는 일반적인 친목 길드이며 시대의흐름도 레벨이 높은 신관일 뿐, 딱히 재정이 풍부한 유저가 아니었다.
[귓말][미니멈실버:그 비용은 제가 댈게요. 제가 쓰던 50레벨 법사 아이템과 아바타도 있고, 금화도 있으니 그거 팔아서 쓰면 됩니다.] [귓말][시대의흐름:네? 저희 길드에 돈을 쓰신다고요?] [귓말][미니멈실버:네. 투자 같은 거죠.] [귓말][시대의흐름:하지만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아무리 그래도 남의 길드에 그렇게 돈을 쓰시는 건…….]미니멈실버를 비롯해서 찬성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자금 투자까지 바라진 않은 시대의흐름이었다.
조건이라는 말에 살짝 불안해진 시대의흐름에게 미니멈실버는 천천히 채팅창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까 전 순찰하던 고블린과 오크에게 소모된 함정도 다시 설치하고, 그와 함께 인터넷을 열어 브루탈 길드의 동향까지 살피는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그녀였다.
“좋아. 그르릉… 설치 끝냈고, 인터넷상으로는 역시 브루탈 길드는 이번 공성전에 전력을 다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그다음은?”
[귓말][시대의흐름:아, 알겠습니다. 조건을 승낙하겠습니다.]“…그르릉! 빙고!”
하나둘 퍼즐이 짜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미니멈실버는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미소 지었다.
그녀는 지금 단순히 시공 길드를 도와서 브루탈 길드에게서 이 수성전을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더 큰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의 돈을 써서라도 이 거대한 그림 퍼즐을 맞추고자 한 것이다.
방금 시대의흐름에게 한 제안으로 마지막 퍼즐까지 만들어 낸 민희.
이제 남은 과정은 하나둘 맞춰 나가는 것뿐으로, 과연 모두 맞추었을 때 어떤 그림이 될지는… 오직 구상자인 그녀만이 아는 일이었다.